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씨, 걱정 마십시오."서유가 웃으며 대답했다.주종 두 사람은 치자나무 앞에 서서 조용히 기다렸다.일각쯤 지났을까, 서유가 돌연 입을 열었다."아씨, 그만하십시오. 이 말을 노부인께서 들으시기라도 하면 어쩌시려고요…. 정 하시려거든 거처로 돌아가서 하시지요."그녀는 말과 함께 강유영을 끌고 자리를 뜨려는 듯 몰래 눈짓을 보냈다.마침 화씨 어멈의 부축을 받으며 회랑 아래 대나무 숲 뒤를 지나던 노부인이 그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화씨 어멈 역시 우뚝 멈춰 섰다."이 시간이면 할머니께선 삼청 신상 앞에서 불공을 드리고 계실 텐데, 내 말 따위에 신경이나 쓰시겠어."강유영은 치자꽃 한 송이를 꺾어 코끝에 대고 향을 맡았다."그래도 밖에서 함부로 하실 말씀은 아닙니다. 혹여 담장 너머로 듣는 귀라도 있으면…."서유가 재차 만류했다."두려울 게 뭐 있겠어? 지난번 꾀병을 부려 대사라는 작자를 시켜 내 심방혈을 뽑으려 했던 그 순간부터, 난 이미 그 노인네를 할머니로 여기지 않아."강유영의 목소리는 느릿하고 나긋나긋했지만, 내뱉는 말은 지독히도 가시가 돋쳐 있었다.화씨 어멈이 곁에 선 노부인의 음침해진 안색을 살피며 앞으로 나섰다.노부인은 어멈을 홱 끌어당기며 싸늘하게 명했다."어디 무슨 망발을 더 지껄이는지 들어보자."강유영이 눈앞에서 조연화의 심장에 단검을 들이댔던 그날 이후, 그 계집의 성정은 완전히 변해버렸다.노부인은 강유영이 얼마나 더 방자하게 구는지 두고 볼 참이었다.지난번엔 자신이 꿀리는 구석이 있어 억지로 분을 삼켜야만 했으나 이번은 달랐다.제 발로 약점을 쥐여 주었으니, 이번에야말로 국공부의 법도가 어떤 것인지 뼛속 깊이 새겨줄 작정이었다."하긴, 그때 노부인의 처사는 너무 과하셨습니다. 어찌 그리 아씨만 못살게 구시는지...."서유도 거들며 맞장구를 쳤다."내가 이 집 혈육이 아니라서 그런 거 아니겠어?"강유영은 손에 쥔 치자꽃을 바닥에 툭 던져버렸다."부처님 믿는답시고 유난을 떠는 게 기가 막히지.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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