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를 누르는 소리는 사무실 안에서 그다지 특별하지 않았다. 하루에도 수백 번 반복되는 익숙한 소음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민영은 자신의 손끝에서 울리는 그 소리가 오늘따라 조금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딱, 딱.문장을 입력하고, 수정을 하고, 다시 읽는 법무팀의 아침은 늘 그랬다."정 사원."뒤에서 누군가가 불렀다. 민영은 고개를 들며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네."팀장의 시선이 잠시 그녀의 얼굴에 머물렀다. 걱정도, 의심도 아닌,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눈빛이었다."몸은 괜찮고?""네, 문제 없습니다."그 짧은 대답 사이로 민영은 팀장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과 미묘하게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예전에는 '신입', '유학파', '조용한 애'였다면, 지금은 그 단어들 사이에 설명되지 않은 여백이 하나 더 있었다."오늘 오전 회의는 정 사원도 들어와.""제가요?""응." 팀장은 가볍게 말했다. "이제 정 사원이 봐도 될 단계야."그 말은 업무 지시처럼 들렸지만, 민영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알겠습니다."팀장이 자리를 떠나자 옆자리 동기가 조심스럽게 몸을 기울였다."민영아.""응?""너, 뭔가 달라졌어."민영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그 말이 올 줄 알았다는 듯 작게 숨을 내쉬었다."어디가?""글쎄." 동기는 고개를 갸웃했다. "말로 설명은 안 되는데, 예전엔 네가 이 공간에 조금 숨어 있는 느낌이었거든."민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천천히 물었다. "지금은?""서 있는 느낌?"그 말에 민영의 입가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 "그게 불편해?"동기는 급히 손을 내저었다."아니! 그냥 신기해서."민영은 그 반응이 어쩐지 고마웠다. 불편함도, 질투도 아닌 그저 변화에 대한 솔직한 감각이었으니까.회의실로 향하는 복도는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걸음을 옮길수록 민영의 시야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중 몇몇은 분명히 민영을 두 번 보았다. 짧은 시선, 잠깐의 멈칫, 그리고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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