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Capítulo 1091 - Capítulo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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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1화

"이 은자는 우리 진씨 가문의 것인데, 조 대인께서는 무슨 해명을 원하시는 겁니까."진원은 경악과 분노가 치밀었으나, 명색이 진씨 가문의 가주였다. 숱한 풍파를 겪어온 만큼 애써 냉정을 유지하며 조원철에게 되물었다."진 대감의 생각은 어떠하오?"조원철은 몸을 일으키며 무심한 눈빛으로 반문했다.강유영은 여전히 그의 등 뒤에 숨어 허리띠를 쥔 채, 관 앞쪽의 한 곳에 시선을 고정했다.아무리 보아도 그곳의 모양새가 부자연스러웠다.문득 찌르는 듯한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자 진원과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빛에는 짙은 살의가 서려 있었다.강유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황급히 시선을 거두었으나, 속으로는 확신을 굳혔다.처음에는 반신반의했으나, 저토록 살기 띤 눈으로 쏘아보는 것을 보니 그곳에 필시 수상한 구석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이따가 기회를 틈타 그곳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할 듯했다."이것들은 모두 부장품인데, 해명하실 게 뭐가 있단 말씀이십니까."석개산은 여전히 굽신거리는 웃음을 띠고는 어물쩍 둘러댔다. 말을 마친 그는 진원을 힐끗거리며 눈치를 주었다.그제야 뜻을 알아차린 진원은 평정을 되찾고 조원철을 향해 가볍게 예를 행했다."대인, 이 은자들은 죽은 자식의 혼례에 딸려 보낼 부장품입니다. 제 아비 된 도리가 지나쳐 사치스럽게 보인다는 것은 잘 압니다. 허나 대인께서는 모르실 겁니다. 슬하에 둔 외동아들은 제 목숨줄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 아이가 세상을 떠나며 제 목숨의 반절도 함께 앗아갔지요. 가문에 딸린 식솔들만 아니었다면, 저도 당장 아이 뒤를 따르고 전 재산을 무덤에 묻어주고 싶은 심정입니다……."말을 잇던 진원은 얼굴을 감싸며 눈물을 쏟았다.죄다 연기는 아니었다.아들을 잃은 고통을 겪은 아비로서 자식을 떠올리자 진심으로 슬픔이 북받친 것이다.허나 동시에 이 슬픔을 방패 삼아 화제를 돌리고, 조원철의 시선을 분산시켜 동정심으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속셈이기도 했다.그가 통곡을 하자 주위의 식솔들도 덩달아 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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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2화

"석개산, 당신……."진원은 그 말에 놀라 격분했다.그가 벌인 짓은 석개산도 모두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 안에서 적잖은 이득까지 챙겼다.일이 틀어지자 불쑥 나서서 저런 말을 하는 것은, 꼬리를 자르고 모든 죄를 그에게 뒤집어씌우려는 속셈이었다."대인, 소관은 진원의 소행을 전혀 몰랐습니다. 그저 외동아들을 잃은 진원이 안쓰러워 발걸음을 했을 뿐인데, 감히 관은에까지 손을 댈 만큼 미친놈인 줄은 몰랐습니다. 진작 알았더라면 결코 상종하지 않고 법으로 다스렸을 것입니다……."석개산은 진원을 향해 호통을 치고는, 그가 입을 열 틈도 주지 않고 즉각 조원철에게 돌아서서 충심을 내비쳤다.지금 진원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든 알 바 아니었다. 오직 진원과 선을 그어야만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석개산, 네 이놈!"진원은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당장이라도 그의 실체를 폭로하려 입을 열었다.바로 그때, 묘실 중앙의 관이 돌연 진동하며 둔탁한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진원은 놀라 하려던 말을 삼키고 고개를 돌렸다.강유영이 두 사람이 다투는 틈을 타 관 앞쪽을 꾹 누른 것이다. 앞서 그녀는 그곳에 미세한 자국이 있고 다른 곳보다 반질반질하여 누군가 자주 만진 흔적을 눈여겨보았다. 