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가 멀리서 다가오는 게 보였다. 헤드라이트가 정류장을 비추며 잠시 모든 것을 하얗게 만들었다.그 순간, 민영은 자신이 이별을 앞둔 사람처럼아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각자의 길로 잠시 흩어지는 일이 오늘은 단절처럼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버스가 멈추고 문이 열리자, 민영은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가 다시 멈췄다. “대리님.”“네.”“오늘 같이 걸어줘서 고마웠어요.”그 말은 감사의 표현이었지만, 부담을 남기지 않았다.최강은 짧게 대답했다.“같이 걸은 건 저도 선택한 일입니다.”그 대답에 민영은 아주 작게 웃었다.그 웃음에는 확인도, 기대도 없었다.그저 지금 이 상태가 틀리지 않다는 공감만이 담겨 있었다.버스에 올라 자리를 잡고 창가에 앉았을 때,민영은 밖을 한 번 돌아보았다.최강은 그 자리에 서서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손을 흔들지도, 시선을 과하게 보내지도 않았다.그저 그 자리에 있을 뿐이었다.버스가 천천히 출발하자 풍경이 뒤로 밀려났다.민영은 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았다.그 얼굴에는 설렘도 있었고, 안정도 있었다.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불안이 없다는 사실이었다.닿지 않아도, 같은 쪽을 보고 있다는 건 이렇게 분명할 수 있구나.집으로 향하는 길,민영은 오늘 하루를 다시 한 번 정리했다.머무르는 선택, 질문이 사라진 자리,그리고 말이 없어도 유지되는 관계.아직 사랑이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았지만,그 단어가 언젠가 필요해질 때가 오더라도지금의 이 감정이 흔들리지 않을 거라는 이상한 확신이 가슴 안에 조용히 남아 있었다.버스는 다음 정류장에 멈춰 섰고,민영의 하루는 또 한 번 부드럽게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집에 도착하자 현관의 불빛이 민영을 조용히 맞았다.문을 닫는 소리가 생각보다 부드럽게 울렸다.오늘 하루는 세게 닫히지 않아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날이었다.가방을 내려놓고 신발을 정리한 뒤 거실로 들어와 창을 조금 열었다.밤공기가 천천히 스며들며 방 안의 공기를
Terakhir Diperbarui : 2026-04-26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