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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날 사랑해 줘: Chapter 31 - Chapter 40

45 Chapters

31화

“서아. 그 여자도 네 계약자지?”엘의 입에서 다시 서아의 이름이 나오자, 펠의 눈빛이 순식간에 날카로운 화살처럼 변했다.“그 여자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마, 엘. 내 경고는 한 번뿐이다.”“그 여자의 소원은 뭐지? 인간들이 늘 그렇듯 돈인가? 아니면 권력?”“흥. 내가 그걸 너 따위에게 알려줄 것 같아?”“뭐, 알려주기 싫다면 내가 직접 가서 물어보는 수밖에.”엘의 여유로운 태도에 펠이 이를 갈며 소리쳤다.“너 이 자식, 감히 누굴 건드려!”“이번 영혼은 못 지켰지만, 그 여자만큼은 반드시 내가 지켜낼 거야. 그게 널 멈추는 길이라면 더더욱. 나의 친구 루루, 제발 이제 그만 정신 차리고 이 피비린내 나는 짓 좀 끝내.”말이 끝나기 무섭게 엘은 거대한 하얀 날개를 펼쳤다.강한 바람과 함께 흩날리는 깃털만을 남긴 채, 그는 하늘 위로 사라져 버렸다.홀로 남겨진 펠은 엘이 사라진 허공을 노려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빠득, 하고 이를 가는 소리가 적막한 강가에 울려 퍼졌다.“어떻게든 막아야 해. 절대로 서아는 안 돼.”서아를 향한 엘의 접근을 막아야 한다는 강박과, 방금 거둔 영혼의 무게가 펠의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펠은 서둘러 날개를 펼쳤다.서아가 기다리고 있을 집으로 향하는 그의 비행은 아까보다 훨씬 더 절박했다.***엘은 망설임 없이 펠의 집을 향해 날아갔다.펠이 영혼 수거 현장을 정리하는 사이, 한발 앞서 서아를 만나기 위해서였다.강가를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펠의 펜트하우스에 도착한 엘은, 제 집 안방이라도 되는 양 거실 베란다 창문을 벌컥 열어젖히며 안으로 뛰어들었다.“아이쿠! 깜짝이야! 루루 님인 줄 알았네!”남아 있던 찻잔을 정리하던 달봉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비명을 질렀다.하지만 엘은 달봉의 놀람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긴 다리로 거실을 가로지르며 사방을 두리번거렸다.“아까 그 여자 어딨어? 서아 말이야.”“서아 님요? 이미 가셨지요. 엘 님이 그렇게 태풍처럼 들이닥쳤다가 바람처럼 사라지셨는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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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펠은 주위를 경계하듯 살피며 서아에게 바짝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서아는 카운터 너머로 몸을 숙이며 물었다.“우리가 계약한 걸 엘이 알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어떻게든 나와의 계약을 파기시키려 할 테니까. 그게 그 자식의 목적이거든.”“계약이 파기되면 어떻게 되는데?”“네 목걸이는 깨지겠지. 너는 그 자식의 보호 아래 죽……”순간 펠이 말을 멈췄다.뒷말을 삼키는 그의 목구멍이 움찔거렸다.“뭐? 죽는다고?”“……아냐. 아무튼, 그 녀석은 사사건건 남의 일에 참견하고 방해만 하는 녀석이니까 절대 상종하지 마. 말도 섞지 말고.”펠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기 위해 서둘러 말을 돌렸다.그는 주위를 휙 둘러보더니, 카운터에 앉아 있는 서아가 가장 잘 보이는 명당 자리에 털썩 자리를 잡고 앉았다.세련된 슈트 차림으로 피시방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 묘하게 이질적이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밤새 서아를 감시할 작정인 듯했다.사실 펠이 말을 멈춘 이유는 따로 있었다.서아가 엘의 편에 서서 계약을 파기하면, 자신은 영혼을 얻지 못해 소멸하거나 힘을 잃겠지만, 서아 자신은 죽지 않고 평범한 인간의 삶을 되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말해주면 분명 그 자식에게 가겠지.’