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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Penulis: 마루콩
전화를 끊은 뒤에도 구기빈은 화면을 한참 바라봤다.

두루미라는 ID가 올린 작업물들이 어쩐지 낯익었다.

분명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정확히 언제 어디서 봤는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구기빈은 게시물 몇 개를 더 넘겨보다가 결국 화면을 껐다.

잠시 뒤 구기빈이 다시 거실로 내려오자, 핸드폰을 보고 있던 강이주가 고개를 들었다.

“구경 갈래?”

강이주는 그렇게 말하며 손에 든 핸드폰을 살짝 흔들었다.

화면에는 한 플랫폼의 실시간 라이브가 떠 있었다.

구기빈이 무슨 구경이냐고 묻기도 전에, 강이주가 먼저 구기빈 곁으로 다가왔다.

“방금 전화를 받았는데, 백초아가 병원에서 뛰어내리겠다고 난리라네. 내가 백초아 남자를 빼앗았다고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나더러 직접 와서 사과하래.”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 강이주는 백초아의 말도 안 되는 요구에 헛웃음부터 나왔다.

적반하장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자기 쪽에서 일을 벌여놓고, 이제는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강이주에게 사과하라고 떼를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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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만정의 눈에는 아직 기대가 남아 있었다.유만정은 강이주가 결국 돈 때문에 이러는 거라고 단정했다.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문제 될 게 없었다.강이주가 원하는 게 돈이라면 주면 그만이었다. 대신 지분만 전부 자신에게 넘기면 될 일이었다.얼마를 부르든 유만정은 상관없다고 생각했다.구기빈을 믿을 수 없다면 자신이 직접 하면 된다는 생각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하지만 강이주는 그 기대를 바로 꺾었다. “죄송하지만 얼마를 주셔도 여사님께는 팔지 않겠습니다.”단호한 대답은 유만정에게 뺨을 얻어맞은 것처럼 모욕적으로 들렸다.유만정의 표정이 더 험악해졌다.떨리는 손가락으로 강이주를 가리켰다. “강이주,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 내가 그래도 기빈이랑 희라 엄마야. 그 두 사람 얼굴을 봐서라도 나한테 팔아.”“공짜로 달라는 것도 아니잖아. 원하는 금액 말해. 내가 다 줄 수 있어.”유만정은 결국 두 자식을 내세웠다.구기빈도 구희라도 강이주와 가까운 사이였다.그런데 왜 자신에게는 지분을 팔 수 없다는 건지 납득되지 않았다.유만정은 강이주가 예전에 자신이 구기빈과의 관계를 막았던 일을 아직도 원망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대체 얼마나 뒤끝이 긴 거야?’강이주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희라도 전에 제게 지분을 달라고 했지만 주지 않았어요. 여사님, 누구와의 친분도 이 일에는 관계없습니다. 이 지분은 여사님께 팔지 않겠습니다.”다시 한 번 선을 그은 건 유만정이 남은 기대까지 버리게 하려는 뜻이었다.유만정은 자신이 몇 번이나 자존심을 접고 부탁했는데도 강이주가 끝까지 거절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따지고 보면 그 지분도 자기 아들이 사랑에 빠져 강이주에게 넘겨준 것이었다.‘남의 호의로 받은 지분 좀 쥐었다고 정말 자기 권력인 줄 아나?’유만정은 속으로 강이주를 몇 번이나 욕했고, 제정신을 못 차리고 여자에게 지분까지 넘긴 구기빈도 함께 원망했다.“내 말 농담 아니야. 그 지분은 반드시 내가 가져야 해. 나한테 팔아.” 유만정의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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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사고방식이 과연 구호민과 다를 게 있나?강이주의 말이 한마디씩 가슴에 파고들자 유만정은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싶었다.하지만 입술만 움직일 뿐, 말이 나오지 않았다.유만정은 핏기 없는 표정으로 강이주를 바라봤다. 눈에는 혼란이 어렸다.‘내가 정말 잘못한 걸까?’그동안 온갖 수모를 참아 가며 구기빈 앞길을 열어 주려고 했는데, 그 끝에 와서는 자신이 잘못했다는 말을 듣게 됐다.유만정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충격이었다.강이주도 유만정 안에서 갈등이 일고 있다는 걸 알아봤다.강이주가 다시 말했다. “기빈 씨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직접 물어보셨어요? 아들이잖아요. 그런데 처음부터 이유를 묻기보다 아들 탓부터 하셨죠. 그게 정말 맞다고 생각하세요?”강이주도 유만정에게 굳이 더 상처 주는 방식으로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유만정이 자기 말을 이해하든 못 하든 상관없었다.강이주가 바라는 건 단 하나였다. 이제 자신과 구기빈을 붙잡고 억지로 흔드는 일을 그만두는 것.계속 같은 말로 매달리는 건 아무 의미도 없었다.강이주가 질문을 던질 때마다 유만정의 안색은 더 나빠졌다.조금 전의 격앙된 모습은 사라지고, 지난 일들에 대한 난처함과 그동안의 자기 판단에 대한 불신만 남았다.강이주는 할 말을 끝낸 뒤 입을 다물었다.해야 할 말도, 하지 않아도 될 말도 이미 충분히 전달했다고 생각했다.