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Capítulo 551 - Capítulo 560

852 Capítulos

제551화

한씨는 마른침을 삼키며 다시금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다."원철아, 셋째도 이제 나이가 찼으니 혼인을 생각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 서왕 전하께서도 아직 정실을 들이지 않으셨으니, 두 사람이 제법 잘 어울릴 것 같아 내가 그만...."분명 조원철은 그녀가 배 아파 낳고 키운 자식이었다.하지만 매번 그가 이리 싸늘한 얼굴로 무언가를 캐물을 때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저도 모르게 두려움이 솟구쳤다. 억누르려 해도 소용없었다.그가 이리 묻는 것을 보니 이미 상황을 다 아는 듯했다. 굳이 더 숨길 필요가 없었다."서왕이 승낙했습니까?"조원철이 그녀의 말을 단호하게 끊었다."그래, 서왕 전하도 승낙하셨단다."한씨의 입가에 그제야 진심 어린 미소가 번졌다.머지않아 그녀의 딸은 왕비가 될 것이다. 그리되면 그녀의 위상 역시 자연스레 높아진다. 황성의 모든 귀부인들이 자신을 부러워할 것이다. 조씨 노부인 그 늙은이도 더는 자신을 함부로 내리누르지 못할 터였다."조건이 무엇입니까?"조원철은 앞만 주시한 채 청설원의 문지방을 넘었다.한씨는 잠시 멈칫하더니, 일부러 한결 가벼운 말투로 대답했다."서왕 전하께서 특별히 요구하신 건 없단다. 그저 혼인할 때 유영이를 첩으로 함께 보내라 하시더구나. 연화가 잘 보살펴 줄 테니 유영이도 험한 꼴은 당하지 않을 거다. 서녀나 양녀가 적녀의 혼인에 첩으로 따라가는 일은 황성에서도 비일비재하지 않니. 유영이에게도 꽤 괜찮은 자리일 거다. 네 생각도 그렇지?"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그녀는 속으로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조원철과 강유영 사이의 묘한 기류를 그녀라고 어찌 눈치채지 못했을까.한씨가 이런 결정을 내린 가장 큰 이유는 강유영이 감히 조원철을 홀리려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유영의 성정이 예전과 달리 맹랑해져 통제하기 까다로워진 탓도 컸다.훗날 강유영이 조연화를 따라 서왕부에 들어가면, 왕비인 조연화가 강유영을 꽉 쥐고 흔들 수 있다. 그리되면 두 모녀는 두 다리 뻗고 편히 지낼 수 있었다. 오직 조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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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2화

서준이 가자마자 오라버니가 찾아왔다.서준과의 혼사 소식을 듣고 훼방을 놓으러 온 것이 분명했다.잠시 후, 조연화는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방을 나섰다."어머니, 오라버니."한씨의 총애를 받는 그녀는 따로 예를 갖추지 않고 곧장 다가가 한씨 곁에 바싹 붙어 앉았다.한씨의 팔을 꼭 끌어안고 나서야 조금 안심이 된 그녀는 고개를 들어 조원철을 바라보았다.조원철은 두 사람 맞은편 의자에 앉아 있었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그의 얼굴은 엄숙하기 그지없었다.강유영은 그들의 하단에 앉았다.그녀는 고개를 반쯤 숙이고 바닥만 쳐다볼 뿐, 쥐 죽은 듯 조용해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조원철이 앉으라 명했기에 망정이지, 본래 이런 자리라면 강유영은 서 있어야 마땅했다. 아니, 애초에 낄 수조차 없는 자리였다."서왕과는 어찌 된 일이냐."조원철이 조연화를 쏘아보았다. 그의 눈빛이 무척이나 매서웠다."아무, 아무 일도 아닙니다."찔리는 게 있는 조연화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 한씨를 쳐다보았다. 도와달라는 눈빛이었다.이 일은 당분간 오라버니에게 비밀로 하라 어머니가 신신당부했었다. 하지만 조원철은 이미 눈치를 챈 듯했다. 대책이 필요했다.평소 조원철은 그녀에게 유독 엄격했다. 그녀는 뼛속 깊이 그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막상 그가 캐묻기 시작하자 두려움과 걱정이 물밀듯 밀려왔다.하지만 두려움보다 걱정이 앞섰다.이 혼사는 그녀가 오매불망 바라던 자리였다. 연모하는 사내의 곁에 서고 덤으로 부귀영화까지 누릴 수 있다. 황성의 여인이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혼처였다.오라버니가 서준과의 혼인을 허락하지 않을까 봐 가슴이 졸아들었다."네가 말해 보거라."조원철이 강유영을 힐끗 보며 말했다.강유영은 몸을 꼿꼿이 세웠다. 크지 않은 목소리였으나 한 글자 한 글자가 또렷했다.그녀는 조연화를 한 번 쳐다보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오늘 연화 아씨의 병문안을 왔다가 서왕 전하께서 방에 계신 것을 보았습니다. 전하께서는 손수 아씨께 탕약을 먹여주고 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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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3화

