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全部章節:第 151 章 - 第 160 章

300 章節

제151화

심원후는 강이주의 말을 아예 들은 적도 없다는 듯 흘려버렸다. 그러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강이주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왜 꼭 그렇게 고집을 부려? 지금 네가 우리 집안이랑 이렇게 틀어지면서 강중그룹이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거 몰라?”강이주의 눈매가 가늘게 굳었다.‘또 저 소리야. 끝까지 자기 손에 쥐고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구나.’심원후는 강이주의 반응을 살피면서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네가 나랑 혼인신고 하고 결혼만 해. 그러면 내가 조건 없이 도와줄게. 이번에는 복잡한 조건이나 조항 같은 거 달지 않을 거야.”“나한테 한 번만 기회 줘. 너도 강중그룹이 완전히 무너지는 꼴은 보고 싶지 않잖아.”결국 마지막까지도 심원후는 결혼을 이해관계로 끌고 갔다.마치 심원후가 대단히 손해를 감수하는 사람처럼 들리는 말투였다.실제로 심원후는 자신이 이 정도까지 물러섰으니 강이주가 이미 감동했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강이주는 분명히 자신을 받아들일 거라고 확신했다.‘내가 이렇게까지 해주겠다고 했는데, 이주가 거절할 이유가 없어.’하지만 강이주는 심원후와 더 엮이는 것조차 피곤했다.“강중그룹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해결할 수 있어. 네가 신경 쓸 일 아니야.”말을 마친 강이주는 심원후의 옆을 지나쳐서 그대로 떠나려고 했다.심원후가 이를 악물었다.“설마 급하게 인력만 채우면 강중그룹 운영이 바로 정상화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넌 똑똑하니까 김태용 쪽 인력이 빠질 것까지 대비해둔 것도 알아.”“그런데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 제대로 업무를 익히려면 얼마나 걸릴 것 같아?”강이주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심원후의 목소리가 뒤에서 더 날카롭게 따라붙었다.“패션쇼도 곧 시작이야. 납품처는 네 힘으로 쉽게 못 구해. 더구나 디자인부터 최종 컨펌, 샘플 제작, 완제품 생산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어떡할 건데?”“지금 강중그룹 자금 사정으로는 그걸 버티기 어려워.”심원후는 강이주를 향해 한 글자씩 힘주어 말했다.“내 곁으로 돌아와. 그러면 그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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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심원후 쪽 일을 겨우 정리한 뒤, 강이주가 막 집에 막 돌아왔을 때였다.현관문을 닫고 신발을 벗자마자 핸드폰이 울렸다.강이주는 발끝으로 슬리퍼를 끌어당기며 전화를 받았다.[자기야, 나 진짜 웃겨 죽는 줄 알았어. 방금 기사 하나 봤는데, 오늘 우리 오빠가 너희 회사에 나타난 게 너랑 협업 얘기하러 간 거라더라?]전화가 연결되자마자 구희라의 목소리가 쏟아졌다.구희라의 말을 들으며 소파에 앉은 강이주는 태블릿을 켰다. 곧바로 실시간 이슈 뉴스를 열자, 눈에 띄는 제목 하나가 화면 위에 떠 있었다.[앙숙 케미? RG그룹 대표, 강중그룹에 깜짝 등장... 강중그룹 내홍에 RG그룹 지원 나섰나? 과거 라이벌이 절친으로?]제목만 봐도 강이주는 어이가 없었다.‘이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기사야?’기사에 달린 사진은 구기빈이 강중그룹 건물에서 나오는 장면이었다.사진 속 구기빈의 잘생긴 얼굴은 너무나도 선명했다. 누가 봐도 일부러 구기빈을 알아볼 수 있게 찍은 사진이었다.강이주는 기사를 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잠깐 망설였다. 그때 구희라의 목소리가 다시 귓가를 때렸다.[잠깐만. 우리 오빠가 직접 댓글 단 것 같은데? 야, 미쳤다!]구희라의 비명이 전화 너머로 터져 나왔다.강이주는 깜짝 놀라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을 떨어뜨릴 뻔했다.