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Capítulo 531 - Capítulo 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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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1화

그동안 청운이 몇 번인가 다녀가며 세 사람에게 밥을 날라다 주었다.강유영은 이렇게 방 안에 갇혀 지내는 것이 딱히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그녀는 원래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했다. 아니, 오히려 예전보다 나았다. 예전에는 틈만 나면 국공부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게다가 지금은 글을 익혀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요월원의 환경도 좋아 책을 읽다 피곤하면 잠깐 쉬며 밖의 꽃과 풀을 구경하면 그만이었다.문이 굳게 닫혀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이 고요함이 그녀는 무척이나 평온하게 느껴졌다.다만 한 가지, 조원철이 왜 자신을 반년이나 근신하게 했는지 계속 궁금했다.조원철이 찾아왔을 때, 그녀는 낮잠을 자고 있었다.눈을 뜨니 그가 곁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강유영은 꿈인가 싶어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그는 그대로 있었다."깼느냐?"조원철은 책을 덮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언제 오셨습니까?"강유영은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온 지 좀 되었다."조원철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 머물렀다.부스스한 머리에 잠이 덜 깬 모습이 마치 나른한 고양이 같았다.그는 손을 뻗어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돈해 주었다.강유영은 그가 뚫어지게 쳐다보는 통에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했다.그가 이리 쳐다볼 때면, 그의 눈동자 속에 다정한 빛이 서려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곤 했다."급할 것 없다."조원철의 어조는 담담했다."왜 반년이나 근신하게 하신 겁니까? 분명 이레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강유영은 문득 이 일이 떠올라 새까만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태자가 인주로 사람을 보냈다." 조원철이 말했다. "며칠 뒤면 우리도 그리로 가야 할 것 같다.""인주 곡창 말입니까?" 강유영의 안색이 순간 변했다. "그럼 오늘이라도 당장 가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태자가 사람을 보냈다면 분명 무슨 일을 꾸미려는 것일 텐데, 늦기 전에 가서 현장을 잡아야 하는 게 아닐까. 어째서 시간을 지체하고 있는 것일까."우선 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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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2화

"정말 으리으리하네요."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작게 감탄하며 고개를 돌려 그에게 물었다."이곳은 다른 이가 운영하는 상점인가요?"이런 곳은 교외의 격구장처럼 외부에 빌려주고 돈을 받을 터였다. 진국공부에도 격구장이 하나 있었지만 온천 산장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어느 고관대작 가문에서 소유한 곳인지 궁금했다."내 것이다."조원철은 짧게 대답했다.강유영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가 교외에 저택을 하나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오씨 어멈이 머물던 곳이 바로 그곳이었다.하지만 온천 산장까지 소유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거라."조원철은 시선을 내려 그녀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당부했다."알겠습니다."강유영은 고개를 돌려 밖을 내다보았다. 가슴이 주체할 수 없이 쿵쾅거렸다.그가 자신과 비밀을 공유하고 아무런 경계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걷잡을 수 없는 은밀한 기쁨을 피어오르게 했다.마차가 산장 안으로 들어서더니 어느 거처 앞에 멈추어 섰다."내리거라."조원철은 먼저 마차에서 내려 강유영을 부축하려 손을 내밀었다.강유영은 그의 손을 잡고 마차에서 내렸다. 누각의 화려한 계단 위에는 얇은 주단이 펼쳐져 있었다. 창문 너머로 새어 나오는 은은한 불빛이 달빛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조원철은 그녀의 손을 이끌고 이층으로 올라가 방문을 열었다.안은 침실이었다.세밀하게 조각된 널찍한 침상 위로는 안개 낀 푸른빛을 띠는 비단 휘장이 드리워져 있었다. 화장대의 구리 거울은 윤이 났고, 화장 상자도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금사남목으로 짠 탁자와 의자, 그리고 곁에 둔 작은 탁자 위 화병에는 만개한 추해당이 꽂혀 있었다.창가에는 푹신한 의자가 놓여 있었다. 그곳에 서면 뜰 안의 산천에서 뽀얗게 피어오르는 온천 안개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그야말로 인간 세상의 선경이 따로 없었다."씻고 쉬거라. 내일 수영을 가르쳐 주마."조원철이 맞잡았던 손을 놓으며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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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3화

