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재는 제법 그럴싸하게 허세를 부릴 줄 알았다.분명 이치에 어긋나는 일임에도, 그의 입을 거치니 마치 당연한 도리인 양 들렸다."더는 긴말하고 싶지 않소."주유재는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어찌 됐든 임소아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주씨 집안 사람이오. 당신들 외지인 둘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니, 억지로 붙잡아 둘 자격이 없소. 지금 당장 사람을 내놓는다면 이 일은 없던 것으로 치겠소. 허나 끝까지 고집을 부린다면, 우리가 외지인을 박하게 대한다고 탓하지 마시오."그는 오만한 어조로 강유영을 흘겨보았다.눈앞의 남녀는 확실히 남다른 기품이 흘렀다. 예사롭지 않은 가문 출신인 듯했고, 경성에서도 제법 권세를 누리는 자들일 것이다.하지만 그들은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이곳은 경성이 아니라 병주였다.병주성 내에서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자는 진원 정도였으나, 애석하게도 그는 이미 죽고 없었다.남은 자들 중 그의 권세와 맞먹을 수 있는 이는 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고작 외지인 둘이 무슨 수로 그와 맞선단 말인가."나라에는 국법이 있고, 지방에는 지방의 법도가 있는 법이오."조원철은 무표정한 얼굴로 주유재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어제 관아에서 공시를 붙였거늘, 주씨 집안은 대놓고 율법을 어기겠다는 뜻인가?""이건 내 일이니 당신들이 상관할 바 아니오."주유재의 얼굴이 완전히 굳어졌다."이 정도면 충분히 체면을 봐준 것 같군. 당장 사람을 내놓지 않는다면 나도 더는 예의를 갖추지 않겠소."눈앞의 사내는 확실히 사람을 주눅들게 하는 위압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그의 구역이니 두려울 게 없었다.주유재는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장정들이 줄지어 들이닥쳤다.그들은 몽둥이를 든 채 주유재의 등 뒤로 일렬로 늘어서서 위협적인 기세로 강유영과 조원철을 노려보았다.강유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말이 통하지 않자 대번 완력을 쓰려 드는 꼴을 보니, 평소 얼마나 안하무인으로 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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