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Bab 241 - Bab 250

298 Bab

제241화

기사가 떠난 뒤,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등산을 시작했다.강이주는 구희라가 연결해 준 덕분에 ‘두루미’ 비서의 연락처를 추가할 수 있었다.‘두루미’ 비서의 SNS를 훑어보던 강이주는 그제야 깨달았다. 그 비서 역시 온라인으로만 ‘두루미’와 연락할 뿐, ‘두루미’의 실제 얼굴은 본 적이 없었다.이번 등산에도 비서는 따라오지 않았다.강이주는 비서의 지난 SNS 게시물을 살피다가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비서는 SNS에 추상적인 투즈키 인형 키링 사진을 올려 두었다.그 키링은 강이주가 예전에 ‘두루미’ 계정에서 본 적이 있는 물건이었다.비서가 적은 글은 이랬다.[드디어 우리 ‘보스’가 찾던 투즈키 키링을 구했어요! 세상에. 단종된 키링 하나 때문에 ‘보스’가 공장 하나를 통째로 사 버렸어요... 진짜 스케일 미쳤네요.]‘투즈키 키링...’강이주는 사진을 눌러 확대했다. J시에 있는... 문 닫기 직전의 인형 공장이었다. 예전에 이 공장은 투즈키 키링과 각종 굿즈를 만들어 크게 유행시킨 적이 있었다.한때 투즈키 열풍까지 불었지만, 유행이 지나간 뒤 공장은 점점 기울었다. 해당 투즈키 키링도 단종된 상태였다.강이주는 ‘두루미’가 투즈키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의외였다. 더구나 그 키링 하나 때문에 공장까지 되살렸다는 점은 더 뜻밖이었다.강이주는 핸드폰을 임설에게 건넸다.“사람 보내서 이 공장 좀 알아보라고 해. 뭐라도 건질 수 있는지 확인해 봐.”곧바로 핸드폰을 꺼낸 임설은 사람을 시켜 공장을 찾아보게 했다.임설은 벌써 숨이 차기 시작했다. 역시 평소에 운동이 부족한 탓이었다.강이주는 임설을 데리고 길가 한쪽에 멈춰 세운 뒤, 물 한 병을 건넸다.강이주가 임설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너도 가끔은 밖에 나와서 운동 좀 해야겠다.”강이주의 호흡은 임설에 비해 훨씬 안정적이었다.임설은 난처한 표정으로 웃으며 물을 마셨다. 허리를 숙인 채 두 손으로 무릎을 짚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강이주는 임설의 가방을 열어 안에 있던 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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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구기빈이 입꼬리를 올렸다.“같이 갈래?”구기빈은 강이주에게 함께 산에 오르자고 권했다.강이주는 그 제안을 듣고도 거절하지 않았다.“그래.”강이주가 동의하자, 구기빈이 손을 내밀었다.“가방 줘.”강이주는 괜찮다고, 자신이 메고 가겠다고 말하려고 했다.하지만 구기빈은 이미 부드러운 손길로 강이주의 배낭 끈을 잡고 있었다.구기빈이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이자, 강이주는 결국 배낭을 넘겼다.유예준도 곧장 강이주 손에 든 봉투를 받아 들었다.“이주 씨, 이건 제가 들게요.”하마터면 ‘제수씨’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했지만, 유예준은 가까스로 말을 돌렸다.강이주가 거절할 틈도 없이 손에 있던 봉투 두 개가 사라졌다.그뿐만이 아니었다. 유예준은 눈치 빠르게 임설에게도 배낭을 넘기라고 했다.임설이 손을 저으며 괜찮다고 했지만, 유예준의 고집을 이기지 못했다.유예준은 배낭을 멘 뒤, 손에 든 봉투를 뒤에 있던 남자에게 던지듯 넘겼다.“야, 너도 손 비워 두지 말고 들어.”남자는 얼떨결에 봉투를 받아 들었다.다시 그 남자를 바라보는 강이주의 눈빛에는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구기빈이 먼저 소개했다.“예준이 사촌동생, 유천훈.”구기빈은 고개를 돌려 유천훈에게도 말했다.“천훈아, 이쪽은 강이주 씨.”유천훈이 먼저 강이주에게 인사했다.“이주 누나.”말을 마친 유천훈은 강이주를 향해 해맑게 웃었다.강이주는 그 한마디에 괜히 쑥스러워졌다.유예준이 유천훈의 어깨를 툭 쳤다.“센스 있네.”그러고는 유천훈을 끌고 앞쪽으로 걸어갔다.