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Chapter 381 - Chapter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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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1화

하지만 구희라는 달랐다.구희라는 허도민에게 그동안 쓴 돈이 적지 않았다. 적어도 수억 원은 훌쩍 넘었다.그 돈을 구희라는 한 번도 제대로 따져 본 적이 없었다.어쨌든 연애하던 시절, 구희라 자신이 좋아서 쓴 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런데 허도민이 굳이 찾아와서 구희라를 역겹게 만들겠다면, 구희라도 가만히 당해 줄 이유는 없었다.강이주는 구희라가 한때 사귀었던 정 때문에 허도민에게 차마 손을 쓰지 못할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그런데 구희라가 바로 되받아쳤다는 말을 듣자, 강이주는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잘했어.”“지가 뭐라고 내 앞에서 얼쩡거리면서 사람 속을 뒤집어.”구희라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라앉혔다.“안 되겠다. 아직도 화가 안 풀려. 쇼핑 좀 해야 진정될 것 같아.”허도민이 일부러 다정한 척하던 모습을 떠올리기만 해도 구희라는 속이 울렁거렸다.예전에는 강이주를 보며 ‘연애만 하면 판단력이 흐려진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니 자기 역시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그래도 다행이었다. 두 사람 모두 늦기 전에 정신을 차렸으니까.강이주는 마침 구기빈에게 줄 선물을 사고 싶던 참이라, 구희라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월드트레이드몰에 도착하자마자 남성복 매장들이 모여 있는 층으로 향했다.“우리 오빠 옷 사 주려고?”강이주가 옷을 진지하게 고르는 모습을 보며 구희라가 놀란 듯 물었다.‘두 사람 사이가 벌써 이렇게 빨라졌다고?’‘대체 내가 놓친 게 얼마나 되는 걸까?’강이주는 이미 밝은 색감의 캐주얼 웨어를 여러 벌 골라 둔 상태였다. 이번에는 넥타이를 보고 있었다.강이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그 사람 옷장은 흑색, 백색, 회색밖에 없잖아. 너무 단조로워.”공식적인 자리에서 입는 정장은 괜찮았다. 하지만 구기빈은 피부가 하얀 편이라, 사적인 자리에서까지 늘 그런 색만 입으면 너무 점잖아 보였다.아직 서른도 안 된 사람인데 말이다.강이주가 그렇게 말하자 구희라도 자기 오빠의 옷차림에 할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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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쇼핑을 마친 뒤, 구희라는 강이주를 끌고 식사까지 했다.그러다 구기빈이 이미 강이주 집에 들어와서 지내고 있다는 말을 듣자, 구희라는 크게 놀랐다.역시 속 깊고 음흉한 능구렁이 오빠다웠다.‘벌써 이주 집에 자연스럽게 들어앉았다고?’구희라와 강이주가 돌아왔을 때, 거실 소파에는 집주인처럼 앉아 있는 남자가 있었다.“하이, 우리 사랑하는 오빠.”구희라는 생글생글 웃으며 구기빈에게 인사했다.구기빈은 다소 못마땅한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새로 고친 네 집도 이제 입주 가능하다면서. 여긴 네 자리 없어.”말뜻은 분명했다. 눈치껏 빠져서 강이주와의 둘만의 시간을 방해하지 말라는 뜻이었다.구희라는 얼굴에서 웃음을 거두고 손을 휘휘 저었다.“알았어, 알았어. 나도 낄끼빠빠는 아니까 방해 안 할게.”그러더니 구기빈 옆에 털썩 앉으면서 손바닥을 내밀었다.“입막음비야.”구기빈이 그녀를 슬쩍 흘겨보았다.“전에 준 카드에 진호 시켜서 10억 원 넣어 뒀어.”그 카드는 아직 구희라가 가지고 있었다.구기빈의 말을 듣자 구희라의 얼굴에 곧장 아부 섞인 미소가 떠올랐다.구희라는 강아지처럼 구기빈의 어깨를 두드렸다.“역시 우리 오빠가 최고야. 그럼 나 먼저 갈게. 얌전히 빠져 줄 테니까 우리 새언니랑 감정 많이 키워.”