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사랑을 빌었더니, 계약이 시작됐다: Kabanata 41 - Kabanata 50

122 Kabanata

41화

“최 비서님, 이모리 실장님께서 행사장에 오셨는데 비서님도 확인하러 가보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일단 주방장에게 음식 리스트랑 쇼 콘셉트는 전달해 두었습니다만.”호텔 직원의 보고에 서류를 살피던 달봉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아, 가봐야죠. 고생하셨습니다. 다녀올게요.”달봉은 서둘러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평소보다 급한 발걸음으로, 행사장으로 향하던 그는, 정작 목적지인 홀이 아닌 호텔 로비 한복판에서 멈춰 섰다.그곳에는 그레모리가 아스모데우스와 날 선 목소리로 티격태격하고 있었다.“모리 님!”달봉이 다가오자, 그레고리가 구원투수라도 만난 듯 반색하며 그의 팔을 붙잡았다.“아, 봉! 마침 잘 왔어. 너 루루 없다고 호텔 관리 이렇게 할 거야? 어디서 이딴 걸 로비에 출입시켜?”이딴 거라고 지칭된 아스모데우스의 미간이 험악하게 뒤틀렸다.그는 먹잇감을 노리는 뱀처럼 서늘한 눈빛으로 그레모리를 쏘아보았다.“이딴 거? 72악마 중 56번째 하위 악마 주제에, 감히 32번째인 나에게 막말을 해?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 그레모리. 지옥의 왕께서 널 끼고 도니까 그나마 참아주는 거라고. 그렇다고 그걸 믿고 이렇게 까불면 안 되지. 안 그래?”아스모데우스의 안구 전체가 검게 물들며 살벌한 기운을 내뿜자, 그레모리는 움찔하며 달봉의 뒤로 몸을 숨겼다.달봉은 물러서지 않고 아스모데우스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입을 열었다.“아스 님, 진정하십시오. 여기서 소란 피우신 걸 루루 님이 아시면 당장 이곳으로 찾아오실지도 모릅니다.”아스모데우스의 시선이 달봉에게로 옮겨갔다.비릿한 비웃음이 그의 입가에 걸렸다.“야, 인간. 너도 루루 믿고 적당히 까불어. 집사 주제에 어떻게 매번 전생을 기억하고 태어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마다 루루를 찾아오는 것도 다 너 편히 살자고 그러는 거 모를 줄 알아? 얌체 같은 자식. 그 덕에 아무것도 아닌 네가 호의호식하며 살고 있는 거잖아. 빌붙어 사는 기생충 같은 놈!”아스모데우스는 가차 없는 폭언을 내뱉고는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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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서아는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내내 끓어오르는 화를 꾹꾹 눌러 담고 있었다.원인은 양옆에 포진한 비현실적인 존재들이었다.엘은 천사의 능력을 아주 효율적으로 사용 중이었다.손가락을 딱! 하고 튕기기만 하면 라면 물이 오차 없이 맞춰지고, 음료 트레이가 공중을 둥둥 떠다니며 빈자리를 치웠다.반면 펠은 구석 단골 좌석에 앉아 눈을 부릅뜨고 그 광경을 감시하고 있었다.“하아…… 엘.”결국 서아가 참다못해 엘을 불러 세웠다.“네, 서아 씨? 시키실 일이라도 있나요?”“여기 CCTV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다는 거, 알고 계신 거죠?”“그럼요. 왜요? 누가 서아 씨를 괴롭히나요? 당장 혼내줄게요.”“네! 당신이요! 바로 당신이 문제라고요!”서아가 낮게 소리를 지르자 엘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네? 전 그저 서아 씨 편하게 해주려고 열심히 일만 하고 있는데요?”“그 일 때문이잖아요! 냄비랑 쟁반이 허공을 날아다니는 게 녹화되면 어쩌려고 그래요? 나중에 사장님이 돌려보다가 ‘아, 우리 알바생 천사대 씨는 초능력이 있구나! 짠~ 놀라셨죠?’ 이러면 해결될 문제냐고요!”“아하! 그렇겠네요. 미안해요, 서아 씨.”엘이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사과했다.그 무해한 미소에 서아는 맥이 탁 풀렸다.‘아, 저렇게 웃어버리면 화를 더 낼 수가 없잖아.’“그, 앞으론 손으로 직접 해요, 직접. 알았죠?”“네, 네. 그럴게요. 