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Capítulo 621 - Capítulo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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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1화

구희라는 비웃음 어린 눈으로 강이주를 바라봤다. “너희 집안도 한때는 정상에서 바닥까지 추락했잖아. 높은 자리에서 진흙탕으로 떨어져 사람들 발밑에 짓밟히는 기분이 어떤지는 네가 나보다 더 잘 알 텐데. 이제 와서 무슨 고고한 척이야? 나한테 그런 뜬구름 잡는 감정 타령은 그만 해.”“순진한 소리 하지 마. 큰오빠 옆에 그렇게 오래 있었으면 사업판 돌아가는 법쯤은 진작 배웠을 줄 알았어. 사업은 전쟁이야. 전쟁터에서 감정을 논해? 네가 미친 거야, 아니면 내가 바보인 거야?”구희라의 비아냥을 듣는 강이주의 얼굴은 몇 번이나 굳었다가 풀어졌다.강이주는 부끄러움에 고개조차 제대로 들 수 없었다.특히 구희라의 조롱 섞인 시선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강이주의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한 번, 또 한 번...베일 때마다 피가 나는 듯했다.구희라는 핸드폰 화면 속 ‘구기빈’을 가리켰다. “솔직히 말해 줄게. 지금 큰오빠 상태는 그냥 아무것도 못 하는 식물인간이나 마찬가지인 사람이야. 아빠가 그런 사람한테 계속 RG그룹을 맡길 것 같아?”“우리 큰오빠는 다쳤고, 망가졌어. 구씨 집안 총수가 자기 몸 하나 제대로 건사하지 못한다는 소문이 퍼지면 집안 체면은 어떻게 하지? 넌 큰오빠가 그렇게 살아도 받아들일 수 있겠지. 구씨 집안은 못 받아들여.”구희라는 잔인할 만큼 차갑게 말했다. “이주야, 대체 언제 정신 차릴래? 너도 큰오빠가 구씨 집안 총수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네 자리와 강중그룹의 이익을 챙겨 온 건 사실이잖아. 그건 부정할 수 없지.”“이제 큰오빠가 무너졌으니 그 지위가 너에게 주던 후광도 끝이야. 그럼 너랑 강중그룹은 뭐가 남는데?”“네가 아무리 마음이 있어도 지금 너도 다리를 다쳐 침대에서 몸을 추스르는 처지잖아. 그런 네가 강중그룹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아?”구희라는 한마디 한마디 힘을 줘 말했다. “넌 못 지켜. 자기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구희라의 말이 이어질수록 원래도 창백했던 강이주의 안색은 종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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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2화

강이주의 몸이 굳고 신경이 팽팽하게 곤두섰다.아무리 인정하기 싫어도 구희라의 말은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강이주를 깨웠다.구희라는 넋이 나간 듯한 강이주를 가만히 바라봤다.한참 뒤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변했다고 해도 좋아. 널 협박하고 이용한다고 해도 상관없어. 이주야, RG그룹에는 큰오빠가 쏟아부은 것도 많아.”“나도 권력을 갖고 싶어. 이런 내 속마음을 숨길 생각도 없어. 내 살길은 내가 찾아야 하니까. 예전처럼 손 놓고 기다리기만 하면 큰오빠랑 내가 RG그룹 안에서 어떻게 버텨? 그건 생각해 봤어?”구희라는 아예 속에 있던 말을 전부 꺼내 놓기로 했다.강중그룹을 발판으로 삼는 일이 강이주에게 못 할 짓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권력을 포기하는 것과 강이주에게 미안한 사람이 되는 것 사이에서 구희라는 결국 후자를 택했다.구희라의 말을 듣는 동안 강이주의 굳은 표정에도 조금씩 동요가 번졌다.구희라도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너도 지금 큰오빠가 집에서 어떤 처지인지 알잖아. 치료가 더 늦어지면 평생 다시 일어설 기회조차 없어.”“난 주선하를 버리고 간승제를 택했고, 너를 등지고 RG그룹으로 들어가는 길을 택했어. 