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Capítulo 1111 - Capítulo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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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1화

강유영은 몸을 숙여 바닥에 떨어진 피 묻은 장검을 집어 들었다.검은 제법 묵직했다. 손잡이는 핏물로 끈적였지만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그녀는 허리를 숙인 채 풀숲에 몸을 숨기고 한 걸음씩 다가갔다. 시선은 만신창이가 된 채로 상대와 합을 겨루는 조원철에게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두려움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눈빛에는 지독한 결의만 남았다.그녀는 자객의 등 뒤로 돌아가 기회를 엿보았다.조원철은 다가온 그녀를 발견했다. 그녀의 손에는 장검이 들려 있었다.그는 단박에 그녀의 뜻을 알아차리고 일부러 상대에게 빈틈을 보였다.자객은 틈을 노리고 검을 치켜들며 달려들었다.조원철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강유영을 바라보았다.강유영이 검으로 자객을 찌르지 않는다면 그는 자객의 손에 죽을 것이다.그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자신의 목숨을 그녀에게 맡겼다.그의 눈을 바라본 강유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녀는 두 손으로 장검을 높이 치켜들고 사력을 다해 자객의 등을 찔렀다.혼신을 다한 일격이었다. 검날은 자객의 등을 관통했다.자객의 움직임이 뚝 멎었다. 그는 힘겹게 고개를 돌려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강유영을 보았다.곧이어 시뻘건 피가 솟구쳐 그녀의 손등을 적셨다.뜨겁고 끈적이는 불쾌한 느낌이었다.시뻘건 피가 왈칵 솟구쳐 강유영의 손등을 덮었다. 뜨겁고 끈적였다.자객은 그 상태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바닥에 고꾸라졌다.강유영은 소스라치게 놀라 검을 놓고 뒤로 물러섰다.둔탁한 소리와 함께 쓰러진 자객은 완전히 숨이 끊어졌다."오라버니……."오직 조원철 생각뿐이었다.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은 그를 향해 황급히 다가갔다.그러나 겁에 질려 다리에 힘이 풀린 탓에 몇 걸음 걷지도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았다.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사람을 죽였다.살아 숨 쉬던 이가 그녀의 손에 목숨을 잃고 눈앞에 쓰러져 있었다.강유영은 두 팔로 몸을 꽉 끌어안았다.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눈물이 뺨을 타고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자신과 그를 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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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2화

강유영은 그의 기운 없는 목소리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녀는 두려움도 죄책감도 잊은 채 다급히 그의 어깨 상처를 살폈다."예전에 내가 산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쳐 주었던 것, 기억하느냐?"조원철은 입술이 하얗게 질려가면서도 억지로 기운을 쥐어짜며 그녀에게 말했다."기억합니다, 다 기억합니다……."강유영은 피투성이가 된 어깨를 보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그가 가르쳐 준 것은 단 하나도 잊지 않고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기억한다니 다행이구나. 너는 먼저 숨을 곳을 찾아 몸을 숨기거라. 나는 신경 쓰지 말거라. 추격하는 자들이 더 있을 수도 있다……."조원철은 힘겹게 말을 이었다. 곧이어 눈앞이 캄캄해지며 몸이 한쪽으로 기울었다.그는 그렇게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오라버니!"