서아 씨가 곤란해지는 건 저도 싫으니까요~”엘이 콧노래를 부르며 걸레를 집어 든 순간, 서아의 모니터 하단에 알림이 띠링 하고 울렸다.[둘이 사이좋게 시시덕거리지 말고, 일이나 해.]‘하, 진짜. 피시방 메신저로 사적인 메시지 보내지 말라고!’서아는 핸드폰을 꺼내 펠에게 문자를 쏘아붙였다.[너 진짜 백수지? 내일 출근 안 해? 3주 동안 따라다녔으면 됐지, 왜 또 일주일이나 더 출근 도장을 찍는 건데?]문자를 확인한 펠이 의자를 박차고 카운터로 성큼성큼 다가왔다.“서아. 너 지금 우리 봉의 능력을 무시하는 거야?”“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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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제자리로 돌아가는 펠의 뒤통수를 보며 서아는 속으로 삭혔다.‘하, 정말 힘들다. 나이를 헛먹었지, 아주. 몇백 년인지 몇천 년인지 산 할배들이 진짜……. 이럴 줄 알았으면 달봉 씨 연락처라도 알아둘걸.’이 난장판을 수습해 주던 달봉이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서아였다.“서아 씨, 다 씻어 놨어요!”“벌써요? 제가 보낸 지 1분도 안 된 것 같은데…….”“에이, 금방이죠. 이 정도는.”엘이 한쪽 눈을 찡긋하며 윙크를 날렸다.반짝거리는 컵들을 보니 물기 하나 없이 완벽했다.‘아…… 또 능력 썼네.’“정말이지, 조심성 없는 천사네요. 누가 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요?”“하하!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그런 의미로 우리, 밝은 낮에도 한 번 만날까요?”“예? 갑자기 왜요?”‘그런 의미라니. 저는 아무 의미도 부여하지 않았습니다만.’서아의 당황스러운 반응에도 엘은 능청스럽게 다가와 목소리를 낮췄다.“우리도 우리만의 비밀을 만들기 위해서?”“딱히 엘 씨랑 만들 비밀 같은 건 없을 것 같은데요.”“글쎄요. 일단 만나요. 그러면 알게 되겠죠. 그게 비밀이 될지, 아니면 더 특별한 무엇이 될지.”“……고민해 볼게요.”서아는 일단 상황을 회피하듯 대답했다.한편, 멀리 떨어진 좌석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펠은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둘이 왜 저렇게 딱 붙어있는 거야? 도대체 무슨 얘길 하는 거냐고!’당장이라도 달려가 엘의 뒷덜미를 낚아채 서아에게서 떼어놓고 싶었지만, 사장님이 CCTV를 보고 있다는 서아의 경고 때문에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펠은 애꿎은 마우스를 꽉 쥔 채, 다리만 달달 떨며 타오르는 질투심을 삼켰다.***약속 시간은 토요일 오전 11시 50분.서아는 결국 엘과 점심을 먹기로 한 장소에 서 있었다.일하는 내내 강아지처럼 눈을 반짝이며 낮에 만나자고 조르는 엘을 차마 뿌리치지 못한 탓이었다.‘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부른 걸까. 혹시 계약 내용을 캐물으려는 건가? 펠이 저렇게까지 싫어하는데 왠지 말하기가 껄끄럽단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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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서아의 표정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아, 엘의 목적은 결국 그거였구나. 영혼을 못 가져가게 막으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게 이런 거였어.’“처음부터 저한테 접근한 의도가 참 불순했군요.”“하하, 그렇게 느꼈다면 그렇다고 해두죠. 루루 덕분에 서아 씨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사실이니까요.”“그럼 더더욱 계약 내용은 말하지 않는 게 좋겠네요.”서아가 경계하며 몸을 문 쪽으로 붙이자, 엘은 그런 서아를 힐끗 보더니 씩 웃었다.“서아 씨는 감정이 표정에 다 드러나는군요. 그런 솔직한 매력 때문에 루루가 빠진 건가?”“펠이 저를 좋아한다는 것처럼 들리네요.”서아가 콧방귀를 뀌며 툴툴댔다.“아니에요?”