내가 권력을 손에 쥐어야 나랑 큰오빠가 그 집에서 조금이라도 숨을 쉬고 살 수 있어.”구희라는 잠깐 말을 고른 뒤 이어 갔다. “전에는 작은오빠가 이 숨 막히는 집에서 멀리 떨어져 지내는 게 부러웠어. 그런데 이제 보니 내가 틀렸어.”“아빠는 우리 삼남매가 손잡고 반항할까 봐 처음부터 따로 떼어놓고 키웠어. 작은오빠가 마음속에 아무 원망도 없을 거라고 정말 생각해?”사실 구희라도 답을 알고 있었다.구희도는 오랫동안 해외에 내쳐진 채 돌아오는 것조차 허락받지 못했다. 곁에 남아 있던 형과 여동생을 향해 쌓인 감정이 없을 리 없었다.그 점이 바로 구호민의 무서운 부분이었다. 오랜 세월 눌러 온 구희도의 원망을 이용해 필요할 때 자기 손의 칼로 만들 수 있었다.“작은오빠가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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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3화

강이주는 구희라를 앞에 두고 마음에 걸리던 의문을 그대로 꺼냈다.RG그룹의 내부 지배구조는 강이주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구호민이 굳이 그토록 번거롭게 구기빈을 찾아 데려올 이유가 없었다.구기빈이 정말 사고를 당한 건지 몇 번이고 확인하고, 뒤에서 여러 일을 벌일 이유도 없었다.구호민이 구기빈을 이용해 구계배 쪽을 압박하려는 속셈은 너무 뻔했다.구희라는 숨기지 않고 답했다. “할아버지 쪽은 나한테 방법이 있어. 지금은 네가 이 일만 도와주면 돼.”“그래서 도와줄 거야, 말 거야?” 구희라가 원하는 건 강이주의 분명한 대답 하나였다.사실 강이주는 병원으로 오기 전부터 마음의 준비는 끝내 둔 상태였다.강이주가 거절하면 구희라는 적대적 인수까지 밀어붙일 생각이었다.지금은 그저 서로 감정 상하지 않을 비교적 부드러운 방법을 택했을 뿐이다.할아버지 쪽 문제라면...구희라는 이미 대응책까지 세워 두었다.강이주를 설득할 때와 마찬가지로 구기빈의 부상을 협상 카드로 내세우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았다.물론 그 방법까지 강이주에게 밝힐 생각은 없었다.지금 필요한 건 강이주가 물러나 자신을 도와주는 것뿐이었다.강이주는 조금 전 밀어냈던 인수 계약서를 다시 집어 들었다.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꼼꼼하게 넘기며 살펴보았다.솔직히 현재 강중그룹의 경영 상태와 수익성을 생각하면 구희라가 제시한 인수 조건은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적어도 강이주가 손해 보는 거래는 아니었다.구희라는 자신이 내놓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조건을 제시했다.강이주를 이용한다는 사실에 미안함을 느끼면서도, 줄 수 있는 건 최대한 챙겨 주려 한 셈이었다.계약서를 다시 펼쳐 든 강이주를 보며 구희라는 속으로 안도했다.옆에서 조용히 덧붙였다. “천천히 봐. 이해 안 되는 부분 있으면 바로 물어보고. 내가 설명할게.”강이주는 오래 걸리지 않아 계약서를 전부 읽었다.계약서는 마지막 페이지가 펼쳐진 채 놓여 있었다.강이주는 고개를 들어 구희라를 바라봤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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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4화

구호민은 오래 지나지 않아 병원에 도착했다.병실에는 유예준, 임설, 배진호도 함께 있었다.구희라는 소파에 앉아 핸드폰만 만지작거릴 뿐, 다른 사람들과는 한마디도 섞지 않았다.“아빠.” 구호민이 들어오는 걸 본 구희라가 곧바로 일어나 다가갔다.구호민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강이주에게 약점을 잡힌 듯 끌려온 것이 못마땅한 듯했다.게다가 직접 병원으로 오라는 요구까지 받았다.구호민은 구희라를 무심하게 한 번 보고 지나쳤다.이어 병상 위의 강이주를 바라봤다. “다친 게 별로 심하지 않은 모양이군. 나한테 조건까지 내밀 여유가 있는 걸 보니.”“과찬이십니다, 회장님.” 강이주는 흔들림 없이 상체를 곧게 세웠다. “기빈 씨는 어디 있습니까?”