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Capítulo 1101 - Capítulo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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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1화

오늘 일로 떠나겠다는 결심이 더욱 확고해졌다.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에는 그를 따라 경성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한씨와 진 부인에 대한 원한도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두 번 다시 볼 일 없는 사람들이니 굳이 앙갚음할 필요도 없었다.조원철에게서 멀어져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것이다.강유영은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감았다.조원철은 더운물을 길어 와 그녀를 욕조에 안아 넣고 손수 씻겨주었다.강유영은 목욕을 하는 내내 정교한 도자기 인형처럼 얌전히 있었다. 그가 안아 드는 대로 가만히 그에게 몸을 맡긴 채 부끄러워하거나 피하지 않고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았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조원철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뒷정리를 마친 그는 촛불을 끄고 곁에 누워 그녀를 품에 안았다.강유영은 그의 예상과 달리 발버둥 치지 않았다.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생기 없는 얼굴로 얌전히 품에 안겨 있을 뿐이었다."아직도 아프냐."조원철은 다시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어둠 속에서 강유영은 말없이 고개만 저었다.사실 머리는 처음부터 아프지 않았다. 숨이 막힐 듯 아픈 곳은 마음이었다.그가 이토록 모질게 구는 연유를 알 수 없었다. 자신이 이리도 가벼운 존재인지 허탈했다.애초에 누군가의 애정을 받을 거란 기대는 한 적 없었다.그녀를 돕고 보살펴주며 허무한 일상에 색을 입혀준 사람은 그였다.허나 이제 그는 그 색을 하나하나 지워내며 그녀의 세상을 다시 흑백으로 되돌려 놓고 있었다."왜 자꾸 나를 떠나려 하는 것이냐."조원철이 그녀를 바짝 끌어안으며 귓가에 대고 물었다."떠나지 않겠습니다."강유영은 움찔하며 본능적으로 대답했다.감히 진심을 털어놓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조원철은 그녀가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조금 전 품 안에서는 분명 달아올랐던 몸인데 지금은 차가운 목석 같았다.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손끝으로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부드럽게 달랬다."솔직히 말해보거라. 대체 왜 자꾸 떠나려 하는지. 합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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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2화

피곤한 척한 것은 그와 더는 말을 섞기 싫어서였다."자거라."조원철은 부드럽게 그녀의 등을 다독였다.방 안이 고요해졌다.강유영은 그의 품에 얌전히 안겨 눈을 감고 있었다. 등에 맞닿은 가슴팍에서 사내의 뜨거운 열기가 계속해서 전해졌다.'어떻게 해야 할까.'그녀는 이곳까지 오며 지났던 길 중 어느 곳에서 도망칠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생각하는 중이었다.얼마나 지났을까, 등 뒤에서 허리를 감싸고 있던 사내의 팔에 힘이 풀리더니 고른 숨결이 뒷덜미에 닿았다.그는 깊이 잠든 듯했다.그녀는 조심스레 몸을 움직였다. 여전히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용기를 낸 그녀는 허리에 얹힌 손을 밀어내고 그의 품에서 빠져나왔다.침상 안쪽으로 조금씩 물러난 그녀는 등을 돌리고 몸을 웅크렸다. 울음이 터질 것 같았으나 애써 참았다.그에게서 멀어지기 위한 첫걸음일 뿐이었다.그가 자신을 하찮게 여기는데 미련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알지 못했다.그녀가 손을 밀어내는 순간, 조원철이 이미 눈을 번쩍 떴다는 것을.어둠 속에서 희미한 윤곽만이 시야에 들어왔다. 침상 구석에 가녀리고 처량하게 몸을 웅크린 모습이 꼭 버림받은 강아지 같았다.그는 주먹을 꽉 쥐며, 다시 그녀를 품으로 끌어당기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강유영은 한참을 더 뒤척이다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조원철은 손을 뻗어 그녀의 얇고 마른 어깨를 감쌌다.그녀는 극도로 지쳐 있었다. 요 며칠 제대로 자지 못한 데다 방금 전 그토록 시달렸으니, 깊이 잠들 만도 했다.조원철은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잡고 얼굴이 자신을 향하도록 돌려 눕혔다."괴롭히지 마세요, 졸립니다……."강유영이 잠결에 웅얼거렸다. 단잠을 방해받아 짜증이 났는지 그를 가볍게 밀어냈다.조원철은 그녀의 손을 쥐고 품에 바짝 안았다. 부드럽고 따스한 몸이 품에 들어오자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꿈결 속의 강유영은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본능적으로 품속을 파고들었다. 정처 없이 떠돌던 배가 마침내 머물 곳을 찾은 듯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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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3화