“야, 친구야. 귀 떨어지겠어.”[아니, 너... 우리 오빠랑 진짜 아무 사이 아니야?]구희라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물었다.그 목소리에 맞춰 강이주는 화면을 새로고침했다.곧 구기빈의 공식 인증 계정으로 달린 댓글 하나가 눈앞에 나타났다.[동생을 강중그룹에 데려다 주면서 몇 가지 문제를 같이 살펴본 것뿐입니다. 물론 앙숙이 좋은 친구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다만 강이주 씨 생각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저도 강이주 씨에게 갑자기 조금 흥미가 생겨서요.]이 댓글이 올라오자마자 여론은 그대로 뒤집혔다.댓글창은 몇 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폭발하듯이 늘어나고 있었다.강이주는 구기빈의 댓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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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한편으로 심원후는 일을 크게 키워서, 구기빈이 강이주를 도울 생각부터 꺾어버리고 싶었다.구기빈이 진심으로 손을 내밀 생각이 있다 해도, 구씨 집안에서 기사를 확인하면 절대 가만히 두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일을 빌미로 구기빈과 강이주의 태도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그런데 구기빈의 애매하기 짝이 없는 댓글이 올라오자, 심원후는 그대로 폭발해 버렸다.심원후는 자리에서 이성을 잃고 분노에 찬 손길로 휴대전화를 집어 던졌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휴대전화가 바닥에 처박히면서 산산조각 났다.‘역시 구기빈이었어. 이주한테 딴마음을 품고 있었던 거야.’심원후는 이를 악물었다.‘왜 전에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내가 방심한 사이에 구기빈이 빈틈을 파고든 거잖아.’더구나 하필 강이주에게 도움이 가장 절실한 때였다.구기빈은 그 시기를 노려 강이주 앞에 영웅처럼 나타났다.그 사실만 떠올려도 심원후의 속이 뒤집혔다.심원후는 분노로 가슴을 거칠게 들썩였다. 그 격한 움직임 때문에 몸에 남아 있던 상처가 다시 벌어졌는지 찢어지는 통증이 밀려왔다.하지만 심원후는 아픔조차 느끼지 못했다.꽉 움켜쥔 주먹 위로 핏줄이 도드라졌다.심원후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몸을 돌렸다.구기빈을 찾아가 직접 따져 물을 생각이었다.하지만 집을 막 나선 심원후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백초아와 정면으로 마주쳤다.“원후야.”백초아는 초췌한 모습으로 심원후를 불렀다.눈가가 붉어진 백초아는 심원후를 보자마자 달려왔다.강이주가 그 PPT를 공개한 뒤, 심원후는 백초아에게 크게 화를 냈다. 그 뒤로는 백초아의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백초아가 계속해서 심원후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마지막에는 번호까지 차단당했다.며칠 동안 아무리 연락해도 닿지 않자, 백초아는 심원후가 자주 머무는 장소들을 하나씩 찾아다니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이미 집 앞에서 며칠째 허탕을 쳤던 백초아는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그런데 마침내 심원후가 눈앞에 나타났다.심원후는 엉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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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강이주는 아직도 끝없이 말을 쏟아내는 구희라를 달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강이주는 시간을 확인했다.밤 11시 55분이었다.‘이 시간에 누가 찾아온 거지?’강이주는 핸드폰을 손에 든 채 현관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문밖에 서 있는 사람이 구기빈이라는 걸 확인하자, 강이주의 눈이 살짝 커지면서 곧바로 전화기 너머의 구희라에게 빠르게 말했다.