강유영은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몸을 숙여 떨리는 손으로 그의 상태를 살폈다."죽지 마십시오. 제발 부탁입니다. 여기서 돌아가시면 안 됩니다……."눈물이 그의 얼굴 위로 뚝뚝 떨어졌다.살아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손끝이 너무 심하게 떨려 그에게 닿지 못했다.그녀는 애써 정신을 다잡고 힘겹게 손을 뻗었다.미약하게나마 남아있는 숨결을 확인하고 나서야 조금은 안도할 수 있었다.그는 자신을 이곳에 버려두고 혼자 숨을 찾으라고 했다.그러나 그녀가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그는 오래전부터 그녀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다.그의 곁을 떠나고 싶어 했지만, 그가 영원히 무탈하고 평안하기를 바랐다. 그가 목숨을 잃는 것을 두 눈 뜨고 지켜볼 수는 없었다. 차라리 그녀가 먼저 죽는 편이 나았다."숨을 곳을 찾으라 하셨지요……."그녀는 조금 전 그가 당부한 말을 중얼거리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러고는 그를 부축해서 힘겹게 일으켰다.평소에는 마른 듯 보였지만 체격이 장대한 사내였다. 의식을 잃고 꿈쩍도 않는 그의 몸은 태산처럼 무거웠다.강유영은 이를 악물고 조금씩 그를 끌며 앞으로 나아갔다.그러나 여인의 힘으로 사내의 체구를 감당하기엔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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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3화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면 산세가 험하고 숲이 울창해해 추격대도 쉽게 찾지 못할 것이다.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녀는 이마의 땀을 훔치고 다시 힘겹게 들것을 끌었다.칠흑 같은 숲속에 두 갈래의 등불 불빛이 나타났다.멀리서 정체 모를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려와 한밤의 음산함을 더했다.남풍이 앞장서고 서준은 그 뒤를 따랐다.산바람을 타고 짙은 피비린내가 밀려왔다."전하, 피 냄새가 진동합니다. 교전을 벌인 장소가 머지않은 듯합니다."남풍이 주변을 살피며 입을 열었다.이 깊은 산중에 아무 까닭 없이 피비린내가 진동할 리 없었다."가보자."서준은 싸늘한 목소리로 명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잠시 후, 남풍이 걸음을 멈추고 등불을 치켜들었다."전하, 남은 네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눈앞에 검은 무복을 입은 시신 네 구가 널브러져 있었다. 벗겨진 복면과 무기들이 바닥에 어지럽게 나뒹굴었다."전멸했군."서준이 미간을 좁혔다.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유영을 지키면서도 조원철이 이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남풍은 고개를 숙인 채 입을 다물었다.수년간 생사고락을 함께한 형제 일곱이 단숨에 목숨을 잃었다. 고작 전하의 화풀이를 위해 이만한 희생을 치를 가치가 있는 일이었을까?"조원철은?"서준은 고개를 들어 칠흑 같은 숲속을 응시하며 물었다."아마도…… 도망친 듯합니다."남풍이 머뭇거리며 답했다.조원철이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나, 그는 변방에서 오 년간 연전연승을 거둔 대장군이었다. 기껏해야 부상을 입었을 뿐 쉽게 목숨을 잃을 사내가 아니었다."무슨 수를 쓰더라도 찾아라."서준의 눈에 짙은 살기가 번뜩였다."전하."남풍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을 이었다."수하 일곱이 죽었으니, 진국공 세자도 필시 큰 부상을 입었을 겁니다……."애초에 서준의 명은 조원철에게 치명상만 입히라는 것이었다. 이미 목적을 달성했는데 어찌 굳이 더 수색하려 한단 말인가. 아마도 강유영 때문일 터였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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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4화

