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12.펜트하우스의 거대한 통창 너머로 서울의 야경이 차갑게 일렁이고 있었지만, 실내의 공기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톱모델 한서아의 출산 예정일을 앞두고, 강시우의 일상은 이미 ‘전시 상황’이나 다름없었다.그는 호텔 전속 의료진 10여 명을 펜트하우스 바로 아래층에 24시간 상주시켰고, 분만실에 버금가는 최첨단 의료 장비들을 안방 옆에 비치해 두었다.“시우야, 제발…… 그만 좀 왔다 갔다 해. 바닥 닳겠다.”서아가 만삭의 배를 소중하게 감싸안으며 소파에 기대어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평소 런웨이 위에서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뿜어내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그저 한 생명을 품은 숭고한 어머니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시우는 얼음물을 들이켜며 초조한 눈빛으로 서아의 안색을 살폈다.“어떻게 가만히 있어? 네 몸 안에서 새로운 영혼이 밖으로 나오려고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마력이 있었다면…….”시우는 자신의 두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한때 지옥의 유황불을 다스리고 수만 명의 영혼을 단숨에 거두어들이던 손이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손은 땀으로 젖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이제 그는 아내의 고통을 10분의 1로 줄여줄 작은 마법조차 부릴 수 없는, 그저 무력한 인간 남편일 뿐이었다.그때였다.평온하게 숨을 몰아쉬던 서아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그녀가 배를 움켜쥐며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아, 시우야. 시작된 것 같아. 아까랑은 달라.”시우의 심장이 쿵, 하고 발등까지 떨어지는 기분이었다.그는 사색이 되어 서아에게 달려가 그녀를 부축했다.“봉봉! 당장 병원으로!”이미 마력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시우의 목소리에는 왕의 위엄과 절박함이 서려 있었다. 시우는 서아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은 채 그녀의 젖은 손을 꽉 맞잡았다.“서아, 나 봐. 내 눈 봐. 내가 여기 있잖아. 숨 크게 들이마시고.”진통이 파도처럼 밀려올 때마다 서아의 비명이 거실을 메웠다.런웨이의 여왕이라 불리며 어떤 시련 앞에서도 당당했
Last Updated : 2026-03-2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