조원철의 일행은 죄수들을 압송하며 병주성에서 출발했다.길 양옆은 구경하러 나온 백성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진원과 석개산은 쏟아지는 백성들의 욕설을 고스란히 들어야 했다.두 사람은 좁은 철창 안에 갇혀 그들을 향해 날아드는 썩은 달걀과 짓무른 채소 더미를 맞았다.산발한 머리에 땟국물이 흐르는 모습은 실로 비참했다.그 뒤로 두 집안의 가솔들이 밧줄에 묶인 채 울며 철창 뒤를 따랐다. 지난날 백성들을 억압하던 위세는 온데간데없었다.길가 주루의 이층 객실."전하, 진국공 세자도 돌아갔으니 저희도 경성으로 가시지요."남풍이 울상을 지으며 나직이 말했다.강유영이 경성을 떠난 것은 진국공 세자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서왕은 어찌 가출이라 단정하셨을까. 두 사람은 버젓이 같은 마차를 타고 경성으로 향하고 있었다.반면 서왕은 경성의 정무마저 내팽개치고 병주까지 찾아와서 고작 이런 광경을 보고 있었다.남풍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서준은 말없이 창가에 서서 거리를 내려다보았다.조원철은 실로 수완이 뛰어났다. 병주라는 골치 아픈 문제를 단숨에 해결했으니 황제가 그를 중용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다만 그가 자신의 밑으로 들어오기를 거부하고 오히려 유영을 독차지하려 든다는 점이 거슬렸다."전하?"남풍은 아무런 대답이 없자 다시 서준을 불렀다."시끄럽다."서준은 고개를 돌리고 싸늘한 눈빛으로 남풍을 노려보았다.남풍은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입을 다물었다."지난번에 유영의 상자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라 했거늘, 정녕 보지 못한 것이냐."서준는 창틀에 기댄 채 불신이 가득한 눈으로 그를 훑어보았다."소인이 어찌 감히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강 소저께서는 상자를 가져가신 후로 단 한 번도 꺼내지 않으셨습니다. 사내인 소인이 아씨의 방까지 숨어들 수는 없지 않습니까."남풍이 다급히 대답했다."네놈에게 그럴 배짱이 있을 리 없지."서준은 코웃음을 쳤다."그럼 돌아가십니까?"남풍은 그의 안색이 누그러진 것을 살피고 조심스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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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4화

"예."남풍이 고개를 숙이며 명을 받들었다.사실 그는 주군이 이 진흙탕 싸움에 끼어들지 않기를 바랐다.서왕이 뚜렷한 이유 없이 병주로 온 것을 의심 많은 황제가 안다면, 병주 사건과 서왕이 관련이 있다고 의심할 수도 있었다.그러나 겉보기에는 경박하고 천방지축인 서준은 한 번 정한 뜻을 절대 꺾지 않는 성정이었다.그가 마음먹은 일은 누구도 되돌릴 수 없었다.남풍은 만류하려던 말을 삼키고 조용히 물러갔다.*강유영은 마차 창문의 휘장 틈새로 밖을 내다보았다.병주성은 제법 번화했지만, 안타깝게도 이곳에 온 첫날부터 진 부인에게 속아 진씨 가문에 발을 들여야 했다.그 후로는 진원이 보낸 자들에게 잡혀 끔찍한 신방에 갇혀 지냈다.그 뒤로는 조원철을 도와 관은의 행방을 좇느라 정신이 없었고, 지금은 쫓기듯 이곳을 떠나고 있었다.이토록 오랜 시간을 머물고도 성내를 거닐며 경성과 어찌 다른지 풍경 한 번 제대로 구경할 여유가 없었다."정 아쉬우면 반나절쯤 더 머물며 성내를 구경시켜 주마."조원철은 줄곧 창밖만 바라보는 그녀를 보며 나직이 말했다."아닙니다. 정무가 먼저지요."강유영은 아쉬운 기색을 들키고 싶지 않아 시선을 거두고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돌아가는 길에 매복이 있을지도 모른다. 오씨 어멈 일행은 며칠 뒤에 출발하도록 지시해 두었으니 안전할 것이다."조원철은 정면을 응시한 채 담담히 말했다.강유영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내리며 담담히 답했다."예."겉으로는 그럴싸한 핑계를 댔지만, 결국 그녀가 도망칠 것을 대비한 결정이었다.그는 유영이 오씨 어멈 일행을 버려두고 홀로 도망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고의로 그들을 인질 삼아 남겨두고 발을 묶어버린 것이다.그녀의 속내를 그토록 빤히 꿰뚫어 보면서, 곁에 남아 수모를 겪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왜 모른 척하는 것일까.대체 왜 이토록 억지로 곁에 두려 하는 걸까?강유영은 치밀어 오르는 원망을 주체할 수 없었다.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자신을 놔주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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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5화