펠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서아를 잃고 싶지 않다는 욕심인지, 아니면 단순히 자신의 힘을 되찾기 위한 집착인지 자신도 확신할 수 없었지만, 펠은 이 치명적인 비밀을 끝까지 숨기기로 마음먹었다.그동안 수많은 인간을 만나왔다.그들 대부분은 지독할 정도로 '돈'을 원했다.돈 앞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계약 만료 직전 엘이 나타나 영혼을 구원해 주겠다고 유혹해도 인간들은 눈앞의 황금을 포기하지 못해 엘을 외면하곤 했다.하지만 죽음이 코앞에 닥친 순간만큼은 비굴하게 엘을 찾으며 살려달라 울부짖었다.탐욕스럽고 이기적인 존재들. 그것이 펠이 정의한 인간이었다.그러나 서아는 달랐다.그녀는 물질적인 풍요가 아닌 사랑을 원했다.엘이 나타나 그녀의 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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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거봐, 무섭다면서 엄청 꽉 안네.”“아, 진짜! 사람 놀리는 데 소질 있네, 아주!”서아는 얼굴이 화끈거려 급히 그를 밀쳐내려 했지만, 펠은 한동안 그 팔을 풀지 않았다.펠에게는 본인의 몸이 아니라 마음이 하늘로 붕 하고 솟아오르는 기분이었다.악마로 살아온 수천 년의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몽글몽글하고 낯선 감각이었다.***그 후로 3주 가까이 펠은 끈질기게 서아의 곁을 맴돌았다.보호라는 명목이었지만, 서아가 느끼기에는 거의 밀착 감시에 가까웠다.중간중간 업무 때문인지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었으나, 서아의 출퇴근 길목에는 어김없이 그가 서 있었다.특히 야간 아르바이트 시간에는 아예 전용석이라도 정해둔 듯 늘 같은 자리에 앉아서 아를 지켜보았다.“미안, 오늘 밤은 같이 있어 줄 수 없어.”출근길, 피시방 앞에서 펠이 평소와 달리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사과를 건넸다.“괜찮아. 벌써 3주나 지났잖아. 여태 안 나타나는 거 보면 앞으로도 안 나타날 것 같은데? 그만 걱정하고 이제 좀 쉬어.”“내가 옆에 있으니까 감히 못 나타난 거지! 오늘 밤에라도 당장 나타날지 어떻게 알아?”펠이 씩씩거리며 고집을 피웠다.서아는 그런 펠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며 물었다.“내 앞에 나타나면 안 되는 이유가 도대체 뭐야? 계속 물어봐도 절대 대답 안 해주네. 목걸이 깨지는 거 말고 뭐가 더 있는 것 같긴 한데…. 혹시 내가 그 사람, 아니 그 존재한테 죽기라도 해?”‘아니. 오히려 그 반대지. 너는 살고, 나와의 계약은 파기될 거야.’펠은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말을 삼키며 짐짓 엄한 표정을 지었다.“아무튼! 오늘은 데려다주기만 할게. 저녁에 집에 손님이 오기로 해서 말이야.”“손님?”악마의 집에 손님이라니.의아한 표정을 짓던 서아는 이내 달봉을 떠올리고는 ‘그럴 수도 있겠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안 그래도 악마라서 매일 놀고먹는 백수인가 했는데, 손님도 오고 뭐라도 하긴 하나 보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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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띵동.주문 알림음이 적막을 깼다.서아는 어색한 기운을 떨쳐내려 서둘러 몸을 움직였다.“마침, 주문이 들어왔네요. 라면은 끓여봤죠? 봉지는 여기서 꺼내시면 되세…… 어?”설명을 이어가던 서아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눈앞에 펼쳐진 비현실적인 광경에 서아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분명 남자의 손이 닿지도 않았는데, 서랍 속에 있던 라면 봉지가 스스로 쑥 튀어나오더니 공중을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마치 투명 인간이라도 있는 것처럼 라면 봉지는 제풀에 뜯겨 냄비 속으로 내용물을 쏟아부었다.