강이주가 편한 실내복으로 갈아입고 내려왔을 때, 집 안에는 이미 구희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강이주는 물 한 잔을 따라 들고 구기빈 옆에 앉았다.“희라 갔어?”“응.”구기빈이 대답했다.“걔는 너무 시끄러워. 머리가 다 아프다.”말은 싫어하는 듯했지만, 그 안에는 묘한 애정이 묻어 있었다.구희라가 시끄러운 건 사실이었다. 구기빈이 투덜대는 것도 진심이었다. 그래도 그는 꽤 많이 봐주는 오빠였다.다만 이제 막 강이주에게 관계를 확인받은 참이었다. 아내처럼 사랑스러운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도 당연했다.강이주는 잠시 생각하다가 허도민의 일을 구기빈에게 말하기로 했다.구희라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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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구기빈은 강이주가 자기 입을 꽉 막고 있어도 그대로 두었다.그리고 강이주의 말을 들으며 그저 웃고 있었다.저항하지도 않았다. 눈빛에는 애정이 가득했다.귓가에는 강이주의 불만 섞인 중얼거림이 이어졌다. 강이주가 말을 쏟아 내고 난 뒤에야 구기빈은 팔을 뻗어 아내의 허리를 감았다.이어 자신의 입을 막고 있던 강이주의 손바닥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강이주가 손을 놓자, 구기빈은 웃으며 놀렸다.“왜? 당신이 보는 눈이 없어서 그런 남자를 골랐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의견 좀 내면 안 돼?”“강 대표, 너무 심한 거 아니야? 나 이의 있어. 맞아, 질투했어. 그렇게라도 해야 당신 눈에 내가 들어오지.”구기빈은 몸을 기울여 강이주의 입가에 입을 맞췄다.“결과적으로 성공했잖아. 지금 내가 당신 곁에 있고 당신 남자가 됐다는 건, 내가 선견지명이 있었고, 또 내 몫을 직접 빼앗아 왔다는 뜻이야.”“나 꽤 자랑스럽거든.”구기빈은 당당한 얼굴이었다.그 몇 마디에 강이주는 금세 기분이 풀렸다.강이주는 두 손으로 구기빈의 얼굴을 감싸 쥐고, 내려다보았다.“그래, 그래. 당신 말이 다 맞아. 당신 자리는 당신이 직접 싸워서 얻은 거야. 나를 좋아해 줘서 고마워. 포기하지 않아 줘서 고마워.”“최악의 남자를 겪고도 이렇게 좋은 당신을 만날 수 있어서 고마워. 하늘이 나를 아주 버리진 않았나 봐.”“구기빈, 난 정말 당신이 좋아. 아주 많이. 너무 좋아. 당신이랑 평생 같이 있고 싶어.”강이주는 이 기회를 빌려 마음을 활짝 열고 고백했다.사랑은 언제든 상대에게 알려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강이주도 실패한 연애를 겪은 뒤에, 다시 이렇게 온 마음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그녀는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특히 상대가 구기빈이라면 더더욱.강이주에게 고백을 들을 때마다 구기빈의 마음은 크게 흔들렸다.남자의 눈빛은 깊고 뜨거웠다. 강이주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숨길 수 없는 애정이 담겨 있었다.“나도 당신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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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하루하루가 천천히 지나고 마침내 패션쇼 당일이 되었다.강이주는 일부러 이른 아침부터 행사장으로 향했다.전날 양수은을 접대하다가 술을 조금 많이 마신 탓에 관자놀이가 은근히 욱신거렸다.왠지 몰라도 아침에 눈을 뜬 뒤부터 가슴이 몇 번 빠르게 뛰었다.괜히 불안했다.결과적으로, 그 불안에는 이유가 있었다.강이주는 일부러 일찍 출발했는데도 아침부터 도로 한복판에 갇혔다.다행히 류남정은 이미 행사장에 도착해 있었다.강이주는 고가도로 위에서 꼼짝 못 하고 막힌 데다, 뒤차에 추돌까지 당했다.그녀는 보험사에 연락해 사고 접수를 하는 중이었다.찌그러진 범퍼를 보자 절로 한숨이 나왔다.감정을 억누른 강이주는 겨우 사고 처리를 마친 뒤, 임설에게 연락해 정비소 사람을 불러 달라고 부탁했다.이후 자신은 택시를 잡아 행사장으로 향했다.