유만정이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이제 관심 밖이었다.유만정은 머릿속이 어지러운지 입술을 꾹 다문 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대신 자기 생각을 어떻게든 다시 붙잡으려 애썼다.한참 뒤에야 표정을 가다듬었다.유만정은 마음을 굳힌 듯 강이주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그래서 지금도 기빈이 가진 RG그룹 지분을 전부 팔겠다는 거지?”그 말을 듣자 강이주는 속으로 허탈해졌다.‘내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하나도 안 들은 건가?’강이주는 결국 분명히 답했다. “네. 기빈 씨는 RG그룹을 떠나기로 했어요. 제가 그 지분을 계속 들고 있을 이유도 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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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만정은 강이주 앞으로 다가와 휠체어 팔걸이를 두 손으로 세게 눌렀다.“기빈이 가진 지분을 팔면 안 돼. 그게 기빈이 구호민과 맞설 수 있는 유일한 힘이야.”구기빈이 RG그룹을 떠나겠다고 한 것만으로도 유만정은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런데 이제는 강이주가 그 마지막 카드까지 팔아 버리도록 보고만 있었다.유만정이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은 바로 그것이었다.강이주의 미간이 깊게 좁혀졌다. “제가 기빈 씨를 얼마나 아느냐고 물으셨죠. 그럼 여사님은요? 어머니인 여사님은 기빈 씨를 얼마나 알고 계세요?”강이주는 유만정을 꿰뚫어 볼 듯 똑바로 바라봤다.유만정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눈을 마주쳤다. “무슨 뜻이야?”‘지금 내가 내 아들 기빈이를 제대로 모른다는 말이야?’강이주는 표정을 바꾸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여사님은 그 지분이야말로 기빈 씨가 살아남기 위한 힘이라고 생각하시죠. 하지만 기빈 씨는요? 그게 정말 본인이 원하는 건지 직접 물어보신 적 있으세요?”유만정이 방금 구기빈이 구씨 집안에서 겪었던 정신적인 학대와 억압을 말해 주지 않았다면,강이주도 구기빈이 왜 이렇게까지 복잡한 일을 벌이는지 이처럼 빨리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조금 전 이야기를 들으며 강이주는 마침내 모든 걸 이해하게 됐다. 이제야 구기빈의 모순과 고통을 이해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다.강이주가 유만정을 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기빈 씨를 정말 모르는 사람은 제가 아니라 여사님이세요.”목소리에는 억눌린 화가 묻어 있었다.조금 전까지 유만정이 강이주에게 퍼부었던 비난들이 이제는 우스울 정도였다.유만정의 표정이 크게 일그러졌다. “헛소리하지 마. 내 아들을 내가 모를 리가 있어? 아무리 기빈이 널 좋아한다고 해서 네가 마치 다 아는 사람인 양 떠들지 마.”유만정은 강이주의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대체 무슨 자격으로 자기 앞에서 어머니인 자신이 아들을 모른다고 말하는 건가.유만정은 강이주의 입을 당장이라도 틀어막고 싶은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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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작 유치원에 다니던 어린아이였다.구호민은 대체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었을까?유만정이 자조적으로 웃었다. “그게 끝인 줄 알아? 구호민은 그중 한 마리를 나한테 요리하라고 시켰어. 아무것도 모르는 기빈이한테 국물까지 몇 숟갈 먹였고.”“기빈이 경계를 풀었을 때, 방금 먹은 게 자기가 죽인 동물이라고 알려 줬어. 남은 국물과 고기까지 전부 먹으라고 강요했지.”그때의 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유만정은 괴로웠다.어린 구기빈은 그 자리에서 거품을 물고 쓰러졌고,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위세척을 받아야 했다.먹인 음식에는 몸에 해로운 독성 성분까지 섞여 있었다.그 일을 겪은 뒤부터 구기빈은 작은 동물만 봐도 일부러 멀리 돌아갔다.자기가 또 한 번 호의를 보였다가 그 동물에게 끔찍한 일이 생길까 두려웠기 때문이다.강이주는 구호민의 뒤틀린 행동에 속이 뒤집히는 기분이었다.메스꺼움을 억누르며 유만정을 막았다. “그만하세요. 더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유만정이 웃었다. “나는 네가 알아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반드시 알아야 해.”“강이주, 이건 시작에 불과해. 넌 기빈이 나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던 모습도 못 봤잖아. 나와 내 아이들은 구호민의 손에 묶여 서로를 옥죄는 줄이나 다름없었어.”“구호민은 두 아이 목숨을 이용해서 내 자존심을 짓밟는 걸 즐겼어. 실제로 그렇게 했고. 기빈이한테 내 목을 조르라고 시킨 적도 한두 번이 아니야. 아예 나를 죽이라고 한 적도 있었어.”구호민은 다른 사람의 생사를 자기 손으로 쥐고 흔드는 일을 놀이처럼 여겼다.유만정이 아이를 살려 달라며 무릎 꿇고 빌고, 울다 지쳐 결국 스스로 지하실로 내려가 벌받는 모습을 특히 좋아했다.구기빈에게도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유만정의 목을 졸라 의식을 잃게 하지 않으면 다음 대상은 구희라가 됐다.구호민은 구희라와 유만정을 구기빈 앞에 세워 놓고 둘 중 한 사람을 고르라고 몰아붙였다.