“지금 일이 좀 생겼어. 내일 연락할게. 너도 얼른 쉬어.”말을 끝낸 강이주는 구희라가 대답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었다.강이주는 의아한 표정으로 구기빈을 바라봤다.“이 시간에 여긴 어쩐 일이에요?”조금 전 구기빈이 공식 계정에 남긴 답글이 머릿속을 스쳤다. 강이주는 그 댓글을 떠올리자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기분이었다.‘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댓글을 단 거지?’구기빈은 조금도 당황한 기색 없이 차분하게 대답했다.“이쪽에 집이 있어요. 요즘은 여기서 지내고 있고요.”구기빈이 그렇게 말하자, 강이주는 문득 떠오르는 일이 있었다.‘맞다. 희라가 예전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지.’구희라가 강이주 앞에서 지나가듯 말한 적이 있었다. 구기빈이 이 근처에 집을 샀는데, 요즘은 이쪽에 머무는 일이 많다고.다만 강이주는 구기빈이 집을 어디에 샀는지까지는 몰랐다.강이주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빼고 주변을 살폈다.이미 늦은 밤이라 별나라 아파트단지 안쪽은 대부분 조용했다. 그런데 강이주의 집 왼쪽에 있는 빌라만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나머지 집들은 불이 꺼진 채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강이주는 왼쪽 빌라를 바라보다가 속으로 멈칫했다.‘설마... 여기에 있다는 집이 내 옆집이라는 건 아니겠지?’‘아니야. 이렇게까지 우연일 수는 없어. 절대 아니야.’강이주는 속으로 몇 번이나 자신에게 되뇌었다.하지만 바로 다음 말이 강이주의 작은 희망을 산산이 부쉈다.구기빈은 왼쪽 빌라를 가리키며 말했다.“바로 옆집이에요. 내 이웃이 이주 씨일 줄은 몰랐어요.”강이주는 할 말을 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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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구기빈은 강이주의 표정을 찬찬히 살폈다.강이주가 억지로 괜찮은 척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제야 구기빈은 조용히 숨을 놓았다.“다행이에요. 나 때문에 이주 씨가 곤란해질까 봐 걱정했어요.”“아니에요, 아니에요. 곤란하긴요.”강이주는 급하게 손사래를 쳤다. 구기빈의 답글이 자신에게 아무런 폐가 되지 않았다는 뜻을 온몸으로 보여주려는 듯했다.그 모습이 제법 귀여웠던 탓인지, 구기빈의 딱딱하던 표정 위로 살짝 웃음이 번졌다.그 웃음을 본 강이주는 잠시 말을 잃었다.강이주의 기억 속 구기빈은 늘 굳은 표정으로 말없이 서 있는 차가운 사람이었다. 이렇게 웃는 모습을 제대로 본 건 손에 꼽을 정도였다.강이주의 시선이 멈춘 것을 알아차린 구기빈이 물었다.“왜 그래요?”왜 그렇게 보는지 묻는 눈빛이었다.강이주는 생각할 틈도 없이 입을 열었다.“웃으니까 진짜 보기 좋아요. 평소에는 왜 그렇게 늘 딱딱하게 있어요? 엄격한 학생부장 선생님 같아서 하나도 안 귀여운데.” “앞으로 별일 없으면 좀 자주 웃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말을 끝내자마자 강이주는 곧바로 후회했다.‘하늘이시여,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야?’강이주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아무리 생각해도 강이주와 구기빈은 아직 편하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어보라고 말할 만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내가 미쳤지. 완전히 기고만장해졌어!!’강이주는 속으로 스스로를 몰아붙였다.지금 당장 자기 눈을 찔러버리고, 아무것도 못 본 척하고 싶을 정도였다.하지만 뜻밖에도 구기빈은 강이주의 말에 화를 내지 않았다.오히려 구기빈은 다시 입꼬리를 올리며 강이주에게 물었다.“내가 그렇게 딱딱해 보여요? 그럼 이렇게 웃으면 괜찮아요?”구기빈은 망설임 없이 강이주를 향해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와, 미쳤다.’강이주는 또다시 넋을 놓고 바라봤다.구기빈이 이렇게까지 자신의 말에 맞장구를 칠 줄은 몰랐다.