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팰 이라고 불러.” “…….” “펠, 그게 내 이름이니까.” 어색한지 큼큼거리며 헛기침하는 남자의 모습에 서아의 입술에 아주 작은 미소가 번졌다. 차가운 악마 같던 남자가 갑자기 제 나이대의 청년처럼 보였다. “내 이름은 윤서아야. 서아라고 불러, 편하게.” 서아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펠은 잠시 그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망설임 끝에 서아의 온기를 받아들였다. 크고 서늘한 손이 서아의 작은 손을 감쌌다. “서아. 흠, 그…….” 펠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말을 이었다. “좋아. 사랑해 달라는 그 소원, 들어줄게. 약속했으니까. 그런데…… 사실 난 사랑 같은 거 해본 적 없어. 그래서 정확히 그게 뭔지 잘 몰라.” “……아, 그래? 사실 나도 제대로 해본 적 없는데. 어쩌지?” 서아 역시 뺨을 붉히며 어색하게 웃었다. 고백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사랑을 모른다니. “뭐? 이거 참, 꽤 난감하군.” 두 사람 사이에 묘한 침묵이 흘렀다. 회식 자리에서 억지로 들이켰던 술기운이 이 어색한 공기 사이로 조금씩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펠은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다시 서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일단, 집에 안전하게 귀가하실 수 있게 에스코트하는 것부터 시작할까?” 그가 씩 웃었다. 서아는 멍하니 그를 보며 생각했다. 저 웃음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재간이 없겠다고.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밤길을 걷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말 한마디 섞지 않고 도망쳤을 서아였지만, 오늘만큼은 이 황당한 에피소드에 몸을 맡기고 싶었다. 삶이 너무 지루했으니까. “너 말이야. 소원은 핑계고, 사실 이런 식으로 여자들 꼬시는 선수 아니야?” “뭐라고? 미친놈, 정신병자, 돌아이 소리는 골고루 들어봤어도 선수 소리는 또 처음이네.” 펠이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미친놈 소리 듣는 건 자각하고 있구나?” “당연하지. 처음 만난 인간들은 다 그렇게 말해. 나
Last Updated : 2026-03-0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