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Kabanata 231 - Kabanata 240

467 Kabanata

제231화

눈물에 젖은 긴 속눈썹이 가닥가닥 뭉쳐서 축 늘어진 모습이 꽤나 쓸쓸해 보였다.“이제 무슨 일만 생기면 웃는 버릇은 고쳐야 한다. 눈물이 이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것이다.”그녀를 바라보는 조원철의 짙은 눈동자 깊은 곳에는 연민이 서려 있었다.“예.”강유영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전에도 가르쳐준 적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나름대로 울지 않으려 노력하는 중이었으나, 가끔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언제까지 나를 이대로 방치할 셈이지?”조원철은 고개를 살짝 돌려 자신의 어깨를 힐끗 보며 물었다.강유영은 그제야 상처에 아직 약도 안 발라주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이 상태로도 약은 바를 수 있다.”조원철은 다시금 그녀를 눌러앉혔다.강유영은 잠시 망설이다가 약병을 집어들고 꼼꼼히 약을 바르기 시작했다.다친 사람이니 이번만큼은 뜻대로 해주기로 했다.반쯤 풀어헤친 그의 옷자락 사이로 희고 넓은 어깨가 드러났다.그의 품에 안긴 채 앞에서 약을 바르다 보니, 그녀는 자연스레 그의 목을 감싸 안는 자세가 되었다. 숨을 쉴 때마다 그의 몸에서 풍기는 감송향과 약냄새가 섞여 코끝을 감돌았다. 강유영은 마음을 다잡으며 손끝의 움직임에 집중했으나, 턱이 그의 어깨에 닿을 듯 말 듯 스칠 때마다 맨살에서 배어 나오는 열기 때문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이 그의 어둡게 가라앉았다.그녀의 자그마한 귀는 이미 새빨갛게 익어 있었다. 귀 주변의 살결과 목덜미까지 옅은 분홍빛으로 물든 모습이 마치 잘 익은 복숭아 같았다.마침내 약을 다 바른 강유영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무명천을 가져와 상처를 감싸기 시작했다.그제야 그의 어깨 아래에 남은 흉터들이 눈에 들어왔다. 전장에서 얻은 옛 상처들이었다. 보이는 것만 해도 두 군데나 되었다.그녀는 지난날 밤, 그의 온몸을 어루만지며 수많은 흉터를 만졌던 기억이 떠올랐다. 개선한 뒤 그가 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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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내실 안은 어느새 정적에 휩싸였다.따스한 불빛이 조원철의 수려한 얼굴을 비추고 있었는데, 특유의 날카로운 기세가 촛불에 번져 부드러워 보였다. 눈꼬리에는 옅은 붉은 기가 감돌았고, 긴 속눈썹은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그녀를 가만히 응시하는 동안 그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 속에서는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강유영은 얼굴이 화끈거려 심장이 터질 듯 요동쳤다.사방을 뒤덮은 감송향과 약 냄새는 마치 보이지 않는 그물처럼 그녀를 옭아매어 숨조차 쉴 수 없게 만들었다.그녀는 물기 어린 눈을 크게 뜬 채 아득해지는 정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림 같은 이목구비가 다시금 천천히 다가왔다.머릿속에 겨우 한 가닥 남은 이성으로, 그녀는 몸을 굳히며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그를 피했다.이러면 안 될 것만 같았다.“세자, 자객이 자백했습니다.”바깥에서 문득 청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입술이 닿을 듯 말 듯한 순간이었다.강유영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듯했다.갑자기 들려온 청운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그녀는 그제야 꿈에서 깬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조원철의 눈빛이 가라앉으며 안색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당황한 강유영은 두 손으로 그의 어깨를 밀쳐 내고는, 허둥지둥 그의 품에서 도망쳤다.마치 겁먹은 토끼처럼 침상 발치 너머,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피해 버렸다.그녀는 떨리는 가슴을 움켜쥔 채 진정하려고 애썼다.입을 맞추는 사이 미혼약이라도 쓴 게 분명했다.그렇지 않고서야 이성이 이 정도로 흐트러져 거절조차 잊었을 리 없었다.조원철은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있던 의자를 거칠게 걷어찼다.강유영은 조심스레 눈치를 살폈다. 그는 몹시 심사가 뒤틀린 모양이었다.“배후가 누구냐?”조원철은 차갑게 굳은 얼굴로 의복을 정돈했다.문밖의 청운은 선뜻 말을 잇지 못했다.강유영은 바로 상황을 알아차렸다.청운이 보기에 그녀가 들어서는 안 될 밀어인 모양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빼꼼 내밀고 가만히 그를 살폈다.