“왜요? 어디 아파요?”‘천사대’라는 남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지, 지금 라면 봉지가 허공을 날아다니는데 태평하게 왜요라니?’서아는 눈을 비비며 더듬더듬 물었다.“이, 이게 지금…… 평범한 상황인가요? 저게 왜 저기 떠 있어요?”“뭐야. 서아 씨, 나 이미 알아본 거 아니었어요?”그가 오히려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네? 전 오늘 사대 씨를 처, 처음 보는데요?”“사대…… 맙소사! 아까 들어올 때부터 나를 빤히 쳐다보길래, 당연히 정체를 눈치챈 줄 알았죠.”“아닌데요. 그냥 본 건데…….”잘릴까 봐 무서워서 쳐다본 건데!서아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나를 한눈에 알아본 줄 알고 감탄하고 있었는데. 이런, 착각이었네. 쿡쿡.”“왜 웃어요? 그것보다 대체 누구세요? 사람 맞아요?”“나예요, 나. 엘!”남자가 시원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서아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멍해졌다.“네에? 아니, 엘 님이라고요? 왜…… 아니, 그것보다 지금 이 모습은 전혀 못 알아봤단 말이에요!”“아니, 그럼 아까 왜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본 거예요? 민망하게.”“그거야 아르바이트생 새로 온다는 소리를 사장님께 못 들었으니까 당황해서 그런 거죠!”“어쩐지. 운명처럼 한눈에 알아본 줄 알고 내심 감동했는데. 아. 이럴 줄 알았으면 계속 모르는 척하면서 서아 씨 반응이나 살필걸. 아쉽다, 하하!”엘은 무엇이 그렇게 즐거운지 연신 싱글벙글했다.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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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펠은 냉정하게 상황을 짚어보려 했다.“그날 행사장 예약이 비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해. 무턱대고 부탁한다고 될 일이 아니야.”“봉봉한테 이미 확인했어! 네가 요즘 연락도 잘 안되고 일도 봉봉한테 죄다 떠넘기길래, 급한 마음에 미리 물어봤거든.”펠의 시선이 구석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서 있던 달봉에게 꽂혔다.달봉은 움찔하며 고개를 숙였다.“하. 그럼, 그건 부탁이 아니지, 모리. 그리고 내 말 좀 끝까지 들어.”“미안, 미안! 내가 너무 급해서 나도 모르게 그만……. 아무튼 예약도 없는데 부탁 좀 들어줘. 너희 호텔 홍보도 되고 일석이조잖아, 안 그래?”펠은 잠시 침묵하다가 차가운 눈빛으로 달봉을 불렀다.“봉봉. 내 허락도 없이 호텔 스케줄을 외부인에게 함부로 발설하고, 그걸 나한테 보고조차 안 한 걸 보니…… 이제 그만 잘리고 싶은 모양이구나?”“죄, 죄송합니다, 루루 님! 그레모리 님께서 너무 간절해 보이셔서 그만…….”“내가 외부인이라니! 섭섭하다, 얘? 나 진짜 간절하다고, 루루. 제발!”그레모리가 다시 한번 쐐기를 박듯 애원하자, 펠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어차피 비어 있는 홀이라면 아스모데에게 휘둘리는 것보다 그레모리에게 내주는 것이 사업적으로도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휴, 알았어. 봉봉, 내일 아침까지 바로 계약서 작성해서 진행해. 할 수 있겠지?”“물론입니다! 즉시 준비하겠습니다.”달봉은 지옥 사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표정으로 서둘러 서재로 향했다.속으로는 ‘에휴, 오늘 새벽까지 잠은 다 잤구나’ 하며 눈물을 삼켰지만 말이다.“꺄! 고마워, 루루! 역시 너뿐이야!”그레모리는 아이처럼 기뻐하며 바닥에 두었던 고급 아이스 버킷을 테이블 위로 올렸다.“내가 아주 귀한 빈티지 와인을 사 왔거든. 오랜만에 우리 한잔할까?”그레모리가 능숙하게 와인 코르크를 따는 동안, 펠의 시선은 거실 벽면에 걸린 시계로 향했다.