강유영은 깜짝 놀라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침상에 가서 자거라."조원철은 시선을 내리깔고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맑고 부드러웠건만, 강유영은 오히려 잠이 확 달아났다. 침상에 눕자마자 이불을 끌어당겨 몸을 돌돌 만 그녀는 안쪽으로 데굴 굴러갔다. 그러고는 바깥쪽을 등진 채 귀를 쫑긋 세우고 그의 기척에 신경을 곤두세웠다.그가 뭘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저 아주 미세한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그녀는 이불을 꼭 끌어안은 채 불안감에 휩싸였다."머리가 마르기를 기다리는 중이니, 너 먼저 자거라."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유영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지만, 한편으로는 의아했다.자신이 아직 잠들지 않고 잔뜩 긴장해 있다는 것을 그가 어찌 알았단 말인가.하지만 낮에 노부인을 상대하느라 진을 뺀 탓에 노곤함이 몰려왔다.그녀는 오래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다음 날.그녀는 지저귀는 새 울음소리에 눈을 떴다.낯선 침상 휘장을 마주한 그녀는 잠시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았다."깼느냐? 옷을 갈아입거라. 내려가서 수영을 가르쳐 주마."곁에서 조원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녀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떠올랐다."알겠습니다."강유영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켰다.그녀는 그가 미리 준비해 둔 탁청초 옷을 챙겨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잠시 후, 옷을 갈아입은 그녀가 밖으로 나왔다.조원철은 여전히 침상에 앉아 책을 뒤적이고 있었다. 그녀가 먼저 그를 불렀다."가실까요?"조원철이 시선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새하얀 치마와 저고리를 입은 소녀의 허리춤까지 칠흑 같은 머리카락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티 없이 맑고 뽀얀 얼굴에 앳된 태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아침 이슬을 머금은 산다화처럼 은은한 안개에 휩싸인 듯 주변에서 희미한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모습이었다."왜 그러십니까? 어디 이상한 데라도 있습니까?"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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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4화

"앞으로 걸어가거라. 무서워할 것 없다. 예전에 놀란 적이 있으니, 먼저 담력부터 길러야 한다."조원철이 한쪽으로 비켜서며 그녀를 이끌었다.강유영은 그의 부축이 사라지자, 경화 공주에게 떠밀려 물에 빠져 하마터면 익사할 뻔했던 끔찍한 기억이 저도 모르게 머릿속에 떠올랐다.그녀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고개를 저어 그 기억들을 떨쳐냈다. 그리고 천천히 발걸음을 떼어 앞으로 걸어갔다.발밑의 옥석은 공들여 다듬은 듯, 밟았을 때 거칠면서도 발이 배기지 않고 미끄러지지도 않았다.흔들림 없이 한참을 걷다 보니 점차 긴장이 풀렸다.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조원철에게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까지 걸어갔다.과연 그의 말대로 가장 깊은 곳이라 해봐야 겨우 그녀의 쇄골 언저리에 닿을 뿐이었다.걷다 보니 담력이 꽤 붙은 그녀는 가장 깊은 곳을 이리저리 오갔다. 따스한 온천수가 온몸을 감싸 더할 나위 없이 편안했다."오라버니, 저 이제 하나도 안 무섭습니다. 이제 수영하는 법을 가르쳐 주실 겁니까?"마음에 기쁨이 차오른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그를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참으로 생기가 넘치는 얼굴이었다.조원철은 옥석 벽에 기댄 채 그녀를 향해 손짓했다."이리 오거라."강유영은 올 때와 마찬가지로 한 걸음씩 그를 향해 걸어갔다.물이 점점 얕아지며 어느덧 수면이 그녀의 허리 아래로 내려갔다.그녀는 어느새 그의 눈앞에 다다랐다."어떻게 시작합니까?"온천 열기에 두 뺨이 발그레하게 달아올랐고, 젖은 머리끝에서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물에 씻은 듯 맑고 투명한 눈망울로 고개를 기웃하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조원철의 시선이 그녀에게 닿았다. 칠흑 같은 눈동자 깊은 곳에서 짙은 감정이 요동쳤다.강유영은 그가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기만 하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잠시 그를 살피던 그녀는 이내 그의 시선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챘다.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숙여 제 몸을 내려다보았다.몸에 걸친 탁청초가 물에 젖자 거의 투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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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5화

