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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os capítulos de 내 여친은 린자오밍!: Capítulo 121 - Capítulo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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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붉은 바다를 건너온 이름

바다는 여전히 붉었다.새벽이 끝나갈 무렵, 태양은 수평선 위에서 천천히 떠오르고 있었다.짙은 회색 안개 사이로 두 척의 배가 서서히 가까워졌다. 엔진 소리는 없었다.단지 파도가 배의 옆구리를 두드리며 흩어지는 소리만이 그 고요한 재회의 배경음이었다.수진은 손잡이를 쥔 채 선실 밖으로 나섰다.그녀의 눈동자엔 피로와 긴장이 뒤섞여 있었다.머리카락은 바람에 흩날리고, 햇빛이 그 윤곽을 부드럽게 감쌌다.멀리서 다가오는 또 다른 배 그 위에 서 있는 남자.흰 셔츠의 소매가 바람에 펄럭였다.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단지 시선을, 그녀에게 고정한 채였다.그들의 거리는 점점 좁혀졌다.파도 위에서, 그들의 눈빛이 부딪혔다.“……린자오밍.”그의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그녀는 잠시 눈을 감았다.그리고 낮게 대답했다.“……이제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아요.”그는 조용히 웃었다.“그럼 뭐라고 불러야 하지.”“김수진.”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끝자락에 미묘한 떨림이 있었다.그는 다시 물었다.“살아 있었군.”“살아 있었죠. 죽을 만큼 살았어요.”“그럼 다행이네.”“…….”“죽지 않아서.”그 말이, 그녀의 심장을 흔들었다.단 한 문장인데, 그 안에는 분노도, 미안함도, 사랑도 섞여 있었다.그녀는 시선을 피했다.“여기까지 온 이유가 뭐예요.”“너를 찾으려고.”“왜요.”“아직 해야 할 말이 있으니까.”“그건 나도 마찬가지예요.”둘의 배가 닿았다.철제 선체가 부딪히며 짧은 금속음이 났다.그녀는 천천히 사다리를 타고 그의 배 위로 올랐다.바다 냄새, 소금기, 그의 숨결. 모두 낯익었다.그리고 그 낯익음이 두렵게 느껴졌다.“이제 뭐가 남았죠?”그녀가 물었다.“우릴 이렇게 만든 사람들.”“배신구요.”“그래.”그는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이번엔 같이 하자.”“같이?”“혼자서 끝낼 생각은 하지 마.”“…….”“이제 네가 혼자가 아니니까.”그녀는 조용히 숨을 들이마셨다.그 말이 낯설고,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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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피의 서약

부산 남항, 새벽 네 시.항만의 불빛이 꺼진 도시를 따라 붉은 기운이 번지고 있었다.어둠은 아직 완전히 걷히지 않았고, 안개는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배 위의 금속 바닥엔 비가 아니라 피가 말라붙은 듯 검게 빛났다.수진은 침묵 속에서 서류 가방 하나를 열었다.가죽 표면이 닳아 있었고, 안엔 오래된 파일 뭉치가 들어 있었다.그녀가 꺼낸 첫 문서 위에는‘PROJECT 照明 – SUBUNIT: 蜘蛛 (흑거미)’라는 붉은 도장이 찍혀 있었다.그녀는 손끝으로 종이의 모서리를 천천히 쓸었다.“이게 마지막 조각이에요.”강혁이 다가와 옆을 지켰다.“그녀가 남긴 건, 결국 피의 기록이군.”“피로 시작해서, 피로 끝나겠죠.”그녀의 눈빛은 담담했다.그러나 말의 끝엔 떨림이 숨어 있었다.“배신구의 이름이 이 안에 있을 거예요.”“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몰라.”“그래도, 확실히 해야죠.”그녀는 펜을 꺼내 문서를 펼쳤다.한 페이지, 또 한 페이지. 수민의 필체가 보였다.날짜는 2019년 11월.그날은, 수민이 사라진 바로 그 전날이었다.[기록 12]흑거미가 아이들을 다시 모으고 있다.목소리를 가진 아이들. 난 그들을 구할 수 있을까.