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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사랑해 줘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21 - チャプター 30

45 チャプター

21화

어딘가 힘없이 가라앉은 그녀의 어깨를 본 펠의 눈빛이 조금 부드러워졌다.“잠시 어디로 자리를 옮길까? 카페라도…. 아니다, 괜찮으면 우리 집으로 갈래?”말을 내뱉는 순간 서아는 아차 싶어 입술을 깨물었다.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그, 가, 가까우니까. 밖은 춥기도 하고….”서아는 변명하듯 어색하게 손짓을 해 보였다.펠은 잠시 서아의 낡은 빌라 쪽을 바라보더니 짧게 답했다.“좋아.”앞장선 서아의 발걸음이 아까보다 더 꼬이는 듯했다.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 도착한 작은 자취방.서아는 서둘러 문을 열었다.“누추하지만 들어와. 편한 데 앉으면 돼.”서아는 아무 데나 가방을 급히 내려놓고는 정돈되지 않은 방 안이 부끄러워 서둘러 냉장고 쪽으로 걸어갔다.“마실 거 필요 없어. 앉기나 해.”“아, 그, 그래.”누군가가 자신의 방에 들어온 것도 처음이었지만, 남자는 더더욱 처음이었다서아는 손바닥에 배어 나오는 땀을 바지에 슬쩍 닦으며 펠의 맞은편에 천천히 앉았다.방 안은 좁았다.그래서일까, 펠이 내뿜는 서늘하고도 짙은 향기가 좁은 방 안을 가득 채우는 것 같았다.서아는 눈치를 살피며 펠의 표정을 읽으려 애썼다.왠지 아침의 장난기 어린 모습과는 다른 침착함이 느껴졌다.‘전화를 잊어버려서 진짜 화난 건가? 아니면 집이 너무 좁아서 불쾌한 건가?’정적이 길어질수록 서아의 심장 소리가 귀에 들릴 듯 크게 울렸다.“할 말이 뭔데?”펠이 식탁 너머로 몸을 살짝 기울이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의 짙은 눈동자가 서아의 얼굴을 빤히 비추자, 서아는 목 안이 바짝 타들어 가는 기분이 들었다.“아, 그게….”서아는 지금이 적절한 타이밍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하루 종일 아르바이트에 시달려 몰골은 엉망이었고, 좁은 자취방의 공기는 두 사람의 존재감만으로도 이미 포화 상태였다.하지만 오늘 아침부터 머릿속을 맴돌던 이 생각을 털어버리지 않으면, 내일도 모레도 펠의 페이스에 휘말릴 것만 같았다.서아는 마른침을 한 번 삼키고는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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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고백이라는 단어가 뇌리에 박히는 순간, 서아의 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좁은 자취방 벽이 금방이라도 터져 나갈 것 같은 진동이었다.하지만 펠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쐐기를 박았다.“그리고 말이야, 너도 책임은 좀 져야지. 진심으로 사랑해 달라고 날 꼬셔놓고 이제 와서 연애는 안 하겠다니. 세상에 그런 이기적인 계약이 어디 있어? 내가 분명히 말했지, 거절은 거절한다고.”“꼬, 꼬시다니! 내가 언제!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어? 꼬시긴 누가 꼬셨다고!”서아는 ‘꼬셨다’라는 단어에 너무 당황한 나머지 혀가 꼬여버렸다.반박하고 싶은 말은 산더미 같은데, 정작 입 밖으로는 의미 없는 파열음만 튀어나왔다.펠의 능청스러운 눈빛과 제 손을 감싸 쥔 온기에 머릿속이 하얗게 타버려, 도무지 논리적인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왜, 틀린 말 아니잖아. 네 영혼까지 걸게 만들 만큼 간절하게 구애한 건 너니까.”펠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장난스럽게 웃었다.그 여유로운 미소에 서아는 자신이 완전히 그의 페이스에 말려들었음을 직감했다.“연애하자, 이러면 뭐… ‘그래, 좋아!’하고 바로 연애부터 하냐?”서아가 어이없다는 듯 쏘아붙이자, 펠이 눈을 가늘게 뜨며 되물었다.“그러면 뭐부터 하는데?”“아니, 그게… 사람이 감정이 있는 동물인데! 아무 감정도 없이 어떻게 덜컥 연애할 수 있냐, 뭐 그런 말이지.”“내가 싫어?”