지금쯤 서아는 피시방에서 일을 시작했을 시간이었다.엘이 나타나지는 않았을지, 서아가 혼자 당황하고 있지는 않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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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그러니까아 나는 인간 남자들이 여자들 사랑 독차지하게 해주는 게 일인데에 정작 나는 루루 너 한 명의 사랑을 받기도 이렇게 힘드니, 이게 말이 되냐고오!”와인 세 병을 비운 그레모리가 혀 꼬인 소리로 울분을 토했다.그녀는 소파 쿠션을 퍽퍽 내리치며 서러움을 쏟아냈다.“아스 그 자식은 또 어떻고! 색욕의 악마라는 놈이 평생 한 여자만 마음에 품고 잊지도 못해서 회사 이름까지 그 여자 이름으로 짓는 게 말이 돼? 아스모데가 순정파라니! 진정한 순정파는 여기! 바로 나인데!”“취했어. 그만하고 네 집으로 가.”펠이 싸늘하게 대꾸하며 잔을 내려놓았다.하지만 그레모리는 펠의 무릎에 머리를 비비며 칭얼거렸다.“나 자고 가면 안 돼에?”“응, 안 돼. 나 내일 아침 일찍 나가야 해.”“어디 가는데? 너 요즘 봉봉한테 일 다 맡기고 도대체 뭘 하고 돌아다니는 거야? 내 연락도 안 받고. 아니, 평소에도 잘 안 받긴 했지마안…… 요즘은 더 안 받는달까.”“바빠.”“그래그래, 바쁘시겠지! 나도 바빠! 너만 바쁜 거 아니라구! 아스 그 자식은 내가 하는 일마다 훼방 놓지, 너는 나한테서 도망치기 바쁘지…… 아, 외롭다. 정말…….”중얼거림을 끝으로 그레모리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니 완전히 잠든 모양이었다.“모리. 눈 떠. 나 너 안 재워줄 거야. 모리? 일어나. 야, 그레모리!”펠이 어깨를 흔들었지만, 그녀는 대답이 없었다.곁에서 지켜보던 달봉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입을 열었다.“잠드신 거 같은데, 오늘은 그냥 재우시죠, 루루 님.”“휴…….”“제가 손님방으로 모실게요. 루루 님도 그만 들어가서 주무세요.”“이러니 상대해 주고 싶겠냐고. 피곤한 녀석.”펠이 혀를 차며 일어서자, 달봉이 그레모리를 부축하며 한 마디를 툭 던졌다.“그래도 모리 님은 악마 중에서 제일 마음이 여리신 분이에요. 조금만 친절히 대해주세요. 루루 님이 워낙 냉정하시니 상처받으실 수밖에요. 전 모리 님 마음 이해합니다.”“이 녀석 속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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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엘은 묵묵히 라면 그릇을 닦는 서아의 옆얼굴을 관찰했다.펠이 처음으로 자신의 펜트하우스에 초대한 유일한 인간.자신의 접근을 막기 위해 하루 종일 그녀 곁을 지키려 했던 생소한 행동들.그동안 엘이 보아온 펠은 차갑고 냉소적인 악마였다.영혼을 거두기 위해 계약을 관리할 뿐, 계약자의 안위 따위엔 관심조차 없던 녀석이었다.그런데 그녀 앞에서 보였던 그 낯선 웃음은 무엇이었을까.그녀 앞에서만은 피비린내 나는 악마가 아닌, 평범하고 다정한 남자가 되려 애쓰던 펠의 모습이 엘은 자꾸만 눈에 밟혔다.‘도대체 이 여자의 무엇이 펠을 그렇게 만든 거지?’엘의 노골적인 시선에 결국 서아가 고개를 돌렸다.“왜 자꾸 빤히 쳐다봐요? 더 물어볼 게 남았어요? 이제 곧 교대 알바 올 시간이에요. 더 물어봐도 이제 대답 안 해줄 거예요. 엘 씨가 쉬지도 않고 물어보는 바람에 평소보다 두 배는 더 피곤하다고요.”“하지만 난 서아 씨가 정말 궁금한걸요?”“대체 왜….”딸랑.“안녕하세요!”오전 교대 아르바이트생인 정아가 들어오는 바람에 서아의 말이 끊겼다.“안녕하세요, 정아 씨.”“어? 누구…? 새로 오신 분이에요?”정아가 엘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훈훈한 외모의 신입 등장에 정아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네, 저도 어제 출근하고 들었어요. 천사대 씨예요.”“아, 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 천사대입니다. 잘 부탁드려요.”엘이 특유의 눈부신 미소를 날리자, 정아의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정아는 헛기침하며 서아에게 물었다.