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지나지 않아 이홍도는 표정을 추슬렀다.역시나 싶었다.하설은 아무 일도 없이 찾아올 아이가 아니었다.이홍도는 그걸 진작 알고 있었다.이 조카딸은 그 조카 놈보다 훨씬 낫다.그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다만 아쉬운 건 여자라는 점이었고, 이미 혼약이 정해진 몸이라는 점이었다.결국 크게 물결을 일으킬 수는 없다고 이홍도는 판단했다.이홍도는 헛기침을 두어 번 한 뒤, 늘 쓰던 핑계를 다시 꺼냈다.“하설아, 너는 여자잖니. 회사 운영이 어디 쉬운 줄 아니? 게다가 밖에 나가 사람 만나고 술자리 끼고 접대하고, 그런 걸 네가 할 수 있겠어? 괜히 그런 고생할 필요 없다. 조 서방이나 잘 챙기고 사는 게 다른 것보다 낫지.”“여자면 어떤가요. 여자가 언제까지 남자한테 기대서만 살아야 해요?”하설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게다가 청희도 여자잖아요. 작은아버지한테는 외동딸 하나뿐인데, 나중에는 결국 작은아버지 자리도 이어받아야 하잖아요.”이홍도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다.이청희.대학은 외국에서 다녔고, 최근 막 졸업했다.머지않아 귀국할 터였다.청희가 돌아오기만 하면, 이홍도는 분명 본격적으로 청희를 키울 생각일 것이다.그렇게 되면 하빈이나 하설에게 돌아올 자리는 더더욱 없어질 게 뻔했다.이홍도는 태연한 척 대답했다.“에휴, 청희는 너처럼 팔자가 좋지 않아서 그래. 좋은 혼처 하나 든든하게 잡은 것도 아니고, 결국은 자기 힘으로 살아야 하니까. 청희가 조 대표님 같은 남자랑 결혼만 한다면, 내가 무슨 회사 일을 시키겠니.”“작은아버지 말도 틀린 건 아니지.”최영주가 하설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끼어들었다.“너는 몸부터 잘 챙기고, 아이 가질 준비나 잘해. 아이 낳는 게 제일 중요하다. 일이라는 건 이섭이 정도 되는 집안이면, 바깥은 그 사람이 맡고 너는 안을 챙기면 그걸로 충분해.”예전의 하설이라면 아마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그때는 정말 그렇게 믿었다.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너무 순진했다는 걸 하설은 뼈저리게 깨달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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