그는 상의의 매듭단추를 하나씩 채워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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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강유영은 문가에 기댄 채 가만히 눈을 감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한씨가 판을 깔고, 소은경이 사람을 보냈다.이런 상황에서는 굳이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조원철이 그들을 추궁하지 않으리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한씨는 그의 어머니였으니 문책할 리는 없을 테고, 소은경은 그가 마음에 품은 정인이자 곧 부인으로 맞이할 사람이니 추궁할 이유가 없었다.그녀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가슴속 깊이 밀려드는 쓰라림을 억눌렀다.어차피 이번에 다친 것은 그 자신이었다. 그가 죄를 묻지 않는 것 역시 그의 일일 뿐, 이제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역시나 기나긴 침묵 끝에 문밖에서 조원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풀어 주거라.”강유영은 처연한 미소를 지었다.이미 예상한 바였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그의 결정을 들으니, 머리 위로 얼음물을 뒤집어쓴 듯 온몸이 싸늘하게 식어 내려갔다.그녀의 생각이 맞았다.그가 그녀를 위해 했던 그 모든 행동은 그저 흥미를 쫓은 짓에 불과했다.그에게 그녀는 욕망의 대상일 뿐, 한 자락의 진심도 없었던 것이다.‘내가 정신이 나갔지.’그에게 홀려 거절하는 것조차 잊다니.앞으로는 두 번 다시 흔들리지 않으리라.이미 떠나기로 마음먹었고 실행에 옮기는 중이었다.비록 그가 자신을 대신해 다쳤을지언정, 떠나겠다는 결심은 단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흔들리지 않아서 참으로 다행이었다.그녀는 손을 뻗어 문걸이를 걸어 잠근 뒤, 피로가 몰려오는 몸을 이끌고 침상으로 향했다.달칵.가벼운 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조원철과 청운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문을 바라보았다.청운은 저도 모르게 상전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영민한 그로서는 조원철이 소은경의 죄를 묻지 않는 바람에 강유영이 노했다는 사실을 단번에 눈치챘다.하지만 조원철에게도 말 못 할 고충이 있었다.조정에 몸담은 이상 뜻대로 할 수 없는 일이 많은 법이었다.“먼저 물러가거라.”조원철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두드리려 다가갔다.“세자!”문밖에서 청류가 급히 뛰어왔다. 조원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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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머리를 만지는 솜씨가 서툴러 가장 낮게 틀어 올리는 것이 전부였지만, 강유영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저 이상하게 보여 남들의 눈길을 끌지만 않으면 그만이었다.“아씨, 어디 나가시렵니까?”서유가 뒤에서 물었다.“서준을 만나야겠다.”강유영은 바쁘게 손을 움직이며 대꾸했다.“가지 마십시오. 오씨 어멈에게도 가시면 안 됩니다.”서유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강유영은 그녀의 목숨을 구해 준 은인이었다.그녀에게 충성을 다하기로 결심한 이상, 한 번 뱉은 말은 지켜야 했다.더는 세자의 명을 고려할 겨를이 없었다.“왜 그러느냐?”강유영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그녀를 돌아보았다.“세자께서 어제 아씨를 보호하라며 문 앞에 사람들을 배치하셨습니다. 아씨께서 외출하시면 그들이 뒤를 쫓을 것입니다.”서유가 설명했다. 강유영은 상황을 파악하고는 진심을 담아 감사를 표했다.“고맙구나.”조원철의 사람인 서유가 그녀에게 실상을 털어놓은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조원철의 수하들이 감시하는 마당에 오씨 어멈을 만나러 갈 수는 없었다.그랬다간 떠나려던 계획을 들키고 말 터였다. 그는 결코 그녀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깊은 고뇌에 빠졌다.참으로 골치 아픈 일이었다.어떻게 해야 그의 수하들을 따돌릴 수 있을까?한참을 궁리하는 사이 어느덧 날이 밝아왔다. 창밖으로 아침 해가 떠오르며 눈부신 아침노을이 번졌다.“아씨, 제가 고기 전병을 좀 사 왔습니다.”돌아온 단비가 싱글벙글 웃으며 따끈따끈한 고기 전병을 건넸다.“오씨 어멈은 좀 어떠시더냐?”강유영은 전병을 받아 한 입 베어 물고는, 꽉 찬 고기 소를 슬쩍 바라보며 물었다.이 집 고기 전병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고기가 가득 차 있어 그녀가 어릴 적부터 무척 좋아하던 별미였다.이제 경성을 떠나면 다시는 맛보지 못할 맛이었다.“오씨 어멈은 잘 지내십니다. 밖으로 나가 이웃들과 담소도 나누실 정도예요. 그저 아씨를 무척 그리워하십니다.”단비가 웃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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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이참에 강유영의 기세를 꺾어 허황된 꿈은 접고 얌전히 서왕부의 첩실로 들어가게 만들려는 속셈이었다.