강혁에게 말해야 할까.아니, 그를 끌어들이면 죽을 거야.하지만… 나 혼자서는 못 막는다.그 문장을 읽는 순간, 수진의 손이 멈췄다.강혁이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그녀는 끝까지 널 믿었던 것 같다.”“아니요. 언니는 믿지 않았어요.”“왜 그렇게 생각해.”“그랬다면, 그 사람에게 이 기록을 남기지 않았겠죠.”“그 사람?”“배신구요.”그녀는 문서를 넘겼다.뒤쪽엔 사진 한 장이 붙어 있었다.국정원 본청 옥상, 밤하늘 아래 서 있는 배신구의 뒷모습.그의 옆에는 여자가 있었다.수진의 숨이 막혔다.“……여진.”강혁의 표정이 굳었다.“말이 안 돼.”“여진은 그와 접촉했어요.”“그건, 임무 때문이었을 거야.”“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언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그녀는 종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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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대체물이 아닌 유일한 나

밤과 새벽이 맞닿은 시각.제주 해상에는 묵직한 안개가 내려앉아 있었다.엔진 소리조차 삼켜버릴 만큼 짙은 안개였다.작은 화물선 한 척이 그 속을 헤치며 천천히 항구로 다가왔다.바람에 휘날리는 돛, 철제 난간 위로 맺힌 이슬이 은빛으로 빛났다.그 배 위에 서 있는 두 사람 - 수진과 강혁.둘 다 말이 없었다.말 대신 그들의 침묵이 오래된 약속처럼 배 위를 감쌌다.“이곳이 마지막이 될지도 몰라요.”수진의 말이 바람에 흩어졌다.강혁은 담담히 바다를 바라봤다.“마지막은 네가 정하는 게 아니야. 끝을 정하는 건, 우리가 살아남을 때야.”“언니도 그 말을 했어요.”“뭐라고?”“끝까지 살아남으라고. 복수가 아니라, 사랑을 위해서.”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눈을 감았다.짧은 파도 소리가 들렸다.그 소리가, 마치 누군가의 숨결처럼 느껴졌다.제주항. 배가 도착하자, 짙은 안개 사이로 검은 SUV 두 대가 서 있었다.그들은 이미 지켜보고 있었다.수진은 가방을 어깨에 메고, 긴 머리를 묶으며 낮게 말했다.“놈들이 먼저 알고 있었어요.”“상관없어. 어차피 놈들이 오길 기다렸잖아.”강혁은 트렁크에서 총을 꺼내며 말했다.“지금부터는 네가 이끈다.”“왜요?”“이건 네 언니의 싸움이니까.”수진은 그의 눈을 잠시 바라보다가 총을 받아들었다.“이번엔 같이 끝내요.”“약속하지.”그들은 SUV가 사라진 방향으로 걸었다.제주의 바람은 묘하게 차가웠다.섬 전체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했다.산지항 뒤편, 폐기된 물류 창고. 그곳이 바로 ‘REDTIDE’의 거점이었다.수진이 문을 열자, 썩은 바닷물 냄새가 공기를 뒤덮었다.그 안엔 녹슨 드럼통과 깨진 모니터, 그리고 오래된 컴퓨터 서버들이 흩어져 있었다.벽엔 낡은 사진들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그녀는 천천히 그 사진들을 훑었다.사진 속 사람들.모두 흑거미 조직의 일원이었다.그리고 그 가운데,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여진.”그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강혁이 다가왔다.“여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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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붉은 기억의 방