단도직입적인 펠의 질문에 서아의 사고회로가 다시금 엉켰다.싫으냐고?이 비현실적인 외모를 가진 남자를 눈앞에 두고 감히 싫다는 말이 나올 리가 없지 않은가.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좋다'고 하기엔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그, 그런 말이 아니잖아!”서아는 제 손을 잡은 펠의 손길이 뜨거워질수록 더욱 당황했다.“뭐 썸도 타고, 그러다 자연스럽게 연애하고 그런다던데.”서아는 부끄러움에 고개가 점점 아래로 떨어졌다.바닥의 장판 무늬를 다 외울 기세였다.“아하!”펠은 마치 난해한 마법 주문이라도 해독한 사람처럼 무릎을 탁 치며 서아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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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펠은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평소의 능청스러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무표정한 얼굴이라, 서아는 그가 화가 난 것인지 아니면 황당해하는 것인지 도무지 읽어낼 수가 없었다.긴장감이 두 사람 사이를 감돌았다.“네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어. 내일 보자.”한참 뒤에 터져 나온 펠의 대답은 의외로 담백했다.“어, 그래. 응? 내일?”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던 서아가 화들짝 놀라며 되물었다.분명 연애는 생략하자고 방금 못을 박았는데, 당연하다는 듯 내일을 기약하는 그의 태도 때문이었다.“내일도 오늘처럼 비슷한 시간에 퇴근해?”“아, 아니. 내일은 주말 야간 알바라 모레 아침에나 끝나.”“내일 아침에 출근은 하고?”“아니, 주말 알바는 따로 있어서 주말 동안은 야간만 해.”“그럼, 월요일은 밤을 꼬박 새우는 거야?”펠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인간의 몸으로 어떻게 그런 일정을 견디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그렇긴 한데, 다행히 편의점 점장님이 월요일은 배려해 주셔서 한 시간 늦게 출근해.”“무슨 일을 밤새워서까지…. 인간들은 참 피곤하게 사는군.”펠이 낮게 읊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는 코트 깃을 세우며 문가로 향했다.“일단 알았어. 문자 할게.”“어, 그래. 조심히 가.”서아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그를 문밖까지 배웅했다.좁은 복도에 선 펠이 마지막으로 서아를 한번 응시하더니, 그대로 난간 너머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어!”서아가 놀라 난간을 붙잡기도 전, 암흑 속에서 휙! 하는 거친 바람 소리가 들렸다.가로등조차 닿지 않는 밤하늘 속에서 웅장한 검은 날개가 거대하게 펼쳐졌다.펠은 단숨에 중력을 거스르며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서아는 입을 벌린 채 굳어버렸다.펠이 어두운 밤하늘 속으로 완전히 녹아들어 사라질 때까지, 그녀는 차가운 밤바람을 맞으며 그 자리에 뿌리박힌 듯 서 있었다.방금까지 좁은 방 안에서 고백이니 썸이니 논하던 남자가 인간이 아님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실감하는 순간이었다.***띠링. 띠링.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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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짜증이 난 서아는 핸드폰을 침대 위에 내팽개치고 다시 털썩 누웠다.하지만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띠링 소리가 들렸다.다시 팔을 뻗어 확인한 문자엔 짧은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1시간 후에 데리러 갈게.]“끊기 전에 진작 말할 것이지….”서아는 투덜거리며 ‘알겠다’라고 짧게 답장을 보냈다.이상하게도 정확한 약속 시간을 듣고 나니 날카로웠던 짜증이 조금 가라앉는 기분이었다.