서준은 그 말에 잠시 침묵했다.그는 강유영의 성정을 잘 알고 있었다. 겉보기엔 연약해도 고집이 센 여인이었다. 그렇기에 강제로 측비로 들이지 않고 스스로 고개를 끄덕이기를 기다린 것이다. 억지로 밀어붙인들 쉽게 순종할 리 없었다.모든 진실이 밝혀지면 그녀는 필시 등을 돌리고 그의 원수가 될 것이다. 예전 같은 관계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허나 상관없었다. 어떻게든 그녀를 곁에 둘 것이다. 달래서 안 된다면 강압적인 수단이라도 쓸 생각이었다."전하,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남풍이 조심스레 위로했다."진국공 세자는 호락호락한 자가 아닙니다. 강 소저가 잘못되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았을 겁니다."서준은 한참을 침묵하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강왕이 보낸 자들은 어떻게 되었느냐?"조원철이 목숨을 걸고 유영을 지킬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수하들에게 유영을 노리라 명한 것이다. 다만 그녀를 지킨 자가 조원철이라는 것이 못내 불쾌했다.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유영을 지켜주는 사람은 자신이어야 마땅했다."소인도 확실히는 모르겠습니다."남풍은 고개를 저었다."허나 산 아래에서 쇳소리가 들렸으니 강왕의 무리가 손을 쓴 것은 틀림없습니다. 입막음에 성공했는지는 미지수입니다."인력이 턱없이 부족하여 동태를 살필 첩자 하나 남겨두지 못했다. 지금으로선 짐작만 할 뿐이었다."강왕의 무리도 단단히 벼르고 왔을 것이다. 게다가 조원철이 본진에 없으니 아마도 성공했을 테지."서준이 나직하게 말했다."소인도 그리 짐작합니다."남풍이 고개를 끄덕였다.서준은 바닥의 시신들을 내려다보았다."구덩이를 파서 묻어주고 돌아가면 유족들에게 위로금을 전해주거라."그와 생사고락을 함께한 자들이었다. 황야에 시신을 버려두어 다른 수하들의 마음을 식게 할 수는 없었다."예."남풍은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전하께서 수하들을 온전히 저버리지는 않으시는구나 싶었다.주종이 함께 나서니 시신들을 묻어주는 일은 금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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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5화

험한 산길은 풀과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져 있었고 자갈밭을 밟을 때마다 발바닥이 찢어질 듯 아팠다.얇은 꽃신 밑창 탓에 이미 물집이 잡힌 듯했다.허나 강유영은 한시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희미한 달빛에 의지한 채 조원철을 끌고 묵묵히 앞으로 나아갔다.다행히 산세를 따라 내리막길이 이어져 힘을 덜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한 걸음 내디디기도 벅찼을 것이다.그렇게 정처없이 걷다가 마침내 산중턱에서 동굴 입구 하나를 발견했다.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들것을 내려놓고는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기운을 조금 차린 그녀는 허리를 굽혀 돌멩이를 주워 예전에 조원철이 가르쳐준 대로 동굴 안을 향해 돌을 던져 넣었다.동굴에 짐승이 숨어 있다면 돌이 굴러가는 소리에 놀라 기척을 낼 터였다. 그러면 곧바로 도망치면 그만이었다. 반대로 아무런 기척이 없다면 안으로 들어가 살펴볼 수 있었다.툭.동굴 안으로 굴러간 돌멩이가 둔탁한 소리를 냈다.강유영은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귓가에는 산바람과 자신의 거친 숨소리만 맴돌 뿐, 동굴 안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들려오지 않았다.혹시 몰라 돌을 하나 더 던져 보았으나 동굴 안은 여전히 고요했다. 뛰쳐나오는 짐승도 없었다."먼저 들어가 보고 올게요."그녀는 의식을 잃은 조원철을 향해 나직하게 중얼거리고는 조심스레 입구로 다가갔다.입구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축축하고 서늘한 기운이 훅 끼쳐왔다.잠시 기척을 살피던 그녀는 별다른 이상이 없자 허리를 숙여 안으로 들어갔다.입구는 좁고 내부는 널찍하여 몸을 숨기기에 제격이었다.허나 내부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칠흑같이 어두웠다. 