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이상하게 하루 종일 심장이 조급하게 뛰었다. 하늘은 잔뜩 흐려 있었고, 오후 내내 가벼운 빗줄기가 내렸다. 사람들은 우산을 쓰고 바삐 걸었지만, 나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발걸음은 느려지고, 머릿속은 끝없이 복잡해졌다. 오늘 밤, 문이 나타나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유는 설명할 수 없었지만, 몸과 마음이 동시에 긴장하며 예고하는 듯했다.사무실 불을 끄기 직전, 제하가 내 앞을 막아섰다. 그의 눈빛은 단호하면서도 떨리고 있었다.“오늘이구나. 네 얼굴을 보니까 알겠다.”나는 애써 웃어 보였다. “숨길 수도 없는 거네.”“숨기지 마. 이번만큼은… 네 곁에 있게 해 줘.”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입술이 달싹였지만,혼자 해야 한다는 말과 곁에 있어 달라는 마음이 충돌했다. 그 갈등은 고스란히 내 표정에 드러났을 테고,제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다만 가볍게 어깨를 두드리며 내 손에 작은 종이를 쥐여줬다.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너 혼자가 아니야.”집에 도착했을 때, 이미 수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비에 젖은 머리칼을 대충 묶은 채, 손에는 그동안 모아둔 수첩을 들고 있었다.“언니, 기록을 다시 봤어요. 오늘이 맞는 것 같아요. 모든 조건이 다 맞아떨어져요.혼자 있고, 늦은 밤이고, 마음이 불안정할 때. 이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에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느껴.”“그럼 오늘, 같이 해요. 저도 언니 뒤에 있을게요. 절대 방해하지 않고, 그냥 지켜볼게요.”그녀의 눈빛은 결연했다. 평소의 장난기나 투정은 사라지고, 오직 의지와 두려움이 동시에 엉킨 눈빛. 나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고마워. 하지만… 문 앞에서는 나 혼자 설 거야.”“알아요. 그래도 뒤에서 잡아 줄 수는 있잖아요.”그 대답에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밤이 깊어가고, 집 안이 고요해졌을 때였다. 공기 속에 차가운 기운이 스며들더니, 거실 한쪽 벽에 어김없이 문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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