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은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메일은 차분히 쌓였고, 회의 일정은 예상한 범위 안에서 흘러갔다.그런데 민영은 알고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하루와 자신의 안쪽에서 조금씩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다는 걸.책상 위에 놓인 펜을 집었다가 내려놓는 아주 사소한 동작조차 오늘은 한 박자 늦었다. 급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마음이 먼저 멈춰 있었기 때문이다.그 멈춤은 불안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언가를 정확히 보게 만드는 정지였다.문득 민영은 고개를 들었다. 유리 벽 너머, 보안팀 쪽에서 최강이 통화를 마치고 전화를 내려놓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표정은 늘 그렇듯 담담했지만, 전화를 끊은 뒤 잠시 시선이 허공에 머무는 걸 민영은 놓치지 않았다.'저 사람도, 지금은 멈춰 있구나.' 그 생각이 이상하게 마음을 놓이게 했다. 누군가와 같은 속도로 멈춘다는 건, 생각보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점심시간이 다가왔을 때, 민영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주변을 살폈다. 굳이 찾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복도 끝, 그가 같은 방향으로 걸어오고 있다는 걸."정 사원님.""네.""식사, 같이 하시겠습니까."질문은 형식적이었지만, 민영은 그 안에 담긴 미묘한 조심스러움을 느꼈다."네." 그녀는 조금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싶어요."식당으로 향하는 길, 두 사람의 걸음은 눈에 띄지 않게 맞춰졌다. 말은 없었지만 침묵이 불편하지 않았다. 그 침묵 안에는 이미 서로가 알고 있는 무언가가 흐르고 있었다.자리에 앉아 식판을 앞에 두었을 때, 민영은 숟가락을 들었다가 잠시 멈췄다."대리님.""네.""어제, 건물 앞에서 말하지 않은 게 있었잖아요."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자, 민영은 가슴 깊은 곳에서 작은 진동을 느꼈다. 이건 고백이라기보다는 위치를 알리는 말에 가까웠다.최강은 숟가락을 내려놓고 민영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는 재촉도, 놀람도 없었다."지금은 말하셔도 됩니다."그 한 문장이 민영의 숨을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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