엘이 진심으로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그냥 계약관계일 뿐인데, 정말로 믿으시는 거예요?”서아의 확신에 찬 대답에 엘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흠, 이런 쪽으로는 아주 둔한 건가? 이거 나한테는 꽤 유리한 상황일지도 모르겠네.’***톡. 톡. 톡.펠이 책상 위에 놓인 만년필 끝으로 규칙적인 소리를 내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호화로운 대표실의 공기가 그의 기분을 대변하듯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루루 님,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신가요?”차를 내오던 달봉이 넌지시 물었다.펠은 기다렸다는 듯 의자 등받이에 몸을 깊숙이 파묻으며 투덜거렸다.“휴, 맞아. 봉봉. 고민이 있지, 아주 큰 고민이 있어.”“대체 무엇이 루루 님을 이토록 심란하게 만드는 건가요?”“엘이 기어코 서아 옆에 끼어들었어. 아직 서아 마음도 제대로 사로잡지 못했는데, 그 자식이 옆에서 자꾸 알짱거린단 말이야.”“그것 참 곤란하군요. 미카엘 님은 한 번 마음먹으면 꽤 끈질긴 분이니까요.”“그러니까! 순진하고 착해빠진 서아가 그 영악한 놈한테 홀딱 걸려들까 봐 걱정이군. 그 녀석, 얼굴 하나는 쓸데없이 반반하잖아.”질투에 휩싸인 펠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달봉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조심스럽게 조언을 건넸다.“흠, 그러고 보니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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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서아 씨, 루루가 ‘루시퍼’라는 건 알고 있죠? 지옥의 왕이라고요. 그런 존재를 노력하게 만들고 고생시키고 있다는 말이에요, 지금?”“네, 맞아요. 금 나와라 뚝딱한다고 해결될 소원이 아니거든요.”“대체 무슨 소원이길래……. 더욱 궁금해지는데요?”엘의 눈빛이 호기심으로 번들거렸다.서아는 곤란한 듯 육수를 휘저었다.“흠. 엘 씨한테 말한 거 알면 분명 엄청 날뛸 텐데.”“오늘 우리 둘만의 비밀을 만들기로 했잖아요. 나 입 무거워요.”“팰 과의 비밀을 당신한테 말하는 거니 이미 ‘둘만의 비밀’은 아니죠.”‘쉽지 않네. 의리가 있다고 칭찬해야 하는 건가.’엘은 혀를 내둘렀다.“루루가 하는 일은 순리를 거스르는 일이에요. 결국 서아 씨와 루루, 둘 다 다치게 될까 봐 하는 말입니다.”서아는 잠시 젓가락을 멈추고 엘을 응시했다.“저를 걱정하는 건가요, 아니면 펠을 걱정하는 건가요?”“둘 다요.”서아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이건 내 선택이에요.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알면서도 선택했고, 후회하지 않아요. 펠을 만나고 제 삶은 정말 많이 변했어요.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 버티던 인생이었는데, 요즘은 오히려 머리 아프고 피곤할 지경이라니까요? 악마에, 천사에, 초능력까지……. 그뿐인가요? 하늘을 날아보기도 하고, 전생을 기억하며 다섯 번이나 환생한 사람도 만났잖아요. 생각할 게 너무 많아 과부하가 걸릴 지경이지만, 나쁘지 않은 기분이에요. 비로소 내가 살아있음을 느껴요.”서아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했다.“저한테는 나쁘지 않은 거래예요. 혼자였던 내 주변에 펠도, 달봉 씨도, 그리고 당신도 생겼잖아요. 아마 펠과 계약하지 않았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죠.”“하지만 서아 씨는 그렇게 일찍 죽어야 할 사람이 아니에요.”“누가 일찍 죽는대요?”“네?”엘이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서아가 쐐기를 박듯 말했다.“제 계약기간은 무기한이에요. 10년 같은 시한부가 아니라고요.”“네에? 무기한이라고요? 루루가 그런 계약을?”“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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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사람들은 그녀를 음침하다고 했다.