그곳에 어떤 장치가 숨겨져 있을 거라 짐작했다.조금 전까지는 진원이 계속 주시하고 있어 손을 쓸 기회가 없었다.이제 진원과 석개산이 서로 물어뜯고 있으니, 이 기회를 틈타 확인해 본 것이다.장치가 숨겨져 있다면 다행이고, 아니어도 잃을 것은 없었다. 공기 중에 떠도는 냄새를 맡아보면 무언가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게 확실했다.그녀가 손을 떼자, 장치가 작동한 듯 관이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그녀는 깜짝 놀라 뒤로 한발 물러섰다.조원철이 손을 뻗어 그녀를 등 뒤로 끌어당기고는 눈앞의 관을 매섭게 응시했다.진원은 이를 막으려 손을 뻗었으나 이미 작동한 장치는 멈출 수가 없었다.그는 두 주먹을 꽉 쥔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관이 진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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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3화

"이게 무슨…… 진원, 이게 대체 무엇이오! 무슨 변명이라도 해보시오! 이는 멸문지화를 면치 못할 대역죄인데, 어찌 이리 간 큰 짓을 벌였소!"석개산은 바닥에 주저앉다시피 했다. 그의 등은 이미 식은땀으로 흥건했다.조원철이 관은을 찾아낸 것만으로도 하늘이 무너질 노릇인데, 여기서 더 파고들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강유영 역시 생각보다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비밀 화로까지 발각되었으니, 하늘이 무너진 거나 다름없었다.설령 진원이 입을 다문다 해도, 병주의 지부인 이상 관할 구역에서 벌어진 이 끔찍한 일에 대한 책임을 피할 길이 없었다.이토록 은밀하게 숨겨두었거늘, 어찌 강유영 같은 어린 처자가 눈치챈 것일까.뒷짐을 진 석개산의 손이 덜덜 떨렸다."석 대인."조원철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진씨 가문이 제방을 보수할 관은을 빼돌리고, 영혼 혼례를 핑계 삼아 무덤으로 운반한 뒤, 비밀 화로에서 사은으로 주조하여 사리사욕을 채우고, 수차례나 무고한 처녀들을 해친 이 끔찍한 일들을, 병주의 지부인 그대는 전혀 몰랐다는 뜻이오?"강유영은 싸늘한 눈으로 석개산을 노려보았다.이자는 음흉하고 속이 시커먼 자였다.숨 쉬듯 거짓말을 뱉어대는 자이니 절대 순순히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대인, 소관은 억울합니다."석개산이 황급히 예를 올렸다."소관은 이 일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습니다. 그저 진원이 평소 장사 수완이 좋다는 것만 알았지, 간덩이가 부어서 나라와 백성을 해치는 짓을 벌일 줄은 몰랐습니다. 참으로 만 번 죽어 마땅한 놈입니다. 소관이 당장 사람을 시켜 저놈을 포박할 테니 대인의 뜻대로 벌하십시오.""이제 와서 그런 헛소리를 지껄여? 내가 죽더라도 네놈은 꼭 물고 늘어질 테니, 너라고 무사할 줄 아느냐!"모든 일이 탄로 나자 석개산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진원 한 사람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웠다.확실한 증거 앞에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 벼랑 끝에 몰린 진원은 이판사판이었다."여봐라! 저들을 모조리 죽여라! 오늘 저놈들 중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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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4화