“알겠습니다.”강유영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풍씨 어멈이 떠나자마자 그녀의 안색은 급격히 어두워졌다.“아씨, 괜찮으십니까?”단비가 안타까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내가 괜찮지 않을 일이 뭐가 있다고.”강유영은 단비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방으로 발길을 돌렸다.가슴 한구석이 미어지듯 아려왔고, 위장까지 뒤틀리는지 속이 메스꺼웠다.단비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강유영은 늘 혼자 서러움을 감내하며 억지로 집어삼킬 뿐, 밖으로는 조금도 내색하지 않았다.매번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기만 하니 병이 나지 않을 리 없었다.궁중 연회는 승평루에서 열렸다.이층에서 어화원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누각이었다.다만 지금은 밤중인 탓에, 정원 곳곳을 밝히는 등불만이 아른거릴 뿐이었다.강유영은 앞장선 한씨와 조연화의 뒤를 따르며 시선을 바닥에만 두었다.아직 황제는 당도하지 않았고, 한씨는 회남왕비 및 다른 대신들의 부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세자와 군주께서 안 보이네요?”누군가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한씨가 웃으며 답했다.“경이가 비녀 하나를 잃어버려서요. 원철이가 비녀를 사 주러 함께 갔으니 곧 당도할 겁니다.”계단 밑 눈에 띄지 않는 구석진 곳에 서 있던 강유영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다시금 심장이 아려왔다.그날 밤, 조원철은 그녀의 귓가에 대고 몇 번이고 사랑한다고 속삭였다.이제 와 생각하니 실로 모욕적이고 가소로운 일이었다.“두 분이 참으로 사이가 좋으니, 듣기로 폐하께서 길일을 택해 혼례를 명하실 거라 하더군요. 경사가 머지않았습니다.”또 다른 부인이 거들었다.“저희야 그저 폐하의 뜻에 따를 뿐이지요.”한씨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했다.회남왕이 경성에 당도한 이후, 황제께서는 무척 반가워하셨다.회남왕은 거의 궁에 머물며 황제와 식사를 함께하고 신변을 보좌하고 있었다.황제께서 이토록 회남왕을 아끼시니, 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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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그쪽 주인 어르신이 외출을 금하기라도 하신 거야?”강유영은 고개를 살짝 돌려 그를 살피며 나지막하게 물었다.그녀는 줄곧 서준이 조정의 어느 대감 댁에서 일하게 된 줄로만 알고 있었다.차림새로 보아 하니 못해도 승상이나 상서 댁은 되어 보였다.그런 명문가라면 가풍과 규율이 엄격한 것도 당연한 일이었기에, 그녀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음, 뭐, 그런 셈이지.”서준이 한 걸음 다가서며 입꼬리를 슬쩍 올리고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나를 그토록 애타게 찾은 이유가 뭐야?”“그게...”강유영은 그와 너무 가까이 있는 것이 어색해 슬그머니 뒤로 물러섰다.낯이 뜨겁고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뭔데 그래? 걱정 말고 얘기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조건 도와줄 테니까.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나름 권세가 있는 자리거든.”서준은 아예 자신이 대단한 권력가 밑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해 버렸다.“다름이 아니라, 지금 급히 은자가 필요해서...”강유영은 모기만 한 소리로 중얼거리며 고개를 숙였다.애초에 서준에게 먼저 은자를 빌려준 것은 자신이었다.그런데 이제 와 서둘러 돌려달라 채근하려니, 영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무래도 도리가 아닌 듯싶었다.하지만 그녀로서도 달리 방도가 없었다.그 은자는 그녀가 오랫동안 힘들게 모은 전 재산이었다. 경성을 떠나고 나면, 앞으로 모든 곳에 은자가 필요할 것이다.그녀에게 너무도 간절한 일이기에 미안함을 무릅쓸 수밖에 없었다.“고작 그것 때문에? 내게 있어.”서준은 소맷자락으로 손을 뻗어 은표를 꺼내려다, 문득 동작을 멈추고 그녀에게 물었다.“갑자기 은자는 왜 필요한 건데?”그는 궁금한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사실 강유영이 먼저 꺼내지 않았다면, 그는 이 은자를 돌려줄 생각이 없었다.그래야 두 사람 사이에 계속해서 연줄이 이어질 거라 생각했다.그녀는 은자를 건넬 때 분명 자신의 전 재산이라 말했다.전 재산이 자신에게 묶여 있으니, 그녀도 자신을 잊을 수 없을 거라 판단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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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어째서지? 