구호민이 코웃음을 쳤다. “데리고 왔다. 유씨 집안 그 녀석한테 입원 수속 맡기든가. 네 옆 병실에 넣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되고.”말끝에는 비꼬는 기색이 묻어 있었다.강이주는 못 들은 척 태연하게 받아쳤다. “그럼 회장님 배려에 감사드려야겠네요. 어차피 둘 다 정형외과 환자니 제 옆이면 여러모로 편하겠습니다.”“생각해 보니 저랑 기빈 씨는 처지도 참 비슷하네요. 둘 다 다리를 다쳐서 당분간 뛰어다니지도 못하고 휠체어 신세잖아요.”강이주는 스스로를 놀리듯 웃었다. “이래서 저희가 서로 눈이 맞았나 봐요. 다친 곳까지 비슷하니 이 정도면 천생연분 아닌가요?”강이주가 일부러 구기빈과 잘 어울리는 사이라는 말을 거듭하자 구호민의 표정은 들어올 때보다 더 험악해졌다.그 반응을 본 강이주는 부드럽게 웃었다.유예준 쪽으로 시선을 돌린 강이주가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유 대표님, 번거로우시겠지만 잘 부탁드립니다.”유예준도 구호민의 심기가 잔뜩 뒤틀린 걸 알아챘다. 몰래 돌아서 웃음을 삼키려 했지만 강이주가 이미 자신을 보고 있었다.결국 유예준은 웃음을 최대한 눌러 참으며 가슴을 두드렸다. “걱정 마세요. 제가 잘 처리하겠습니다.”유예준이 나가려는 때 구호민이 불러 세웠다. “잠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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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5화

그 대가로 강이주는 스스로 강중그룹을 포기하고 RG그룹에 매각하기로 했다.이후 RG그룹이 강중그룹을 어떻게 처리하든 강이주와 강씨 집안은 관여하지 않는다는 조건도 포함됐다.구호민에게 누군가 조건을 들이밀며 이런 각서에 서명하라는 요구를 받은 건 처음이었다.원하면 거절할 수도 있었다.어차피 강중그룹 인수는 구희라에게 내린 시험 중 하나에 불과했다.문제는 구호민이 구희라를 이용해 구계배가 쥔 실권까지 내려놓게 하고, 거부권 행사마저 포기하게 만들 생각이라는 점이었다.구희라도 선을 그었다. 구호민이 강이주를 설득해 강중그룹을 넘겨받는 일을 돕지 않으면 구계배 쪽은 자신도 손쓸 수 없다고 했다.구호민은 딸 구희라와 강이주를 너무 얕봤던 모양이었다.그래도 결과 자체로는 퍽 마음에 들었다.적어도 구희라에게 실제로 일을 성사시킬 능력이 있다는 증명은 확인했다.그동안 자신이 이 딸을 과소평가했다는 생각도 들었다.구호민은 무표정한 채 각서를 끝까지 읽었다. 매서운 눈으로 배진호를 보며 짧게 말했다. “펜.”배진호는 구호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셔츠에 꽂아 둔 만년필을 빼 내밀었다.구호민은 짧게 코웃음을 치고 각서에 빠르게 이름을 적었다.구호민이 서명과 날인까지 끝낸 것을 확인한 강이주도 펜을 받아 인수 계약서에 자기 이름을 썼다.마지막으로 임설이 준비해 둔 회사 법인 인감을 받아 서명란 옆에 도장을 찍었다.임설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강이주의 지시에 따라 서명과 날인이 끝난 계약서를 구희라에게 건넸다.구희라가 손을 뻗어 받으려 하자 임설이 분한 듯 이를 악물었다.“제가 사람을 잘못 봤네요. 은혜도 모르고 친구 뒤통수치는 사람은 끝이 좋지 않을 겁니다.”구희라의 몸이 잠깐 굳었다.강이주가 나직하게 불렀다. “임 비서.”임설은 계약서에서 손을 놓으며 못마땅한 듯 입꼬리를 비틀었다.“죄송합니다. 제가 원래 말이 좀 직설적이라서요.”“특히 친구를 팔아먹는 사람은 더 싫어합니다. 제 말이 아픈 데를 건드렸다고 해도 전 사과할 생각 없으니,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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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6화

