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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별전문가! 신나리: Chapter 141 - Chapter 146

146 Chapters

141화. 상처의 모양

창문을 두드리는 비소리가 단조롭게 이어졌다.하루 종일 흐렸던 하늘은 끝내 울음을 참지 못한 듯했다.그 비 속에서, 나리는 조용히 병원 복도를 걸었다.발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그 소리가 마치 마음속의 공명을 깨뜨리는 듯했다.“선배, 긴장돼요?”뒤따라오던 수경의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아니. 근데 이상하지?”“뭐가요?”“이 일을 하면서, 이렇게 다시 찾아오는 건 처음이라서.”“선배는 항상 마무리를 잘했잖아요.”“그래서 더 무서워.”그녀는 잠시 멈췄다.복도 끝 창문 너머로, 환자들이 앉아 있는 휴게실이 보였다. 거기 그녀가 있었다.흰 원피스에 가느다란 팔.예전 의뢰인 윤다연.그녀는 나리를 보자마자 미묘하게 웃었다.그 웃음이 이상하게도 따뜻했다.“신나리 씨죠?”그녀의 목소리는 마른 종이처럼 가벼웠다.“기억해요.”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이후, 처음 뵙네요.”“그때 이후라…”다연은 허공을 바라봤다.“저한텐 그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어요.”그녀의 말에 수경이 고개를 들었다.“혹시, 그게 무슨 뜻이에요?”“그날 제가 이별하던 그 카페요. 그 장면이 계속 꿈에 나왔어요.그녀가 제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품위 있게 떠나라였거든요.”“그건…”나리가 말을 멈췄다.다연이 천천히 웃었다.“품위 있는 이별이라니… 그게 사람을 얼마나 부서지게 하는 말인지, 그땐 몰랐죠.”공기가 잠시 멎었다. 다연은 계속 말했다.“그날 집에 가는 길에 생각했어요. 이건 나를 위한 이별이 아니라,그를 위한 구원이구나.그날 이후로 전, 제 감정을 믿을 수 없게 됐어요. 사랑도, 미움도, 다 똑같이 공허해졌어요.”그녀의 눈이 나리를 바라봤다.“이런 말 하면 실례일지 모르지만, 신나리 씨, 당신은 사람을 치유하는 게 아니라, 조용히 망가뜨리더군요.”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나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가슴 한쪽이 차갑게 식는 느낌이었다.“다연 씨.”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그때… 당신이 웃었어요. 그래서 괜찮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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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화. 진심의 기록, 예고된 진실

아침 공기가 차가웠다.비가 멈춘 지 하루가 지났는데도 공기 속에는 여전히 습기가 남아 있었다.창문을 여는 순간, 나리는 순간적으로 심장이 움찔했다.차가운 공기가 폐 깊숙이 들어왔고, 그 냄새가 마치 오래된 기억의 먼지처럼 느껴졌다.테이블 위엔 수많은 의뢰 파일이 쌓여 있었다.그녀는 손가락으로 하나씩 넘겼다.‘이별의 이유’, ‘대상’, ‘기대 효과’ 그 단어들이 이제는 너무 익숙해, 오히려 낯설었다.“선배.”수경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오늘따라 표정이 단단했다.손에는 USB 하나가 들려 있었다.“이거 협회 보고용이에요.”“보고?”“지난 의뢰 기록이요. 그날 병원에서 있었던 일.”“벌써 제출했어?”“아직요. 검토받기 전에 선배가 먼저 봐야 할 것 같아서요.”그녀가 USB를 건넸다.나리는 조용히 노트북에 꽂았다.화면에 익숙한 글씨체가 떴다.‘신나리 팀 – 감정 개입 정도 중간 보고서.’파일 안엔 수경의 기록이 정리되어 있었다.‘의뢰인은 감정 조정 중 예상치 못한 후유증을 겪음.이는 이별 과정에서의 감정 해소 부족이 원인으로 추정됨.신나리의 개입은 단기적 효과를 보였으나, 장기적 관점에서 심리적 흔적을 남김.’나리는 아무 말 없이 화면을 내려봤다.“이거… 네가 쓴 거야?”“네.”“그럼 협회가 원하는 건 뭐야?”“선배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거요.”“그럼 이건…”“네. 사실상 선배를 희생양으로 만들겠다는 거예요.”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나리는 천천히 말했다.“그럼 너는 왜 나한테 보여준 거야.”“이건 제가 고쳐야 할 보고서니까요.”“고쳐?”“네. 제가 본 건 그 환자의 병이 아니라, 선배의 진심이었어요. 그걸 적지 않으면 제가 선배를 배신하는 거잖아요.”그녀의 눈이 떨렸다.나리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조용히 수경의 손을 잡았다.“고맙다.”“저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그게 고마워.”“선배…”“수경아, 이 일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거잖아. 그럼 우리도 마음으로 책임져야지.”“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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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화. 진실의 무게

