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시간은 언제나처럼 특별할 것 없이 흘러갔다. 사무실의 불이 하나둘 꺼지고, 복도에 남은 발소리가 점점 줄어들 무렵, 민영은 마지막으로 화면을 한 번 더 확인한 뒤 컴퓨터를 종료했다. 오늘은 괜히 시간을 더 붙잡고 싶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은 끝났고, 마음도 이상하리만큼 정돈되어 있었으니까.의자를 밀고 일어서며 가방을 챙기려는 순간, 문득 자신이 서 있는 자리의 공기가 낯설게 느껴졌다. 낯설다기보다는 조금 넓어진 느낌이었다. 혼자인데도 비어 있지 않다. 그 감각이 민영을 잠시 멈추게 했다.엘리베이터 앞에는 이미 몇 사람이 서 있었고, 민영은 그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였다.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타고, 문이 닫히기 직전, 익숙한 기척이 다시 한번 공기를 스쳤다."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최강이었다.민영은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대리님도요."짧은 인사였다. 그런데도 엘리베이터 안의 공기가 아주 미세하게 달라졌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고, 아무도 바라보지 않았다. 그런데 민영은 그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걸 느꼈다.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동안 민영은 유리 벽에 비친 두 사람의 모습을 보았다. 나란히 서 있었고, 어느 쪽도 조금 더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이런 게 같이 걷는다는 거구나.' 생각은 조용히 스며들었고, 굳이 말로 꺼낼 필요는 없었다.1층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빠져나갔다. 로비는 저녁의 공기로 가득했고, 바깥에서 들어오는 바람이 유리문을 흔들었다. 민영은 잠시 멈춰 섰다. 오늘은 곧장 집으로 갈 생각이었는데, 이유 없이 발걸음이 조금 느려졌다."정 사원님." 최강이 조심스럽게 불렀다."네?""혹시 급한 일정 없으시면..." 그는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 "같이 조금 걸으시겠습니까?"'같이.' 그 단어가 민영의 귀에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네, 조금이면 괜찮아요." 이번에도 대답은 빠르게 나왔다.유리문을 나서자 저녁 공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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