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에 강유영의 기세를 꺾어 허황된 꿈은 접고 얌전히 서왕부의 첩실로 들어가게 만들려는 속셈이었다.“알겠습니다.”강유영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풍씨 어멈이 떠나자마자 그녀의 안색은 급격히 어두워졌다.“아씨, 괜찮으십니까?”단비가 안타까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내가 괜찮지 않을 일이 뭐가 있다고.”강유영은 단비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방으로 발길을 돌렸다.가슴 한구석이 미어지듯 아려왔고, 위장까지 뒤틀리는지 속이 메스꺼웠다.단비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강유영은 늘 혼자 서러움을 감내하며 억지로 집어삼킬 뿐, 밖으로는 조금도 내색하지 않았다.매번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기만 하니 병이 나지 않을 리 없었다.궁중 연회는 승평루에서 열렸다.이층에서 어화원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누각이었다.다만 지금은 밤중인 탓에, 정원 곳곳을 밝히는 등불만이 아른거릴 뿐이었다.강유영은 앞장선 한씨와 조연화의 뒤를 따르며 시선을 바닥에만 두었다.아직 황제는 당도하지 않았고, 한씨는 회남왕비 및 다른 대신들의 부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세자와 군주께서 안 보이네요?”누군가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한씨가 웃으며 답했다.“경이가 비녀 하나를 잃어버려서요. 원철이가 비녀를 사 주러 함께 갔으니 곧 당도할 겁니다.”계단 밑 눈에 띄지 않는 구석진 곳에 서 있던 강유영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다시금 심장이 아려왔다.그날 밤, 조원철은 그녀의 귓가에 대고 몇 번이고 사랑한다고 속삭였다.이제 와 생각하니 실로 모욕적이고 가소로운 일이었다.“두 분이 참으로 사이가 좋으니, 듣기로 폐하께서 길일을 택해 혼례를 명하실 거라 하더군요. 경사가 머지않았습니다.”또 다른 부인이 거들었다.“저희야 그저 폐하의 뜻에 따를 뿐이지요.”한씨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했다.회남왕이 경성에 당도한 이후, 황제께서는 무척 반가워하셨다.회남왕은 거의 궁에 머물며 황제와 식사를 함께하고 신변을 보좌하고 있었다.황제께서 이토록 회남왕을 아끼시니, 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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