귓가에는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고, 흙과 이끼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물이 떨어지는 동굴에는 보통 짐승이 서식하지 않는다고 조원철이 가르쳐 준 적이 있었다.그녀는 내심 안도하며 이곳에 숨기로 마음먹었다.완전히 마음을 놓은 강유영은 밖으로 나가 안간힘을 쓰며 조원철을 동굴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한참을 낑낑거린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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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6화

그녀는 이를 악물고 손에 든 부싯돌을 연거푸 부딪쳤다. 힘을 너무 준 탓에 손바닥이 쓸려 화끈거렸다.문득 조원철이 왜 그토록 부싯돌로 불을 지피는 법을 고집했는지 깨달았다. 쉽고 편한 화절자(火摺子: 고대 불을 지피는 도구)를 두고 별걸 다 배워준다고 투덜거렸지만, 이런 상황에서 화절자는 물이나 피에 젖으면 쓸 수가 없었다. 반면 부싯돌은 젖을 염려 없이 언제든 쓸 수 있었다.억지로라도 익혀둔 덕에 부싯돌을 다루는 솜씨는 제법 능숙했다. 이내 불티가 낙엽에 튀며 작게 불씨가 피어올랐다.조심스레 낙엽을 모아 쥐고 입김을 불어넣어 불길을 살렸다. 재빨리 바닥에 내려놓고 마른 잔가지를 더했다. 땔감을 부지런히 얹자 금세 든든한 모닥불이 피어올랐다.그에게서 야생 생존법을 배운 것이 이토록 다행일 수가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꼼짝도 못 하고 덜덜 떨고만 있었을 것이다.일렁이는 불빛이 동굴 안을 훤히 밝히자 비로소 내부 정경이 눈에 들어왔다.동굴은 그리 깊지 않았다. 가장 안쪽에 솟은 돌기둥 위로 어디선가 스며든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오랜 세월 깎여나간 기둥 아래로 작은 웅덩이가 패어 반 대야쯤 되는 물이 고여 있었다.강유영은 내심 속으로 안도했다. 동굴 안에 물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었다. 날이 밝으면 당장 물을 구하러 갈 일이 막막했는데 그 수고를 덜게 된 것이다.그녀는 조원철의 코밑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미약하지만 따뜻한 숨결이 닿았다. 맥박도 제법 안정되어 있었다. 그녀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상처부터 살펴볼게요."조원철의 곁에 다가가 아까 꺼내둔 물건들을 살폈다.호리병 모양의 작은 사기병에서 단약 두 알을 꺼내 그의 입에 넣었다. 지혈과 진통에 효험이 있는 지혈단이었다. 다행히 어깨 상처의 출혈은 멎어 있었다.하지만 의식을 잃은 조원철은 단약을 삼키지 못했다."어서 삼키셔야 합니다……."턱을 쥔 강유영의 목소리에 울음기가 어렸다.물고만 있어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삼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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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7화

강유영은 손등으로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거칠게 닦아냈다. 지금은 울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의 상처부터 치료해야 했다.상처가 덧나 고열이라도 난다면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그녀는 겉옷을 걷어 올렸다. 또다시 눈물이 시야를 가렸다.그녀의 눈앞에 누운 그는 온몸이 피투성이인 데다 성한 곳이 없었다. 반면 그녀는 상처 하나 없이 깨끗했다.그녀를 이렇게 끔찍한 부상을 입으면서까지 그녀를 온전히 지키면서 기어이 그녀더러 홀로 도망치라 했던 것이다.그를 볼 면목이 없었다.그녀가 그를 속여 사찰로 유인하지만 않았더라도, 청운과 수하들의 호위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면 중상을 입지 않고 상황을 정리했을지도 모른다.그녀는 흐느끼며 가슴을 짓누르는 죄책감을 홀로 삼켰다.지금은 자책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입술을 꽉 깨문 그녀는 자신의 속의를 길게 찢었다. 이어 그의 품에서 물통을 꺼내 안쪽 웅덩이에 고인 물을 담아왔다.자리로 돌아온 그녀는 깨끗한 물을 부어 상처 주변의 핏자국과 흙먼지를 조심스레 씻어냈다.물만으로 씻기지 않는 곳은 찢어둔 천을 적셔 살살 닦아냈다.