세상에서 떠도는 말처럼 구기빈은 결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소문은 진짜 믿을 게 못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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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강이주는 본능적으로 구기빈을 붙잡으려 했다.구기빈 역시 다급하게 강이주를 잡으려 손을 뻗었다.두 사람의 힘이 어긋나며 한데 부딪치면서, 강이주는 구기빈을 당해낼 수 없었다. 결국 구기빈의 몸이 자신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강이주는 눈을 질끈 감았다.‘끝났다. 이건 진짜 끝이야.’구기빈의 탄탄한 체구를 떠올리자 눈앞이 아찔했다.‘저 몸에 그대로 깔리면 나 진짜 납작해지는 거 아니야?’강이주는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심정으로 눈을 감은 채, 곧 닥쳐올 충격을 기다렸다.그런데 구기빈도 곧 상황을 알아차렸다.곧 커다란 손을 뻗어 강이주를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동시에 강이주를 안은 채 몸의 방향을 틀었다.짧은 사이에 자세가 완전히 바뀌었다.강이주는 남자의 품 안에 안긴 채 넘어졌고, 구기빈은 아래에 깔려 강이주를 받쳐주는 사람이 되었다.예상했던 통증은 오지 않자, 강이주는 속눈썹을 떨며 천천히 눈을 떴다.손바닥 아래에는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감촉이 닿아 있었다.강이주는 아직 자신이 만지고 있는 곳이 남자의 가슴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무의식적으로 그 위를 움켜쥐자, 아래에서 구기빈의 나지막한 신음소리가 들렸다.그제야 강이주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강이주는 급히 몸을 일으키려 하며 사과했다.“미안해요. 많이 아팠죠? 내가 바로 일어날게요.”하지만 강이주의 한쪽 발이 구기빈의 다리 아래에 깔려 있었다.막 몸을 세우던 강이주는 발이 빠지지 않는 바람에 다시 중심을 잃었다.결국 강이주는 곧바로 다시 남자의 품 안으로 떨어졌다.강이주는 당황해서 구기빈의 몸 위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오히려 서두를수록 강이주의 몸은 몇 번이고 구기빈의 품 안으로 다시 무너졌다.강이주의 뺨이 당혹감으로 붉게 달아올랐다.급하면 급할수록 몸은 더 말을 듣지 않았다.“움직이지 말아요.”구기빈이 갑자기 손을 뻗어 강이주의 허리를 단단히 감쌌다.강이주의 무작정 버둥대는 움직임을 멈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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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강이주는 놀라서 더는 아무것도 신경 쓸 수 없었다.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거나 허둥지둥 붙잡으면서, 거의 기어오르듯 구기빈의 몸 위에서 빠르게 일어났다.구기빈이 아래에서 받쳐준 덕분에 강이주는 크게 다치지 않았다.겨우 몸을 세운 강이주의 시선이 무심코 구기빈의 아랫배 쪽을 향했다.마침 구기빈은 회색 트레이닝 팬츠를 입고 있었는데, 난처할 만큼 도드라진 부분이 눈에 확 들어왔다.당황한 강이주는 급히 시선을 돌리고는, 괜히 목을 가다듬으며 더듬거리며 물었다.“저기... 괜찮아요?”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강이주가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처럼, 구기빈도 강이주가 몸 위에서 내려간 뒤에야 겨우 한숨을 돌렸다.물론 품 안이 비어 버린 느낌은 구기빈의 마음 한쪽을 허전하게 만들었지만.구기빈은 조용히 대답했다.“괜찮아요. 조금만 가라앉힐게요.”그 말이 끝나자마자 강이주는 바로 몸을 돌렸다.구기빈에게 등을 보인 채 있으니, 조금은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다.잠시 뒤, 구기빈이 바닥에서 일어났다.이어 강이주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이제 괜찮아졌어요. 그런데 뒤통수를 좀 부딪힌 것 같아요. 많이 아파요.”말끝에는 어딘가 억울한 기색이 섞여 있었다.