쇼장 쪽은 류남정이 직접 지휘하고 있어서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강이주는 백스테이지를 한 바퀴 확인한 뒤, 행사장 쪽으로 나왔다.양수은은 와인빛 드레스를 입고 천천히 강이주 앞으로 걸어왔다.“강 대표.”“양 대표님.”강이주는 미소를 지었다.“좌석으로 안내해 드릴게요.”강이주는 가장 시야가 좋은 자리를 양수은에게 남겨 두었다.양수은을 자리로 안내한 뒤, 강이주는 잠시 그녀 옆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얼마 지나지 않아 장숙연과 강서규도 도착했다.강서규는 그동안 치료 효과가 제법 좋았다.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을 수 있을 정도였지만, 오늘 같은 자리에서는 무리하지 않도록 휠체어를 탔다. 장숙연이 휠체어를 밀고 행사장 안으로 들어왔다.강이주는 양수은에게 양해를 구한 뒤 부모님 쪽으로 걸어갔다.그녀는 휠체어를 넘겨받고 강서규와 장숙연을 양수은의 옆자리로 안내했다.“아빠, 엄마. 이분은 양수은 대표님이세요. 전에 부족했던 원단을 흔쾌히 양보해 주신 분이에요.”강이주가 먼저 양수은을 소개했다.강서규와 장숙연은 곧바로 양수은에게 인사를 건넸다.양수은도 고개를 끄덕였다.“강 회장님, 사모님.”강이주는 다른 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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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양수은은 웃으면서 장숙연에게 강이주의 칭찬을 이어 갔다. 강이주를 바라보는 눈빛은 볼수록 다정했다.강서규는 양수은을 슬쩍 바라보면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양수은이 자꾸 강이주 쪽으로 화제를 돌리는 것이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졌다.하지만 양수은의 말과 태도는 모두 강이주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쪽에 가까웠다.‘정말 내가 예민하게 생각한 걸까?’그사이 양수은은 장숙연과 꽤 친해져 있었다. 두 사람은 강이주의 현재 이야기에서 시작해, 어린 시절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웠는지까지 이야기를 나눴다.마지막에는 장숙연이 강이주가 어느 병원에서 태어났는지까지 말하게 되었다.양수은은 들으며 맞장구를 쳤고, 자연스럽게 자기 아들 이야기도 꺼냈다. 두 어머니는 공감대를 찾은 듯 서로의 자식 이야기를 계속했다.그제서야 강서규의 의심도 조금씩 사라졌다.처음에는 양수은에게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지 경계했다.그런데 지금 보니, 어쩐지 양수은은 자기 아들의 짝을 찾으러 온 사람처럼 보였다.강서규가 들을수록 그런 느낌은 더 짙어졌다.양수은은 거의 자기 아들의 사진을 장숙연 앞에 꺼내 놓고 말할 기세였다.“그런데 강 대표는 만나는 사람이 있나요? 제 아들도 꽤 괜찮거든요. 강 대표보다 한 살 어리긴 하지만요.”“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연상연하도 흔하다고 하잖아요. 다만 강 대표에게 남자친구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저번에 보니까 곁에 있던 남자가 강 대표를 꽤 다정하게 챙기던데요.”양수은은 구기빈을 떠올리며 말했다.장숙연과 강서규는 그제야 속으로 상황을 이해했다.장숙연은 웃으며 대답했다.“이주의 연애는 저희가 부모라고 해서 함부로 끼어들 일은 아니지요.”특히 강이주가 심원후와 그런 일을 겪은 뒤에는 더욱 그랬다.장숙연도 강서규도 이제는 강이주가 행복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구기빈은 두 사람 앞에서 강이주를 향한 마음을 솔직히 밝힌 적이 있었다. 그 일을 겪은 뒤, 장숙연은 강이주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다.중풍에 걸린 이후 강서규는 핸드폰을 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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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준비는 어때?”구기빈이 물었다.“내가 도와줄 일 있어?”강이주가 대답했다.