허나 아무리 조심한다 한들 찢겨 뒤집힌 살점에 닿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조원철이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그 모습에 강유영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쏟아지려는 눈물을 참으려 입술을 꽉 깨물고 한결 더 가벼운 손길로 상처를 닦았다.그녀는 속으로 애써 스스로를 위로했다.고통을 느끼고 피하려 한다는 건 아직 의식이 남아 있다는 증거였다. 다행인 일이다.상처를 다 씻어낸 그녀는 부상약을 꺼내 상처 위에 고루 뿌렸다.약가루가 상처에 닿는 순간, 조원철은 크게 움찔하더니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조금만 참으십시오. 금방 끝납니다."강유영은 눈물을 머금은 채 서둘러 약을 바르고 남은 천 조각으로 상처를 꼼꼼히 감쌌다. 꽉 조이면 고통스러울까 봐 힘 조절에 바짝 신경을 썼다.다행히 예전에 약방에서 몇 년 지낸 덕에 약을 바르고 상처를 싸매는 일에는 제법 익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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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8화

잠시 후, 그녀는 물통에 물을 가득 채워 모닥불에 올려 끓인 뒤, 다시 곁으로 가져와 식혔다.야생의 물은 맑아 보여도 오염수일 수 있다고 했다. 여건이 된다면 반드시 끓여 마셔야 한다고 그가 가르쳐 주었다.그의 곁을 지키고 앉자 주변이 고요해졌다. 모닥불이 타들어 가며 이따금 탁탁거리는 소리만 들려왔다.그제야 그녀는 손발과 무릎에서 밀려오는 통증을 느꼈다.강유영은 불빛에 비춰 찬찬히 제 몸을 살펴보았다.손에는 언제 베였는지 모를 상처가 가득했고 손톱 밑은 흙투성이였다. 발에는 핏물이 고인 물집이 잡혀 있었다. 밑창이 얇은 꽃신을 신고 험한 산길을 헤맸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무릎은 오늘 하루 종일 구르고 넘어진 탓이었다.조원철을 끌고 오며 몇 번이나 엎어졌는지 셀 수도 없었다. 도망치랴 상처를 돌보랴, 걱정과 초조함에 제 몸을 챙길 겨를이 없었다. 한숨 돌리고 나서야 몸 구석구석에 남은 상처가 눈에 들어왔다.허나 그의 참혹한 부상에 비하면 이깟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녀는 단도를 씻어 발의 물집을 터뜨렸다. 손발에 부상약을 바르려던 그녀는 약병을 들었다가 이내 도로 내려놓았다.이 동굴에 언제까지 머물러야 할지, 그가 언제 깨어날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의 가벼운 상처는 내버려 두어도 그만이니, 부상약은 그를 위해 남겨두는 편이 나았다.그녀는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멍하니 그를 지켜보았다.얼마나 지났을까. 나뭇잎 틈새로 밖을 내다보았으나 하늘은 여전히 캄캄했고 조원철은 깨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이 밤이 너무도 길고 고요했다.예전에는 그가 곁에 있으니 아무 걱정도 할 필요가 없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그가 막아줄 것만 같았다.이제 홀로 남아 그를 지켜야 하니 뼛속까지 고통스러웠다.그때, 곁에 누운 조원철이 몸을 뒤척였다."어디가 아프십니까?"생각보다 일찍 정신을 차린 모습에 강유영은 놀란 얼굴로 다급히 다가갔다. 그가 놀랄까 두려워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물……."조원철이 미간을 좁히며 갈라진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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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9화

