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Capítulo 1121 - Capítulo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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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1화

"다람쥐였네."일행 중 한 사람이 강유영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남은 두 사람도 그를 따라 발걸음을 멈추었다.강유영 역시 기척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과연 다람쥐 한 마리가 야생 과일을 품에 안은 채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고 있었다.다람쥐는 고개를 돌려 세 사람을 경계하듯 바라보았다."이 녀석이었군. 나는 또 세자를 찾은 줄 알았지."세 사람 중 한 사람은 한숨을 내쉬었다."저쪽으로 가 보지."다른 한 사람은 손을 들어 사람들을 이끌었다.세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마른 가지와 낙엽을 밟았다.그들은 이내 빽빽한 숲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강유영은 그들이 몸을 돌려 떠나는 모습을 숨죽여 지켜보았다.발소리가 점차 멀어지고, 그들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그제야 잔뜩 긴장했던 강유영의 몸은 비로소 느슨해졌다.그녀는 더 이상 나물을 캘 마음이 들지 않았다.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뒷걸음질을 쳐 주변 지형을 살피고는 왔던 길을 따라 서둘러 걸음을 돌렸다.이곳까지 사람들이 찾아왔다는 것은 이 일대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뜻이었다.그녀는 서둘러 돌아가서 조원철을 데리고 피신해야 했다.지금 그녀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뿐이었다.조원철이 그녀를 지켜주었듯, 그녀 역시 그를 무사히 지켜내야 했다.동굴 입구로 돌아온 강유영은 주위를 찬찬히 살폈다.입구는 무척 교묘하게 위장되어 있었다.멀리서 보면 아무런 허점이 없었고, 가까이 다가가서 보아도 그녀가 떠날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누군가 손을 댄 흔적은 전혀 없었다.그녀는 다시 한번 경계하며 좌우를 살폈다.뒤따라온 사람이 없음을 확인한 뒤에야 그녀는 앞으로 다가갔다.그리고 입구를 가로막은 나뭇가지를 치우고 안으로 들어갔다.비록 낮이었지만 동굴 입구가 막혀 있어 내부는 어두컴컴했다.모닥불은 잿더미로 변해 그 속에서 희미한 붉은빛만 깜빡이고 있었다.조원철은 원래 있던 자리에 누워 있었는데 자세가 바뀌어 있었다.그 모습을 본 강유영의 심장은 덜컹 내려앉았다.밖으로 나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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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2화

강유영은 차라리 그가 예전처럼 막무가내로 그녀를 몰아세우기를 바랐다.설령 그런 대우를 받는다 해도, 그가 이토록 연약하게 누워 숨을 헐떡이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생각이 꼬리를 물자 굵은 눈물방울이 저도 모르게 눈시울을 타고 흘러내렸다.눈물은 조원철의 얼굴 위로 뚝 떨어졌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의 몸을 부축해 반듯하게 눕혔다.그가 입에 머금은 물을 다시 뱉어내지 않게 하려는 참이었다.그녀는 그의 목울대가 움직이며 물과 약이 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강유영은 그렇게 한 모금씩 그에게 물을 먹였다.그가 네 알의 환약을 모두 삼키는 것을 보며 그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약을 갈아 드리겠습니다."그녀는 목이 멘 소리로 말하며 다가가 그의 옷을 하나씩 벗겼다.그의 가슴팍은 이미 고열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오래된 흉터들이 어지럽게 교차해 있는 것을 보자 그녀는 또다시 코끝이 시큰해졌다.