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의 겨울은 유난히 길었다.그날 이후, 하늘은 늘 같은 색이었다.재와 소금이 섞인 듯한 잿빛.항구는 불에 그을린 냄새로 가득했고, 수진은 그 위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의 머리카락은 바람에 흩날렸지만, 눈빛은 여전히 ‘그 섬’을 향해 있었다.그곳에서 무너진 것은 건물만이 아니었다.기억, 이름, 믿음. 그녀의 세계 자체가 무너졌던 것이다.강혁은 그녀를 데리고 해안가의 작은 민박집으로 돌아왔다.낡은 목재 문, 창가에 걸린 흰 커튼,바람이 스며들면 커튼이 파도처럼 흔들렸다.“이제 좀 쉬어요.”그의 말에도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그저 창문 너머의 바다만 바라보았다.그 바다는 더 이상 푸르지 않았다.그녀의 손목엔 얇은 붕대가 감겨 있었다.섬에서 폭발 잔해에 긁힌 상처였다.그 붕대는 새하얗게 말랐지만, 그 아래의 상처는 아직 덧나 있었다.“내 이름은, 린자오밍.”그녀가 입을 열었다.“그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난 그게 새 삶의 시작이라고 생각했어요.근데 지금은 모르겠어요. 그게 내게 씌워진 가면인지, 아니면 진짜 내가 그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사람인지.”강혁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그녀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지만,그 안에는 꺼지지 않는 불씨가 남아 있었다.“만약 언니가 정말 나를 만든 거라면 그건 증오인가요, 사랑인가요?”“둘 다 아닐 거예요.”그가 조용히 말했다.“그건 구원이었을 겁니다.”그녀가 그를 바라봤다.“누굴 위한 구원인데요.”“모두를 위한 거요. 그녀는 당신이 자오밍이 되기를 바랐어요. 빛照明 - 어둠을 밝히는 이름.”“하지만 난 그 어둠 속에서 살고 있잖아요.”“빛은 스스로를 태워야만 빛나요.”그 말에, 그녀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하지만 곧 다시 잿빛으로 가라앉았다.밤이 되자, 바람이 거세졌다.민박집의 지붕이 삐걱거렸고, 바다 위엔 검은 구름이 모였다.강혁은 창가에 기대 앉아 담배를 꺼내 들었다.불을 붙이려는 순간, 수진이 말했다.“피우지 마요.”“이제 냄새만 맡아도 알아
Última atualização : 2026-04-22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