듣기만 해도 숨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했다.그때 어린 구기빈이 얼마나 절망했을지는 차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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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만정의 말을 들은 강이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인정할 건 인정해야 했다. 강이주는 구기빈의 과거를 아주 깊이 알지는 않았다.그럼에도 강이주는 구기빈을 온전히 믿고 있었다.예전의 강이주라면 쉽게 하지 못할 선택이었다.가만히 생각해 보니, 결국 구기빈의 진심이 강이주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었다.구기빈은 처음부터 아무 조건 없이 강이주를 지켜 주었고, 강이주를 믿었다.마음이라는 건 한쪽만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었다.구기빈이 먼저 아무런 조건 없이 내민 믿음과 호의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강이주도 기꺼이 구기빈의 전부를 믿을 수 있었다.강이주는 유만정을 바라보며 옅게 웃었다. “제가 기빈 씨를 그렇게까지 샅샅이 알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기빈 씨가 말하고 싶으면 언젠가는 제게 직접 말하겠죠.”“아직 말하고 싶지 않다면 준비가 안 됐다는 뜻일 테고요. 아직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을 제가 억지로 들춰낼 생각도 없어요. 기빈 씨가 스스로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리면 돼요.”강이주는 구기빈의 모든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사람마다 짊어진 것이 있고, 남에게 쉽게 말하지 못하는 비밀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었다. 강이주는 그 자체를 문제로 보지 않았다.지금 함께 있는 시간을 믿으면 그걸로 충분했다.유만정은 강이주를 뚫어져라 노려보다 이를 악물고 물었다. “기빈이 과거가 네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엉망이어도, 넌 끝까지 그 애를 선택할 수 있어?”강이주의 미간이 좁혀졌다. 기분이 확 상했다.이미 충분히 뜻을 밝혔는데도 유만정이 왜 자꾸 같은 말을 밀어붙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더구나 유만정의 태도를 보면 이제부터 꺼낼 이야기는 강이주가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내용일 가능성이 컸다.유만정의 강한 반응에 강이주는 마음속에서 강한 거부감이 들었다.강이주가 차갑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앞으로 하실 말씀에는 관심 없습니다. 다른 약속이 있어서 이만 가 볼게요.”지금 휠체어에 앉아 움직임이 불편하지만 않았다면 진작 등을 돌리고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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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만정은 원래 강이주와 단둘이 얘기할 핑계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고 있었다.구기빈이 지금 강이주와 같은 병실에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엘리베이터 앞에서 강이주와 마주쳤다.이 기회를 그냥 놓칠 이유가 없었다.임설은 강이주가 유만정과 엮이지 않도록 바로 거절하려 했다.하지만 강이주는 유만정과 정면으로 마주하며 말했다. “저쪽에서 말씀하시죠. 여기 서 있으면 다른 분들 통행에 방해가 돼요.”강이주는 아직 엘리베이터 안에 있었고 유만정은 문밖에 서 있었다.누가 봐도 차분히 대화를 나누기 좋은 장소는 아니었다.유만정은 그 말을 듣고 옆으로 비켜 길을 열었다.강이주의 눈짓을 받은 임설이 휠체어를 밀어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유만정은 두 사람을 따라 화분이 놓여 있고 작은 원형 테이블과 의자 두 개가 있는 라운지의 한쪽 구석으로 갔다.강이주가 임설을 돌아봤다. “임 비서, 물 한 병만 사다 줘.”임설은 선뜻 움직이지 못했다. “제가 그냥 여기 있는 게 낫지 않을까요?”경계하는 시선이 유만정에게 닿았다.강이주는 괜찮다는 뜻으로 눈빛을 보냈다.그제야 임설은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며 근처 편의점 쪽으로 걸어갔다.유만정이 코웃음을 쳤다. “네 비서가 아주 충성스럽구나.”임설이 자신을 경계하고 있다는 건 유만정도 알았다.마치 조금만 방심하면 유만정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강이주를 해칠 거라고 보는 눈이었다.예전 같았으면 그런 시선에 예민하게 반응했을지도 몰랐다.구호민이 자신을 정신 이상자로 몰아 치료 시설에 보내 버린 뒤, 밖으로 나온 유만정을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 보듯 쳐다보던 기억도 생생했다.처음에는 그 시선 하나하나가 몸에 가시처럼 박혔다.하지만 같은 일을 계속 겪다 보니 이제는 그 눈길에 무뎌졌다.사람들이 자신을 미친 사람 취급한다고 해서 예전처럼 수치스럽지도 않았다.‘어차피 다들 그렇게 보는데, 미친 사람 취급 좀 받으면 어때.’‘심신미약이니 뭐니 하며 책임까지 가볍게 봐 주는 세상인데, 차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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