강유영은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도록 주먹을 꽉 쥐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광기가 일었다.만약 벼랑 끝에 서서, 놔주지 않으면 뛰어내리겠다고 말한다면 그는 어떤 선택을 할까?보내줄까, 아니면 차라리 죽일지언정 곁에 두려 할까?후자라면 차라리 죽는 편이 나았다. 그녀는 이렇게 굴욕적으로 살고 싶지는 않았다.조원철은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며 한참을 침묵했다."돌아가는 길목입니다. 사찰까지 오르내리는 데 두 시진이면 족합니다."강유영이 나직이 덧붙였다."안 된다면 그만두겠습니다."그녀는 쓸쓸히 눈을 내리깔고 바닥을 응시했다.왜 허락하지 않는 걸까. 이렇게 경계하며 곁에 붙어 있으면서 날개라도 돋쳐 달아날까 봐 그러는 것일까?"청운 일행을 먼저 출발시키고, 나랑 함께 말을 타고 다녀오자. 오래 지체되지는 않을 것이다."조원철이 침묵을 깨고 말했다."예."강유영은 그제야 눈매를 휘며 방긋 웃어 보였다.소매 속으로 거둬들인 손은 여전히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그녀는 독해지기로 했다.이번에야말로 살 길을 찾을 것이다.산 밑에 도착하자, 조원철은 강유영과 함께 마차에서 내려 청운에게 일행을 이끌고 먼저 가라 지시했다. 일행이 길을 나서자, 그는 다시 강유영을 안고 말에 올랐다.그러고는 긴 팔을 뻗어 그녀를 품에 가둔 후, 고삐를 당겨 질주하기 시작했다.산길의 서늘한 바람이 뺨을 스쳤다. 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눈을 감고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등에 맞닿은 가슴팍에서 사내의 뜨거운 열기가 옷깃을 뚫고 전해졌다."바람이 거세다. 돌아앉겠느냐."조원철이 귓가에 대고 물었다."괜찮습니다."강유영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저었다.서늘한 산바람을 맞으며 머리를 비우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전하, 어찌하시겠습니까."남풍은 조원철과 강유영이 사라진 방향을 번갈아보며 난감한 얼굴로 서준에게 물었다."당연히 저 둘을 쫓아가야지.""저 둘을 쫓아라."으슥한 곳에서 걸어나온 서준이 사찰 방향을 가리키며 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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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6화

"가자."조원철은 강유영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사찰 뒤편으로 가보고 싶습니다."강유영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며 말했다.굳이 별다른 이유를 덧붙이지 않았다.어차피 말을 타고 왔으니 청운 일행은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그는 평소에도 작은 요구는 잘 들어주었기에, 그녀는 망설임 없이 말을 꺼냈다. 이렇게 말해야 그가 쉽게 수락할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자."조원철은 순순히 허락했다.두 사람은 손을 잡고 사찰 뒤편으로 걸어갔다.걷는 길에 수많은 참배객들을 지나쳤다. 사찰의 경치도 아름다워, 걷다 보니 강유영은 기분이 조금 몽롱해졌다.언젠가 조원철과 손을 맞잡고 남들 앞에서 거리낌 없이 걷게 될 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멀리 떠나 자유로워진다는 것이 이런 기분일까.나쁘지 않은 기분이었지만, 눈앞의 모든 것은 찰나의 꿈처럼 덧없었다.그를 따라 경성으로 돌아간다면, 그녀는 다시 그의 곁에서 숨어 지내야 했다. 빛을 보지 못하는, 첩실만도 못한 양누이 신세로 전락할 것이다.그는 그녀를 놔주지도 않고, 다른 이에게 시집가게 두지도 않을 것이다.그의 뜻대로 곁에 남는다면, 길지 않은 청춘을 고스란히 그에게 낭비하다 늙고 초라해진 뒤에야 처참히 버려질 것이다.이번에는 절대 그를 따라 돌아가지 않을 작정이었다.뒤로 갈수록 인적은 점점 드물어졌다.마침내 주변에는 두 사람만이 남았다.은밀히 두 사람의 뒤를 밟던 서준의 안색은 갈수록 굳어졌다.강유영은 혼인하기 싫고 마음에 품은 이도 없다고 했다. 그 모든 말이 거짓이었다.시집가기 싫은 것이 아니라, 맺어질 수 없는 사내를 마음에 품은 탓이겠지. 강유영과 조원철은 명목상 남매지간이라 부부가 될 수 없었다.이것이 유영이 자신을 번번이 거절했던 진짜 이유였단 말인가.서준의 눈가에 서늘한 살기가 맴돌았다. 꽉 쥔 주먹에서 뼈 소리가 났다.지난날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유영은 어머니를 제외하고 그를 진심으로 대해준 유일한 여인이었다.그 누구에게도 유영을 빼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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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7화