늦은 밤이었다. 카페의 불은 꺼졌고,한쪽 코너에 작은 스탠드만이 은은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제하는 책상 위에 놓인 USB를 손가락으로 굴렸다.조그만 금속 조각 하나가 이렇게 많은 비밀을 품고 있을 줄은 몰랐다.“이걸 버리면, 모든 게 조용해질까.”그는 낮게 중얼거렸다.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아니. 조용해지는 건, 진실이 묻힐 때가 아니라, 진심이 사라질 때겠지.”그는 USB를 손에 쥐었다.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차가움이 마치 온유의 마지막 숨결처럼 느껴졌다.‘이걸 나리한테 말해야 하나… 아니면 숨겨야 하나.’그 고민이 밤의 공기만큼이나 묵직했다.그때 문이 열렸다.“아직 있었네.”나리였다.그녀는 긴 코트를 걸친 채 들어왔다.“오늘은 좀 늦었네.”“생각 좀 하느라.”“무슨 생각.”“우리, 잘하고 있는 걸까.”그녀는 잠시 멈췄다.“또 그 말.”“왜, 이제는 그 말도 하면 안 돼?”“아니. 근데 그 말이 나올 때마다, 뭔가 달라지는 기분이 들어.”“어떻게.”“우리 둘 다 점점… 사람 같아진다는 거.”그녀의 말에 제하는 잠시 웃었다.“그게 나쁜 건 아니잖아.”“나쁜 건 아닌데, 이 일은 사람 같으면 안 되는 일이잖아.”“그럼 넌 뭐야.”“글쎄.”“나리야.”“응.”“너는 언제부터 네 이름으로 일하는 게 아니라, 이별전문가로 살아온 거야.”그녀가 커피잔을 들었다.“그거, 아직 모르겠어. 근데 이제 조금씩… 나로 돌아오고 있는 것 같긴 해.”그녀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제하는 그 눈빛 속에 자신이 아닌 다른 그림자를 봤다.‘온유.’그 이름이, 말하지 않아도 그들의 사이에 있었다.같은 시각, 수경은 협회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밤 11시가 넘었지만, 컴퓨터 화면은 여전히 환했다.‘내부 기록 접근 금지.’화면에 빨간 글씨가 떴다.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손가락을 키보드에 올렸다.“죄송합니다, 선배…”그녀는 보안 코드를 입력했다.잠시 후, 폴더 하나가 열렸다.[CONFIDENTIAL]그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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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화. 진심의 파동, 침묵의 대답

“나리야, 이거 진짜 올릴 거야?”제하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카페 안은 조용했고, 커피머신 소리조차 멈춰 있었다.화면 위엔 정지된 영상, ‘온유의 마지막 메시지’라는 파일명이 깜빡이고 있었다.“응.”나리는 단호했다.“이건 숨기면 안 돼.”“세상은 이걸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그래도 보여줘야 해.”“그럼 이건 단순한 고백이 아니야. 전쟁이야.”“알아.”그녀의 눈빛엔 두려움보다 확신이 있었다.제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럼… 나도 같이 싸울게.”“아니.”“왜.”“이번엔 나 혼자 해야 해.”“또 그 말이야?”“응. 이번엔 진짜 혼자여야 해.”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단단했다.“온유는 마지막에 나한테 살라고 했어. 근데 그 말은, 숨 쉬라는 뜻이 아니라,살아 있다는 걸 증명하라는 뜻이었어. 그 증명이 바로 이거야.”그녀는 마우스를 잡았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업로드’ 버튼 위에서, 그녀는 잠시 눈을 감았다.“온유야, 이제 나도 너처럼 용기 내볼게.”그녀의 손이 클릭됐다.화면에 '업로드 중…'이라는 문구가 떴다.그리고, ‘공유 완료’.그 순간,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커피향조차 멈춘 것 같았다.그녀는 마치 세상과 숨을 맞바꾼 사람처럼, 잠시 멍하니 앉아 있었다.한 시간 뒤, 세상은 폭발했다.뉴스 속보. SNS 실시간 트렌드.‘#이별전문가_신나리’,‘#온유의_진심’.수백 개의 게시물이 동시에 올라왔다.“감정의 직업인, 진심을 내보이다.”“사랑을 남긴 이별전문가의 고백.”“감정 개입인가, 인간적 선택인가.”그녀의 이름이 다시 세상의 중심으로 돌아왔다.하지만 이번엔 '비난'보다 '침묵'이 많았다.사람들은 쉽게 판단하지 못했다.그 영상 속 온유의 눈빛이 너무나 평온했기 때문이다.협회 건물 6층. 수경은 회의실에 불려가 있었다.문이 닫히자마자 누군가가 소리쳤다.“오수경 씨, 이건 뭐죠?”책상 위에 프린트된 신문 기사.‘온유 영상 유출, 협회 내부인 개입 정황.’“저 아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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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화. 진심을 증명하는 법

