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 시, 서울역은 아직 졸린 표정을 하고 있었다.플랫폼 위로 흰 김이 얇게 피어올랐고, 전광판의 시간 숫자들이 잠에서 막 깨어난 듯 무뎠다.나는 배낭을 한쪽으로 메고, 늘 쓰던 회색 머그 대신 텀블러를 쥐었다. 금속 표면이 손바닥 체온보다 차가워서, 정신이 조금 더 또렷해졌다.“표.”제하가 손에 쥔 두 장을 내게 내밀었다.그의 목소리는 낮고, 잠기운이 한 톤 남아 있었다.“창가 자리 줬어. 바다 보일 쯤이면, 도착하겠지.”“좋다. 바다는 늘, 끝이 아니라 시작 같으니까.”“너 이런 날에도 문장으로 버티네.”“방법이 그거밖에 없어서.”나는 웃었다. 억지로가 아니라, 진심으로 오늘은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누군가를 찾으러 가고 있으니까.기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멀리서 커졌다. 철로 위 금속의 마찰음이 정확한 리듬으로 박자를 찍었다. 문이 열리자, 차가운 공기가 먼저 밀려들고, 그다음에 사람들의 작은 탄식이 뒤따랐다. 우리는 말없이 탔다. 앉자마자 나는 휴대폰을 뒤집었다. 알림이 쌓여 있었다. 수경이었다.[수경] 선배, 영도 쪽 버스 앱 기록 확인했어요. 한지안 씨 카드로 어제 저녁 9:41에 27번 노선 탑승, 동삼동 방향이에요.[수경] 10:05 하차 기록. 정류장 이름은 '조도휴게소 앞’. 바닷가 라인입니다.나는 그 메시지를 제하에게 보여줬다.“바다 라인.”그가 창밖을 보며 중얼거렸다.“예식장에서 빠져나와 바로 이동하면… 시간대 대충 맞아.”“그 정류장 근처에 뭐 있지?”“구 포구, 방파제, 폐창고 몇 개. 그리고 오래된 게스트하우스 라인.”“숙소면, 기록이 남았을 거야.”“현금으로 하면 안 남지.”“지안이는, 그런 디테일을 생각할 정도로 지쳐 있었을까?”“나리야, 그 여자는 마지막까지 문장을 다듬던 사람이야. 디테일로 버틴 사람이면, 디테일로 사라질 수도 있어.”그 말이 이상하게 아팠다.문장으로 버티는 사람. 그건, 나였다.나는 창밖을 보았다. 따뜻한 객실 안, 유리창 너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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