‘단순해, 진짜.’자신이 너무 쉬운 여자처럼 보이는 것 같아 자괴감이 들었다.펠이라는 존재의 속도에 자꾸만 휩쓸리고 있었다.‘내 말은 알아들었는데 동의는 안 한다고? 그럼 내 말을 무시하고 계속 직진하겠다는 뜻인가?’머리가 지끈거렸다.아무 생각 없이 일과 집만 반복하던 단조로운 일상은 펠을 만난 그날 밤 이후로 엉망진창이 되었다.물론, 솔직히 말하자면 설레지 않는 건 아니었다.모든 것이 비현실적이었고, 그토록 잘생긴 남자가 제 손을 잡아주는데 설레지 않을 여자가 어디 있겠는가.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걱정부터 앞섰다.연애하려면 돈이 들고, 시간이 든다.당장 다음 달 월세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연애라니.게다가 펠은 평범한 인간도 아니지 않은가.그가 가진 검은 날개 말고 또 어떤 기괴한 모습이 숨겨져 있을지 알 수 없었다.대인관계조차 어려워하는 내가 초월적 존재와의 연애를 감당할 수 있을까?많은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당장 닥친 현실적인 문제가 그녀의 생각을 끊어버렸다.“아… 1시간밖에 안 남았는데, 도대체 뭘 입어야 하는 거야?”서아는 한숨을 내쉬며 몇 벌 없는 낡은 옷들이 걸린 행거 앞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좋아요, 루루 님! 아주 잘하고 계세요. 손 하나 안 다치고 야채들을 저렇게 일정하게 썰어내시다니, 장하십니다! 자, 이제 끓는 물에 된장을 크게 한술 떠서 풀어주세요.”달봉은 지금 흡사 요리 교실의 강사가 된 기분으로 펠에게 된장찌개 조리법을 전수하고 있었다.아침 일찍부터 거실을 안절부절못하며 서성이던 펠이, 갑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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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서아가 질겁하며 주변을 살폈다.이 대낮에 이런 비현실적인 모습이라니, 당장이라도 이웃들이 튀어나와 비명을 질러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정작 당사자인 펠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되물었다.“내 모습이 왜?”“나, 날개! 날개 좀 어떻게 해봐!”“너 똑똑한 줄 알았더니 의외로 기억력이 나쁘구나? 어제 말했잖아. 이건 네 눈에만 보이는 거라고.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냥 평범하고 잘생긴 네 남자 친구로 보일 테니까 걱정하지 마.”“말로 들었다고 해서 바로 적응되는 건 아니거든! 근데 왜 그 모습으로 온 거야?”“이 모습이어야 널 가장 빨리 데려갈 수 있으니까.”“뭐? 데려가다니, 어떻게….”“무서우면 눈 감고 있으면 돼. 금방이니까.”펠은 대답 대신 서아에게 한 걸음 다가왔다.미처 뒷걸음질 칠 새도 없이 서아의 몸이 그의 품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잠시 실례.”낮게 울리는 펠의 목소리와 함께, 그녀의 허리와 어깨를 감싼 손에 단단히 힘이 들어갔다.펠의 품에선 서늘하면서도 달콤한 숲의 향기가 났다.그 향기에 취해 멍해진 것도 잠시, 펠의 날개가 크게 요동쳤다.휙!“꺅!”갑자기 발밑의 지면이 사라지고 몸이 허공으로 붕 뜨는 감각에 서아는 비명을 지르며 눈을 질끈 감았다.본능적으로 살기 위해 눈앞에 있는 펠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고막을 울리는 거센 바람 소리와 함께 중력을 거스르는 짜릿한 속도감이 온몸을 휘감았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란하게 뛰는 심장 소리를 들으며 서아는 아주 살짝 눈을 떴다.“……!”눈앞에는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었다.서아는 떨리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 발아래를 내려다보았다.매일 땀 흘리며 뛰어다니던 거리는 장난감 조각처럼 작아져 있었고, 유유히 흐르는 강물은 은빛 비늘처럼 반짝였다.‘하늘이다… 진짜 날고 있어.’서아는 비현실적인 해방감과 여전한 공포심에 펠을 더 세게 감싸안았다.그의 단단한 가슴팍에 얼굴을 묻자 거친 바람조차 잦아드는 기분이었다.