반면 강유영 본인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고작 남은 것이라고는 얄팍한 자존심뿐이었다.이제는 그의 그늘에 숨어 사는 노리개가 아니라,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살고 싶었다."일단 이리 오너라.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마."조원철은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서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두려움이 몰려왔다.전장터를 누비며 적을 베고, 조정의 암투 속에서 수없이 생사를 넘나들 때도 두려움 따위는 몰랐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벼랑 끝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그의 심장을 얼어붙게 했다."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저를 놔주십시오. 오라버니 곁에서 빛도 보지 못하고 숨어 지내는 삶은 이제 싫습니다. 오씨 어멈 일행과 떠나게 해 주십시오. 제발 부탁입니다."강유영은 치밀어 오르는 울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온몸을 떨었다. 눈시울에 맺혀 있던 눈물이 옷깃 위로 흘러내렸다.목숨을 담보로 그를 협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그가 자신의 목숨 따위 신경 쓰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에게는 그를 압박할 다른 무기가 없었다."알겠다, 약속하마. 이리 오거라. 너와 오씨 어멈 일행을 보내주겠다."조원철이 갈라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래로 늘어뜨린 두 손이 통제할 수 없을 만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거짓말."강유영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그를 믿을 수 없었다. 거짓으로 달래어 데려간 뒤, 옴짝달싹 못 하게 가두고 두 번 다시 오씨 어멈 일행을 만나지 못하게 떼어놓을 것이다. 그는 능히 그러고도 남을 사내였다."거짓이 아니다. 내뱉은 말은 지킨다. 이리 오거라. 널 보내주마. 절대 막지 않을 것이다."조원철은 붉어진 눈으로 그녀를 똑바로 응시했다.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그 짧은 한마디가 천만근의 무게를 지닌 듯 힘겨워 보였다.강유영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망설임 한 점 없는 대답이었다.'결국 난 당신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군요. 진작에 이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실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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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8화

그러나 강유영은 끝내 고집을 꺾지 않았다.결국 그녀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조원철이 자리하고 있었다.서준은 순간 배신감이 치밀었다.조원철을 마음에 품고 있으면서, 왜 그에게 그토록 다정하게 굴었을까.서준은 핏발 선 눈으로 두 사람을 죽일 듯 노려보았다.남풍은 곁에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덜덜 떨고 있었다."쳐라."서준이 손짓하며 조원철을 가리켰다."예."남풍이 돌아선 찰나, 서준은 다시 그를 불러세웠다."잠깐.""무슨 일이십니까, 전하."남풍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서준은 서늘한 어투로 덧붙였다."너는 나설 것 없다. 수하들에게 복면을 씌워 보내라. 유영을 노리는 척하면 조원철은 필시 그녀를 감싸려 들 것이다. 그때 빈틈을 노려 놈을 쳐라. 명심해라, 숨은 붙여 두어야 한다."조원철을 바라보는 서준의 눈에 짙은 살기가 번뜩였다.애초에 조원철과 그는 하늘 아래 양립할 수 없는 존재였다. 이제껏 살려둔 것은 오직 이용 가치가 남아서였다.그런데 놈이 강유영을 그에게서 빼앗아가려 하고 있었다. 앞으로도 그의 수족이 되기를 거부한다면 더 이상 살려둘 이유가 없었다.조원철의 무공이라면 수하 여덟 명쯤은 혼자서도 능히 감당할 터였다. 하지만 동시에 유영까지 지키려면 승패는 장담할 수 없었다."어째서냐."조원철은 고개를 들고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저와 한 약조는 지키실 겁니까?"강유영은 대답 대신 고개를 돌린 채 되물었다.정말 이유를 몰라서 저런 질문을 하는 걸까?지난 이 년 동안 그가 한 짓은 생각지도 않는 걸까? 이제 와서 왜 미련을 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우리는 이미 혼인 증서까지 나눈 사이다. 혼례야 나중에 치르면 될 일인데, 대체 왜 내 곁을 떠나려 하는 것이냐."조원철은 붉어진 눈으로 그녀를 보며 다시 물었다."제가 모를 줄 아십니까? 그 혼인 증서는 애초에……."강유영의 입가에 쓴웃음이 번졌다. 그녀는 눈물을 머금은 채, 그 혼인 증서가 자신을 달래기 위해 꾸며낸 가짜 증서라고 말하려 했다.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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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9화