그가 재물을 숨겨둔 곳은 선산 하나뿐만이 아니었다. 이 고비만 넘기고 산에서 내려와 숨겨둔 것들을 꺼내면 얼마든지 재기할 수 있었다.셈법은 완벽했으나, 조원철이 그를 뜻대로 내버려둘 리 없었다.줄곧 그를 주시하던 청류는 도망치는 모습을 보자마자 쏜살같이 뒤쫓았다."망할 영감, 어딜 도망가느냐!"진원은 당황한 나머지 돌부리에 걸려 비틀거렸고, 그 틈을 타 덮친 청류에게 제압당해 바닥에 나뒹굴었다. 곧이어 그의 두 손은 등 뒤로 꺾여 단단히 묶였다.저쪽의 석개산은 도망칠 기회조차 없이 청운의 지시를 받은 두 호위에게 양팔을 붙잡혀 끌려왔다."대인, 소관은 억울합니다! 소관은 정말로 진원의 소행을 몰랐습니다. 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퇴로가 막힌 석개산은 바닥에 엎드려 조원철을 향해 애걸복걸했다.조원철은 그를 무시하고 아수라장이 된 묘실 안팎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진씨 가문은 제방을 보수할 관은을 횡령하고, 이를 빼돌려 비밀 화로에서 사은으로 주조한 증거가 명백하다. 병주 지부 석개산은 뇌물을 받고 법을 어기며 이를 묵인하고 비호했다. 두 사람과 그 식솔들을 모조리 하옥하고, 시일을 정해 경성으로 압송하여 폐하의 처분을 받게 하라. 장인들과 관은, 장부, 거푸집 등 인적, 물적 증거도 남김없이 거두어라."그의 명이 떨어지자마자 청운이 즉각 호위들을 지휘하여 움직였다.강유영은 호위들이 현장에 있던 진씨 가문의 식솔과 하인들을 전원 제압하고, 무기를 빼앗아 감옥으로 압송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걸로 모든 일이 끝났다."어멈……."그녀는 오씨 어멈이 떠올라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오씨 어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순간 그녀는 덜컥 겁이 났다.방금 전 난리 통에 행여 다치기라도 한 건 아닐까?그녀는 긴장한 채 오씨 어멈이 서 있던 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 조원철이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초조한 눈길로 조원철을 보았다. "오씨 어멈이 보이지 않습니다.""저쪽에 있구나."조원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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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5화

눈에 띄지 않는 어멈에게 신경을 쓰는 이가 아무도 없었던 덕에 용케 목숨을 건진 것이다."김씨 어멈,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강유영은 그제야 김씨 어멈을 발견하고 다가가 부축해 일으켰다."아씨 덕분에 손끝 하나 다치지 않았습니다."김씨 어멈은 이 년 넘게 가슴을 짓누르던 원수를 마침내 갚았다는 벅찬 기쁨에 하염없이 눈물을 닦았다."이것과 이것 모두 가져가세요. 돌아가셔서 거처를 마련해 평안히 사셔야지요."강유영은 손을 뻗어 머리에 꽂힌 순금 비녀와 장식들을 모조리 빼내어 어멈의 손에 쥐여주었다.모두 초저녁에 김씨 어멈이 꽂아준 것들이었다.김씨 어멈의 기구한 사연은 안타깝지만 딱히 내어줄 것이 없었다. 이 장신구들은 모두 순금이니 은자로 바꾸면 앞으로 살아가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것이다."이러시면 안 됩니다. 아씨, 저는 손재주가 있으니 굶어 죽지는 않을 것입니다……."김씨 어멈은 한사코 손사래를 치며 받지 않으려 했다."괜찮습니다." 강유영은 조원철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 돈은 나중에 제가 갚겠습니다."이 장신구들은 진씨 가문의 것이고, 진씨 가문이 적몰당하면 자연히 국고로 환수될 터였다. 당장 수중에 은자가 없으니 장신구로 대신하고 나중에 갚으면 될 일이었다.조원철은 아무 말 없이 묵인했다."감사합니다, 아씨. 정말 감사합니다……."김씨 어멈은 깊이 감격하여 다시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이 광경을 지켜보던 진 부인은 뼈저린 후회에 휩싸였다.강유영은 우연히 만난 김씨 어멈에게조차 이토록 정을 베푸는 심성이 고운 처자였다. 애초에 한씨의 말에 놀아나지 않고 그녀가 한 협박을 강유영에게 솔직히 털어놓았더라면, 필시 김씨 어멈보다 더 잘 보살펴 주었을 것이다. 어찌 그리 미련했을까."우선 산에서 내려가자."조원철이 다가와 강유영을 불렀다."예."강유영은 짧게 대답하고는 시선을 내리깐 채 그를 외면하며 치맛자락을 쥐고 먼저 돌계단을 내려갔다.진씨 가문의 일이 해결되었으니, 이제 조원철에게 그녀가 추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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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6화