그녀는 그의 곁에 쪼그려 앉아 상처에 묶어둔 천을 풀었다.상처에서는 피가 많이 배어 나오지 않고 오히려 아물어 가는 기색이 보였다.그녀의 마음은 그제야 조금 놓였다.그나마 다행스러운 소식이었다.그녀는 입고 있던 속적삼을 크게 찢었다.일부는 붕대로 쓸 요량으로 나누고, 나머지는 수건으로 쓰기 위해 두 조각으로 남겨두었다.그녀는 먼저 그의 상처를 다시 깨끗이 닦아내고 약을 바른 뒤 천으로 감싸주었다.하지만 옷은 다시 입혀주지 않았다.열이 펄펄 끓고 있으니 서둘러 열기를 식혀야 했다.강유영은 방금 준비해 둔 수건을 찬물에 적셨다.하나는 길게 접어 조원철의 이마에 올려주었다.나머지 하나는 계속 찬물에 적셔가며 그의 팔다리와 가슴을 닦아주었다.체온을 낮추기 위해서였다."어서 깨어나십시오. 밖에 사람들이 여기까지 쫓아왔습니다. 오라버니의 사람들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당장이라도 오라버니를 모시고 피하고 싶지만, 몸이 이렇게 불덩이면 움직일 수조차 없지 않습니까……."강유영은 훌쩍거리며 손등으로 거칠게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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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3화

고열은 마치 술에 취한 것과 같아서, 헛소리라도 모두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진심이었다.그의 이런 모습을 보니, 그의 마음속에서 그녀가 그리 하찮은 존재만은 아닌 듯했다.적어도 그는 그녀가 곁을 떠나는 것을 진심으로 원치 않고 있었다.물론 그녀는 진작에 이 사실을 깨달았어야 했다.만약 그의 마음에 그녀가 없었다면 어찌 목숨을 걸고 그녀를 구했겠는가."가지 마. 우리는 혼서까지 썼지 않느냐. 넌 내 부인이다……."조원철은 그녀의 말을 전혀 듣지 못한 듯 손아귀에 더욱 힘을 주며 그녀를 품으로 끌어당겼다."하지만 혼서는 가짜가 아닙니까. 오라버니가 마음에 품고 계신 분은 소은경이면서……."강유영은 그가 혼서를 입에 올리자 마음 한구석이 서글퍼졌다.그녀는 눈물을 머금은 채 입술을 꾹 깨물었다.그녀는 스스로를 다잡을 수 없었다.마음이 요동치고 있었다.이런 그의 모습을 보자 그녀의 가슴은 시큰하면서도 한없이 약해졌다.이번 일로 그녀는 목숨마저 그에게 빚을 졌다.만약 그가 없었다면, 그녀는 정말 진씨 가문 사람들에 의해 무덤에 생매장되어 영원히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게다가 빽빽한 숲속에서 그가 큰 부상을 감수하며 그녀를 지켜준 덕분에, 그녀는 머리카락 한 올 상하지 않고 무사할 수 있었다.그녀가 더 이상 억지를 부릴 이유가 무엇인가.목숨조차 잃게 된다면 자존심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은경? 그게 누구지……."조원철은 스르르 눈을 떴다.평소 차갑고 담담하던 눈빛은 초점을 잃고 흐려져 있었다.그는 힘겹게 그녀의 얼굴에 시선을 맞추며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소은경이요. 오라버니의 정인 말입니다."강유영은 바닥에 떨어진 수건을 주워 들었다.그녀는 한 손으로 수건을 찬물에 적셔 다시 그의 이마에 얹어주었다."아니다……."조원철은 고개를 저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우선 손부터 놓으십시오. 아픕니다."강유영은 그의 손을 떼어내려 애썼다.하지만 그녀의 손목을 쥔 그의 손아귀는 쇠집게처럼 단단했다.조원철은 도리어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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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4화

