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희도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구기빈을 바라봤다.“가서 네 일 봐.” 구기빈은 느긋한 눈길만 한 번 줬다.구계배도 옆에서 말했다. “기빈이는 내가 보고 있을 테니 가 봐라.”구계배까지 말하자 구희도도 그 자리에서 더 얘기할 수 없었다.구희도는 두 사람을 한 번 보고 구희라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여긴 답답하구나. 기빈아, 할아버지가 너 바람 좀 쐬게 데리고 나가마.” 구계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구기빈이 휠체어를 직접 움직일 수 있다고 말하기도 전에 구계배가 손잡이를 잡고 행사장 밖으로 밀고 나갔다.구계배는 구기빈을 데리고 옆쪽의 조용하고 비어 있는 별실로 들어갔다.“할아버지, 하실 말씀 있으시면 그냥 말씀하세요.” 구기빈이 구계배의 시선을 마주했다.구계배는 낮게 한숨을 쉬었다. “네 다리 말이다... 며칠 전에 희라가 찾아와서 이제 완전히 못 쓰게 됐다고 하더구나. 정말 그런 거냐?”구계배는 장손이 큰 상처를 입고 이제 걷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절망하고 감정을 숨기려 애썼지만 결국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렸다.오기 전에는 이미수에게도 너무 티 내지 말자고, 아이한테 부담 주지 말자고 달랬다.하지만 휠체어에 힘없이 앉아 있는 구기빈을 직접 보니 구계배가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었다.구기빈은 구계배가 태어날 때부터 지켜본 손자였고, 어린 시절 한동안 직접 곁에 두고 돌본 적도 있었다.구계배는 늘 이 장손을 유난히 아꼈다.일 처리에서 늘 선을 지킬 줄 알았고 어른을 대하는 예의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가장 자랑스럽게 여긴 손자가 이제 휠체어 없이는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프지 않을 리 없었다.구기빈은 담요에 덮인 두 다리를 내려다봤다가 할아버지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척추를 심하게 다쳤어요. 수술을 해도 다시 설 가능성이 30%가 안 된답니다.”“할아버지, 회복되기 어렵대요. 수술받아도...”구기빈은 말을 잠깐 멈췄다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죄송해요. 결국 할아버지를 실망하게 해 드렸네요.”구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