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철은 그의 말을 다시 자르며 인상을 썼다.차가운 목소리에는 짜증이 묻어났다."아닙니다, 잘못된 일이지요. 어찌 되었든 산 사람을 생매장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방우겸은 재빨리 태도를 바꿨다."대인께서 폐하의 명을 받들어 병주의 영혼 혼례를 막으러 오신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소관 역시 평소 이 악습을 탐탁지 않게 여겨 왔습니다. 이런 미신은 진작에 뿌리 뽑았어야 마땅합니다."그는 뚜렷한 소신이 없었다. 그저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는 갈대처럼, 힘 있는 자의 편에 설 뿐이었다.강유영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방우겸의 솜씨는 과연 미꾸라지 같다는 소문에 걸맞았다."그래서, 이 일은 어찌 해결할 생각이냐."조원철이 방우겸에게 물었다.방우겸은 눈동자를 굴리며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대인, 지금 밖에서는 두 분이 영혼 혼례를 막은 탓에 불이 났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이는 대인께 불리한 상황입니다. 물론 소관은 이번 화재가 그저 사고일 뿐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지한 백성들은 뜬소문에 쉽게 휩쓸립니다. 이들을 억지로 누르려 했다가는 자칫 민란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그리되면 애먼 자들이 다칠 텐데, 백성을 헤아리시는 대인께서 어찌 그런 참상을 원하시겠습니까."조원철은 아무 말 없이 서늘한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소관에게 한 가지 방도가 있는데, 대인의 뜻은 어떠신지요."방우겸은 잠시 눈치를 살피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그는 조원철의 속내를 알 수 없었지만, 영혼 혼례를 강제로 막으려다 민란이라도 일어난다면 조원철 역시 경성으로 돌아가 문책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 계산했다."말해보아라."조원철이 담담하게 물었다.방우겸은 조원철에게 몇 걸음 다가가 목소리를 낮췄다."불이 난 것은 하늘의 뜻이나, 집을 잃은 백성들은 가엾습니다. 하여 관아에서 돈을 조금 내어 백성들의 집을 다시 지어 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관아에서 얼마나 지원할 수 있느냐."조원철이 되물었다."관아의 힘만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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