분명 잘못 들었을 것이다.그가 어찌 그녀와 혼인하겠다고 말한단 말인가?조원철은 그녀가 넋을 잃은 틈을 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머금었다.강유영은 그의 그 한마디에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지고 온몸의 힘이 빠져나갔다. 그녀는 그가 품에 안는 대로 속절없이 안겨 있었다.온천에 한바탕 바람이 일었다.거울처럼 고요하던 맑은 수면 위로 산들바람이 아주 가볍고 부드럽게 스치더니, 아주 작은 돌멩이 하나를 던져 넣은 듯했다.그 작은 돌멩이가 소리 없이 물속으로 떨어져 물방울을 튕겨내자, 이내 잔잔한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그 파문은 수줍고 부끄러운 듯 겹겹이 밖으로 번져나갔다.어느새 바람은 멎었건만, 온천의 수면은 오랫도록 요동쳤다.조원철은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가볍게 비비며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좋으냐.""저, 저리 가십시오."강유영은 쇄골 아래까지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 손을 들어 그의 단단한 가슴을 밀어냈다.눈시울이 붉어진 그녀는 목이 메어 울먹이며 말했다."왜 또 우느냐."조원철이 고개를 들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칠흑 같은 그의 눈동자 깊은 곳에는 숨길 수 없는 안쓰러움과 다정함이 묻어났다.조금 전에는 분명 그녀도 느꼈고 좋아했다.그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방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겠습니다."강유영은 고개를 돌린 채 그를 외면했다.그렇게 한바탕 휩쓸리고 나니 어느덧 오후가 훌쩍 지나 있었다.그는 그녀의 귓가에 온갖 남사스러운 말들을 속삭였다. 예쁜 이, 착한 누이라 부르더니, 부군이라 부르라며 그녀를 구슬렸다.그는 몇 번이나 귀에 대고 사랑한다고 속삭였다.정욕에 빠진 그는 줄곧 그녀를 소은경으로 여기고 있었다.정말이지 바보같이 또 잊고 있었다.그가 지껄인 그런 허튼소리를 철석같이 믿다니.그저 당장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급조해 낸 거짓부렁에 불과했다.그녀는 한참이나 그의 말이 진심일지, 현실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을지 홀로 부푼 상상을 했었다. 하마터면 정말로 믿어버릴 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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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6화

강유영은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그를 외면했다. 눈물에 젖은 속눈썹이 가닥가닥 뭉쳤고 코끝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굵은 눈물방울이 눈꼬리를 타고 흘러 그의 팔 위로 뚝뚝 떨어졌다.그가 어떻게 달래든 그녀는 입을 굳게 다문 채 한마디도 대꾸하지 않았다.마음속에 품은 이가 누구인지 본인이 제일 잘 알면서, 그래놓고 어디가 불편하냐고 묻다니 기가 막혔다.하지만 이 또한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다.본래 그의 마음속에는 오직 소은경뿐이었으니까.분수도 모르고 자꾸만 헛된 망상을 품은 그녀의 탓이었다.예전에는 감히 이런 기대를 품어본 적도 없었다.그런데 어째서 그는 너와 혼인하지 않으면 누구와 하냐 같은 소리를 내뱉었단 말인가.그는 누구보다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었고, 그녀 역시 그를 굳게 믿었었다.하필이면 그런 중대한 말로 사람을 기만하다니.그 순간만큼은 정말 그 말을 철석같이 믿어버리고 말았다.생각할수록 서러움이 북받쳐 올랐다. 억누를 길 없는 서러움에 목구멍으로 흐느끼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조원철은 좀처럼 겪어보지 못한 초조함에 휩싸였다.창백해진 얼굴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억지로 울음을 참아내는 모습이, 소리 내어 엉엉 우는 것보다 훨씬 더 사람의 마음을 후벼 팠다.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그만 울거라. 다 내 잘못이다. 무엇 때문에 이리 화가 났는지 말해주면 내가 고치마."늘 서늘하던 그의 목소리에 옅은 당혹감이 배어 있었다.조정에서 아무리 까다로운 정무를 마주할 때도 이토록 막막했던 적은 없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 괜찮았고, 그녀 역시 원했거늘.일이 끝난 뒤에 이토록 서럽게 울어대니 이유를 알 길이 없었다.그 말을 들은 강유영은 눈물이 더욱 왈칵 쏟아졌다.그는 늘 이런 식이었다. 병 주고 약 주듯 사람을 들었다 놨다 했다.그가 이토록 다정하게 구는 것도, 그 대상이 소은경일 때나 진심일 터였다.이제 두 번 다시 그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그만 울거라, 응?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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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7화