한편, 펠은 품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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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펠의 얼굴이 순식간에 잘 익은 토마토처럼 시뻘겋게 달아올랐다.그는 엘을 당장이라도 찢어 죽일 듯이 쏘아보았지만, 이미 서아의 웃음보가 터진 뒤였다.“난 둘이 꼭 껴안고 들어오길래 당연히 애칭 정도는 공유하는 사이인 줄 알았지 뭐야.”엘은 능글맞게 어깨를 으쓱하며 식탁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펠은 창피함에 몸서리치면서도, 아직도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는 서아를 보며 험상궂은 표정을 풀고 다정하게 물었다.“그렇게까지 놀랄 줄은 몰랐어. 정말 괜찮아?”“미리 말이라도 해줬으면 마음의 준비라도 했을 거 아냐! 사람을 하늘로 보쌈하듯 데려오면 당연히 놀라지, 안 놀라?”서아가 팩 쏘아붙이자, 펠은 짐짓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음식 식기 전에 먹게 하려고 서두른 건데…. 하필 이런 불청객이 와 있을 줄은 나도 몰랐네.”펠은 다시 차가운 눈빛으로 엘을 째려보았지만, 엘은 이미 된장찌개 냄새를 맡으며 숟가락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우, 우선 식사 먼저 하시죠. 루루… 아니, 펠 님 말씀처럼 음식이 식기 전에 드셔야죠.”분위기를 수습하려 달봉이 나섰다.“와. 그럼 나도 저 진수성찬을 같이 먹는 거야? 그래도 되는 거지, 루루? 응?”엘이 짓궂은 표정으로 서아를 한 번 훑어본 뒤 펠을 향해 눈을 빛냈다.펠은 할 수 없다는 듯 작은 한숨을 내뱉고는 고개를 까딱거렸다.거절해 봤자 엘이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을 알기에 내린 포기였다.달봉은 신이 나서 서아를 안내하며 귓속말하듯 속삭였다.“서아 님, 이거 우리 루루 님이 서아 님 위해서 직접 끓이신 된장찌개예요. 제가 몰래 한 입 맛봤는데 진짜 기가 막히거든요. 재료 손질부터 불 조절까지 정말 정성을 다하셨어요.”“아, 네. 감사합니다.”“아이, 감사는 저한테 아니라 우리 루루 님에게 하셔야죠!”“아, 그렇죠. 고, 고마워.”달봉은 엘이 옆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자랑스럽게 떠들어댔다.“루루가 요리했다고? 정말? 그 손으로 된장을 풀었단 말이야?”달봉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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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사랑이 뭔지 조언해 줬다던 그 ‘봉’이 바로 눈앞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달봉이었던 것이다.게다가 저 카리스마 넘치는 악마를 ‘루루’라고 부르다니.“풉!”참으려 했지만 결국 서아의 입술 사이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달봉과 펠의 시선이 동시에 서아에게로 꽂혔다.“아, 미, 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찌개가 너무 맛있어서 그래.”서아는 머쓱한 마음에 후다닥 밥 한술을 크게 떠 입에 넣었다.하지만 궁금증은 참을 수 없었다.서아는 볼이 빵빵해진 채로 달봉을 보며 물었다.“근데 왜 루루예요? 펠이랑은 발음이 전혀 안 비슷하잖아요.”“큭! 컥, 커헉!”서아의 돌직구 질문에 펠이 제대로 사레가 걸렸다.“아이고, 루루 님! 괜찮으십니까? 여기, 물 드세요. 얼른요!”펠은 달봉이 건네주는 물잔을 낚아채듯 받아 꿀꺽꿀꺽 마셨다.얼굴이 붉어진 채 진정하려 애썼지만, 당황함이 역력한 눈동자까지 숨기지는 못했다.달봉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서아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펠 님의 이름이 루치펠인 건 아시지요, 서아 님?”“네, 알아요. 그걸 줄여서 펠이라고 부르는 거잖아요.”“맞아요. ‘펠’도 일종의 애칭이지요.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루시퍼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잖아요? 