“내가 볼게요.”구기빈이 다쳤다는 말을 듣자, 강이주는 방금 전의 민망함도 잊었다. 곧바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구기빈 곁에 다가가 뒤통수를 살폈다.구기빈도 순순히 허리를 숙이고 머리를 강이주 앞에 가까이 내밀었다.강이주는 발끝을 살짝 들고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살짝 혀를 찼다.“손으로 만져볼게요. 그냥 봐서는 잘 모르겠어요.”‘이 사람은 왜 쓸데없이 머리숱까지 이렇게 많아?’‘괜히 한 번 확 헝클어보고 싶잖아.’강이주는 속으로 엉뚱한 생각을 하다가도 곧 정신을 차렸다.구기빈은 얌전히 강이주에게 맡겼다.강이주의 손이 구기빈의 뒤통수를 조심스럽게 더듬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강이주의 손끝이 크게 부어오른 부분을 찾아냈다.강이주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아직 많이 불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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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강이주는 구기빈이 정말로 가벼운 뇌진탕 진단을 받을 줄은 몰랐다.손에 든 검사 결과지를 확인한 강이주의 두 눈에는 믿기 어렵다는 기색이 가득했다.지금 구기빈은 병실 침대에 누워 수액을 맞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하룻밤 입원해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강이주는 침대 위에 힘없이 누워 있는 구기빈을 바라보며 말했다.“입원 수속하고 올게요.”고개를 숙인 채 누군가와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던 구기빈은 강이주의 말을 듣자,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네.”강이주는 곧바로 병실을 나갔다.그때 구기빈의 핸드폰 화면이 다시 밝아졌다.유예준에서 온 메시지였다.[병원 쪽에는 내가 말해뒀다. 너 알아서 조심해라. 너무 과하게 굴지 말고.][아니, 너 진짜 강이주 좋아하는 거냐? 세상에, 이거 이렇게 흥미진진한 일이었어?] [좋아하면서 맨날 강이주가 너한테 빚진 사람처럼 굳은 표정으로 대하고, 공식 석상에서도 좋은 말 한마디 안 했다고? 너 머릿속 구조가 대체 어떻게 된 거야?][네가 그렇게 차갑게 구니까 밖에서는 너희 둘이 원수지간이라고 떠들었고, 나까지 그걸 믿었잖아.] [근데 이제 와서 그게 사랑 싸움이었다고? 네가 이상한 거냐, 세상이 이상한 거냐?][대답해라. 구기빈, 말 안 한다고 내가 그냥 넘어갈 줄 알지 마.]구기빈은 유예준의 시끄러운 추궁이 몹시 귀찮았다.이 병원이 유예준 집안 소유가 아니었다면, 유예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다면, 구기빈은 숨겨둔 마음을 유예준 같은 입이 가벼운 친구에게 절대 들키고 싶지 않았다.가벼운 뇌진탕 진단서를 그럴듯하게 만들어야 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구기빈은 이미 알고 있었다. 유예준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틀림없이 끝까지 캐물을 거라는 걸.사실 뇌진탕은 거짓이었다.수액도 몸에 해롭지 않은 포도당이었다.물론 강이주가 자기 곁에 남아 돌봐 주길 바라는 마음만큼은 진짜였다.구기빈은 무표정한 얼굴로 답장을 보냈다.[심원후 같은 걸 좋아하는데, 내가 공식 석상에서 몇 마디 비꼬는 게 뭐가 문제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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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심원후는 백초아를 두 팔로 안아 든 채, 서둘러 강이주가 있는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백초아는 발목을 삐어 바닥에 발을 디딜 수 없는 상태였다. 어쩔 수 없이 심원후가 백초아를 안고 온 것이었다.심원후 역시 병원에서 강이주와 마주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런데 자신이 아직 백초아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심원후는 얼른 백초아를 옆에 내려놓았다.