서왕부에 시집가는 건 경성의 수많은 처자가 간절히 바라는 일인데.”서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주시했다.“난… 시집가고 싶지 않아.”강유영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으나 어조는 완강했다.“그럼 앞으로는 어쩔 생각이야?”서준이 다그치듯 물었다.“먼 훗날의 일을 누가 알겠어.”강유영의 어조에는 옅은 막막함이 묻어났다.당장은 누군가에게 의탁할 마음이 없었다. 훗날 언젠가는 그녀의 지난날을 개의치 않고 기꺼이 서로를 보듬어 줄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세상에 과연 그런 사람이 존재하기나 할까.“안심해.”서준은 문득 나직하게 웃음을 터뜨렸다.“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테니까.”만약 조원철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녀는 결국 떠날 수 없을 것이고, 그에게도 기회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자, 은표야. 받아.”그는 은표를 꺼내 그녀의 손에 쥐여 주었다.“고마워...”강유영은 말하다 말고 멈칫했다.서준이 쥐여 준 은표 뭉치는 액면가가 백 냥짜리였다. 그녀가 서준에게 빌려준 은자는 다 합쳐도 백 냥이 전부였다.황급히 세어 보니 무려 다섯 장으로, 오백 냥에 달했다.“왜 이렇게 많이 줘?”강유영은 은표 한 장만 빼고 나머지를 그에게 내밀었다.“나도 이제 출세해서 은자가 궁하지 않거든. 그때 네가 날 도와줬으니 은혜를 갚는 셈이지. 멀리 떠난다면서? 앞으로 쓸 곳이 많을 테니 넣어 둬.”“강유영.”조원철의 냉담한 목소리가 갑자기 뒤에서 들려왔다.강유영은 깜짝 놀라 혹여 들킬세라 황급히 손안의 은표를 소매에 집어넣고는 슬쩍 조원철을 바라보았다.그의 깊고 차가운 눈빛은 마치 얼음처럼 싸늘했다. 소은경도 그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서준은 고개를 돌려 조원철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세자께서 오셨군. 두 분의 혼사가 가깝다 들었는데, 축하하오.”그는 뒤에 선 소은경을 힐끗 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남녀가 단둘이서 체통도 없이 뭐 하는 게냐.”조원철은 미간을 찌푸리며 강유영을 꾸짖었다.강유영은 고개를 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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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소은경이 생각하는 강유영은 겉보기엔 겁 많고 유약해 보여도, 실상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위인이었다.조원철에게 가망이 없어지자 새로운 목표로 갈아탄 모양이라고 생각했다.그녀의 관심은 이제 강유영이 아니라, 조원철이 숨겨 둔 외실의 정체를 밝히는 데 쏠려 있었다.조원철이 대신 칼에 맞아 줄 정도라면 보통내기가 아닐 터였다.그러나 수하들을 대거 풀었음에도 아무런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흔적이 남기 마련이거늘, 대체 사람을 어디로 감추었기에 이토록 철저히 자취를 감추었단 말인가.참으로 기이한 노릇이었다.강유영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며 그들의 뒤를 따랐다.눈앞에서 다정하게 걸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가슴속 깊이 밀려드는 씁쓸함을 삼킨 채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이제 다 끝날 텐데, 더 마음 아파할 이유가 어디 있겠어.’이윽고 건정제와 회남왕이 나란히 모습을 드러내자 좌중이 일제히 예를 갖추었다.“예는 되었다.”건정제는 기분이 좋은 듯 상석에 앉으며 인자하게 웃어 보였다.“회남왕의 자리를 짐의 바로 곁에 마련하라.”어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대내관 고익이 다급히 의자를 옮겼다.강유영은 숨을 죽인 채 조심스레 회남왕을 살폈다.명색이 무장답게 풍채가 당당하고 이목구비가 진했는데, 소은경은 미간 부위가 부친을 쏙 빼닮아 있었다.다만 고고한 태도로 사람을 무시하는 성격은 부녀 둘 다 별로 호감이 가지 않았다.강유영은 멸시가 가득한 시선과 마주치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얼른 고개를 숙였다.“폐하의 환대에 송구할 따름입니다.”황제의 바로 곁에 자리를 잡는 것은 가문 대대로 전해질 더없는 영광이었다.여타 대신들이라면 즉시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렸겠지만, 회남왕은 그저 가볍게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건정제의 눈빛이 순간 싸늘하게 식었지만, 이내 온화하게 손을 들어 올렸다.“앉게.”곧이어 연회가 시작되었다.오늘은 지난번과 달리 참석한 사람이 적고 모두 눈치만 보느라, 장내는 굉장히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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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아버지, 뭐가 그리 급하십니까?”