"일어나 밥부터 먹거라."조원철은 손에 든 문서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강유영은 몸을 돌려 침상 안쪽을 향해 누웠다.몸을 움직이니 허리와 배가 끊어질 듯 아프고 온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속으로 그를 욕했다.'백주대낮부터 욕정을 채우다니, 염치도 없는 짐승 같으니라고.'"청운."조원철이 밖을 향해 불렀다.잠시 후,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강유영은 청운이 들어오는 줄 알고 황급히 손을 뻗어 덮고 있던 이불을 꽉 끌어당겼다. 수치심과 분노가 동시에 치밀어 올랐다.조원철은 정말이지 자신을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자신은 속적삼 차림으로 침상에 누워 있었고, 휘장조차 쳐져 있지 않았다.그런데도 청운을 이대로 함부로 들어오게 하다니."세자께 문안 올립니다."조용한 침실 안으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유영은 그 소리에 벌떡 몸을 일으키며 밖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까만 눈동자가 동그랗게 커졌다."어멈!"오씨 어멈이었다!놀라움과 기쁨에 휩싸인 그녀는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하지만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던 탓에, 침상에서 내려오자마자 다리가 풀려 앞으로 고꾸라졌다.조원철은 재빠르게 손을 뻗어 그녀를 안았다.강유영은 두 발로 중심을 잡자마자 그를 확 밀쳐냈다.그의 손끝이 닿는 것도 싫었다."아씨, 조심하세요."오씨 어멈이 다가와 강유영과 마주섰다.어멈의 눈에는 기쁨이 가득했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러운 기색이 역력했다.하지만 곁에 조원철이 버티고 있어 섣불리 다가가 강유영을 끌어안지는 못했다.세자는 성정이 차갑고 예법을 가장 중시하는 사람이었다.세자 앞에서는 아씨와 자신은 엄연한 주종의 신분이니, 선을 넘은 행동은 할 수 없었다."신발을 신어야지."조원철은 몸을 숙여 침상 밑에 있던 신발을 강유영의 발 앞에 놓아주었다.그의 동작은 무척 자연스러워서 마치 평범한 일상을 치르는 듯했다.강유영 역시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고개를 숙여 신발에 발을 집어넣었다.그녀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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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8화

오늘 아씨를 뵈니, 비록 세자에게 토라진 듯 보였으나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당당하게 구는 품이 예전의 그 주눅 들고 위축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혈색도 몰라보게 좋아졌고 차림새도 최고급인 것을 보니, 세자가 아씨를 얼마나 끔찍이 아끼는지 알 수 있었다.그제야 오씨 어멈도 마음이 조금 놓였다.만약 세자가 아씨를 홀대했다면, 일개 유모인 자신은 목숨을 내던져 아씨를 지키는 것 외에는 달리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오씨 어멈이 있는 탓에, 강유영은 얌전히 식탁 앞에 가 앉았다.조원철이 찬합을 열었다.오씨 어멈은 황급히 다가가 찬합을 건네받았다."세자, 앉으시지요. 시중은 제가 들겠습니다."조원철은 말없이 자리에 앉았다.강유영은 오씨 어멈이 밥과 반찬을 하나하나 상에 올리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벅찬 기쁨을 느꼈다. 어멈은 정말 예전의 건강했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오씨 어멈은 먼저 조원철의 밥을 떠서 올린 뒤, 강유영에게 줄 밥을 반 그릇 정도만 펐다."가득 담게."조원철이 담담하게 지시했다.오씨 어멈은 흠칫 놀라면서도 얼른 그의 명에 따라 밥을 꽉 채워 담았다.그러고는 힐끗 강유영의 눈치를 살폈다. 강유영이 딱히 거부하는 기색이 없는 것을 확인하자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우리 아씨가 이제 밥 한 그릇을 다 비우실 수 있게 되었구나. 어쩐지 몸에 살이 제법 오르고 건강해 보이더라니.'대체 세자가 무슨 수를 쓴 것일까. 예전에는 자신이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밥 한 술 더 넘기지 않으려 하던 분이었다."아씨, 어서 드세요."오씨 어멈은 활짝 웃으며 강유영의 앞으로 밥그릇을 내밀었다."어멈도 같이 앉아서…."강유영은 그릇을 받아들며 습관처럼 입을 뗐다.하지만 말을 채 끝맺지 못하고 조심스레 조원철의 눈치를 살폈다.그녀는 오씨 어멈을 친어머니처럼 생각하고 있었다.실제로 진국공부에서 지낸 기나긴 세월 동안,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며 친모녀나 다름없이 살아왔다.예전에는 늘 오씨 어멈, 단비와 함께 한 상에 둘러앉아 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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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9화

