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랑을 빌었더니, 계약이 시작됐다: Chapter 121 - Chapter 122

122 Chapters

121화(외전 12.)

외전 12.펜트하우스의 거대한 통창 너머로 서울의 야경이 차갑게 일렁이고 있었지만, 실내의 공기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톱모델 한서아의 출산 예정일을 앞두고, 강시우의 일상은 이미 ‘전시 상황’이나 다름없었다.그는 호텔 전속 의료진 10여 명을 펜트하우스 바로 아래층에 24시간 상주시켰고, 분만실에 버금가는 최첨단 의료 장비들을 안방 옆에 비치해 두었다.“시우야, 제발…… 그만 좀 왔다 갔다 해. 바닥 닳겠다.”서아가 만삭의 배를 소중하게 감싸안으며 소파에 기대어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평소 런웨이 위에서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뿜어내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그저 한 생명을 품은 숭고한 어머니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시우는 얼음물을 들이켜며 초조한 눈빛으로 서아의 안색을 살폈다.“어떻게 가만히 있어? 네 몸 안에서 새로운 영혼이 밖으로 나오려고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마력이 있었다면…….”시우는 자신의 두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한때 지옥의 유황불을 다스리고 수만 명의 영혼을 단숨에 거두어들이던 손이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손은 땀으로 젖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이제 그는 아내의 고통을 10분의 1로 줄여줄 작은 마법조차 부릴 수 없는, 그저 무력한 인간 남편일 뿐이었다.그때였다.평온하게 숨을 몰아쉬던 서아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그녀가 배를 움켜쥐며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아, 시우야. 시작된 것 같아. 아까랑은 달라.”시우의 심장이 쿵, 하고 발등까지 떨어지는 기분이었다.그는 사색이 되어 서아에게 달려가 그녀를 부축했다.“봉봉! 당장 병원으로!”이미 마력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시우의 목소리에는 왕의 위엄과 절박함이 서려 있었다. 시우는 서아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은 채 그녀의 젖은 손을 꽉 맞잡았다.“서아, 나 봐. 내 눈 봐. 내가 여기 있잖아. 숨 크게 들이마시고.”진통이 파도처럼 밀려올 때마다 서아의 비명이 거실을 메웠다.런웨이의 여왕이라 불리며 어떤 시련 앞에서도 당당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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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화(외전 13.)

외전 13.루나가 세상에 태어난 지 어느덧 90일.헬렐 호텔 기획팀은 비상이 걸렸다.사유는 단 하나.‘강루나 양의 백일 잔치’였다.한때 지옥의 군단을 지휘하던 시우는 이제 펜트하우스 거실에 대형 화이트보드를 설치하고, 달봉과 함께 백일 잔치 전략 회의를 열고 있었다.“봉봉, 다시 확인해. 당일 호텔 로비에 배치할 생화는 전부 새벽이슬을 머금은 최상급 작약이어야 한다. 루나의 피부는 소중하니까, 꽃가루 날림이 적은 품종으로 선별했나?”“대표님, 이미 네덜란드 농장 하나를 통째로 예약했습니다! 꽃가루는커녕 향기 입자까지 필터링 중입니다!”달봉은 이제 비서인지 돌잔치 플래너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열정적이었다.그의 태블릿 PC에는 백일 잔치 초대 명단과 메뉴 리스트가 빼곡했다.“그리고 루나가 입을 백일 한복 말이야. 실크 장인이 한 땀 한 땀 수놓은 건 당연하겠지? 아이의 몸에 닿는 거니 화학 염료는 절대 안 돼. 천연 염색으로만 진행하라고 전해.”“물론입니다! 장인께서 지금 눈이 침침해지실 정도로 정성을 쏟고 계십니다. 그런데 대표님…… 하객 명단에 ‘아스모데우스’ 님은 어쩌실 건가요? 저번에 루나 보러 오셨다가 호텔 조명을 다 깨트리셨는데…….”시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마력이 사라진 인간 시우에게 아스모데우스 같은 불청객은 이제 통제하기 힘든 변수였다.“그놈은 입구에서 모리한테 맡겨. 마녀의 인장으로 힘을 억제하라고 해. 루나의 백일 잔치에 소란을 피우는 놈은 누구든 내 손으로 직접 축출할 거니까.”그때, 안방에서 루나를 재우고 나온 서아가 거실의 풍경을 보고 헛웃음을 터뜨렸다.화이트보드에는 ‘루나의 동선’, ‘공기 청정 구역 설정’, ‘돌잡이(아니 백일잡이) 예상 시나리오’ 등이 복잡하게 적혀 있었다.“시우야, 우리 그냥 가족끼리 조촐하게 밥 먹기로 한 거 아니었어? 이건 무슨 국제 정상회담 수준인데?”“서아, 이건 단순한 식사가 아니야. 우리 루나가 이 험한 세상에 태어나 무사히 백일을 버텼다는 걸 증명하는 성스러운 의식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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