“괜찮아. 다 준비됐어.”이 정도 일을 구기빈까지 나서서 도와야 한다면 지나친 낭비였다.구기빈은 평소의 차갑고 날 선 분위기와 달리, 오늘은 한결 부드러운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이 남자의 변화와 행동은 오늘 패션쇼에 참석한, 그를 아는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어떤 사람들은 구기빈이 다른 사람으로 바뀐 게 아닌가 의심할 정도였다.그럴 수밖에 없었다. 늘 차갑기만 하던 구기빈이 강이주 앞에서 저렇게 다정하다니.강이주가 누구인가?한때 구기빈이 모든 기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비꼬았던 상대였다.그때 구기빈이 뭐라고 했던가?강이주의 눈에 심각하게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안과에 가서 눈을 제대로 뜬 건지 확인해 보라고 했다.강이주는 곧장 사진 한 장으로 맞받아쳤다. 자신의 눈이 얼마나 정확한지 보여주기라도 하듯이.그러자 구기빈도 곧장 SNS에 사진을 올리며 맞받아쳤다. 강이주의 말이 우습다는 듯, 대놓고 비꼬는 사진이었다.순식간에 댓글창은 팝콘각이 됐다. 사람들은 두 사람의 신경전을 구경하느라 난리가 났다.하지만 결국 두 사람의 싸움은 별다른 결론 없이 흐지부지 끝났다.강이주는 구기빈의 유치한 행동을 상대할 가치도 없다고 판단하고 무시해 버렸다.그런데 지금 눈앞의 두 사람이 정말 그때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던 사람들인가?두 사람 사이에서는 살벌한 분위기는 고사하고, 달콤한 기류마저 느낄 수 있었다.이 묘한 연애 냄새는 또 무엇인가?다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자세히 알고 싶지도 않았다.구기빈도 초대받은 귀빈이었다.강이주는 그를 강서규와 장숙연 곁의 자리로 안내했다.마지막으로 백스테이지를 확인하러 가야 했다.그런데 백스테이지로 향하던 도중에 심원후를 마주칠 줄은 몰랐다.심원후는 며칠 전 이미 퇴원했다.듣기로는 퇴원한 다음 날, 심현목이 가족회의를 열고 새로운 후계자를 다시 뽑겠다고 했다고 한다.심순남과 심원후 부자는 심현목의 결정을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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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하지만 심원후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자신에게는 두 사람을 막을 명분이 전혀 없었다.강이주는 참지 못하고 눈을 굴렸다.“너랑 마주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어. 빨리 비켜 줄래? 내 눈 더럽히지 말고.”‘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자기 객관화가 안 될 수 있어?’‘대체 무슨 낯짝으로 이렇게 내 앞에 선 거야?’강이주는 시선을 거두었다. 심원후와 더 얽히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좋게 말할 때 비켜. 별 같잖은 게 다 앞을 막고 서 있네.”강이주에게 심원후는 정말 쓰레기와 다를 바 없었다.심원후는 강이주를 뚫어져라 보았다.“그래도 한때 사랑했던 사이잖아.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그는 강이주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과거의 연애를 꺼냈다.자신이 강이주에게 많은 잘못을 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만회하고 싶었다. 하지만 강이주는 어떤 기회도 주지 않았다.연인이 될 수 없다면, 헤어진 뒤 친구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예전의 강이주는 이렇게 단호한 사람이 아니었다.왜 멀쩡하던 사람이 이렇게 바뀌었는지, 심원후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우웩.”강이주는 가슴팍을 누르며 진짜로 토할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그만 말해. 내가 너를 좋아했다는 사실 자체가 내 인생에서 지워지지 않는 전과처럼 느껴지니까.”