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상담실 책장 맨 아래 서랍에서 작은 봉투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내려놨다. 크림색 종이, 손으로 접은 티가 나는 모서리, 실 한 가닥로 봉합된, 내가 준비해 둔 의례의 도구.“여기에 열쇠를 넣고, 스스로에게 보내는 문장을 한 줄 쓰세요. 상대에게 보내는 편지가 아니고요.”“나한테요?”“네. 열쇠를 반납하는 건 그에게서 당신으로 중심을 되돌리는 절차예요.”그녀는 가방에서 열쇠를 꺼내 봉투 위에 조용히 내려놓았다. 금속이 종이를 누르는 소리가 작게 났다. 그녀의 눈길이 그 작은 물체를 맴돌았다. 세 달 동안 손바닥 안에서 닳아 있던 그 표면, 모서리의 잔 스크래치, 열쇠의 이빨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생활을 증언하는 듯 서늘했다.내가 펜을 건네자 그녀는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다.“뭐라고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간단할수록 좋아요. 예를 들면 나는 오늘 나를 돌려받는다.”그녀는 작게 숨을 삼키고, 그 문장 앞에서 펜 끝을 내렸다. 종이가 잉크를 천천히 빨아들이는 흔적이 선명했다.“오늘 당장 전달하나요?”“그가 회사 앞에서 피한다면… 그럴 수 있겠죠.”“당신이 상처받지 않을 수 있을까요.”“상처 받겠죠. 근데, 그걸 피하려고 여기까지 왔겠어요?”나는 그녀의 눈에서 망설임보다 결심이 더 크다는 걸 확인했다. 손가락의 떨림이 줄었고, 어깨가 아주 조금 낮아졌다.“좋아요. 그럼 계획을 세웁시다.”나는 메모지에 간단히 적었다. 시간, 장소, 동선, 퇴로.“두 가지 경로를 가져요. 하나는 직접 전달, 다른 하나는 실패 시 대체 경로. 실패했을 때를 준비하면, 성공했을 때 감정의 진폭이 덜 흔들립니다.”그녀는 내 말을 한 글자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문득, 유리벽 너머 그림자가 스쳤다. 제하였다. 그는 들어오지 않고, 내 쪽을 보았다가 곧바로 시선을 거두었다. 다음 상담에 대한 준비를 하러 간 모양이었다. 곧 메시지가 왔다. “점심은 먹고 하자. 네가 빠지면 내가 분리수거까지 도맡게 생겼다.” 짧고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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