서른이 다 되어가도록 아르바이트만 세 개씩 뛰는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며 동정하거나 무시했다.서아는 스스로 그런 시선에 자신을 가둬왔다.인생은 원래 불공평한 것이니 당연하다고, 원망해 봤자 비참해질 뿐이라고 자신을 속이며 살아왔다.그런데 오늘, 처음 보는 존재가, 그것도 사람이 아닌 천사가 자신의 치열했던 삶을 기특하다고 긍정해 주었다.“아, 여기 휴지요! 미안해요. 내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했죠?”엘이 당황하며 급히 휴지를 건넸다.서아는 젖은 눈가를 닦아내며 배시시 웃어 보였다.“아니에요. 고마워요.”“네?”“처음이에요. 제 삶을 그렇게 따뜻하게 봐준 건. 정말 고마워요, 엘.”눈물 맺힌 눈으로 환하게 웃는 서아의 얼굴을 본 순간, 엘의 심장이 기묘하게 요동쳤다.맑게 갠 하늘처럼 투명한 그 웃음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예쁘네요. 항상 그렇게 웃어줘요, 서아 씨.”“그럼, 오늘 나 울었던 건 비밀이에요? 마음 약해 보이는 건 딱 질색이거든요.”“그래요. 우리만 아는 비밀로 할게요.”“결국 우리 둘만의 비밀이 생겼네요, 엘.”서아의 장난스러운 말에 엘은 비밀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가슴 떨리는 것이었나 새삼 느꼈다.사랑스럽다는 생각은 곧 예쁘다로 변했고, 예쁘게 보이니 귀엽다는 생각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엘은 비로소 깨달았다.‘이래서 루루가 서아 씨를 감싸고도는구나. 그 녀석도 느꼈던 거야. 고단한 생활에 찌들어 잘 웃지 않던 그녀가 나를 향해 웃어줄 때, 그 순간이 얼마나 눈부신지.’엘은 이제 단순히 루루를 방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웃음을 온전히 자신만이 소유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심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펠은 전화를 끊고 한참 동안 씩씩거렸다.감히 지옥의 왕이자 호텔 대표인 자신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다니.하지만 분노도 잠시, 서아의 단호한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자 초조함이 밀려왔다.결국 그는 달봉에게 도움의 눈길을 호소했다.“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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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띵동. 띵동.평화로운 일요일 아침을 깨우는 요란한 벨 소리에 서아가 부스스한 머리로 현관문을 향해 비틀 거리며 다가갔다.“누구세요?.”“나야. 서아야, 문 좀 열어봐. 아주 깜짝 놀랄 선물을 가져왔어.”서아가 의아해하며 문을 열자마자, 시야를 가득 채울 만큼 거대한 꽃다발이 코앞으로 불쑥 밀려 들어왔다.분홍 장미와 보라색 프리지어가 섞인, 그야말로 돈 냄새가 나는 화려한 다발이었다.“오늘 아침 향기롭게 시작하라고 준비했어. 어때, 감동이지?”“에엣취!! 펠, 그 꽃 좀 저리 치워! 나 꽃가루 알레르기 있단 말이야. 에취! 에취!”서아가 코를 부여잡고 뒤로 물러나자, 펠의 얼굴이 순식간에 당혹감으로 물들었다.“어, 어……? 그래? 알레르기라니, 그건 몰랐네.”당황한 펠은 정성껏 고른 꽃다발을 복도 구석으로 휙 던져버렸다.하지만 실망도 잠시, 그는 비장의 무기를 꺼내듯 주머니에서 작은 벨벳 케이스를 꺼내 열었다.“자, 그럼 이건 어때? 최고급 백금 다이아몬드 반지야. 네 하루가 이 보석처럼 눈부시게 빛나길 바라며 준비했지.”영롱하게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보며 서아는 감탄 대신 미간을 찌푸렸다.“펠. 나 아르바이트 세 개나 하는 거 알잖아. 반지 끼고 일하면 얼마나 불편한데. 그리고 이런 비싼 걸 끼고 어떻게 일을 해? 흠집이라도 날까, 잃어버릴까 온통 신경 쓰여서 일도 제대로 못 할 거야. 가져가.”“그, 그런가? 실용적이지 못했군.”