그녀는 혐오감을 숨기지 않았다.“내 인생 최대 오점이 너랑 사귄 거야. 그 악몽 같은 연애를 했다는 게 내 평생의 흑역사야. 후회 때문에 속이 다 뒤집힐 정도니까.” “제발 눈치 좀 챙기고 더 이상 내 앞에서 사람 역겹게 하지 마.”오늘이 이렇게 중요한 자리만 아니었어도, 패션쇼를 망치는 것만 아니라면 심원후의 뺨을 몇 대라도 갈겼을 것이다.이 남자가 자기 앞에 나타나 얻어맞을 짓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럴 만했다.강이주는 정말 심원후 때문에 속이 울렁거렸다.겨우 심원후를 때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 뒤, 강이주가 다시 말했다.“잘 들어. 나랑 너는 이제 아무 관계도 없어. 나는 지금 기빈 씨와 함께 있어.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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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강이주가 고개를 돌리자, 한동안 모습이 보이지 않던 백초아가 서 있었다.선명한 붉은색 민소매 원피스를 입은 백초아가 심원후 곁으로 우아하게 걸어왔다.그녀는 자연스럽게 심원후의 팔짱을 끼면서 강이주를 향해 웃었다.“오랜만이네. 잘 지냈어?”백초아가 팔짱을 끼자, 심원후의 눈빛에는 짜증이 스쳤다.그런데도 심원후는 평소와 달리 백초아를 밀쳐 내지 않았다.강이주도 심원후의 짜증을 보았다. 예전 같으면 심원후가 백초아에게 좋은 표정을 지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보니, 자신이 백초아를 너무 얕본 듯했다.강이주는 백초아를 잠깐 훑어본 뒤 시선을 거두었다.이 두 사람이 어떻게 얽히든 자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강이주는 조금도 궁금하지 않았다.백초아 역시 강이주의 냉담한 태도에 익숙한 듯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허리를 곧게 펴고 턱을 치켜든 그녀는 마치 승자처럼 강이주에게 도발적인 미소를 보냈다.“네가 빠져 준 덕에 내가 이 자리까지 왔으니 고맙다고 해야겠네. 나랑 원후, 보름 뒤에 결혼해. 우리 결혼식에 와.”백초아는 가방에서 청첩장을 꺼내 강이주 앞에 내밀었다.백초아와 심원후가 결혼한다는 소식은, 백초아가 직접 말하지 않았더라면 강이주도 아직 몰랐을 것이다.강이주는 티 나지 않게 백초아에게 눈길을 주었다.‘정말 성공한 건가?’강이주는 청첩장을 받을 생각이 없었다. 다만 백초아가 어떤 방법으로 심원후와 결혼까지 끌고 갔는지는 궁금했다.그뿐 아니라 지정애와 심순남까지 설득해야 했을 텐데, 사실 그쪽이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백초아는 청첩장을 든 자세를 유지한 채 웃었다.“진심으로 초대하는 거야. 내 체면 한 번 세워 줄래?”“미안한데, 우리 안 친해. 축의금 한 푼도 주기 싫어.”강이주는 웃는 듯 아닌 듯 말했다.“차라리 길고양이 밥을 사 주는 게 낫겠다.”결혼식에 초대받으면 축의금도 내야 했다.그 장면을 떠올리기만 해도 강이주는 불쾌했다.물론 백초아와 심원후에게 예의를 차릴 필요도 없었다.백초아는 지지 않고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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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백초아의 말이 끝나자마자 심원후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화가 치민 그가 백초아를 뿌리치려고 했다.하지만 백초아는 심원후의 손을 꽉 붙잡고 있었다. 얼굴의 미소도 지워지지 않았다.“왜 그래? 그렇게 화낼 일인가? 난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찔려서 그래?”“아, 알겠다.”백초아는 문득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짓더니 입을 가리고 살짝 웃었다.“강이주 앞에서 들키니까 민망한 거구나? 그런데 강이주는 신경도 안 쓸 텐데.”백초아는 다시 강이주를 보았다.“너도 신경 안 쓰지?”그녀는 질문을 강이주에게 던졌다.