제주 남쪽, 쇠소깍 근처.바람은 짠내를 머금은 채 산등성이를 스쳤다.수진은 후드를 눌러쓴 채 절벽 아래를 내려다봤다.짙은 검은 파도 밑으로, 바위 틈 사이에 녹슨 철문 하나가 숨겨져 있었다.그 문은 마치 오래된 심장처럼, 아직도 무언가를 품은 채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이게, REDTIDE의 본체예요.”그녀의 목소리가 낮고 단단했다.“언니가 여기 있었을까.”강혁이 물었다.“있었어요. 이곳이 언니의 마지막 기록에 남아 있었어요.”그들은 로프를 타고 절벽을 내려갔다.철문 앞에 서자, 녹이 슨 경첩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수진이 손가락을 대자, 문 옆의 판넬이 깜빡이며 빛났다.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 오래된 디지털 화면.그녀는 천천히 숫자를 눌렀다.‘1207.’삑. 짧은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언니의 생일이에요.”그녀가 중얼거렸다.지하로 이어진 계단은 어둡고 축축했다.빛은 없었지만, 그들은 익숙하게 손전등을 꺼냈다.계단은 생각보다 길었다.한참을 내려가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여기, 언니가 이런 곳에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그녀는 믿은 거야. 이곳에서 뭔가를 끝낼 수 있다고.”그들은 마지막 계단을 내려섰다.눈앞에 펼쳐진 공간은 의외로 정돈되어 있었다.벽면엔 파일 캐비닛이 줄지어 있었고,한가운데엔 낡은 책상 하나와 그 위에 낡은 레코더가 놓여 있었다.레코더 위에는 손으로 쓴 쪽지 한 장이 붙어 있었다.‘照明_김수민 개인 로그.’수진은 숨을 들이켰다. 손이 떨렸다.“……이건 언니의 목소리예요.”그녀는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지직 노이즈 사이로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이걸 듣는 사람은 내가 끝내 이루지 못한 일을 대신해야 해요.”“照明 프로젝트는 인간의 ‘감정 복제’를 위한 거예요.”“흑거미는 믿었어요. 감정이 남으면, 인간은 사라지지 않는다고.”“그래서 나를 실험체로 삼았죠.”수진은 숨을 삼켰다.“……언니.”녹음은 계속됐다.“하지만 난 실패했어요. 사랑은 복제되지 않아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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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수민의 목소리, 수진의 눈물

바람은 무겁게 불었다.제주의 바다는 폭발의 잔향으로 검게 그을려 있었다.절벽 끝에 선 수진은 멀리 연기를 바라보았다.그녀의 눈에는 아직도 불빛이 남아 있었다.잔해 속에서 타오르던 불꽃이 그녀의 눈동자 안에서 꺼지지 않고 있었다.그녀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이제, 정말 끝난 걸까.”강혁은 그녀의 옆에서 고개를 저었다.“끝나려면, 아직 하나가 남았지.”“배신구.”“그래.”그녀는 잠시 바다를 바라보다가 물었다.“당신은 아직도 그 사람을 ‘원장님’이라고 부르나요?”“그 이름은 내 과거야. 지금은 단지, 내 죄의 이름이지.”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우리 둘 다 죄인이네요.”“그래서 만났잖아.”그 짧은 대화 뒤, 두 사람은 동시에 돌아섰다.그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한 곳이었다.제주 공항 근처, 오래된 국정원 분소.국정원 분소는 폐허나 다름없었다.유리창은 깨져 있었고, 내부는 비어 있었다.그러나 공기 속에는 여전히 누군가의 숨이 남아 있었다.수진은 천천히 안으로 걸어들었다.먼지가 흩날렸고, 낡은 전등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여기서 언니가 훈련받았어요.”그녀의 목소리가 작게 떨렸다.“그리고, 나도.”그녀는 벽을 손끝으로 훑었다.그 손끝이 닿자, 벽 안쪽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이 벽, 무언가 들어 있어요.”그녀는 강혁을 바라봤다.그는 주머니에서 소형 탐지기를 꺼냈다.기계음이 짧게 울렸다.“금속이네.”“열어봐요.”그는 망치를 들어 벽을 두드렸다.금속판이 떨어지며 안쪽에서 작은 상자 하나가 드러났다.상자는 낡았지만, 잠금장치는 여전히 단단했다.“열쇠는?”“없어요.”“그럼 부숴야지.”그가 총구를 들이밀었다.‘탕’짧은 소리와 함께 자물쇠가 깨졌다.수진은 천천히 뚜껑을 열었다.안에는 오래된 녹음기 하나와 갈색 봉투가 들어 있었다.그녀는 봉투를 집어 들었다.그 위엔 익숙한 필체로 쓰인 한 문장이 있었다.‘照明이여, 진실은 목소리로 남는다.’그녀는 녹음기를 꺼내 재생 버튼을 눌렀다.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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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서울, 마지막 무대