펠의 어깨가 살짝 처졌으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뒤에 대기 중이던 달봉에게 손짓했다.달봉이 내민 쇼핑백에서 화려한 구두 상자를 꺼낸 펠이 눈을 반짝였다.“그럼 이건 어때? 예쁘지? 이 예쁜 신발 신고 기분 좋은 곳으로만 가라고 사 왔어.”“펠. 마음은 고마운데, 이런 킬힐 신고 일하면 발 아파서 5분도 못 버텨. 이것도 딱 봐도 명품인데, 나한테는 이런 구두에 맞춰 입을 옷도 없어.”“후후, 그럴 줄 알고 옷도 세트로 준비했지!”펠이 자신만만하게 내민 것은 레이스가 잔뜩 달린 화려한 실크 원피스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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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펠을 돌려보내고 난 뒤, 서아는 한동안 어안이 벙벙한 채 카운터에 멍하니 서 있었다.비록 현실적인 이유를 대며 쌀쌀맞게 거절했지만, 사실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살면서 누군가에게 이토록 열렬하게 대접받고 챙김을 받는 느낌이 꽤 신선하고 좋았다.‘환심을 사려고 수작 부리는 게 빤히 보이는데, 왜 그 모습이 귀엽게 느껴지지?’서아는 피식 웃음이 났다.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정신을 가다듬었다.고마운 건 고마운 거고, 아르바이트생인 자신에게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선물은 여전히 감당하기 힘든 짐이었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느라 손님이 온 줄도 몰라요?”“아, 죄송합니…… 엘? 여긴 어쩐 일이에요?”고개를 들자, 눈앞에 나타난 건 펠이 아닌 엘이었다.그는 편의점 조명조차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찬란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어쩐 일은요. 편의점에 뭐 하러 왔겠어요? 살 게 있으니까 왔지. 여기 이거, 커피 두 개 계산해 줘요.”서아는 얼떨결에 그가 내민 캔 커피 두 개를 받아 들었다.삑.“3,600원입니다.”엘은 결제를 마치자마자 빨대를 꽂은 커피 하나를 서아에게 쓱 내밀었다.“자, 하나는 서아 씨 거예요.”“아…. 고마워요, 잘 마실게요. 그런데 설마 이거 주려고 일부러 여기까지 온 건 아니죠?”“맞는데요.”엘이 한쪽 눈을 찡긋하며 눈부신 미소를 발사했다.서아는 가슴이 철렁했지만, 애써 침착하게 대꾸했다.“이런다고 제 소원 얘기 안 해줘요.”“음, 반은 그 이유도 있지만, 나머지 반은 아니에요.”“그럼, 뭔데요?”“샤브샤브 먹다가 반해서?”“에?”서아의 눈이 휘둥그레지자 엘이 즐겁다는 듯 소리 내어 웃었다.“하하! 그런 반응, 정말 재밌네요.”“그쪽 세계 사람들은 취향이 참 독특하네요. 아,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가? 그쪽 동네엔 미남미녀가 넘쳐날 텐데, 저 같은 사람이 흥미로운가 봐요?”“흥미로운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반했다는 것도 진심이에요.”서아는 헛웃음을 삼키며 커피를 한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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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황금빛 로고가 박힌 대리석 벽면을 보며 서아는 새삼 깨달았다.자신과는 다른 세계에 사는 존재라는 사실이 실감 나자, 묘한 거리감이 가슴을 찔렀다.“안녕하세요, 서아 님! 이쪽으로 오세요. 저희가 세계 최고로 예쁘게 꾸며드릴 테니 믿고 맡겨주세요.”전문가들의 손길에 이끌려 의자에 앉은 서아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거울을 보았다.‘와, 이런 게 대접받는 기분인가.’가장 먼저 갈아입은 것은 펠이 가져왔던 실크 원피스였다.아침엔 거추장스럽게만 보이던 레이스가 조명 아래서 우아하게 빛났다.이어지는 메이크업과 머리 손질.푸석했던 피부에는 은은한 광택이 돌기 시작했고, 흐릿했던 이목구비는 전문가의 터치 한 번에 선명하고 깊이 있게 살아났다.엉망으로 묶여 있던 머리칼은 부드러운 물결을 그리며 어깨 위로 흘러내렸다.