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민은 오래 지나지 않아 병원에 도착했다.병실에는 유예준, 임설, 배진호도 함께 있었다.구희라는 소파에 앉아 핸드폰만 만지작거릴 뿐, 다른 사람들과는 한마디도 섞지 않았다.“아빠.” 구호민이 들어오는 걸 본 구희라가 곧바로 일어나 다가갔다.구호민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강이주에게 약점을 잡힌 듯 끌려온 것이 못마땅한 듯했다.게다가 직접 병원으로 오라는 요구까지 받았다.구호민은 구희라를 무심하게 한 번 보고 지나쳤다.이어 병상 위의 강이주를 바라봤다. “다친 게 별로 심하지 않은 모양이군. 나한테 조건까지 내밀 여유가 있는 걸 보니.”“과찬이십니다, 회장님.” 강이주는 흔들림 없이 상체를 곧게 세웠다. “기빈 씨는 어디 있습니까?”구호민이 코웃음을 쳤다. “데리고 왔다. 유씨 집안 그 녀석한테 입원 수속 맡기든가. 네 옆 병실에 넣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되고.”말끝에는 비꼬는 기색이 묻어 있었다.강이주는 못 들은 척 태연하게 받아쳤다. “그럼 회장님 배려에 감사드려야겠네요. 어차피 둘 다 정형외과 환자니 제 옆이면 여러모로 편하겠습니다.”“생각해 보니 저랑 기빈 씨는 처지도 참 비슷하네요. 둘 다 다리를 다쳐서 당분간 뛰어다니지도 못하고 휠체어 신세잖아요.”강이주는 스스로를 놀리듯 웃었다. “이래서 저희가 서로 눈이 맞았나 봐요. 다친 곳까지 비슷하니 이 정도면 천생연분 아닌가요?”강이주가 일부러 구기빈과 잘 어울리는 사이라는 말을 거듭하자 구호민의 표정은 들어올 때보다 더 험악해졌다.그 반응을 본 강이주는 부드럽게 웃었다.유예준 쪽으로 시선을 돌린 강이주가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유 대표님, 번거로우시겠지만 잘 부탁드립니다.”유예준도 구호민의 심기가 잔뜩 뒤틀린 걸 알아챘다. 몰래 돌아서 웃음을 삼키려 했지만 강이주가 이미 자신을 보고 있었다.결국 유예준은 웃음을 최대한 눌러 참으며 가슴을 두드렸다. “걱정 마세요. 제가 잘 처리하겠습니다.”유예준이 나가려는 때 구호민이 불러 세웠다. “잠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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