그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자신은 이 지경이 되어서도 그녀가 두려울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그게 그렇게 중요한 걸까?죄책감과 안쓰러움이 몰려오자 그녀는 그의 가슴에 엎드려 소리 없이 흐느꼈다.힘겨운 밤이 지나고 날이 밝자, 밖에서 새소리가 들려왔다.조원철의 품에는 마른 전병 한 조각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물통에 넣고 끓여 죽처럼 만들고는, 조원철의 곁에 앉아 떠먹여주었다.숟가락이 없어 얇은 나뭇가지 두 개를 꺾어 젓가락 삼아 조금씩 떠먹였다.조원철의 상태는 어제보다 나아 보였다. 비록 다시 깨어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스스로 삼킬 줄은 알았다.이것만으로도 호전된 것이다.그가 순순히 잘 받아먹자, 그녀는 끓인 식량을 모두 그에게 먹였다.마지막 한 입까지 그의 입에 떠먹이자,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음식이었으나 지금은 냄새만 맡아도 허기가 졌다. "먹을 것을 좀 구해 올게요."그녀는 물통을 내려놓고 의식 없는 조원철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인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발바닥에서 밀려오는 통증에 절로 비명이 나왔지만, 계속 앞으로 걸으니 이내 그 고통에 익숙해졌다.절뚝거리며 동굴 입구로 다가간 그녀는 먼저 막아둔 나뭇가지 틈을 벌려 밖을 살폈다.그녀는 밖이 평온한 것을 확인하고서야 밖으로나왔다. 다시 몸을 돌려 동굴 입구를 단단히 가려둔 그녀는 단도를 꽉 쥐고 걸음을 옮겼다.조원철을 홀로 동굴에 남겨두는 건 마음이 놓이지 않았기에 멀리 갈 수는 없었다.다행히 여름에 접어들어 산속에는 먹을거리가 제법 있었다.동굴을 나서자마자 나무 위의 새 둥지가 보였다. 예전 호주에 있을 때 조원철이 나무에 올라 새알을 꺼내주었던 일이 떠올랐다.아쉽게도 밤을 꼬박 새워 기력이 없는 데다 나무를 탈 줄도 몰라 새알은 먹을 수 없었다.새알을 포기한 강유영은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살폈다. 조금 더 걷자 다리의 통증이 가라앉아 걸음이 점차 빨라졌다. 그녀는 독이 없는 익숙한 산나물을 찾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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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0화

강유영은 다시 동굴 밖으로 나섰다. 입구를 단단히 가려둔 그녀는 거추장스러운 치맛자락을 허리띠에 묶고 단도를 꽉 쥔 채 숲으로 들어갔다.수중에 활이 없으니 산나물이나 버섯 같은 것들을 찾는 수밖에 없었다. 계곡물이라도 발견한다면 물고기를 잡아 조원철의 기력을 보충해 줄 텐데.강유영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가 산나물을 제법 캐어 옷자락에 주워 담았다.머지않은 곳에서 불현듯 나뭇가지와 마른 잎을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의 목소리도 들려왔다.기척을 느낀 강유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 재빨리 무성한 관목 숲 뒤로 몸을 숨기고 웅크려 앉았다.평범한 백성이 이런 깊은 산속까지 들어올 리 만무했다. 조원철이 말하던 추격대일까?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숨을 죽여 기척을 지웠다.나뭇잎 틈새로 밖을 내다보니, 세 명의 사내가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무언가를 수색하는 듯했다.셋 모두 몸에 딱 붙는 무복 차림이었는데, 거동에서 묘하게 청운과 청류의 그림자가 엿보였다.강유영은 저들이 무공을 익힌 자들임을 알아차렸다."시간이 이리 지났는데 어찌 인영조차 보이지 않는 거지?""피비린내만 날 뿐 시신은 없지 않은가. 주군의 무공 실력이라면 필시 무탈하실 것이야.""주군의 무공이야 굳이 말할 것도 없지. 적의 수가 많다 한들 무사히 빠져나갔을 거네. 허나 곁에 아씨가 계시지 않은가. 아씨를 지키느라 어찌 되셨을지는 장담할 수 없네……."세 사람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강유영은 그들의 대화를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그들이 말하는 주군은 조원철이고 짐덩이 취급하는 아씨는 그녀 자신을 말하는 것일까?이들은 정말 조원철의 수하들일까?말투나 대화 내용으로 보아 조원철의 사람 같았다.강유영은 숨을 죽이고 세 사람의 생김새를 찬찬히 살폈다. 단도를 잡고 있는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셋 모두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다.물론 조원철이 거느린 수하가 워낙 많아 강유영이 아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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