소은경이 얼굴을 붉히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그녀는 겉으로는 수줍어하는 듯 보였으나, 속으로는 몹시 초조했다.건정제가 부친을 각별히 대우해 준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아버지가 이토록 오만하게 굴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이 많은 사람 앞에서 황제께 이런 식으로 무례하게 말하다니, 자칫 황제의 심기를 거스를까 두려웠다.반면 회남왕비는 회남왕의 이런 태도가 이미 익숙하다는 듯 그저 미소만 짓고 있었다.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조원철을 힐끗 바라보았다.그러나 그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그저 눈앞에 놓인 음식을 내려다보며 속을 알 수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강유영은 딱 한 번 눈길을 주고,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그가 어찌하든 그녀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이제는 그에게 마음을 쓰지 않기로 했다.내전의 분위기가 싸늘하게 굳어졌다.회남왕은 말없이 건정제를 빤히 응시했다.그렇게 침묵이 이어지던 중, 건정제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회남왕은 참으로 성미가 급하구려.”황제가 말문을 열자 긴장이 풀린 신료들이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남강에 군무가 쌓여 있어 속히 돌아가 처리해야 합니다.”회남왕은 소은경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폐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신의 슬하에는 오직 딸 하나뿐이라 평생을 금지옥엽처럼 애지중지 키웠습니다. 그런 딸아이의 혼사인데 어찌 마음이 쓰이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아이가 혼례를 올리는 모습을 제 눈으로 보아야 마음 놓고 남강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회남왕인들 건정제가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것을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그게 어쨌단 말인가.과거 자신이 목숨을 걸고 전장을 누비지 않았다면 건정제가 오늘날 용상에 편하게 앉아 있을 수 있었겠는가.하물며 지금도 막강한 군권을 손에 쥐고 있으니 두려울 것이 전혀 없었다.“군신의 도리를 떠나, 우리 모두 자식을 둔 아비의 마음이니 그 심정을 내 어찌 모르겠소.”건정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말을 받았다.“허나 혼인은 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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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연회가 끝났을 때는 이미 달이 중천에 걸려 있었다.궁을 나선 강유영이 마차에 오르려는데, 등 뒤에서 누군가 그녀를 불러 세웠다.“유영 아씨.”청운이 마차 곁으로 다가오며 물었다.“무슨 일인가요?”강유영은 마차 안에 앉아 휘장을 걷지 않은 채로 물었다.청운은 본래 심성이 바른 사람이었으나, 조원철의 일로 마음이 상한 그녀는 지금 그의 측근인 청운을 대면하고 싶지 않았다.“세자께서 아씨를 위해 보내신 것입니다.”청운이 마차 안으로 찬합을 내밀었다.“필요 없으니 가져가세요.”강유영은 숨이 턱 막히는 기분에 고민도 하지 않고 거절했다.조원철과 소은경의 혼인이 고작 두 주 남았는데, 이제 와서 왜 자신을 챙기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가 굶어 죽는다 한들 이제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청운이 난감한 듯 머뭇거리며 마차를 몰던 서유에게 눈짓을 보냈다.서유 역시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아씨, 조금 전 연회에서 거의 들지 못하셨지 않습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몸이 먼저입니다. 앞으로 하셔야 할 일도 많으시잖아요.”서유는 강유영이 기분이 좋지 않으면 음식을 못 먹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궁에서 조원철과 소은경의 혼인 날짜가 확정되었으니, 그 속은 오죽할까.서유는 어떻게든 경성을 떠나려는 강유영의 결심을 상기시키며, 기운을 차릴 수 있도록 음식을 권한 것이었다.“그렇습니다. 몸을 먼저 챙기셔야지요.”청운도 곁에서 나직하게 거들었다.“거기 두세요.”서유의 말을 들은 강유영은 생각을 바꾸었다.서유의 말이 옳았다. 입맛이 없더라도 억지로라도 먹어야 했다.기력을 회복해 두어야 이곳을 떠날 때 편할 것이다.“예.”청운은 안도하며 숨을 내쉬더니, 이내 머뭇거리며 덧붙였다.“아씨, 세자께서 당분간은 혼사 준비로 많이 바쁘실 듯합니다. 부디... 건강 잘 챙기십시오.”아랫사람 처지에 더는 깊이 참견할 수 없었으나, 조원철과 강유영 사이의 오해가 이대로 영영 깊어질까 청운은 못내 염려스러웠다.“출발하자.”강유영은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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