곁눈질로 강이주와 구기빈을 바라보던 임설은, 입을 가리고 몰래 웃으며 유예준 일행 뒤를 따랐다.자연스럽게 구기빈과 강이주에게 둘만 있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준 것이다.임설은 예전부터 구기빈이 강이주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사람의 눈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강이주를 본 뒤부터 구기빈의 눈길은 줄곧 강이주에게 머물러 있었다. 좀처럼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리지 못했다.구기빈이 강이주에게 말했다.“전에 천훈이랑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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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구기빈은 그렇게 말하며 강이주를 바라봤다.“봐. 내 정성이 통했는지 결국 원하는 대로 됐잖아.”구기빈이 꽤 즐거워하고 있다는 걸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강이주는 말없이 곁에 선 남자를 바라봤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구기빈이 이런 말을 하는 모습은 어딘가 귀여웠다.자신은 또 다른 구기빈의 모습을 본 셈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를 모습을.자신이 구기빈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깨닫자, 강이주는 당황해 시선을 돌렸다.마침 시선은 앞쪽으로 향했다.그곳에는 유예준과 유천훈의 뒷모습이 보였다.강이주는 그제야 유천훈이 등산 가방을 메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가방은 꽤 오래된 물건처럼 보였다.그런데... 강이주는 유심히 바라봤다.‘어디서 본 것 같은데.’분명히 눈에 익었다.강이주는 한참 생각했지만, 어디서 봤는지는 끝내 떠오르지 않았다.“뭘 그렇게 봐?”구기빈이 강이주의 시선을 따라 앞을 보았다.강이주가 유천훈을 보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구기빈은 곧바로 기분이 상했다.‘다른 남자를 뭐 하러 그렇게 봐.’구기빈은 걸음을 빨리해 강이주 앞쪽으로 나서면서 그대로 강이주의 시야를 막아 버렸다.강이주는 구기빈의 마음속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유씨 집안에 저런 사람도 있었어?”유천훈은 평소에 조용히 지내는 편이라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거의 없었다.구기빈이 가볍게 목소리를 가다듬었다.“그렇게 궁금해?”“그건 아니고.”강이주는 솔직하게 대답했다.“그 가방이 좀 낯이 익어서.”강이주의 말에 구기빈도 다시 유천훈 쪽을 바라봤다.“저 가방, 천훈이가 10년 넘게 메고 다닌 거야. 명각사 혜각 스님이 사 주신 거라서 엄청 아껴. 평소엔 남이 손대는 것도 싫어해.”혜각 스님은 명각사의 주지스님이다. 유천훈이 절에서 지낼 때 스승처럼 따랐던 사람이기도 했다.그 가방에는 사연이 있었다.어릴 때 유천훈이 산비탈에서 굴러 떨어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쓰던 가방을 끝내 찾지 못했다. 어린 유천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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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일행이 천천히 산꼭대기까지 올라갔을 때는 이미 두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유천훈은 모두에게 짧게 인사를 건넨 뒤 먼저 자리를 떠났다.유예준이 옆에서 설명했다.“저 녀석은 산에 올라오면 바로 혜각 스님 뵈러 가거든요.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명각사는 기빈이도 잘 아니까, 기빈이한테 여기저기 안내를 받으세요.”유예준은 산을 다 오르고 나니 완전히 지쳐 있었다.