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는 그가 떠난 첫날,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 집 안에서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냉장고가 돌아가는 작은 진동음, 창밖의 차소리, 벽시계의 초침 소리까지 모두 익숙했지만, 오늘은 그 어떤 소리도 귀에 닿지 않았다. 공기가 달랐다.그가 남긴 온도가 빠져나간 집은 마치 진공 상태처럼 무겁고 고요했다.윤서는 커피를 끓이려다 멈췄다. 늘 두 잔이었는데, 습관처럼 포트를 더 채운 자신이 우스웠다.“아, 그렇지… 이제 한 잔이면 돼.”입속에서 흘러나온 그 말은 너무 낯설었다.테이블 위에 혼자 남은 머그컵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그 안에서 피어오르던 김이 점점 옅어지며 사라졌다.그녀는 식탁에 앉아 그가 남긴 메모를 또다시 읽었다. 글씨마다 숨결이 배어 있었다.‘조금 떨어져서, 다시 숨을 쉬고 싶어.’그 문장은 마치 자신이 쓴 것 같았다.그러나 이상하게도, 읽을 때마다 그 문장에 베이는 듯한 통증이 일었다.그녀는 천천히 손끝으로 종이를 접었다.얇은 종이 하나가, 이렇게 무겁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그날 오후, 나는 윤서를 찾아갔다.그녀는 창가에 앉아 있었다. 커튼은 닫혀 있었지만, 미세한 햇살이 틈 사이로 새어들었다.그 빛이 윤서의 머리카락에 닿으며 희미하게 흔들렸다.“오늘은 조금 괜찮아요?” 내가 조심스레 물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괜찮아요. 그냥… 너무 조용해서 낯설어요.”“조용하다는 건, 이제 당신에게 시간이 생겼다는 뜻일지도 몰라요.”그녀는 그 말을 듣자 잠시 웃었지만, 그 웃음은 금세 부서졌다.“시간이 생겼는데, 쓸 데가 없어요. 그 사람이 없는 시간은 그냥… 텅 비었어요.”나는 잠시 말이 막혔다.그녀의 슬픔은 절제되어 있었고, 오히려 그래서 더 아팠다.그녀는 무너지는 대신, 버텼다.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 차를 따르고, 웃고, 고개를 끄덕였지만그 모든 행동이 ‘살아 있는 연습’ 같았다.윤서의 집을 나서며, 나는 오래된 감정 하나가 되살아나는 걸 느꼈다.온유가 내 곁에서 사라진 첫날, 나도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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