거울 속에는 매일 보던 지친 아르바이트생 대신, 낯설 만큼 아름다운 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이게 정말 나라고?’생소한 자신의 모습에 서아의 가슴이 두근거렸다.하지만 화려해질수록 마음 한구석에는 ‘이게 정말 내 옷이 맞을까’ 하는 불안함이 잉크처럼 번져나갔다.똑똑."준비가 다 되었다고 해서 모시러 왔습니다."조심스러운 노크 소리와 함께 달봉이 문을 열었다.멍하니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던 서아가 고개를 돌렸다."아, 달봉 씨.""와. 서아 님, 정말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우세요!"달봉이 진심으로 감탄하며 눈을 크게 떴다.서아는 뺨을 붉히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고마워요. 그런데 너무 과한 게 아닌가 싶어서 좀 민망하네요.""전혀요. 어서 빨리 대표님께 보여드리고 싶네요. 저를 따라오시죠. 대표님이 계신 곳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서아는 달봉의 뒤를 따르며 물었다."펠은 어디 있나요? 아까부터 안 보이던데.""호텔 정원에 계십니다.""호텔에 정원도 있었나요?""네. 야외 파티나 결혼식에 주로 이용하는 곳이죠. 나름 정성을 들여 가꿔놔서 정·재계 인사들에게도 제법 인기가 높답니다."달봉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정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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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펠은 신중한 손길로 케이스에서 목걸이를 꺼냈다.그리고 서아의 뒤로 다가가 차가운 금속 체인을 그녀의 가녀린 목에 조심스레 걸어주었다.고개를 살짝 숙인 서아의 얼굴이 펠의 가슴팍 가까이에 닿았다.그의 체온과 짙은 향기가 훅 끼쳐오자, 서아의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요동치기 시작했다.쿵, 쿵.소리가 정적을 깨고 펠의 귀에까지 들릴까 봐 서아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됐다. 잘 어울려."펠이 서아의 어깨 너머로 고개를 내밀며 능글맞게 웃었다."이제 이 목걸이 색이 변하면, 너도 네 마음을 숨기지는 못하겠지?"'아, 그런 의도였냐? 감동 파괴도 정도가 있지.'서아는 속으로 툴툴대면서도 목에 걸린 목걸이를 매만졌다.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정원이 유독 고요하다 싶었다."참, 네가 꽃 알레르기가 있다고 해서 정원에 있던 꽃들은 다 없앴어. 꽃이 없어도 나름 멋있지 않아?""뭐라고? 머, 멋있긴 한데…… 이 넓은 정원의 꽃을 나 때문에 다 뽑았다고? 그래도 되는 거야?""안 될 게 뭐 있어? 내 호텔인데."펠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아, 봉한테 밤 드라이브할 거라는 얘기는 들었지? 오늘 밤은 아주 특별한 시간이 될 거야."말이 끝나기 무섭게 펠은 서아의 허리를 감싸 쥐고 자신의 품으로 바짝 끌어당겼다."무, 무슨……!""이번엔 미리 말할 테니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해둬. 밤하늘을 구경하러 갈 거야. 꽉 잡아."펠의 등 뒤에서 거대한 검은 날개가 위엄 있게 펼쳐졌다.그 압도적인 풍경에 서아는 비명을 지르는 대신 본능적으로 펠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펠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단숨에 지면을 박차고 하늘로 솟구쳤다.거센 바람이 머리카락을 헤집었지만, 서아는 이번엔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그저 두 눈을 질끈 감고 펠의 품에 얼굴을 묻은 채 그의 심장 소리에 집중했다."서아. 괜찮으니까 나를 믿고 눈을 떠봐. 네 발아래를 봐. 아주 멋진 풍경이 펼쳐져 있을 테니까."펠의 다정한 목소리에 서아는 용기를 내어 살포시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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