두 사람이 병실을 나가자 배진호는 적당한 핑계를 대며 임설까지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구기빈이 돌아왔을 때 병실에는 강이주만 남아 있었다.씻어 온 과일을 든 구기빈은 침대 곁에 앉으며 물었다. “갔어?”강이주가 고개를 들어 구기빈을 봤다. “응. 당신이 그쪽에 갔다 왔어?”강이주가 말한 건 가짜 구기빈이 있는 곳이었다.구기빈은 잘라 둔 사과 한 조각을 강이주의 입가에 내밀며 대답했다.“한번 보기만 했어. 따라가진 않았고.”애초에 끝까지 따라갈 생각도 없었다.“계약은 끝났어도 지금 강중그룹 파산을 발표하면 청산 절차가 필요해.”구기빈은 강이주를 똑바로 바라봤다. “정말 마음 정한 거지?”처음부터 강서규 쪽과 강중그룹을 희생하는 방안까지 합의해 둔 상태였다.그래도 막상 이 지점까지 오자 구기빈은 강이주의 마음이 상하지 않았을지 걱정됐다.강이주는 붉어진 눈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보여? 연기 제대로 하겠다고 몇 번이나 내 다리를 꼬집어서 시퍼렇게 멍까지 들였어.”이불을 걷어 올리자 다리 한쪽에 시퍼런 멍이 넓게 번져 있었다.“나도 내 연기에 속을 뻔했다니까. 강중그룹 정리되면 배우나 해 볼까?”“연기 꽤 잘한 것 같지 않아? 희라랑 당신 아버지도 완전히 속았잖아.”강이주의 표정에는 은근한 뿌듯함이 묻어났다.구기빈은 멍든 다리를 보고 마음 아픈 듯 강이주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눈물이 안 나오면 안 나오는 대로 해. 당신 몸까지 괴롭히지는 말고.”말을 마친 구기빈은 손을 뻗어 강이주의 다리에 든 멍 주변을 조심스럽게 문질렀다.강이주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이제 우리 뭐 하면 돼?”구희라를 RG그룹 안으로 밀어 넣는 첫 단계는 끝났다.애초에 이런 계획이 있었기에 강이주는 시간을 두고 강중그룹의 사업과 자산을 정리해 왔다.인수 계약서에 망설임 없이 서명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매각 대금 규모도 상당했다. 강이주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는 거래였다.구기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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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7화

문을 연 유예준은 머리를 가까이 맞대고 소곤거리던 두 사람을 바로 발견했다.유예준은 헛기침으로 인기척을 낸 뒤 문가를 가볍게 두드렸다.“제수씨, 제가 들어가도 됩니까?”강이주와 구기빈이 동시에 유예준을 바라봤다.구기빈이 느긋하게 말했다.“들어와.”유예준은 두 사람 앞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사람을 데려오긴 했는데, 늙은 여우 같은 네 아버지가 계속 사람 붙여서 지키고 있어.”“민서호한테도 슬쩍 물어봤어. 그 사람 상태가 별로야. 길어야 두세 달 정도 버틸 거래.”가짜 구기빈이 먼저 버티지 못하면 계획은 상당히 곤란해질 수 있었다.구호민은 시간을 끌며 상대를 지치게 만드는 데 익숙한 사람이었다.지금도 구기빈을 붙잡아 두고 시간을 끌 생각이 분명해 보였다.강이주가 놀란 눈으로 유예준을 봤다.“걱정 마. 아버지가 그렇게 오래 기다리진 못해.”구기빈이 유예준에게 말했다.유예준은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미간을 좁혔다.“확실해? 하긴 친아버지니까 네가 제일 잘 알겠지. 희라 쪽은 정말 문제없어?”유예준이 지금 가장 걱정하는 사람은 구희라였다.뭔가 떠오른 듯 유예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솔직히 말해 봐. 희라랑 정말 아무 얘기도 안 한 거야? 네 계획을 진짜 모른다고?”“말 안 했어.” 구기빈은 사실대로 답했다.애초에 구희라까지 이 일에 끌어들일 생각이 없었다.전체 계획 중 강이주가 알고 있는 것도 아직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강이주가 아는 건 구기빈이 RG그룹에서 완전히 빠져나오려 한다는 것뿐이었다.구호민의 손에 잡힌 꼭두각시처럼 계속 RG그룹에 남아 있을 생각은 없었다.RG그룹을 떠난 뒤 무엇을 할지는 강이주도 알지 못했다.구기빈에게는 강이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했다.어릴 때부터 자신이 지켜 온 구희라에게도 같은 마음이었다.하지만 계획이 시작된 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겼다. 구희라가 스스로 판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오히려 구희라가 뛰어든 덕분에 구기빈 쪽은 계획을 세밀하게 정비할 시간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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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8화

