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민이 남긴 마지막 진실이 창고의 공기 속에 가만히 가라앉자, 수진의 내면에서는 무언가 오래된 금이 깊어졌다가 갑작스레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것처럼 흔들렸고, 지금까지 그녀의 몸을 붙잡아 온 수많은 감정과 기억과 분노가 자신을 지탱하던 중심축을 조금씩 잃기 시작했다. 복수를 위해 살아온 지난 10년의 시간이 무너지는 것은 외부의 충격 때문이 아니라, 언니가 남긴 마지막 마음이 너무도 조용하게, 그러나 너무 깊게 가슴 안쪽을 파고들었기 때문이었다. 잘못된 복수는 언제나 자신을 망가뜨리지만, 그 복수가 언니를 향한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더욱 쉽게 멈출 수도 없었고, 그 사실을 수진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흔들리는 자신조차 믿기 어려웠다.강혁은 말없이 서 있었지만, 그의 눈은 고요하게 떨렸다. 수민의 이름 앞에서는 언제나 그랬다. 자신이 지키지 못한 사람이었고, 가장 아프게 떠나보낸 사람이었으며, 이제는 자신이 사랑하게 된 여인의 언니이기도 한 그 존재가 남긴 마지막 말은 그의 마음까지 단숨에 끌어당겨 깊은 죄책감 속에 가두었다. 강혁은 입술을 다물고 있었지만, 그 침묵이 내뿜는 감정은 너무 커서, 차마 다 말하지 않아도 수진에게 전해지고 있었다.수진은 남자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시선을 강혁에게 옮겼다. 그 시선 속에는 오랜 세월 품어온 증오와 분노, 그 증오를 부추긴 오해, 그 오해를 만들어낸 배신구, 그리고 그 오해에 갇혀 서로를 향해 걸어온 지난 시간들이 모두 한꺼번에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았다.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그녀는 결국 입술을 살짝 떨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언니는, 마지막까지 나한테 말 못 한 게 많았네.”그 목소리는 비난도, 원망도 아니었고, 오히려 언니를 가슴에 품고 살아온 시간이 길수록 더 조용해지는 슬픔의 말투였다. 연변의 겨울날 언니의 손을 붙잡고 달리던 어린 시절부터, 조직에서 서로의 등을 맡기며 살아온 시간, 그리고 마지막으로 언니의 죽음을 들었을 때 세상이 부
Last Updated : 2026-05-0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