“원후야...”백초아가 손을 뻗어 심원후를 붙잡으려고 했다.하지만 심원후는 몸을 살짝 비켜 백초아의 손을 피했다.백초아는 다친 발을 들고 선 채, 서러운 표정으로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심원후는 강이주의 앞을 막아섰다.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강이주를 바라보며 물었다.“왜 병원에 있어? 어디 아파?”심원후의 말투에 담긴 걱정은 거짓처럼 들리지는 않았다.하지만 심원후를 상대할 마음이 조금도 없는 강이주는 차갑게 심원후를 흘겨봤다.‘이제 와서 걱정하는 척이야? 지겹지도 않나.’그때 백초아가 한쪽 발로 껑충거리며 심원후의 옆으로 다가왔다.심원후는 급하게 강이주에게 설명했다.“나 백초아랑 아무 일도 없어. 백초아가 나 찾아왔다가 발목을 삐었고, 내가 병원에 데려온 것뿐이야.”드물게도 심원후는 먼저 강이주에게 해명하고 있었다.강이주는 차갑게 웃었다.“너희한테 관심 없어.”그렇게 말한 강이주는 돌아서서 수납 창구로 가려고 했다. 구기빈의 입원 수속을 먼저 처리해야 했다.하지만 강이주가 자신을 무시하고 지나가려 하자, 심원후는 다급히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잡으려고 했다.강이주는 곧바로 손을 휘둘러 심원후의 손길을 쳐냈다.그 바람에 강이주가 들고 있던 서류들이 허공에 흩어지듯 바닥으로 떨어졌다.강이주는 짜증이 확 치밀었다.‘정말 끝까지 사람 귀찮게 하네.’강이주는 감정을 억누르며 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서류들을 주웠다.심원후도 그 모습을 보고 몸을 숙여 도우려 했다.하지만 검사 결과지 위에 적힌 구기빈의 이름을 보는 순간 심원후의 손끝이 멈췄다.“구기빈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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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강이주의 손은 아직 허공에 들려 있었다.조금 전 강이주는 때릴 듯한 자세만 취했을 뿐, 백초아에게 손끝 하나 닿지 않았다.그런데도 백초아는 스스로 피하려다 넘어져 발목까지 더 다쳤다.강이주는 바닥에 주저앉아 울부짖는 백초아를 내려다보며 기가 막혔다.‘나를 물고 늘어지려고 자기 몸까지 저렇게 굴리는 거야?’‘저 집요함은 정말 못 따라가겠네.’강이주는 스스로도 백초아 같은 방식은 흉내 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그만큼 백초아는 자기 자신에게도 무자비했다.강이주는 그 자리에 선 채, 비웃음 어린 눈으로 바닥에서 앓는 백초아를 바라봤다.백초아의 수법은 매번 똑같았다.불쌍한 척, 다친 척, 억울한 척.그런데 이상하게도 심원후에게는 그 방식이 늘 먹혀 들었다.백초아 본인은 질리지도 않는 모양이었지만, 강이주는 보는 것만으로도 지겨웠다.다만 예전과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평소라면 누구보다 먼저 백초아에게 달려갔을 심원후가 이번에는 옆에 선 채 움직이지 않았다.심원후의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백초아에게 향해 있지 않았다.그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강이주만 바라보고 있었다.머릿속은 온통 강이주가 구기빈과 함께 병원에 왔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심원후의 시선이 강이주에게만 붙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백초아는, 심원후가 자신을 전혀 보지 않는다는 사실에 더 서럽고 분했다.그래서 일부러 울음소리를 더 키웠다.강이주의 눈빛은 더 차가워졌다.강이주는 천천히 시선을 거두며 코웃음을 쳤다.“여기서 가식 떨면서 계속 울어봤자 달라지는 거 없어. 그럴 시간 있으면 네 발목부터 봐. 그러다 진짜 못 쓰게 되면 손해 보는 건 너야.”말을 마친 강이주는 몸을 돌렸다.심원후는 강이주를 따라가려고 했지만 강이주가 곧바로 걸음을 멈추게 했다.강이주는 혐오감이 어린 표정으로 심원후를 바라봤다.“네가 데려온 사람인데 창피하지도 않아?”심원후의 발걸음이 멈췄다.그제야 심원후는 바닥에 쓰러진 채 발목을 붙들고 계속 울고 있는 백초아를 제대로 보았다.백초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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