“사실 처음에는 나랑 희라도 납치 사건이 당신이나 구호민 회장님이 꾸민 자작극 아닐지 의심했어.”강이주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당시 상황은 의심하지 않기가 더 어려웠다.구희라도 아버지 구호민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집으로 돌아간 뒤 일부러 눈치채기 힘들 정도로 작은 빈틈을 흘려 구호민의 관심을 자신에게 끌었다.강이주 쪽에서는 구기빈이 정말 연기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그 내용을 구희라에게 전하기도 전에 일이 터졌다.구희라가 주선하와 결별하고 흉기 난동까지 벌인 것이다.당시 두 사람은 세세한 계획을 따로 세우지 않았다. 오랜 세월 쌓아 온 호흡만 믿고 상황에 맞춰 움직였다.유예준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럼 희라도 돌아온 사람이 가짜인 걸 알아?”유예준이 가장 궁금한 건 바로 그 부분이었다.강이주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교통사고를 당했고, 희라도 주선하 씨랑 틀어지기 시작했잖아. 말해 줄 타이밍을 놓쳤어.”그건 사실이었다.게다가 강이주도 지금 구희라와 주선하 사이의 일이 어디까지 진짜인지 확신하지 못했다.구호민의 의심을 피하려고 두 사람은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그러다 보니 가짜 구기빈에 관한 사실도 아직 구희라에게 전하지 못했다.구기빈의 미간이 깊게 좁아졌다. “당신이랑 희라의 다음 계획은 뭐였어?”강이주가 이렇게 직접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면 구기빈도 알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묘하게도 우연이 겹쳤다.두 사람이 따로 세운 계획은 시행착오 끝에 구기빈의 계획과 정확히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서로 몰랐던 계획들이 맞물리면서 빈틈이 거의 없는 흐름이 만들어졌다.강이주는 여기까지 말한 이상 더 숨길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가볍게 목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희라가 기회를 봐서 강중그룹을 인수하고, 할아버님을 설득해서 RG그룹에 들어갈 수 있게 지지받는 거야.”“원래는 당신이 돌아오기 전까지 희라가 RG그룹을 지켜서 다른 사람이 이 틈을 타서 끼어들지 못하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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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9화

강이주는 마지막 말을 앞두고 잠깐 숨을 골랐다.“게다가 희라가 마음에 뒀던 사람이잖아. 난 희라가 그런 짓을 할 사람이라고 생각 안 해.”주선하의 일에는 분명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른 사정이 있었다.구희라의 이혼이 진짜일 수 있고, 구호민의 신뢰를 얻으려 한 것도 진짜일 수 있었다.하지만 그 신뢰 하나를 얻자고 주선하를 저 정도로 다치게 했다는 건 강이주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유예준도 옆에서 거들었다.“제수씨 말이 맞아. 희라 성격을 우리가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지금 중요한 건 네 정체를 희라한테 알려 줄지 말지야.”구희라는 이미 판 안으로 깊이 들어와 있었지만, 병원에 있는 가짜 구기빈의 정체는 모르고 있었다.