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의 머릿속에 섬광처럼 한 여자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불가능합니다.”아스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는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이득이라니요. 제게 사랑은 비즈니스가 아닙니다. 그리고 제 곁에 누군가를 두는 일은, 이미 오래전에 끝난 계약입니다.”“강 대표, 자제하게. 고작 죽은 여자 하나 때문에 인생을 도박에 걸 텐가?”한 회장의 무심한 도발에 아스의 이성이 끊어졌다.그는 책상을 짚고 상체를 숙이며 한 회장을 매섭게 노려보았다.그의 눈동자에는 슬픔보다 더 깊은 광기가 서려 있었다.“그 ‘죽은 여자’가 제 전부였습니다. 그녀가 없는 자리에 다른 누군가를 앉히는 건, 제 영혼을 난도질하는 것과 같습니다.”아스는 옆에서 당황해 굳어버린 지희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말을 이었다.“한지희 씨가 저를 쫓아다니든 소문이 나든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제 인생에 ‘약혼’이라는 단어를 억지로 끼워 넣으려 하지 마십시오. 그건 사라에 대한 모욕이자, 저에 대한 선전포고입니다.”“강아모!”한 회장이 호통을 쳤지만 아스는 멈추지 않았다.그는 거칠게 몸을 돌려 회장실 문을 향해 걸어갔다. 문고리를 잡은 그의 손등에 핏줄이 돋아났다.“협업은 계속 진행하겠지만, 사적인 관계는 여기서 끝입니다. 다시는 이런 제안으로 저를 부르지 마십시오.”쾅—!문이 부서질 듯 닫히고 아스가 사라지자, 회장실에는 지독한 정적만이 남았다.지희는 팔짱을 꼈던 자신의 손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아스의 눈빛에서 읽은 것은 자신을 향한 혐오가 아니라,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여자를 향한 처절한 절개였다.지희의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아려왔다.그가 그토록 사랑하는 ‘사라’라는 여자가 미치도록 부러우면서도, 그 지독한 순애보에 자신의 마음이 더 깊게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한편, 복도로 나온 아스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벽을 짚었다.사라를 닮은 지희의 얼굴이 떠오를 때마다 느껴졌던 그 찰나의 흔들림이 죄악처럼 느껴졌다.“……사라야, 미안해.”그는 떨리는 손으로
Last Updated : 2026-03-1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