서울. 밤이었다.수천 개의 불빛이 하늘로 솟아오르고,그 아래로 사람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그들의 일상 속 어딘가에 한 여자는 ‘죽은 이름’을 안고 돌아왔다.린자오밍 - 김수진.그녀의 발걸음은 조용했지만,그 발밑엔 오래된 기억의 그림자가 붙어 있었다.서울역 앞,버스에서 내린 그녀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봤다.유리 건물에 반사된 불빛이 마치 수민의 웃음처럼 흩어졌다.“이 도시, 언니가 마지막으로 본 곳이에요.”그녀의 말에 강혁이 옆에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그럼 여기서 끝내자.”“끝내는 게 아니라, 시작이에요.”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확고했다.그들은 택시를 타고 강북의 오래된 거리로 향했다.지도에는 표시되지 않은 주소,그러나 수진의 기억은 그 길을 알고 있었다.“이 근처예요.”“확실해?”“언니의 로그 안에 남아 있었어요. 照明 프로젝트의 본거지, ‘비컨 타워’.”건물은 도시의 불빛 속에서도 유난히 어두웠다.30층 높이의 유리 빌딩, 그러나 창문 하나에도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사람의 흔적이 없어요.”“놈들이 일부러 숨긴 거겠지.”“그럼, 안에 있어요.”그녀는 가방에서 작은 금속 기기를 꺼냈다.소형 EMP 감지기였다.불빛이 깜박이며 신호음을 냈다.“감시망이 있어요. 우리 위치 이미 노출됐어요.”“그럼 조용히 들어가야지.”그가 웃었다.그 웃음은 오랜만에 보이는 생기였다.그녀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이럴 땐, 왜 웃어요.”“너랑 같이 있으니까.”“지금 그게 웃음이 나와요?”“그게 내가 사는 방식이지.”그녀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당신은 정말 바보 같아요.”“그래야 네 옆에 있지.”비컨 타워의 로비는 이미 폐쇄되어 있었다.철제 문을 열자, 안쪽 공기는 냉기처럼 차가웠다.빛 한 줄기 없었고, 엘리베이터조차 멈춰 있었다.“계단으로 가자.”그들은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발소리가 콘크리트 벽에 울려 퍼졌다.13층 즈음 올라섰을 때, 수진이 멈췄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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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어둠이 남긴 따뜻한 잔상

서울의 아침은 잔혹하게 평온했다.밤새 폭풍처럼 쏟아졌던 비가 멎자, 하늘은 다시 맑아졌다.그러나 수진의 마음은 여전히 잿빛이었다.비컨 타워의 유리창은 산산이 부서져 있었다.그녀는 잔해 위를 걸었다.강혁은 뒤에서 천천히 발걸음을 맞췄다.“이제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해요?”그녀의 물음에 그는 짧게 대답했다.“끝이 아니라, 정리일 뿐이지.”수진은 부서진 모니터를 밟으며 멈춰섰다.그 아래에서 흘러나온 붉은 빛이 바닥의 유리 조각을 따라 흩어졌다.마치 수민의 피처럼, 그녀의 마음을 물들였다.“照明이라는 이름, 그건 단순한 상징이 아니었어요.”“무슨 뜻이야.”“빛이 아니라, 빛이 사라질 때 드러나는 어둠의 잔상.”그녀의 손끝이 벽에 새겨진 한 문장을 가리켰다.‘Light exists only when darkness remembers it.’빛은 어둠이 기억할 때만 존재한다.“언니는 이 문장을 남기고 사라졌어요.”“흑거미의 말과 다르군.”“흑거미는 빛을 조종하려 했지만, 언니는 어둠을 껴안으려 했어요.”그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그래서 나를 ‘린자오밍’이라 불렀던 거예요.照明, 빛을 비추는 자가 아니라 빛을 기억하는 사람으로.”그녀는 폐허 한가운데 앉았다.태양이 건물 사이로 스며들며 먼지 속에서 금빛 입자를 만들었다.