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을 나선 뒤, 밤공기는 조금 더 차분해져 있었다.저녁의 소음이 천천히 가라앉고, 도시는 하루를 정리하는 호흡으로 넘어가고 있었다.민영은 걸음을 옮기며 자신의 어깨가 어느새 편안하게 내려가 있다는 걸 느꼈다.오늘 하루를 끝까지 끌어안고 있던 긴장이 이제야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었다.“…집까지 멀진 않으시죠.”최강이 민영의 보폭에 맞추며 물었다.그 질문은 길을 확인하는 말이었지만,그 안에는 끝까지 함께 가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조금만 더 가면 돼요.”민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걸어도 괜찮은 거리예요.”그 ‘괜찮다’는 말에는 여러 겹의 의미가 겹쳐 있었다.걷는 것이 괜찮고, 함께 걷는 것이 괜찮고, 이 밤이 조금 더 이어져도 괜찮다는 뜻까지.두 사람은 굳이 손을 다시 잡지 않았다.하지만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는 순간도 없었다.그 사이의 거리는 이미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정도로 정해져 있었다.가로등 아래를 지날 때,민영은 문득 자신의 그림자가 두 개로 늘어나는 걸 보았다.바닥 위에서 나란히 움직이는 그림자들은 조금 겹치다가, 다시 나뉘었다.이렇게 민영은 속으로 생각했다.'가까워졌다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게 지금의 우리구나.'그 깨달음은 서운하지 않았다.오히려 지속될 수 있는 관계의 형태처럼 느껴졌다.“…아까,”민영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저녁 먹자고 한 거 괜히 부담되진 않으셨어요.”최강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그는 담담하게 말했다.“부담이었다면 오지 않았을 겁니다.”그 직선적인 대답에 민영은 작게 웃었다.그의 말은 늘 단순했지만, 그래서 믿을 수 있었다.“저는”민영은 잠시 말을 고르다 이어서 말했다.“이렇게 하루가 끝날 때 누군가와 같은 시간을 나눌 수 있다는 게 조금 낯설어요.”“나쁘게요?”“아니요.”민영은 고개를 저었다.“좋은 쪽으로요. 그래서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아요.”그 말은 스스로에게 하는 경고처럼 들리기도 했고,상대에게 건네는 솔직함처럼 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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