전화를 끊은 뒤에도 구기빈은 화면을 한참 바라봤다.두루미라는 ID가 올린 작업물들이 어쩐지 낯익었다.분명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정확히 언제 어디서 봤는지는 떠오르지 않았다.구기빈은 게시물 몇 개를 더 넘겨보다가 결국 화면을 껐다.잠시 뒤 구기빈이 다시 거실로 내려오자, 핸드폰을 보고 있던 강이주가 고개를 들었다.“구경 갈래?”강이주는 그렇게 말하며 손에 든 핸드폰을 살짝 흔들었다.화면에는 한 플랫폼의 실시간 라이브가 떠 있었다.구기빈이 무슨 구경이냐고 묻기도 전에, 강이주가 먼저 구기빈 곁으로 다가왔다.“방금 전화를 받았는데, 백초아가 병원에서 뛰어내리겠다고 난리라네. 내가 백초아 남자를 빼앗았다고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나더러 직접 와서 사과하래.”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 강이주는 백초아의 말도 안 되는 요구에 헛웃음부터 나왔다.적반하장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자기 쪽에서 일을 벌여놓고, 이제는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강이주에게 사과하라고 떼를 쓰고 있었다.‘정말 욕심도 많네. 꿈도 참 야무지지.’물론 이런 구경거리를 강이주가 놓칠 리 없었다.구기빈은 강이주의 말을 듣자마자 표정이 차갑게 굳어지더니, 곧바로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그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낼 낯이 있네.”‘정말 뻔뻔함에도 끝이 없네.’...병원으로 향하는 길, 강이주는 라이브 화면을 보며 백초아의 눈물 섞인 고발을 들었다.백초아는 카메라 앞에서 서럽게 울며 자신이 얼마나 억울한지 호소하고 있었다.강이주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참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네. 내가 당사자만 아니었으면, 나도 믿고 감동할 뻔했어.”구기빈은 내내 차가운 얼굴이었다. 강이주의 농담에도 별로 웃지 못했다.라이브 댓글창에는 강이주를 향한 악담이 쏟아지고 있었다.구기빈은 그 글들을 볼수록 속이 불편했다.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유예준에게 메시지를 퍼붓듯 보냈다.전날 밤 유예준에게 백초아와 심원후를 병원에서 내보내라고 했는데, 유예준은 딱 그 병원에서만 내보낸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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