조원철이 담담하게 말했다."소인은…."오씨 어멈은 재차 사양하려 했다."어멈, 그냥 앉으세요."강유영은 오씨 어멈의 말을 자르며 입을 열었다.조원철이 자신을 그토록 함부로 대했으니, 그에게 진 빚은 진작에 다 갚은 셈이었다. 이제는 오히려 그가 자신에게 미안해해야 할 처지였다.오씨 어멈이 앉아서 밥 한 끼 먹는 게 뭐가 대수란 말인가? 겸상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옆에 작은 상을 하나 내어놓은 것뿐이거늘."그럼 감사히 먹겠습니다. 세자, 아씨."오씨 어멈은 예를 올리고 자리에 앉았다.수저를 들면서도 그녀는 여전히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자신이 어찌 이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겠는가. 모두 아씨 덕분이었다.세자가 일개 시종인 자신에게도 이리 잘해주는데, 아씨를 향한 마음이야 두말할 것 없었다.이렇게 보면 세자는 아씨를 밖으로 내돌리거나 첩으로 들일 생각이 전혀 없는 게 분명했다. 반드시 정실로 맞이하려 할 것이다.하지만 두 사람은 어릴 적부터 같은 족보에 이름이 올라 있는데 어찌 부부의 연을 맺는단 말인가. 어멈으로서는 세자가 어떻게 일을 풀어나갈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세자가 마음만 먹는다면 이 세상에 해내지 못할 일은 없을 거라 믿었다.저녁 식사를 마치고, 강유영은 침실로 들어가려 했다."나가서 좀 걷자꾸나."조원철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안 갑니다."강유영은 걸음을 멈추고 딱 잘라 말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그녀는 산책할 마음이 없었다. 설령 간다 해도 그와 함께 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이 기분에 어찌 그와 같이 걷고 싶겠는가?"사람을 시켜 오씨 어멈을 돌려보낼까?"조원철의 말투는 여전히 담담했다."어떻게!"강유영은 고개를 홱 돌려 그를 쏘아보았다.그는 대놓고 협박을 하고 있었다. 그게 또 하필이면 그녀가 가장 무서워하는 방식이었다.그녀는 표정을 잔뜩 구긴 채 마지못해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조원철이 뒤따라 나와 함께 문지방을 넘으며, 아주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강유영은 손목을 비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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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화

어젯밤에도 분명 손대지 않겠다고 했었다.그래 놓고 낮에 온천에 가자마자 그런 짓을 저지르지 않았던가.그래 놓고도 어찌 저리 당당하게 말한단 말인가."어젯밤이라고만 했지, 오늘이라고는 하지 않았다."조원철은 시선을 돌린 채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대꾸했다."파렴치하십니다."강유영은 쏘아붙이고는 입술을 깨문 채 고개를 홱 돌렸다.예전에는 그에게 모진 소리를 하고 나면 지레 겁을 먹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오기만 남을 뿐이었다."돌아가자."조원철이 그녀의 손을 이끌고 걸음을 옮겼다.강유영은 덜컥 겁이 났다."그, 그럼 이번에 하신 말씀은… 언제까지 유효합니까?"그녀가 한발 물러서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혹여 그가 또 짐승처럼 굴까 봐 무서웠다. 그가 힘으로 밀어붙이면 그녀로서는 도무지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조원철은 잠시 침묵하더니 대답했다."네 뜻에 따르마.""정말 약속 지키실 겁니까?"강유영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올려다보았다.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적어도 이 일에 관해서만큼은 그는 약속을 지킨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그래."조원철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제 부탁 하나만 더 들어주십시오."강유영은 까만 눈동자를 굴리며 슬그머니 그의 눈치를 살폈다."말해보거라."조원철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강유영은 지금의 그라면 무슨 말이든 순순히 들어줄 것만 같았다."오씨 어멈을 돌려보내지 마십시오. 어멈과 떨어져 지내고 싶지 않습니다."그녀는 슬며시 빈손을 뻗어 그의 소맷자락을 붙잡고는 애원하듯 흔들었다. 까만 눈망울이 그를 애처롭게 올려다보았다.조원철은 그녀를 가만히 내려다볼 뿐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강유영은 그의 시선에 온몸이 뻣뻣해져서, 이내 손을 놓고 고개를 푹 숙이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안 된다면 관두십시오."예전에는 이렇게 매달리면 웬만한 부탁은 다 들어주었건만, 오늘은 두 번이나 수를 썼는데도 통하지 않았다.그녀의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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