그래서 저랑 엘 님은 두 이름의 공통된 앞 글자만 따서 ‘루루’라고 부른답니다. 입에 착착 감기지 않나요?”“아, 루치펠의 루, 루시퍼의 루…. 그래서 루루구나!”“그렇죠. 게다가 무시무시한 ‘펠 님’보다는 ‘루루 님’이 훨씬 귀엽고 친근하잖아요? 그래서 전 루루 님이 더 좋아서 자꾸 부르게 되네요. 하하.”“맞아요! 진짜 귀엽다. 부르기도 훨씬 편하고요. 너무 좋은데요?”서아가 해맑게 웃으며 달봉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펠은 두 사람이 자신의 치명적인 약점을 공유하며 친해지는 모습이 마음에 안 드는 듯 미간을 팍 찌푸렸다.그때 서아가 반짝이는 눈으로 펠을 보며 물었다.“나도 루루라고 부르고 싶은데, 그래도 돼?”기대에 찬 눈빛, 그리고 자신을 보며 활짝 웃는 서아의 얼굴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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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펠의 무심한 긍정에 서아는 마른침을 삼켰다.“여기에 담기면 어떻게 되는 건데? 영원히 갇히는 거야?”“갇힌다기보다는, 이 안에서 그들만의 세상이 다시 시작되는 거지. 각자의 무의식이 원하는 세계로 재구성되니까.”“불지옥 같은 곳은 아니고?”“누군가에겐 불지옥이 될 수도, 누군가에겐 화려한 낙원이 될 수도 있어. 난 그저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가장 원하거나 가장 두려워하는 세상을 형상화해 줄 뿐이야.”서아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럼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도 본인이 행복하다고 믿으면 여기서 잘 살 수 있다는 거야? 그건 너무 불공평하잖아.”“세상은 원래 불공평하지만, 이곳은 생각보다 정직해. 마음속에 자란 악과 선은 숨길 수 없거든. 악한 자의 무의식은 결국 자신을 갉아먹는 지옥을 만들어내고, 선한 자의 마음은 그들이 꿈꾸던 평온한 세계를 만들어내지. 난 심판하는 신이 아니라, 그저 그들이 품은 씨앗을 피워낼 토양을 제공할 뿐이야.”현실감은 없었지만, 나쁜 짓을 하면 결국 대가를 치른다는 말에 서아는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신기하긴 하네. 그럼…… 여기 내 목걸이도 이미 있는 거야?”“물론. 계약이 성사되는 순간 목걸이는 생성되니까.”“보여줄 수 있어?”서아의 조심스러운 요청에 펠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허공을 향해 가볍게 손을 뻗었다.그러자 어두운 방구석에서 작은 검은 상자 하나가 부드럽게 날아와 서아의 손바닥 위에 살포시 내려앉았다.“이거야?”“응. 열어봐.”서아는 떨리는 손으로 상자를 열었다.순간적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긴장감이 몰려왔다.깊은숨을 내뱉으며 상자를 완전히 개방한 서아는 당황한 눈으로 펠을 올려다보았다.“왜 이건 줄까지 투명해? 아까 본 빈 목걸이들은 줄은 색깔이 있었잖아.”펠은 별일 아니라는 듯 서아의 손바닥 위에서 목걸이를 들어 올렸다.“넌 일반적인 계약자들과 다르니까.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지. 네가 내 진심을 느끼고, 네 마음의 색이 변하는 순간 이 목걸이도 빛나기 시작할 거야. 그리고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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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그럼… 엘도 악마야?”서아의 물음에 펠의 표정이 더 험악하게 일그러졌다.“아니. 그놈은 천사야. 대천사 미카엘. 그냥 줄여서 엘이라고 부르는 것뿐이지. 원래 악마끼리는 상도가 있어서 남의 계약은 안 건드려. 그런데 그 자식은 유독 나한테만 집착하거든. 재수 없는 녀석. 친한 척, 착한 척하는 그 낯짝에 절대 속지 마.”‘대천사… 미카엘?’서아는 이제 악마를 넘어 천사까지 등장하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아 멍하니 달봉을 바라봤다.달봉은 서아에게 몸을 바짝 붙여 귓속말로 속삭였다.“사실 루루 님이 하늘에서 쫓겨나실 때 일등 공신이 엘 님이였거든요. 