"예, 정말입니다."강유영은 손을 들어 그의 얼굴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었다.그리고 다가가 예전에 그가 그녀에게 입을 맞추던 것처럼 그의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맞췄다.매번 그가 이렇게 입을 맞출 때면 그녀의 마음속에는 늘 편안함이 스며들었다.그 역시 그러지 않을까.조원철은 한참 동안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문득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그러고는 온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간 사람처럼 다시 두 눈을 감고 까무러치듯 잠이 들었다."오라버니, 정신 차리십시오……."강유영은 몸을 일으켜 그를 흔들었다."으음……."조원철은 고통스러운 듯 미간을 찌푸렸다."사람들이 근처까지 수색해 왔습니다. 이제 어찌해야 합니까?"강유영은 조심스레 그에게 물었다.그녀는 사람들이 이미 이 근처까지 왔을 거라고 여겼다.이 동굴은 결코 안전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그를 데리고 이동했다가 행여나 길에서 그들과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오히려 더 위험해질 것이 뻔했다.조원철은 두 눈을 감은 채 미간을 꽉 좁히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유영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침울하게 고개를 숙이고 다시 그의 몸을 닦아주기 시작했다.위기에 몰려 다급한 마음에 물어본 말이지만 혼수상태에 빠진 그가 답을 해줄 수 있을 리가 없었다."잘 숨고, 명적을 날려……."조원철이 돌연 입을 열었다.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듯, 그의 목소리는 몹시 잠겨 있었다.그 말을 들은 강유영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손놀림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안 보이는 곳에 몸을 숨긴 후에 명적을 쏘아 올리라는 뜻이었다.찾아온 자들이 적이라면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그만이고, 아군이라면 자연스레 구조될 수 있었다.그는 극심한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이토록 조리 있게 그녀가 해야 할 일을 일러주었다.그토록 오랜 시간 허둥대기만 하느라 어째서 이 간단한 방법을 떠올리지 못한 걸까.그녀는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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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5화

"세자? 유영 아씨?"청운은 다시금 소리 내어 불렀다.그의 뒤에 선 십여 명의 수하들도 좌우를 살피고 있었다."청운!"동굴 밖에 있는 사람들이 조원철의 수하들임을 확인한 강유영은 왈칵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그녀는 다급히 소리쳐 청운을 불렀다.청운 일행이 멀리 가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었다.이렇게 빨리 나타난 것을 보면 조금 전까지도 이 근처를 수색하고 있었을 것이다.아까 보았던 그 세 사람도 조원철의 수하일 가능성이 컸다."아씨입니다, 유영 아씨입니다!"청류는 깜짝 놀라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강유영이 숨어 있는 곳으로 몸을 돌렸다."청류, 이쪽이야."강유영은 손을 뻗어 눈앞을 가로막은 나뭇가지를 밀어냈다.하지만 잔뜩 겁을 집어먹고 나뭇가지를 너무 두껍고 빽빽하게 덮어둔 탓에 단번에 밀어내지 못했다."다들 이쪽으로 가자."청류가 사람들을 불렀다.이내 동굴 입구를 막고 있던 나뭇가지들이 말끔히 치워졌다."아씨, 세자께서는 어디 계십니까?"강유영을 발견한 청운이 다급히 물었다.강유영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머리는 헝클어지고 이리저리 찢긴 옷에는 핏자국까지 묻어 있었다.얼굴은 눈물자국으로 얼룩져 있어 산속에서의 시간이 결코 녹록지 않았음을 짐작게 했다.게다가 조원철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자 청운의 심장은 철렁 내려앉았다.설마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일까.청류와 다른 수하들 역시 굳은 얼굴로 강유영을 바라보았다."안에 계십니다."강유영은 안쪽으로 몸을 비켜주었다.청운과 청류는 몸을 굽힌 채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세자께서 어쩌다 이렇게 다치신 겁니까?"조원철의 상태를 확인한 청류가 물었다.강유영은 울먹이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산속에서 정체 모를 자들의 습격을 받았다. 