그녀는 천천히 옷을 벗고 머리를 푼 뒤,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더운 김이 피어오르며 눈앞에 뽀얀 안개를 만들어냈다.그녀는 욕통 벽에 기대어 가만히 눈을 감고 따뜻한 물이 몸을 감싸는 기분을 느끼며, 천천히 숨을 내쉬고 물을 떠 얼굴을 씻어냈다.며칠 만에 드디어 마음을 가라앉히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생각할 여유가 생겼다.조원철을 따라 경성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은 확고했다.이번에 그를 따라가면 다시는 빠져나올 기회가 없을 것이다.고개를 숙인 채 손끝으로 수면을 튕기며 부서지는 촛불의 그림자를 바라보는 그녀의 마음도 물결처럼 어지러웠다.지금의 그는 예전보다 말이 통하는 편이었다.마음에 다른 이를 품고 첩실까지 두었으면서 자신을 존중하지도 않았다. 그러면서도 막무가내로 곁에 두려 하는 쪽은 그였다.차분히 이야기하면 순순히 보내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어찌 말해야 승산이 있을지 궁리하느라 쉴 새 없이 머리를 굴렸다. 물속에 얼마나 앉아 있었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을 무렵, 귓가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경계하며 몸을 웅크린 채 병풍 밖을 향해 물었다."누구십니까."병풍 너머로 어른거리는 그림자는 훤칠한 사내의 체구였다."더운물을 더 부어줄까."조원철은 재촉하는 기색 없이 담담히 물었다."필요 없습니다. 다 씻었습니다."그의 목소리를 확인한 강유영은 곧바로 웅크렸던 몸을 풀었다."풍한에 들기 전에 어서 옷을 챙겨 입거라."조원철은 당부를 남기고 다시 문을 닫았다.몸을 일으키자 그제야 물이 차갑게 식었다는 것을 깨달은 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욕통 벽을 짚고 일어선 그녀는 병풍에 걸쳐둔 긴 수건을 가져와 몸의 물기를 닦아냈다.한쪽 의자에는 조원철이 미리 준비해 둔 속적삼과 속바지가 놓여 있었다.머리카락의 물기를 대충 짜낸 그녀는 천천히 옷을 챙겨 입었다."다 입었느냐."조원철이 다시 문을 열며 물었다."예."강유영은 짧게 대답하고 침상에 다가가 앉아 고개를 기울인 채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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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7화

강유영은 그가 물에 들어가는 소리를 듣고도 뻣뻣하게 굳은 채 고개를 푹 숙였다.참으로 제멋대로인 사내였다.조원철은 욕조 안에 앉아 새빨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귓바퀴를 보며 눈가에 웃음을 띤 채 부드럽게 물었다."그리 앉아 있으면 피곤하지 않느냐."강유영은 입술을 오므린 채 속으로 코웃음을 치며 대꾸하지 않았다.지금이야 아무 일 없다는 듯 멀쩡하게 굴지만, 이따가 화를 내기 시작하면 금수나 다름없이 굴 게 뻔했다.그가 얼마나 짐승 같은 사내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돌아보거라. 이미 들어앉았으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조원철은 화를 내는 대신 느긋하고 다정하게 그녀를 달랬다.강유영은 머뭇거리다 몸을 돌려 조심스레 힐끗 살폈다. 그가 정말 욕조에 들어앉아 어깨 위쪽만 내놓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도하며 다시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아냈다. 여전히 입은 꾹 다문 채였다."묘실 안의 장치는 어찌 찾아낸 것이냐."조원철이 그녀를 보며 물었다."김씨 어멈이 머리를 올려줄 때 묘역에서 무언가 타는 냄새가 난다 했습니다. 지전을 태우는 냄새는 아니라고요. 진원이 관은을 선산에 숨겼다 한들 표식이 있어 함부로 쓸 수는 없을 테니, 은을 녹여 다시 주조할 거라 짐작했습니다. 그래서 묘실 안에 수상한 구석이 있는지 눈여겨보다가, 관 앞쪽이 미심쩍어 한번 눌러보았습니다."강유영은 눈을 이리절리 굴리며 천장을 보았다가 바닥을 보고, 이따금 병풍을 쳐다볼 뿐 끝내 그와는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그의 넓은 어깨와 창백한 살결 위로 잔근육이 도드라졌고, 맺힌 물방울이 매끄러운 선을 타고 흘러내렸다.사람을 홀리는 요물 같아 도저히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애써 시선을 피하려 해도 곁눈질에 걸리는 그의 존재감은 무시하기 어려웠다.그녀는 차라리 잡념을 지우고, 김씨 어멈이 한 말과 자신이 추측한 바를 있는 그대로 털어놓았다."제법 똑똑해졌구나."조원철이 그녀를 응시하며 말했다."조금만 지나면 나를 뛰어넘겠어."그는 욕조 가장자리에 팔을 걸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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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8화