지금 유예준에게 가장 필요한 건 유천훈이 절에서 쓰는 방에 가서 잠깐 드러누워 쉬는 일이었다. 체력부터 회복해야 했다.그렇게 생각한 유예준은 구기빈에게 한마디를 남긴 뒤 곧장 도망치듯 사라졌다.임설도 옆에서 말했다.“저는 그냥 주변 좀 둘러볼게요. 구 대표님, 우리 대표님 향 올리고 기도하러 가실 건데 부탁드릴게요.”임설은 절 안을 돌아다니면서, 주변 사람들 중에 찾고 있는 ‘두루미’가 있는지 살펴볼 생각이었다.임설까지 떠나자, 곧 강이주와 구기빈만 남았다.“가자. 내가 데려다 줄게.”구기빈이 먼저 앞장섰다.강이주는 구기빈의 뒤를 따라 걸었다.향을 올리고 난 뒤, 구기빈은 강이주를 데리고 절 뒤쪽으로 향했다.구기빈이 강이주를 데려간 곳은 후원에 있는 천년 된 느티나무 아래였다. 나뭇가지에는 저마다 다른 소원이 적힌 소원 리본이 빼곡하게 묶여 있었다.바람이 불 때마다 리본들이 부드럽게 흔들렸다. 대나무 패가 달린 리본끼리 부딪히며 맑은 소리도 냈다.강이주는 느티나무 아래에 서서 눈앞에서 흔들리는 리본들을 바라봤다.사업이 잘되길 바라는 소원도 있었고, 학업을 비는 소원도 있었다. 가족의 건강과 평안을 바라는 글도 많았고, 사랑을 비는 리본도 적지 않았다.강이주가 무심코 가까운 소원 리본 하나를 잡고 읽는 데 빠져 있을 때, 구기빈이 새 소원 리본 두 장을 들고 다가왔다.“쓸래?”강이주는 구기빈 손에 들린 리본을 바라봤다.여기까지 온 김에 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강이주는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두 장이나 챙겨 왔는데, 내가 안 쓰면 너무 성의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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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강이주는 잠시 그 자리에 머물렀다. 구기빈은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아직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았다.강이주는 구기빈에게 작은 목소리로 잠깐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법당을 나와 명각사 후원 쪽을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후원은 고요했다. 산사 특유의 차분한 기운이 사방에 내려앉아 있었다.그렇게 걷던 강이주는 유천훈의 모습을 발견했다.유천훈은 어느새 수수한 차림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손에는 벼루와 붓을 들고 있었고, 칠이 벗겨진 기둥의 글자에 금색 선을 다시 입히고 있었다.위쪽의 글자에는 손이 닿지 않았다. 유천훈은 옆에 있던 사다리를 끌어와 그 위로 올라갔다.그제야 벼루와 붓을 사다리 아래에 놓고 올라왔다는 걸 알아차렸다.다시 내려오려던 때, 강이주가 벼루를 들고 유천훈에게 건넸다.“여기.”유천훈은 허리를 숙여 벼루를 받아 들었다.“감사합니다, 이주 누나. 기빈이 형은요? 왜 같이 안 계세요?”강이주는 솔직하게 답했다.“기빈이 형은 스님이랑 공양금 얘기하는 중이야. 나는 그사이에 잠깐 둘러보러 나왔고.”“그렇군요.”유천훈은 다시 글자의 금색 선을 차분히 덧그리기 시작했다. 입가에는 예의 바른 미소가 걸려 있었다.“이주 누나는 어떻게 명각사까지 오시게 됐어요? 기분 전환하러 오신 거예요?”“그냥 내 이름을 불러도 돼.”강이주는 조금 민망한 듯 제안했다.유천훈이 자신을 누나라고 부르는 게 어쩐지 어색했다.유천훈은 고개를 저었다.“제가 누나랑 기빈이 형보다 훨씬 어리잖아요. 누나라고 부르는 게 맞죠. 기본 예의라고 생각합니다.”그 말에 강이주는 딱히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유천훈이 다시 물었다.“누나, 아직 제 질문에 대답을 안 해 주셨어요.”유천훈의 말에 강이주는 그제야 자신이 답을 하지 않았다는 걸 떠올렸다.강이주가 미안한 듯 말했다.“아, 미안. 일부러 안 한 건 아니야. 명각사가 영험하다는 얘기를 들어서. 올라온 김에 향도 올리고, 올해 일이 잘 풀리게 해 달라고 빌려고 왔어.”어떤 의미에서는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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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유천훈은 책상 앞에 서 있었다. 