원래 두 분이 천국에선 둘도 없는 단짝이셨대요.”“친구 아니라니까!”어떻게 들었는지 펠이 버럭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서아는 어깨를 움찔하며 놀랐다.그런데 그 순간, 펠의 상태가 이상해졌다.그가 천장을 향해 고개를 번쩍 들더니, 평소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핏빛처럼 빨갛게 타올랐다.“헉!”너무 놀란 서아의 몸이 뒤로 넘어가려 하자, 달봉이 재빠르게 그녀의 등을 받쳐주었다.펠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검은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그리고 잠시 후, 아까 봤던 투명한 목걸이 하나를 들고 나타났다.“나, 잠깐 나갔다 올게.”펠의 목소리에는 전례 없는 긴박함이 서려 있었다.그는 거실 베란다 문을 거칠게 열어젖히더니, 웅장한 검은 날개를 펼쳐 단숨에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왜, 왜 저러는 거예요?”“계약기간이 끝난 영혼이 발생해서 찾으러 가는 거예요. 한발 늦으면 엘 님한테 뺏길 수도 있거든요. 많이 놀라셨죠? 별일 아니니 진정하세요, 서아 님.”달봉이 놀란 서아의 어깨를 토닥이며 따뜻한 커피잔을 손에 쥐여주었다.서아는 펠이 사라진 텅 빈 하늘을 바라보며, 자신이 맺은 계약의 무게를 다시 한번 실감했다.***하늘로 솟구친 펠은 거침없이 바람을 가르며 계약자를 추적했다.계약의 마지막 날임을 직감한 것인지, 아니면 본능적인 공포에 사로잡힌 것인지, 계약자는 샛노란 스포츠카를 타고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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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분노한 펠이 다시 한번 칼을 내리쳤다.간발의 차로 공격을 피한 엘이었지만, 날개 끝이 살짝 스치며 하얀 깃털이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엘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며 눈빛이 서늘해졌다.“펠, 네가 이런다고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이미 인간의 영혼을 탐한 이상, 넌 다시는 빛의 세계로 돌아올 수 없어.”“상관없어! 난 그저 내 힘만 되찾으면 돼! 그 지겨운 낙원 따위, 너나 실컷 누리라고!”펠은 이를 악물며 다시 한번 칼을 고쳐 쥐었다.그의 등 뒤로 거대한 검은 날개가 그림자처럼 드리워졌다.펠은 그대로 땅을 차고 날아올라, 빛나는 대천사의 심장을 향해 다시 한번 검은 칼날을 겨누었다.***몇 시간이 지나도 펠은 돌아오지 않았다.시계 초침 소리만 공허하게 울리는 넓은 거실에서 서아는 소파 끝에 걸터앉아 손가락만 만지작거렸다.이대로 그를 기다려야 하는지, 아니면 도망치듯 자기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아무래도 엘 님을 마주치신 모양이네요.”정적을 깨고 달봉이 걱정스레 입을 열었다.서아는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마주치면 어떻게 되는데요?”“한쪽은 빼앗으려 하고, 한쪽은 빼앗기지 않으려 사투를 벌이겠죠. 물론, 여기서 빼앗으려는 쪽은 순리를 수호하려는 엘 님이고요.”서아는 아까 본 펠의 붉은 눈동자를 떠올렸다.차갑고 날카로웠던 그 시선.“결국 펠이 사람의 영혼을 가져가는 건 순리가 아니라는 거네요. 그렇죠?”서아의 직설적인 물음에 달봉은 선뜻 대답하지 못한 채 찻잔만 만지작거렸다.한참 뒤에야 그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그래도 루루 님이 나쁘기만 한 분은 아니에요. 사람마다 각자의 서사가 있듯이, 루루 님에게도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을 뿐이죠. 세상에서 가장 억울하게 밀려나신 분이기도 하고요.”달봉은 어떻게든 펠을 감싸려 애썼지만, 서아의 귀에는 그저 공허한 변명으로 들릴 뿐이었다.“억울하다고 해서 타인의 생명을 담보로 잡는 행동이 정당화되지는 않아요.”“무조건 나쁘다고만 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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