"내 뒤에 숨거라."조원철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태산처럼 버티고 서서 그녀를 감쌌다.압도적인 수적 열세에도 그의 기세는 조금도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서늘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강유영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의 등 뒤에 바짝 붙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비명이 새어 나갈까 봐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그의 허리띠를 움켜쥐었다.그녀는 자신의 존재가 짐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여기서 작은 기척이라도 낸다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그의 발목을 잡을 뿐이었다.자객 한명이 그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날카로운 검기는 조원철의 가슴을 노렸다.조원철은 몸을 비틀어 피하고는 그대로 장검을 앞으로 찔렸다.살이 찢기는 아찔한 소리와 함께 검은 자객의 목에 깊숙이 박혔다. 동시에 시뻘건 핏물이 왈칵 솟구쳤다.강유영은 흠칫 몸을 떨었다.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지만 목이 메어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코를 찌르는 역겨운 피비린내에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약한 모습을 보일 때가 아니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악착같이 버텼다."쳐라!"나머지 자객들은 눈빛을 교환하더니 일제히 달려들었다.그들은 서준의 명대로 조원철의 빈틈을 만들기 위해 강유영을 노린 것이다. 대도 하나가 그녀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조원철은 한 손으로 강유영을 끌어당긴 채, 남은 손으로 두 명의 자객을 상대했다.무자비한 대도는 그대로 강유영을 향했다.그는 검을 거두어 막아낼 틈이 없었다. 조원철은 재빨리 몸을 돌려 강유영을 뒤로 밀쳤다. 날아든 대도는 그의 어깨에 맞았다. 살을 파고드는 소리가 들리더니 시뻘건 피가 순식간에 그의 푸른 도포를 적셨다. 사방으로 튄 뜨거운 피가 강유영의 뺨에 흩뿌려졌다."오라버니!"강유영은 더는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두려움과 비통함이 뒤섞여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그는 그녀를 구하려다 부상을 입었다. 짐이 되지 않으려 애썼지만, 결국 또 그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조원철은 매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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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0화

강유영은 애가 탔다.조원철의 어깨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배어 나와 도포를 붉게 적셨다. 상처가 깊어 고통스러운지 그의 움직임은 방금 전만큼 빠르지 않았다.그럼에도 그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굳건히 그녀 앞을 지켰다.강유영은 눈물이 고인 채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목숨을 걸고 그녀를 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마지막 남은 두 자객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양옆에서 포위해 들어왔다.장검 하나가 조원철의 가슴을 노렸다.조원철은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몸을 숙여 자신의 왼쪽 어깨를 검 끝으로 들이밀었다.자객의 눈에 희열이 번졌다. 살이 찢기는 소리와 함께 장검은 조원철의 다친 어깨를 깊숙이 꿰뚫었다."안 돼!"강유영은 자지러진 비명을 질렀다.하지만 조원철은 고통을 모르는 사람처럼 미간 한 번 찌푸리지 않았다. 그는 그 틈을 타 손에 든 장검을 쳐올려 자객의 배를 꿰뚫었다.자신의 어깨를 내어주고 적의 목숨을 취한 것이다.자객은 입만 뻐금거릴 뿐,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눈가의 희열이 가시기도 전에 놈은 경련을 일으키며 바닥에 고꾸라져 숨을 거뒀다.그의 몸이 채 바닥에 닿기도 전에, 조원철의 장검은 남은 한 명을 향했다.그자는 대도를 치켜들고 달려들고 있었다.조원철은 이번에도 자신의 왼팔을 내어주며, 검을 휘둘러 놈이 무기를 든 팔을 통째로 베어버렸다.자객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잘린 팔을 부여잡고 뒷걸음질 쳤다.조원철도 더는 버티지 못하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는 장검으로 땅에 짚고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 입가에 묻은 핏자국이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그는 남은 자객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미 체력이 바닥났기에 속전속결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을 더 끌었다가는 두 사람 모두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다.자객은 팔이 잘려 얼굴이 일그러지면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남은 손으로 바닥에 떨어진 검을 집어 들고 살기를 띤 채 천천히 다가왔다.동료들이 다 죽었는데 혼자 이 꼴로 돌아가 봤자 의미가 없었다. 조원철의 목숨을 빼앗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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