“그나저나 사장님은요?”“어머님이 팔을 다치셔서 돌봐드려야 한대요. 그래서 당분간 사대 씨가 대신 일하기로 했어요.”“아, 그렇군요. 두 분 다 밤새 고생하셨어요! 피곤하실 텐데 어서 들어가 보세요.”“네, 그럼, 수고하세요.”서아는 서둘러 앞치마를 벗어 던졌다.엘 역시 가방을 챙겨 서아의 뒤를 바짝 따라나섰다.“와, 여기 아르바이트생분들은 정말 할 말만 하고 교대 끝이네요?”피시방 문을 나서며 엘이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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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진정해, 모리. 우린 할 이야기가 있어서 서재로 갈 테니까 넌 신경 쓰지 마. 봉봉, 모리 아침 챙겨주고 서재에는 커피 좀 가져다줘.”“네, 알겠습니다, 루루 님. 모리 님, 일단 주방으로 가시죠. 시원한 국으로 해장부터 하셔야죠.”달봉이 서둘러 상황을 정리하려 했지만, 그레모리는 쉽게 물러날 기세가 아니었다.“나도 서재로 갈래! 저 여자가 누군지 나도 알아야겠어!”“우리끼리 할 이야기가 있어. 넌 아침 먹고 그만 돌아가. 오늘 출근 안 해?”펠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차갑고 단호했다.마치 외부인에게 선을 긋는 듯한 태도에 그레모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입술을 깨물며 몸을 부들거렸다.펠은 서아의 어깨를 감싸 쥐며 서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서아는 등 뒤로 느껴지는 그레모리의 뜨거운 시선을 느끼며, 자신이 발을 들인 이 세계가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위험하다는 것을 실감했다.***서재로 들어와 소파에 마주 앉은 세 사람 사이에는 차가운 침묵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이 숨 막히는 정적을 먼저 깨뜨린 것은 펠이었다.“엘. 너, 내가 서아 옆을 비운 틈을 노려 계속 내 뒤를 밟았던 거지?”펠은 미카엘을 뚫어질 듯 노려보며 쏘아붙였다.엘은 여유롭게 다리를 꼬며 대꾸했다.“맞아. 그게 안 될 일이라도 돼? 네 계약자라는 사실이 나한테 특별한 제약이 되진 않아. 당연한 접근이었지.”“그래서 치사하게 변신까지 해서 피시방에 기어들어 간 거야?”“네가 평소와 달리 계약자를 끔찍이 챙기길래, 어떤 여자인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야.”“내 뒤꽁무니만 열심히 쫓아다니더니 겨우 그거냐? 내가 누굴 챙길 존재로 보여? 미카엘. 벌써 늙어서 치매라도 온 거야? 나 루치펠이야. 너야말로 고작 인간 하나 보겠다고 변신술까지 쓰고 쥐새끼처럼 숨어서 지켜봐? 너 정말 노망났지?”펠의 독설에도 엘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부드럽게 웃었다.“하아, 루루. 네가 그렇게 싸가지 없이 말하는 건 그만큼 내가 편하다는 뜻이겠지? 그리고 숨어서가 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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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서아는 잠시 고민하다 엘의 손을 조심스럽게 놓으며 펠의 곁으로 다가갔다.“오늘 밤에 출근하면 만나니까 그때 얘기해요. 난 펠이랑 갈게요.”펠의 입꼬리가 귀에 걸릴 듯 솟아올랐다.그는 엘을 향해 세상에서 가장 거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악마의 유치한 승리 선언이었다.***“봉봉! 저 여자 대체 누구야? 누군데 루루가 저렇게까지 감싸고돌아? 들어보니 계약자 같은데, 악마가 언제부터 계약자를 저렇게 애지중지 챙겼다고!”서재 문이 닫히기 무섭게 그레모리가 소리를 질렀다.분이 풀리지 않는지 소파 쿠션을 꽉 쥐고 부들거리던 그녀가 달봉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엘 님에게 빼앗기지 않게 보호하시는 것뿐입니다. 그러니 진정하세요, 모리 님.”“그깟 계약자, 빼앗기면 다시 찾으면 그만이지! 