“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요.”“어디든.”“그런 대답은 싫어요.”“그럼, 네가 정해.”“……꽃이 피는 곳.”그녀는 천천히 일어섰다.손끝에 닿은 먼지를 털어내며,그녀는 마치 오래된 껍질을 벗는 것처럼 느꼈다.“꽃집으로 돌아갈래요.”“수진화방?”“아니요.”그녀가 웃었다.“이제 이름을 바꿔야죠. 린플라워. 내 이름으로.”그녀의 눈빛은 단단했고, 맑았다.그녀는 더 이상 복수를 품은 여자가 아니었다.한때 복수였던 사랑이 이제는 사랑을 닮은 삶으로 변하고 있었다.며칠 후, 해남으로 향하는 버스 안. 창가 자리에서 수진은 조용히 바다를 바라봤다.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언니의 그것과 겹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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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바다의 언어

바람이 잔잔하게 불었다.해남의 아침은 여전히 느리게 움직였다.바닷가의 파도는 규칙적인 호흡처럼 들려왔고,그 소리 속에서 수진은 눈을 떴다.하얀 커튼이 바람에 밀려왔다가 다시 뒤로 물러났다.꽃향기가 방 안을 채우고 있었다.침대 머리맡엔 말라버린 백합 한 송이가 있었다.그녀는 손끝으로 그 꽃잎을 만지며 천천히 속삭였다.“언니, 나 이제 잘 지내요.”그녀는 일어나 머리카락을 묶었다.창문을 열자, 햇살이 들어왔다.바다 냄새와 흙 냄새가 섞인 공기가 폐 속으로 들어왔다. 그 향은 따뜻했다.‘린플라워’ 간판은 여전히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문을 열자 종소리가 울렸다.새로 들어온 아르바이트 학생이 인사를 했다.“사장님, 오늘은 손님이 좀 많아요.”“그래요?”“결혼식이 있대요.동네 교회에서요.”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오늘은 흰 장미로 준비해요.”“네, 사장님.”그녀는 장미 줄기를 자르며 가위 소리에 집중했다.그 리듬은 마치 파도와 닮아 있었다.그때 문이 열렸다.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오늘도 꽃 냄새가 진하네.”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강혁이었다.그는 평소보다 더 편안한 옷차림이었다.수진은 웃었다.“꽃집에선 당연한 냄새예요.”“난 이 냄새 때문에 여기 오는지도 몰라.”“그럼 매일 와요.”“그럼 일이라도 줘야지.”“음... 물 주기 정도는 시킬 수 있겠네요.”“그거면 충분해.”둘의 대화는 아무렇지 않게 흘러갔다.서로의 상처가 점점 옅어지는 듯했다.하지만 눈빛 속에는 여전히 오래된 불빛이 남아 있었다.그 불빛은 사라진 게 아니라, 그저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점심 무렵, 수진은 바다를 향해 걸었다.바람이 부드럽게 불었고, 모래 위에는 조개껍질이 흩어져 있었다.그녀는 신발을 벗고, 발끝으로 바닷물을 느꼈다.차가운 물결이 발목을 감싸올랐다.그 순간, 바람이 휘돌며 먼 곳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照明……’낯익은 울림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렸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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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유일한 이름, 린자오밍

비행기가 착륙할 때, 창밖의 하늘은 낯설게 붉었다.프놈펜의 공기는 무겁고 뜨거웠다.한낮의 열기가 밤에도 사라지지 않았고,도시는 낮은 숨결처럼 진득하게 달아올라 있었다.강혁은 공항 게이트를 나서며 습한 공기를 깊게 들이켰다.“이 냄새, 오래전에 맡은 적이 있어.”수진이 고개를 돌렸다.“언니랑 마지막으로 온 곳이에요.”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기억을 억누르는 사람의 어투였다.그들은 택시를 타고 도심으로 향했다.도로 옆에는 오토바이 행렬이 끝도 없이 이어졌고,가로등 아래에는 아이들이 앉아 있었다.