오라버니는 나를 지켜주시려다 그만……."말을 잇던 그녀는 조원철이 자신을 대신해 칼을 맞던 순간이 떠올라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다."저희도 산 아래에서 습격을 받았습니다. 동일한 자들의 소행일까요?"청류가 고개를 돌려 청운을 바라보았다.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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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6화

"이번에 온 인원이 이게 다가 아니겠지?"강유영은 밖을 살피며 그들에게 물었다."산 아래에 죄수들을 감시하는 수하들이 수십 명 더 있습니다."청류가 대답했다."잘됐구나. 두 사람 중 한 명이 무리를 이끌고 먼저 죄수들을 경성으로 압송하거라. 폐하께 세자께서 다치셨다는 사실을 고하고. 세자께서 몸을 회복하셔서 마차에 오르실 수 있게 되면 그때 돌아가겠다."강유영은 잠시 생각하더니 조리 있게 상황을 정리했다."현명하십니다, 아씨."청류는 내심 감탄하며 고개를 돌려 청운을 바라보았다.사실 그들 역시 어찌해야 할지 속으로는 다 알고 있었다.하지만 세자가 혼수상태라 명을 내리지 못하니, 감히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뿐이었다."아씨 말씀대로 하자꾸나."청운이 청류를 보며 말했다."내가 죄수들을 압송해 갈 테니, 넌 이곳에 남아 세자와 아씨를 호위하거라.""알겠습니다."청류는 흔쾌히 대답했다.경성으로 돌아가 폐하를 알현하는 것보다는 아씨와 세자 곁에 남는 편이 그에게는 훨씬 반가운 일이었다.세자와 아씨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기분도 좋고 눈도 즐거우니, 이보다 더 좋은 임무는 없었다."이 들것은 아씨께서 만드신 겁니까?"조원철을 들어 올리려던 청류가 불쑥 물었다."응. 내 치맛자락을 찢어서 만들었지."강유영은 갈기갈기 찢겨 나간 자신의 치맛자락을 내려다보며 담담히 답했다."아씨, 이거라도 덮으십시오."청운이 봇짐에서 조원철의 겉옷 하나를 꺼내 건네주었다.강유영은 겉옷을 걸치고 그들과 함께 동굴을 나섰다.그녀는 조원철의 수하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방금 전 나물을 캘 때 마주쳤던 세 사람도 그들 틈에 섞여 있었다.역시 그의 사람들이 맞았다.강왕은 이미 목적을 달성했으니 굳이 사람을 남겨 그들을 다시 공격하지는 않을 터였다.이제 이 산속은 안전했다."청운, 경성에 돌아가 폐하를 뵙거든 병주에 영혼 혼례의 악습이 만연하여 수많은 무고한 여인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는 사실을 낱낱이 아뢰거라. 진원이 저지른 만행도 숨김없이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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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7화

강유영은 마차 안에서 찢어진 옷을 갈아입었다.그리고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한 조원철의 옷도 힘겹게 갈아입혔다.이 몰골 그대로 의관을 찾았다가는 의원과 일꾼들이 산에서 내려온 야만인인 줄 알고 기겁할지도 모른다."아씨, 이 의관은 어떠십니까? 병주에서 가장 큰 곳입니다."마차가 멈춰 서고 밖에서 청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유영은 휘장을 걷고 밖을 내다보았다."제안당."그녀는 의관의 현판을 나지막이 소리 내어 읽었다.의관은 입구가 널찍하여 끊임없이 사람들이 들락거렸고, 창문도 맑고 깨끗하여 꽤 괜찮은 곳 같았다."이곳으로 하자."강유영은 청류에게 대답하고 마차에서 내렸다.그녀는 몸을 돌려 청류와 함께 조원철을 마차에서 부축해 내렸다."이게 어쩐 일이십니까?"의관 안에서 일꾼 하나가 뛰어나와 다급히 부축을 거들었다."외상이오."강유영은 짧게 대답했다.그녀는 일꾼들을 찬찬히 훑어보았다.열일곱쯤 되어 보이는 소년들은 눈매가 총명하고 몸놀림도 재빨라 보였다."외상이라면 정 의원님께 진찰을 받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외상 치료에 조예가 깊으십니다."일꾼은 조원철을 부축하며 한쪽으로 안내했다."정 의원님, 환자분 모셨습니다!"소년이 소리쳐 불렀다.