책상 위에는 두루마리 한 폭이 펼쳐져 있었다.며칠 전, 새로 온 어린 사미승이 장경각을 청소하다가 창문을 닫는 걸 깜빡했다.마침 한밤중에 큰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창가에 놓여 있던 글씨와 그림 몇 점이 비에 젖고 말았다.혜각 스님은 유천훈을 찾아와 어떻게든 복원할 방법이 있는지 봐 달라고 했다.그 글씨와 그림들은 모두 유천훈이 명각사에서 지내며 그린 것들이었다.유천훈은 차라리 새로 그리겠다고 말하려고 했다.하지만 혜각 스님은 아직 살릴 수 있는 것이라면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지금 유천훈은 고개를 숙인 채 복원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다.바쁘게 움직이는 유천훈 곁에서 혜각 스님이 가끔 한두 마디 말을 건넸다.강이주는 지금 다가가면 예의가 아닐 것 같았다.강이주는 옆에 있던 어린 스님에게 핸드폰을 건넸다.“유천훈 씨에게 이것 좀 전해주세요.”말을 마친 강이주는 조용히 돌아섰다.강이주는 알지 못했다. 어린 스님이 핸드폰을 유천훈 앞으로 가져갔을 때, 유천훈이 마침 강이주가 떠나는 뒷모습을 봤다는 것을.유천훈은 책상 위에 놓인 핸드폰을 바라보면서,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강이주가 후원 소원나무 쪽으로 돌아왔을 때, 구기빈은 한참 전부터 강이주를 찾고 있었다.강이주의 핸드폰은 가방 안에 있었고, 그 가방은 구기빈이 메고 있었다.구기빈이 걱정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보자, 강이주가 미안한 듯 말했다.“미안. 아까 천훈이 단청에 덧칠하는 걸 보면서 잠깐 구경했어. 그러다 천훈이 핸드폰을 두고 가서 가져다주러 갔고. 내 핸드폰은 가방 안에 있었어.”“일부러 멀리 가서 당신 걱정시키려던 건 아니야.”말끝으로 갈수록 강이주의 목소리에는 힘이 빠졌다.강이주는 조금 전 구기빈에게 멀리 가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했었다.하지만 방금 후원에서 앞쪽 법당 근처까지 다녀왔다. 거리로 따지면 확실히 멀었다.구기빈이 찾지 못해 걱정한 것도 당연했다. 게다가 연락도 닿지 않았으니 더 그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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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여전히 투즈키 키링이 찍힌 그 SNS 게시물이었다.강이주는 사진을 확대하더니, 한쪽 귀퉁이에 살짝 나온 배낭을 가리켰다.“내가 왜 유천훈 씨의 가방이 낯이 익다 했더니, 두루미 비서 SNS에서 본 거였어.”강이주는 확신까지는 하지 못했다.사진 속에는 가방의 아주 작은 부분만 나와 있었고, 전체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당신이 봐도 좀 닮은 것 같지 않아?”구기빈은 강이주의 말에 따라 사진 속 가방을 자세히 들여다봤다.“닮긴 닮았어. 그런데 이런 배낭은 워낙 흔해서 이것만으로는 단정하기 어렵지.”구기빈의 말도 맞았다.유천훈이 멘 배낭은 너무 흔한 디자인이었다.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을 법한 물건이었다.산길에서 50명을 붙잡으면, 그중 두세 명이 이 배낭과 비슷한 걸 메고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강이주는 이번에는 투즈키 인형 사진을 눌렀다.“유천훈 씨가 투즈키 좋아해?”구기빈은 사진 속 인형을 보더니 대답했다.“그건 예준이한테 물어봐야 해. 잠깐만.”구기빈은 곧바로 유예준에게 전화를 걸었다.10분도 지나지 않아, 유예준이 잔뜩 헝클어진 머리로 두 사람 앞에 나타났다.유예준은 머리를 대충 쓸어 넘기며 하품을 했다.“날 불러낸 이유가 뭔데?”방금 겨우 누웠는데 구기빈 전화 한 통에 끌려 나오다니.유예준은 자신이 무슨 죄를 지었나 싶었다.하필 상대가 마음껏 화낼 수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억울했다.정말 억울했다.유예준은 속으로 자신을 위해 묵념했다.