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을 따라 노을빛이 천천히 스며들었다. 낮 동안의 소란스러운 소리가 모두 흘러가 버린 듯, 둔치는 차분하게 고요를 품고 있었다.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며 길게 늘어선 그림자를 드리우자, 바람은 더 차갑게 불어왔다. 이곳이 바로 내일의 무대였다. 오늘은 연습이었고, 내일은 결말을 찍는 촬영이 될 터였다.나는 오래된 벤치에 앉아 노트를 펼쳐 들었다. 파란 펜으로 적힌 글씨들은 모두 계획표였다. 시간, 동선, 대사처럼 남아서는 안 되지만 결국 머릿속에 꼭 남아야 하는 것들. 펜 끝을 따라가며 마음속으로 수없이 다짐했다. 오늘의 연습이 흔들림 없을 때, 내일의 장면이 완벽해진다.민하는 내 옆에서 손을 모으고 있었다. 가만히 보면 그녀의 손가락 끝은 차갑게 굳어 있었고, 눈동자는 여전히 불안으로 흔들렸다. 하지만 어제와는 달랐다. 표정에는 결심이 묻어 있었다. 말없이도 알 수 있었다. 사람은 스스로의 결정을 품고 있을 때, 그 기운이 표정에 묻어나기 마련이다.“오늘은 리허설이에요.” 나는 노트를 덮으며 조용히 말했다. “내일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나면, 그땐 실제로 부딪혀야 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당신이 먼저 말하는 게 아니라 그가 스스로 그 말을 꺼내게 만드는 거예요.”민하는 고개를 들었다. “만약 그가 끝내 말하지 않으면요? 만약 버텨낸다면요?”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람은 상대의 무게가 달라지는 순간을 느껴요. 당신이 오늘과 다르게 보여주기만 해도, 그는 스스로 깨닫게 될 거예요. 사랑이 의무로 변해 있다는 걸.”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앞에 섰다. “자, 제가 도윤이라고 생각해요. 한번 해볼까요?”민하는 입술을 물고 잠시 망설였다가, 낮게 속삭였다.“우리… 여기까진가 봐.”그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 안에 담긴 의지는 분명했다.나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내일은 그 말이 당신 입에서 나오면 안 돼요. 당신은 그저 준비된 표정을 보여주면 됩니다. 그가 먼저 내뱉게 만들고,
Zuletzt aktualisiert : 2026-03-05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