심원후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백초아를 보는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백초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심원후가 화를 낼수록 기분이 더 좋아지는 사람 같았다.예전에는 늘 백초아가 자세를 낮추고 심원후를 달랬다. 그런데 무슨 수를 썼는지, 지금 심원후는 답답하게 백초아를 상대하면서도 함부로 하지 못했다.강이주는 차갑게 한마디 했다.“나 끌어들이지 마. 나랑 무슨 상관인데.”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고, 눈빛에는 혐오감이 깔려 있었다.그 말을 들은 백초아가 심원후를 향해 활짝 웃었다.“들었지? 전혀 신경도 안 써. 아직도 네가 대단한 줄 아나 본데, 저 여자 눈에는 넌 아무것도 아니야.”그 말은 충분히 날카로웠다.백초아를 확 뿌리친 심원후가 그녀의 목을 움켜쥐고 음산한 목소리로 경고했다.“경고하는데... 적당히 해. 날 건드리면 다 같이 끝장이야.”남자의 눈빛은 사나웠고, 당장이라도 백초아를 죽일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말과 달리 손에 힘을 세게 주지는 않았다.그래도 눈에 비친 살기는 숨길 수 없었다.강이주는 눈앞에서 갈라져 있는 듯한 두 사람을 보며 어이가 없었다. 이런 장면에 조금도 흥미가 없었다.이유가 무엇이든, 강이주에게는 둘 다 이상한 사람일 뿐이었다.백초아는 심원후의 손을 떼어 내고, 다시 그의 팔을 양손으로 감싸 안았다.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답했다.“알았어. 말 잘 들을게. 이렇게 얌전히 있으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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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백스테이지로 돌아가자, 모델들은 질서 있게 의상을 갈아입고 메이크업을 받고 있었다. 리허설도 빠르게 진행되는 중이었다.류남정 쪽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강이주는 다시 T스테이지가 있는 행사장으로 돌아왔다.구기빈의 곁에 앉은 그녀는 심원후와 백초아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조용히 전했다.“결혼?”구기빈도 분명히 놀란 표정이었다.심원후의 결혼 소식은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그는 며칠 전 심현목이 가족회의를 열고 후계자를 바꾸려 했던 일을 떠올렸다.구기빈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전에 심씨 집안에서 후계자를 바꾸려다 흐지부지됐잖아. 백초아의 등장 때문에 판이 바뀐 걸 수도 있어.”다만 백초아가 대체 무슨 일을 했기에 심현목까지 물러섰는지가 문제였다.강이주는 방금 본 장면을 떠올렸다.분명히 백초아 때문인 건 맞았다.심원후는 백초아를 죽이고 싶어 할 만큼 분노했지만, 정말로 그녀에게 손을 대지는 못했다.마치 백초아에게 약점을 잡힌 사람처럼 보였다.‘백초아가 사라져 있던 그 시간 동안 대체 뭘 한 거지?’‘돌아오자마자 심씨 집안 전체를 이렇게 쉽게 쥐고 흔들다니...’강이주는 그 점이 꽤 궁금했다.구기빈은 강이주의 손을 잡은 채 낮게 말했다.“심씨 집안 일에 당신이 휘말리는 건 싫어,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지?”현재 심씨 집안의 상황을 보면, 이미 잔뜩 흐려져 있어서 다시 맑아지기 어려웠다.심씨 집안의 운명은 그쯤에서 정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구기빈은 심씨 집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강이주가 직접 그 판 안으로 들어가지 않기를 바랐다.구기빈의 말을 들은 강이주는 잠시 놀란 듯 그를 보았다.그러다 곧 웃으며 대답했다.“알았어.”말을 마친 강이주는 다시 T스테이지에 시선을 돌렸다.무대 조명은 이미 조정이 끝났고, 사회자는 마지막 음향 확인을 하고 있었다.문제가 없다면 패션쇼는 예정대로 시작될 수 있었다.심명그룹은 세 번째 순서였고, 강중그룹은 마지막에서 두 번째 순서였다.강이주는 책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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