정 의원은 고개를 들어 조원철의 상태를 살피더니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부축을 거들었다.그의 손이 조원철의 몸에 닿자마자 그는 이상을 감지했다."환자가 고열에 시달린 적이 있소?""다친 지 이틀째인데 오늘 아침부터 갑자기 열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강유영은 그들과 함께 조원철을 평상에 눕히고 나서야 상황을 설명했다.그녀는 노의원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잿빛 장포를 걸친 정 노의원은 얼굴빛이 누런 편이었고 눈가에 주름이 깊게 패어 있었다.하지만 온화하고 맑은 눈빛을 지닌 자태가 장 의원과 무척 닮아 보였다.한눈에 보아도 의술이 뛰어나고 마음씨 따뜻한 명의임이 분명했다."어깨를 다쳤군."정 의원은 이미 조원철의 어깨 붕대 위로 배어 나온 핏자국을 발견한 터였다."예."강유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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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8화

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지만 굳이 해명하지 않았다.그녀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녀인들 어찌 일찍 오고 싶지 않았겠는가.하지만 당시 상황으로는 산을 내려오는 것조차 문제였으니 의관을 찾을 여유도 없었다."고열이 계속되는데 어찌해야 합니까?"그녀는 걱정이 가득 서린 까만 눈으로 정 의원을 바라보며 물었다.지금 그녀에게 다른 일은 안중에도 없었다.오직 조원철이 빨리 낫기만을 바랄 뿐이었다."지금 상태는 꽤 위험하군."정 노의원은 섣불리 장담하지 못하고 신중하게 말했다."우선 열을 내리는 데 좋은 해열 탕약을 한 첩 지어 드릴 테니, 달여 먹여 보고 차도를 지켜봅시다."그는 말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 앉으며 일꾼을 불렀다."소만아, 먹을 갈아라."소만이라는 소년은 방금 전 열성적으로 그들을 도왔던 일꾼이었다.그는 재빨리 책상으로 다가가 먹을 갈기 시작했다."의원님, 저희는 타지에서 온 사람들입니다."강유영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부군의 상처도 심하고 고열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행여 다른 곳으로 갔다가 안 좋은 상황에 제때 오지 못할까 염려됩니다. 송구하지만, 저희를 이곳에 머물게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그녀의 목소리에는 조심스러움이 묻어났다.방금 전 그녀는 이미 의관 내부를 한 바퀴 둘러본 터였다.사실 일반적인 의관에 환자가 머물 수 있는 방이 따로 없다는 것쯤은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경성이라 할지라도 역사가 깊고 규모가 큰 대형 의관에나 응급 환자, 타지에서 온 중증 환자, 보호자가 없는 이들을 위한 별채가 따로 마련되어 있을 뿐, 장기적으로 주숙이 가능한 공간은 없었다.하지만 조원철의 지금 상태로는 도저히 의관을 떠날 엄두가 나지 않았다.최소한 열이 내릴 때까지만이라도 이곳에 머물며 안정을 취하고 싶었다."그것이……."처방전을 쓰려던 정 노의원의 붓끝이 멈칫하더니 이내 난처한 기색을 내비쳤다."우리 의관에는 허름한 방이 딱 하나 있긴 하지만...."그가 한쪽을 가리켰다.강유영이 그의 손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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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9화

