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두드리는 비소리가 단조롭게 이어졌다.하루 종일 흐렸던 하늘은 끝내 울음을 참지 못한 듯했다.그 비 속에서, 나리는 조용히 병원 복도를 걸었다.발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그 소리가 마치 마음속의 공명을 깨뜨리는 듯했다.“선배, 긴장돼요?”뒤따라오던 수경의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아니. 근데 이상하지?”“뭐가요?”“이 일을 하면서, 이렇게 다시 찾아오는 건 처음이라서.”“선배는 항상 마무리를 잘했잖아요.”“그래서 더 무서워.”그녀는 잠시 멈췄다.복도 끝 창문 너머로, 환자들이 앉아 있는 휴게실이 보였다. 거기 그녀가 있었다.흰 원피스에 가느다란 팔.예전 의뢰인 윤다연.그녀는 나리를 보자마자 미묘하게 웃었다.그 웃음이 이상하게도 따뜻했다.“신나리 씨죠?”그녀의 목소리는 마른 종이처럼 가벼웠다.“기억해요.”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이후, 처음 뵙네요.”“그때 이후라…”다연은 허공을 바라봤다.“저한텐 그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어요.”그녀의 말에 수경이 고개를 들었다.“혹시, 그게 무슨 뜻이에요?”“그날 제가 이별하던 그 카페요. 그 장면이 계속 꿈에 나왔어요.그녀가 제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품위 있게 떠나라였거든요.”“그건…”나리가 말을 멈췄다.다연이 천천히 웃었다.“품위 있는 이별이라니… 그게 사람을 얼마나 부서지게 하는 말인지, 그땐 몰랐죠.”공기가 잠시 멎었다. 다연은 계속 말했다.“그날 집에 가는 길에 생각했어요. 이건 나를 위한 이별이 아니라,그를 위한 구원이구나.그날 이후로 전, 제 감정을 믿을 수 없게 됐어요. 사랑도, 미움도, 다 똑같이 공허해졌어요.”그녀의 눈이 나리를 바라봤다.“이런 말 하면 실례일지 모르지만, 신나리 씨, 당신은 사람을 치유하는 게 아니라, 조용히 망가뜨리더군요.”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나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가슴 한쪽이 차갑게 식는 느낌이었다.“다연 씨.”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그때… 당신이 웃었어요. 그래서 괜찮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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