루루가 언제부터 그렇게 영혼 하나에 목맸다고 그래?”“여기, 모리 님이 좋아하시는 오렌지 루이보스티입니다. 우선 이것부터 드시지요.”달봉이 향긋한 차를 내밀자, 그레모리는 콧김을 씩씩대다가도 못 이기는 척 잔을 받아 들었다.“흠흠, 고마워. 역시 내 취향을 아는 건 너뿐이네. 내가 우리 봉 때문에라도 이번 한 번은 참는다.”한 모금 차를 마시며 진정하는 그레모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달봉이 낮게 읊조렸다.“제가 환생만 다섯 번을 거듭하며 곁을 지켰습니다만, 그동안 루루 님은 단 한 번도 모리 님의 마음을 제대로 알아주신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나 포기가 안 됩니까?”‘제 마음이 다 아픕니다, 그레모리.’입 밖으로 내지 못한 달봉의 진심이 목구멍 끝에서 맴돌았다.달봉의 물음에 그레모리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그녀는 찻잔 속에서 일렁이는 주황빛 수면을 내려다보며 풀 죽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너도 알잖아. 내가 왜 포기 못 하는지.”순간 달봉은 가슴 한구석이 저릿해지는 것을 느꼈다.“알죠. 잘 압니다. 하지만 모리 님이 괴로워하시니 드리는 말씀입니다.”“알다시피 난 유일한 여자 악마야. 너는 내게 말로만 들었겠지만, 실상은 네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처참했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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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펠이 마치 심문이라도 하듯 다급하게 묻자, 서아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응? 그냥 별거 없었어. 성격이 어떤지, 형제가 있는지, 좋아하는 스타일이 뭔지 뭐 그런 평범한 것들이었어.”“정말 그게 다야? 다른 꿍꿍이는 없었고?”“다른 뭔가가 더 있어야 해?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굴어?”“아, 아니! 그건 아니고…….”펠이 당황하며 시선을 피하자, 이번에는 서아가 벼르고 있던 질문을 던졌다.“그…… 모리라는 여자가 어제 온다던 그 손님이었어?”“응? 아, 응. 와인을 사 왔더라고. 사업적인 일로 속상한 일이 있다고 혼자 진탕 마시더니 그대로 뻗어버렸어. 어쩔 수 없이 손님방에 재웠을 뿐이야.”“네가 방으로 데려다줬어?”서아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다.“뭐? 당연히 우리 봉이 잘 데려다 재웠지! 내가 왜 그런 귀찮고 성가신 일을 해!”“아, 그래? 그렇구나.”그제야 서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꽉 조여있던 마음이 한순간에 느슨해지는, 안도감이 섞인 미소였다.하지만 펠은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는지 핸들을 가볍게 내리쳤다.“너야말로 그 자식이랑 계속 같이 일할 거야?”“내가 그만둘 이유는 없잖아. 일도 잘 가르쳐줬고, 딱히 불편한 것도 없었어.”“그럼, 그 자식을 잘라! 당장 사장한테 전화해서 그만두게 하라고.”“내가 사장님도 아닌데 무슨 수로 잘라? 하여튼 성질하고는.”“싫어! 너랑 그 자식이 단 1분 1초도 붙어있는 거 싫단 말이야!”펠의 고집스러운 외침이 좁은 차 안을 가득 채웠다.서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너 진짜 완전 억지다. 초등학생도 아니고.”“억지 부려도 상관없어! 그 녀석은 안 돼. 절대로 안 된다고!”펠은 씩씩거리며 액셀을 밟았다.질투라는 감정이 악마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있었지만, 정작 펠 본인은 그것이 얼마나 유치하고 노골적인지 전혀 깨닫지 못하는 눈치였다.그 옆에서 서아는 창밖을 보며 슬며시 올라가는 입꼬리를 감추느라 애를 먹어야 했다.***그레모리의 패션 브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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