"참, 아직 약을 안 지었네."강유영은 탁자 위 처방전을 보며 말했다."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이 은자면 충분합니다."소만이 서둘러 그녀를 방 안으로 안내했다."이건 약값이니 받아두거라."강유영은 처방전 위에 은주괴 하나를 더 올려두고 나서야 소만을 따라 마당으로 향했다.일꾼의 방이라 내부는 단출하기 그지없었다.침상 하나와 탁자 하나, 의자 두 개, 그리고 짐 상자 몇 개가 전부였다.하지만 대청에 임시로 마련된 공간보다는 훨씬 나았다. 적어도 온전한 방의 형태는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방이 누추해서 송구합니다. 불편하시겠지만 참아 주십시오."소만은 멋쩍은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저는 공자님의 약을 달이러 가보겠습니다."그가 몸을 돌려 방을 나섰다."청류, 저 애가 약을 달일 때 눈에 띄지 않게 지켜보거라."강유영은 잠시 생각하더니 청류에게 지시했다.소만을 의심해서가 아니었다. 타지에서는 누구든 경계를 늦춰선 안 되었다.더구나 조원철이 이토록 위중한 상태이니 한층 더 조심해야 했다.그에게 작은 문제라도 생긴다면 그녀는 감당할 수 없었다."염려 마십시오, 아씨. 이미 사람을 붙여 두었습니다."청류는 의관에 들어서기 전부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모든 안배를 마친 상태였다.하지만 내심 아씨의 대처에 감탄했다.저토록 친절하고 순박한 일꾼 앞에서도 방심하지 않다니.역시 세자께서 잘 가르치신 덕분이었다."찬물을 좀 떠다 주렴."강유영이 지시했다.청류가 즉시 움직였다.강유영은 찬물에 적신 수건의 물기를 꽉 짠 뒤 길게 접어 조원철의 이마에 얹었다.그리고 청류에게 술을 가져오게 하여 조원철의 몸을 닦아주기 시작했다.확실히 산속보다는 성안이 나았다. 필요한 물건을 쉽게 구할 수 있으니 그도 곧 무사히 고비를 넘길 것이다.산속에 있을 때보다 그녀의 마음은 한결 편안해졌다.그렇게 그들은 의관에 머물게 되었다.그동안 조원철의 고열은 오르내리기를 반복했다.탕약을 먹이면 두 시진 정도 열이 내렸다가 이내 다시 펄펄 끓어오르는 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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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0화

아씨는 진심으로 세자를 위하고, 세자 역시 아씨를 위해 목숨까지 걸었으니 두 사람의 마음이야 굳이 말할 것도 없었다.이번 생사의 고비를 넘기고 났으니 두 사람의 마음은 더욱 단단해질 터였다.앞으로는 다투는 일도 없을지도 모른다.강유영이 잠에서 깼을 때 밖은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고 방 안에는 촛불이 켜져 있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조원철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손끝에 닿은 이마는 서늘했다. 예전처럼 불덩이 같은 열기는 느껴지지 않았다."청류야!"그녀는 다급히 밖을 향해 소리쳤다."아씨, 깨셨습니까?"문밖을 지키고 있던 청류가 소리를 듣자마자 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나 얼마나 잤느냐?"강유영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두 시진 남짓 주무셨습니다."청류는 맑아진 그녀의 눈을 보며 솔직하게 대답했다."그렇게 오래 잠들어 있었단 말이냐."강유영은 환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이리 와서 만져 보거라. 열이 느껴지지 않는구나. 이제 열이 완전히 내린 걸까?"이전까지 조원철은 약을 먹고 나면 두 시진이 채 안 되어 다시 열이 오르곤 했다.그런데 이번에는 두 시진이 넘도록 열이 나지 않았다.분명 호전되었다는 징조였다."제가 한번 보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청류 역시 뛸 듯이 기뻐하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그는 조원철의 이마에 손을 얹어보고, 다시 손등으로 목덜미를 짚어보았다.마침내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세자께서 고비를 넘기신 듯합니다. 아씨, 이제 안심하셔도 되겠습니다.""그래도 정 의원님을 모셔 와 진찰을 받아보는 게 좋겠다."강유영은 아직 마음을 놓지 못하고 지시했다."예, 바로 다녀오겠습니다."청류는 몸을 돌려 나갔다.잠시 후 정 의원이 소만의 부축을 받으며 방으로 들어왔다.강유영은 서둘러 일어나 작은 의자를 내어주었다."약을 드신 지 두 시진이 넘었는데도 열이 오르지 않습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상태가 호전되었는지 살펴봐 주십시오."그녀는 조마조마하면서도 기대에 찬 눈빛으로 두 손을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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