무방비 상태였던 강유영은 그 광경을 고스란히 마주했다. 그녀는 흠칫 놀라며 두 손으로 화끈거리는 얼굴을 감싸 쥐고 홧김에 소리쳤다."어찌 이렇게 부끄러운 줄도 모르십니까!"행여 보지 못할까 봐 일부러 부르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음 말을 기다리는 순간 불쑥 일어선 것이다.참을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토록 고고하고 냉정하던 사내가 할 짓이 아니었다. 눈앞의 사내가 정녕 조원철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조원철은 아무 말 없이 욕조를 벗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오지 마십시오."강유영은 다가오는 기척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도망쳤다.허나 이 좁은 방 안에서 도망쳐봐야 뻔했다.조원철은 두세 걸음 만에 따라붙어 병풍과 자신 사이에 그녀를 가두었다."어딜 도망가는 것이냐."그는 병풍에 손을 짚은 채 잠긴 목소리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비키십시오."강유영은 여전히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쏘아붙였다.참으로 뻔뻔한 사내였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으로 다가와 놓고 어딜 도망가냐 묻다니.연유를 뻔히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것이다.조원철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방 안이 고요해지자 강유영은 오히려 더 긴장했다.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가 고막을 때렸다.그는 물러날 기색이 전혀 없었다.코끝에 감도는 짙은 감송 향기와 훅 끼쳐오는 뜨거운 체온이 그가 코앞에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필시 그녀를 내려다보며, 소스라치게 놀란 모습을 속으로 비웃고 있을 것이다.얼굴을 감싼 채 오만 가지 상상에 휩싸여 옴짝달싹 못 하던 그녀가 그를 밀쳐내려 손을 뻗으려는 찰나, 커다란 손이 정수리에 툭 얹혔다.강유영은 온몸이 뻣뻣하게 굳었다.다음 순간, 뜨거운 입술이 그녀의 미간에 닿았다.가벼운 입맞춤이었으나, 마음속에는 걷잡을 수 없이 커다란 파문이 일었다.그녀가 몸을 바르르 떨며 마른침을 삼키는 사이, 미간을 간지럽히는 감각에 얼굴을 감싸고 있던 두 손이 저도 모르게 느슨해졌다.조원철은 그 틈을 타 그녀의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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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9화

"놓으십시오."강유영은 발버둥을 치며 팔꿈치로 그를 밀어내고 발뒤꿈치로 정강이를 걷어찼다.그는 미동도 하지 않고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어깨에 턱을 기댄 그의 뜨겁고 묵직한 숨결이 귓바퀴 뒤 연한 살결에 고스란히 닿았다.강유영은 몸을 잘게 떨었다. 순식간에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듯했다."또 도망쳤구나."심하게 갈라진 목소리에는 서운함과 불쾌감이 뒤섞여 있었다."이러지 마십시오……. 놔주세요……."강유영은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애원하는 듯, 응석을 부리는 듯한 그 어조가 오히려 사내의 소유욕을 부추기는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더 이상 그와 그런 짓을 벌이고 싶지 않았다."도망치지 마."조원철은 그녀의 거절을 듣지 못한 사람처럼 몸을 돌려세워 다시 병풍과 자신 사이에 가두었다."제 말이 들리지 않으십니까!"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붉어진 눈시울에 입술은 부어올랐고, 발갛게 달아오른 뺨 위로 흩어진 머리카락 몇 가닥이 이마에 달라붙어 있었다.