구기빈은 투즈키 인형 사진을 열어 유예준에게 보여 주었다.“천훈이가 투즈키 좋아해?”“아니?”유예준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갑자기 왜 그런 걸...?’‘잠깐!’유예준은 남아 있던 졸음까지 싹 달아났다.바로 깊게 숨을 들이켰다.“설마 천훈이가 무슨 큰 사고라도 친 걸 알아낸 거야? 사람을 해쳤다거나, 어디 불을 질렀다거나 그런 거?”그럴 리는 없었다.구기빈은 유예준의 이마를 가볍게 툭 쳤다.“정신 좀 차려. 상상력이 왜 그렇게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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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점심은 절에서 내어 준 공양으로 해결했다.강이주는 밥을 먹으면서도 유천훈이 정말 ‘두루미’인지 아닌지를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그 탓에 식사하는 내내 어딘가 정신이 팔려 있었다.그 모습을 눈치챈 유천훈이, 웃음기 어린 얼굴로 강이주를 바라봤다.“누나, 절 음식이 입에 안 맞으세요?”유천훈의 말에 강이주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아니, 맛있어.”전부 채식 위주의 음식이었지만 간도 잘 됐고 정갈했다. 맛과 향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유천훈이 소리 없이 웃었다.“다행이네요. 저는 누나가 평소에 좋은 음식만 드셔서, 이런 절밥은 눈에 안 차는 줄 알았어요. 절에는 이런 것밖에 없거든요.”강이주는 얼굴이 조금 굳어졌다.‘내가 방금 생각에 빠져 있어서 오해한 건가?’강이주가 설명하려던 때, 유천훈 옆에 앉아 있던 유예준이 손을 뻗어 유천훈의 뒤통수를 가볍게 때렸다.“야, 이 녀석아. 네 이주 누나는 그런 고생 하나 못 하는 사람이 아니거든. 게다가 누가 감히 명각사 공양이 맛없다고 하겠냐.”유천훈이 어릴 때부터 절에서 지낸 탓에, 유씨 집안은 유천훈의 건강을 위해 꽤 애를 썼다. 예전에는 유명한 요리사까지 명각사로 불러서 사찰 음식 조리법을 전수하게 했을 정도였다.덕분에 명각사의 공양은 꽤 이름이 나 있었다.유예준은 자신의 동생 말을 듣자 속이 부글거렸다. ‘역시 이 녀석은 겉보기처럼 얌전하기만 한 게 아니야.’강이주가 어디에서 유천훈의 마음에 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유예준은 적어도 구기빈의 체면은 세워주라고 눈짓했다.어쨌든 구기빈이 좋아하는 여자였다. 조금은 더 예의를 갖춰도 되는 일 아닌가.유천훈은 어이없다는 듯 유예준을 바라봤다.“형, 자꾸 뒤통수 때려서 내가 바보가 되면... 형이 책임져야 해.”유예준은 대수롭지 않게 손을 저었다.“유씨 집안 재산이면 네가 진짜 바보가 돼도 평생 먹여 살릴 수 있어. 너 굶기지 않고 입히고 재우는 것쯤은 충분하지.”유천훈은 할 말을 잃고 하늘을 올려다봤다.‘고맙네, 참 좋은 형님.’강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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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유천훈의 잘못이었다.유천훈은 자신이 잘못했다고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강이주는 유천훈의 말을 듣고 부드럽게 웃었다.“괜찮아.”유천훈의 태도가 왜 달라졌는지는 궁금했지만, 강이주는 그 일을 마음에 담아 두지 않았다.점심을 먹은 뒤, 강이주는 구기빈과 함께 절 안을 천천히 걸었다.두 사람 사이에 끼어서 방해하고 싶지 않았던 임설은, 강이주에게 말한 뒤 다시 혼자 절 안을 돌아다니며 살피기 시작했다.사실 오늘 강이주는 ‘두루미’를 꼭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가진 정보가 너무 적었다.이제는 ‘두루미’와 반드시 협업해야겠다는 집착도 많이 내려놓은 상태였다.그저 순수하게 궁금했다.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이렇게까지 정체를 숨기는지.그렇게 생각하던 때, 강이주의 핸드폰에서 알림음이 울렸다.핸드폰을 꺼내 확인한 강이주는 놀랐다.어제 다시 보냈던 ‘두루미’ 친구 추가 요청이 수락되어 있었다.