“이걸로 공식 발표야.”수경이 협회 게시판을 바라봤다.스크린에 뜬 공지문에는 단 한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신나리 – 감정 개입 및 사망 관련 내부 조사 착수.’문장은 짧았지만, 그 여섯 글자는 세상을 다시 흔들었다.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고, 온라인 커뮤니티는 다시 분열됐다.‘감정의 조작자.’‘그녀는 인간이야.’‘진심일 리 없다.’‘누군가는 그렇게라도 사랑을 배웠겠지.’세상은 여전히 판단 중이었다.그리고 그 중심엔, 늘 그렇듯 나리가 있었다.카페의 문은 닫혀 있었다.그러나 안쪽엔 불이 켜져 있었다.나리는 테이블 위에 신문 여러 장을 펼쳐놓았다.제목들이 모두 같았다.“신나리, 진심인가 조작인가.”그녀는 그 활자를 조용히 바라보다가, 짧게 웃었다.“결국 또 이거네.”그때 문이 열렸다.“이게 뭐야, 네 얼굴이 신문 전면을 장식하네.”제하였다. 그는 신문을 들고 들어왔다.“이제 완전히 전국구 스타야.”“그게 칭찬이냐.”“어쩌면.”그녀는 고개를 숙였다.“사람들이 뭐래.”“절반은 미쳤다고 하고, 절반은 용감하다고 해.”“그럼 딱 절반은 나를 이해한 거네.”“그래도 괜찮아?”“뭐가.”“이제 다시 세상이 널 갈기갈기 찢을 텐데.”그녀는 천천히 커피를 내렸다.“제하야.”“응.”“사람은 결국 자기가 믿는 걸로 살아.”“그래도, 믿음은 너무 가벼워.”“그래서 더 단단히 쥐어야 해.”그녀는 커피를 내밀었다.“이건 오늘 아침 첫 잔.”“쓴데.”“그래야 깨어.”그녀의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제하는 그 떨림을 봤다.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건 위로로 덮을 수 있는 떨림이 아니었다.“오늘 기자들이 온대.”“여기?”“응. 협회 조사 시작되기 전에 네 인터뷰 따려고.”“그럼 오라 그래.”“진짜 할 거야?”“그래. 도망치면 내가 만든 말들이 다 거짓이 되잖아.”그녀의 말투는 단호했다.그러나 그 단호함 속엔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그럼 내가 옆에 있을게.”“싫어.”“왜.”“너 있으면…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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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화. 관계의 증인

새벽 다섯 시. 도시는 아직 어둠 속에 잠겨 있었지만,그 어둠은 곧 터질 듯 팽팽했다.나리는 창가에 서 있었다.불도 켜지 않은 채, 바깥 하늘의 흐릿한 빛을 바라보고 있었다.탁자 위엔 원고가 놓여 있었다.내일 있을 인터뷰의 질문 목록과 그녀의 답변 초안.‘사랑을 직업으로 다루는 건 죄입니까?’‘진심은 누가 증명하나요?’‘신나리, 당신은 아직 사랑을 믿습니까?’그 문장들을 바라보며, 나리는 조용히 웃었다.“참… 나한테 이런 질문을 던질 줄이야.”그때 문이 열렸다.“또 밤샜지.”제하였다. 머플러를 툭 걸친 채, 손에 커피 두 잔을 들고 있었다.“이거 안 먹으면 오늘 하루 버티기 힘들 거야.”“고마워.”그녀는 커피를 받으며 웃었다.“근데 이제 커피가 맛이 안 나.”“그건 네가 너무 오래 사람의 마음을 탔기 때문이지.”“무슨 말이야.”“마음 다루는 사람이면, 커피처럼 진해져야 하는데…넌 다 쏟아버렸잖아.”그녀는 잠시 그 말을 곱씹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이젠 나도 좀 비워야겠다.”제하가 의자에 앉았다.“나리야.”“응.”“내가 지금 네 모습을 찍고 있는 이유 알아?”“아직도 카메라 돌리고 있었어?”“응.”“왜.”“이건 기록이야. 누군가가 널 거짓말쟁이로 만들더라도, 나는 네가 사람으로 버틴 걸 보여주고 싶어서.”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그럼 네가 찍는 건… 증거야?”“아니. 그냥, 진심.”“그럼 진심은 누가 믿어줄까.”“나부터.”그 한마디가 공기를 바꿨다.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잠시, 그 둘 사이엔 말이 없었다.단지 서로의 숨소리만이 섞였다.그 침묵이 위로였다.오전 열 시. 협회 내부, 비상 회의실. 수경은 문 앞에서 멈춰 섰다.그녀의 손엔 USB가 들려 있었다.“이게 진짜라면, 세상이 바뀌겠죠…”그녀는 속삭였다. 심장이 두근거렸다.문을 열자, 회의실 안엔 이미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협회장, 부장, 그리고 몇몇 고위 인사들.그녀가 들어서자마자 공기가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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