잔뜩 독이 오른 모습이 털을 곤두세운 고양이 같아 위협적이기는커녕 사랑스러웠다.그의 마지막 인내심이 사라졌다. 다시금 보드라운 입술을 삼킨 그는 숨 쉴 틈조차 주지 않고 거칠게 몰아붙였다.숨이 막힌 듯 호흡이 멎고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졌다.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귓가에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만 선명했다."연모하고 탐하고 싶다. 조금만 다가오거라."조원철은 이마를 맞댄 채 잠긴 목소리로 달랬다. 커다란 손이 허리를 감싸 안고 품으로 바짝 끌어당겼다.불처럼 뜨거운 시선이 그녀를 옭아맸다.입맞춤에 정신이 아득해진 강유영은 사고가 흐려졌다. 걸치고 있던 속적삼은 어느새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연모한다는 말을 들은 순간 찬물을 뒤집어쓴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다음 순간, 그녀는 품 안에서 미친 듯이 발버둥 치며 그를 할퀴고 꼬집고 물어뜯었다.할 수 있는 모든 짓을 동원해 그를 밀어냈다."놓으십시오! 갈 겁니다. 두 번 다시 얼굴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그녀는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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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0화

그녀는 덜컥 겁이 났다."무슨 짓입니까!"놀란 그녀가 손을 뻗어 머리꽂이를 뽑으려 했으나, 머리꽂이는 병풍에 깊숙이 꽂혀 꿈쩍도 하지 않았다.조원철은 두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짚고 몸을 낮춰 다가갔다.그녀는 뼈마디가 녹아내리듯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으려 했다.그가 허리를 단단히 받쳐 안고 그녀를 위로 치켜올렸다."또 도망칠 테냐."귓가에 닿은 거친 숨결과 함께, 사납고 억센 움직임이 몰아쳤다.강유영은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울음이 터지려는 것을 꾹 참았다.고개를 돌리려 했으나 상투가 당겨져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고 전신을 짓누르는 압박을 견디며, 그의 뜻대로 신음 한 번 내지 않으려 버텼다."대답해라. 또 도망칠 테냐."조원철은 그녀의 턱을 쥐고 억지로 고개를 들게 해 시선을 맞췄다.강유영은 붉게 달아오른 눈가를 한 채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을 내리깔았다.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리면서도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조원철은 많이 화가 난 듯했다.그는 자비 없이 그녀를 몰아붙이고 옥죄었다.강유영의 머릿속이 하얘지며 모든 이성이 날아갔다. 오직 그라는 존재만이 남았다. 허리를 움켜쥔 악력, 짓눌러오는 뜨거운 흉곽, 거친 숨결까지 그의 모든 것이 밀려와 빈틈없이 의식을 잠식했다."흐읏…… 잘못했습니다…… 제발……."차오른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그녀는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하고 허리를 비틀며 피하려다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뭘 잘못했지?"붉게 달아오른 눈가와 핏대 선 목덜미,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더 매섭게 추궁했다."안 도망치겠습니다, 안 갈 테니, 제발……."강유영은 고개를 저으려다 머리가 고정된 탓에 입을 벌리고 거칠게 숨만 몰아쉬었다."부탁할 땐 어찌 말해야 하지?"조원철은 화가 가라앉지 않은 듯 조금도 틈을 주지 않았다."원철 오라버니…… 서방님……."더 이상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강유영은 눈물 젖은 흐릿한 눈빛으로 애달픈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틀렸다."조원철은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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