뜻밖의 일이었다.강이주는 새로 열린 빈 채팅창을 바라보다가 메시지를 입력했다.[안녕하세요!]상대는 답하지 않았다.강이주는 이미 익숙하다는 듯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대신 상대의 프로필을 눌러 SNS로 들어갔다.그런데 바로 1분 전, ‘두루미’가 새 게시물을 올려 두었다.사진 속 장소는 강이주가 처음 도착했을 때 구기빈이 데려갔던, 소원 리본을 묶는 그 커다란 느티나무였다.사진 한 장뿐이었다.글은 없었다.딱 ‘두루미’다운 방식이었다.구기빈은 강이주가 핸드폰으로 뭔가를 살펴보는 걸 보자, 참지 못하고 고개를 가까이했다.구기빈도 그 사진을 보았다.“여기는 소원 리본 묶는 곳이잖아.”구기빈은 이어 프로필 사진까지 확인했다.먹으로 그린 듯한 검은 ‘두루미’가 날개를 펼친 그림이었다.개성이 강하긴 했다.구기빈은 프로필 사진만 보고도, 이 사람이 강이주가 찾던 ‘두루미’라는 걸 알아차렸다.구기빈의 목소리가 착 가라앉았다.“오늘 명각사에 온 거 ‘두루미’ 찾으러 온 거야?”이제 와 강이주가 아니라고 해도, 구기빈은 믿지 않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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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구기빈은 잠시 생각하더니 강이주에게 말했다.“내 쪽에서도 진호한테 알아보라고 할게.”사람이 하나 더 붙으면 그만큼 가능성도 늘어날 것이다.강이주는 거절하지 않았다.“그래. 못 찾으면 어쩔 수 없고. 지금은 그냥 그 사람이 누군지 궁금한 거야. 꼭 그 사람이어야만 하는 건 아니야.”“게다가 직접 만나서 부탁한다고 해도, 받아 줄지 안 받아 줄지는 모르는 거잖아.”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봐도, 강이주는 상대가 꽤 특이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성격도 만만치 않을 가능성이 컸다. 그런 사람이라면 실제로 마주했을 때 상대하기 쉬울지 알 수가 없었다.괜히 어렵게 찾아내 놓고도, 함께 일하기 까다로운 사람이라면 신경 쓸 일만 더 늘어날 수도 있었다.강이주는 차라리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두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구기빈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지금 가서 운을 한번 시험해 볼래?”게시물이 올라온 지 겨우 6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 가면 어쩌면 마주칠 수도 있었다.결국 두 사람은 함께 느티나무 아래로 향했다.그곳에는 이미 꽤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강이주는 끊임없이 오가는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머리가 지끈거리는 기분이 들었다.도무지 누가 ‘두루미’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그 상태가 되자, 강이주는 그냥 포기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구기빈도 주변을 세심하게 살폈다. 한참 뒤에야 강이주에게 말했다.“아마 이미 떠난 것 같아.”구기빈은 어쩌면 상대가 일부러 강이주에게 보라는 듯 그 게시물을 올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강이주는 고개를 끄덕였다.구기빈의 시선은 주로 주변 가장자리 쪽에 머물렀다.혹시 상대가 어딘가에 숨어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하려는 듯했다. 수상한 사람이 있다면 바로 찾아낼 생각이었다.하지만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그저 오가는 방문객들뿐이었다.사람들은 각자 할 일을 하고 있었고, 강이주와 구기빈 쪽을 일부러 훔쳐보는 시선도 보이지 않았다.강이주는 천천히 시선을 거두고,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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