유예준은 이쯤에서 사실을 알려 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다만 비밀을 잘 숨기지 못하는 구희라의 연기력으로 구호민 앞에서 끝까지 아무렇지 않은 척할 수 있을지도 걱정됐다.유예준의 말을 들은 강이주도 곁의 구기빈을 바라봤다.“희라한테... 말할까?”강이주도 마음을 정하기 어려웠다.처음에는 기회를 봐서 구희라에게 알려 줄 생각이었다.하지만 구기빈의 계획이 이미 시작된 뒤였고, 자신과 구희라는 사정을 제대로 모른 채 우연히 끼어든 상태였다.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위험도 줄어드는 일이었다.비밀을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 말이 새기 마련이다. 이 계획이 구호민의 귀에 들어가는 날에는 구기빈의 계획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었다.강이주는 결국 구기빈의 판단을 묻고 있는 셈이었다.구기빈은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기회 봐서 나중에 말하자. 당분간 희라는 집안 쪽 일에 정신을 다 써야 할 것 같아.”구희라가 강중그룹을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고 해도 구호민의 성격상 지분을 순순히 넘겨줄 리 없었다.구희라는 구호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힘을 써야 할 것이다.강이주 문제는 일단 끝났지만 본가에는 구계배와 이미수가 남아 있었다.생각해 보면 이상한 점도 있었다. 두 사람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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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0화

강이주가 수술 후 회복하는 동안은 확실히 조용한 날이 이어졌다.적어도 구씨 집안 사람들이 찾아와 강이주를 들볶는 일은 없었다.강중그룹 인수에 관해서는 계약서에 서명한 그날 강이주가 강서규와 장숙연에게 모두 사실대로 말했다.두 사람은 병상에 누운 강이주를 보고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지금은 강이주가 건강하게 회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닷새째 되는 날 RG그룹은 강중그룹의 정식 인수와 함께 강중그룹의 파산 절차를 발표했다.갑작스러운 인수와 파산 소식은 빠르게 J시 전역으로 퍼졌다.사람들 사이에서도 온갖 이야기가 쏟아졌다.강중그룹이 강이주를 통해 구기빈을 뒷배로 삼아 왔는데 파산까지 한 걸 보면 구기빈이 경영권 싸움에서 밀려 구씨 집안에서 쫓겨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전부터 구기빈이 해외에서 크게 다쳐 장애를 입었고, 지금은 비밀리에 돌아와 있다는 소문도 적지 않았다.첫 단독보도를 내기 위해 병원이나 관계자 주변을 지키는 매체도 늘었다.강중그룹이 인수된 뒤 파산 절차까지 밟자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구기빈의 행방으로 쏠렸다.그때 강이주는 간호사에게 상처 드레싱을 받고 있었다.발목에는 보기만 해도 아찔할 만큼 큰 수술 자국이 남아 있었다.아직은 흉터가 선명해 눈길을 붙들었다.구기빈은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마음 아픈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처치를 끝낸 간호사가 강이주에게 말했다.“상처가 아주 잘 아물고 있어요. 지금처럼만 관리하시면 나흘이나 닷새 뒤에는 실밥을 풀 수 있을 것 같아요.”“석고를 막 제거한 상태라 상처에 닿지 않도록 조심해 주세요. 처방해 드린 한방 족욕 팩도 이제 쓰셔도 되는데, 아직 발을 물에 담그시면 안 돼요. 뜨거운 물에 팩을 우린 뒤 올라오는 김으로만 가볍게 온열 관리하는 훈증 요법만 해 주세요.”강이주는 정형외과 치료와 한방 재활을 병행하는 협진 프로그램을 선택했다.한방 재활센터는 바로 옆 동에 있어 실밥을 푼 뒤부터는 매일 그쪽으로 이동해 재활치료를 받을 예정이었다.“감사합니다.”강이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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