그 아이들은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 뒤에 어딘가 텅 빈 공허가 있었다.수진은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저 아이들도, 언니랑 나처럼…”강혁이 말을 끊었다.“지금은 네가 그 아이들이야.”“…….”“누군가의 빛이 되어주면 돼.”그녀는 고개를 숙였다.“빛은 늘 누군가의 어둠에서 태어나요.”그들의 숙소는 메콩강 근처의 오래된 호텔이었다.창문 밖으로 보이는 강물은 검은 유리처럼 고요했다.도시의 불빛이 강 표면 위에서 일렁였다.그 불빛은 마치 수천 개의 기억처럼 반짝였다.수진은 창가에 앉아 USB를 손에 쥐었다.그것은 언니 수민이 마지막으로 남긴 데이터였다.‘照明_파일02 - LIVE ACCESS.’비밀번호가 필요했다.“언니가 남긴 단서가 있을 거예요.”“기억나?”“그날… 언니가 병원 침대에서 내 손을 잡고 했던 말.”그녀는 눈을 감았다.기억 속에서 들려오는 수민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따뜻했다.“照明은… 결국 사람의 이름이 될 거야.”수진이 눈을 떴다.“언니의 생일이에요. 비밀번호는 0314.”그녀가 입력하자, 화면이 깜빡이며 문서가 열렸다.그 안에는 영상 하나가 있었다.화면 속, 흑거미와 배신구가 있었다.그리고 그들 뒤에, 수민이 서 있었다.표정은 고요했지만, 눈빛은 단호했다.[수민] “照明은 감정이야. 복제가 아니라 기억을 나누는 기술이에요.사랑이 없는 인간은 완성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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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두 개의 빛

지하실의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냉기와 철 냄새가 섞인 그 공간에서 서로의 눈빛이 부딪혔다.여진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총구가 흔들렸다가, 다시 정조준됐다.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울음을 참는 듯 낮았다.“수진… 아니, 린자오밍.”수진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살아 있었네요.”“죽을 이유가 없었거든.”“그날, 당신은 배신구의 편이었어요.”“그건 임무였어. 사랑과 임무의 경계가 무너진 건 나도 네 덕분이었지.”총구가 더 가까워졌다.그 거리는 불과 한 팔 간격이었다.수진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그녀의 눈빛은 오히려 여진을 꿰뚫고 있었다.“넌 여전히 질투하네.”“질투?”“언니를 잃은 내 마음을 그 남자를 잃은 네 마음으로 덮으려 하잖아.”“입 다물어.”여진의 손가락이 방아쇠 위에서 떨렸다.그러나 총성은 울리지 않았다.대신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떨어졌다.“왜 죽질 못했을까, 난…”“사랑했으니까.”수진의 대답은 조용했지만 단호했다.“그 사람은 나한테도, 네게도 하나의 거울이었어.사랑이라는 단어로 자신을 확인하려는 인간의 증거.”여진이 고개를 들었다.“그럼 넌 뭐야?”“照明.”“아직도 그 이름을 믿어?”“이름이 아니라, 기억이에요. 누군가의 감정을 이어받은 사람.”그녀는 한 걸음 다가섰다.“언니의 사랑, 강혁의 용서, 그리고 당신의 질투.그 모든 게 나라는 사람을 만들었어요.”여진의 손이 천천히 내려갔다.총구가 흔들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금속음이 울렸다.그 소리는 짧았지만, 오래 남았다.“……너, 언제부터 알았어?”“여진 씨가 죽지 않았다는 거요?”“응.”“그날 언니가 총을 맞은 뒤, 당신의 흔적이 지워지지 않았어요.누군가 일부러 살려둔 거죠.”여진이 고개를 숙였다.“흑거미였어. 그 여자가 내 목숨값으로 준 명령이 ‘照明을 지켜라’였거든.”“지켜라?”“그래. 너는 파괴할 존재가 아니라, 보존할 존재였대.”그녀는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그 미소는 쓸쓸했다.“웃기지 않아? 우린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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