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조명 아래 신상 제품들이 진열된 매장을 둘러보던 아스모데우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뒤를 따르던 수행 비서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불렀다.“대표님? 어디 불편하신 곳이라도…….”“아, 미안해요. 잠시만요.”아스의 시선은 이미 매장 반대편, 여유롭게 쇼핑을 즐기던 지희에게 고정되어 있었다.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그녀가 왜 예고도 없이 이곳에 나타난 걸까.평소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했겠지만, 지희를 마주한 순간 아스는 아무렇지 않게 매장을 둘러볼 자신이 없어졌다.도망쳐야 할지, 먼저 인사를 건네야 할지 난감해하며 우물쭈물하는 사이, 지희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다.“강 대표님!”밝은 미소와 함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아스는 목덜미부터 얼굴까지 확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지희가 성큼성큼 다가오자, 아스는 결국 체념한 듯 그녀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오랜만입니다, 한지희 씨.”“정말 오랜만이네요.”지희는 인사를 건네면서도 아스의 곁을 지키고 있는 수행원들을 흥미로운 듯 살폈다.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진 아스가 급히 상황을 정리했다.“아, 매장 점검은 나중에 다시 하기로 하죠. 먼저 가보세요.”“네, 알겠습니다. 대표님.”수행원들이 물러나고 오직 두 사람만 남게 되자, 지희의 표정이 눈에 띄게 편안해졌다.그녀는 살짝 고개를 갸우뚱하며 아스를 올려다보았다.“그동안 많이 바쁘셨나 봐요?”“예, 조금. 일이 겹치는 바람에.”“연락이 전혀 없으셔서 걱정했어요.”“아, 죄송합니다.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네요.”아스의 정중하지만, 거리감이 느껴지는 대답에 지희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그녀는 서운함을 숨기지 않고 툭 내뱉었다.“그런 말이 더 속상한 거 아시죠? 그동안 제 생각은 전혀 안 하셨다는 뜻이잖아요. 제가 걱정했다는 건, 강아모 씨가 혹시 나한테 관심이 아예 없는 건가 싶어서 초조했다는 뜻이었어요.”지희는 짐짓 부끄러운 듯 고개를 살짝 숙이며 잦아드는 목소리로 덧붙였다.뜻밖의 직설적인
Last Updated : 2026-03-0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