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나의 알리바이가 되었고, 피난처가 되었으며, 방어벽이 되었다. 매 순간 바쁜 것은 그가 내게 한 말들, 그가 내게 요구했던 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줄여 주었다. 그래서, 나는 그 이야기를 머릿속 한구석에 잘 정리해 두었다. 아니, 상처 위에 단단하고 꽉 조여 붙이는 반창고를 붙여 두었다. 살아가기에는 충분했다. 잊기에는 역부족이었다.하지만 저녁 시간이 있었다.그리고 그 저녁 시간에는, 그녀가 있었다. 내 딸.내가 집에 돌아오면 그녀는 항상 따뜻한 작은 손과 통통한 볼을 내밀며 나에게 달려와 간식 이야기, 오늘 그린 그림, 자기를 칭찬해 준 선생님 이야기를 한꺼번에 쏟아냈다. 나는 몸을 굽혀 그녀의 달콤한 냄새를 맡고, 그녀의 작은 팔이 마치 내가 그녀의 닻이자 피난처인 것처럼 내 목에 매달리는 것을 느꼈다.그리고, 빠지지 않고 이런 질문이 따라왔다.—“엄마… 아빠, 아빠는 언제 와?”나는 억지로 미소 지었다.—“오늘은 못 온단다, 자기야.”그녀는 늘 그랬듯 계속 물었다.—“그런데 아빠 어디 있어? 일해? 아빠 화났어?”그 순간마다 마치 바늘이 내 살을 찌르는 듯했다. 나는 그녀에게 진실을 말할 용기가 없었다. 내가 아는 그 진실은 말이다. 그저 아빠는 ‘바쁘다’, ‘멀리 있다’고 얼버무리며 아련한 어딘가를 그려 냈다… ‘영원히 없는’ 사람이라고는 절대 말하지 않았다.그래서 나는 화제를 돌렸다. 게임을 하자고, 거품 가득한 따뜻한 목욕을 하자고, 소파에서 이야기를 읽어 주겠노라고. 그리고 그녀는 아직 어렸기에 내가 만든 유희에 쉽게 빠져들었지만, 가끔은 내 너머로 무언가를 찾는 눈빛을 보내곤 했다.주말이면 나는 그녀를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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