조원철은 더 이상 긴말하지 않았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한씨에게는 그를 설득할 여지조차 남지 않았다."원철아...."한씨가 다급히 따라 일어나며 그를 불렀다.조원철은 문지방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두 사람을 돌아보았다."어머니께서 제 뜻대로 하지 않으신다면, 훗날 무슨 일이 생겨도 제게 찾아오지 마십시오."말을 마친 그는 미련 없이 문지방을 넘어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어머니, 더 하명하실 일이 없으시면 저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강유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씨에게 예를 올렸다."가보거라."한씨는 조원철이 남긴 말 때문에 속이 타들어 갔다. 강유영을 붙잡고 트집을 잡을 여유도 없었다.그녀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강유영은 몸을 돌려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어머니, 오라버니가 이 일을 어찌 아셨을까요. 필시 저 망할 강유영이 첩으로 가기 싫어 고자질을 한 것입니다. 이제 어쩌면 좋습니까."조연화는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다급해했다. 그녀는 눈시울을 붉힌 채 한씨의 팔을 부여잡고 마구 흔들었다.고생 끝에 간신히 얻어낸 혼사였다. 게다가 서준도 자신에게 마음을 내비쳤다.그런 귀한 혼사를 오라버니가 이토록 매몰차게 막아서다니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조급해하지 말거라."한씨는 그녀의 손을 토닥이며 달랬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네 오라비 성격을 알지 않느냐. 한 번 결정한 일은 절대 무르지 않는다. 아무래도....""싫습니다!"조연화는 그 말에 발끈하여 왈칵 눈물을 쏟았다."혼사란 본디 부모의 명과 매파의 말에 따르는 법입니다.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허락하셨거늘, 오라버니가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하신단 말입니까!"그녀는 분통을 터뜨리며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모든 일이 이미 다 정해진 마당이었다. 오라버니의 말 한마디에 다 된 혼사를 엎을 수는 없었다."네 오라비도 다 널 위해서 그러는 거다."한씨의 얼굴에 망설임이 스쳤다."서왕이 널 고이 데려갈 리 없다고 하지 않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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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4화

"어머니!"조연화는 몹시 부끄러워하며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씨의 어깨에 묻었다.두 모녀는 소리 내어 웃었다.강유영이 청설원을 빠져나왔을 때, 조원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정원의 오솔길을 따라 요월원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때 덤불 뒤에서 불쑥 조원철이 나타나 그녀의 앞길을 막아섰다.강유영은 걸음을 멈추고 까만 눈동자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십니까."일부러 이곳에서 기다린 것을 보니 분명 무슨 용건이 있는 듯했다."이틀 정도 자리를 비울 것이라 미리 말해두려 했다."조원철은 그녀를 응시했다. 평소와 달리 한결 부드러운 말투였다."어디로 가십니까?"강유영은 무의식중에 묻고는 눈을 깜빡이며 덧붙였다."그럼 인주에는 가시지 않는 겁니까?"무턱대고 행선지부터 묻는 것이 행여 그를 지나치게 신경 쓰는 것처럼 보일까 염려스러웠다. 그래서 서둘러 말을 보탠 것이다."군영을 순시하러 간다. 모레쯤 돌아올 거다."조원철은 첫 질문에 먼저 답하고 말을 이었다."인주 식량 창고 건은 이미 사람을 보냈으니 걱정하지 마라. 이틀 동안 답답하겠지만 당분간 요월원에 머물러 있거라.""전 괜찮습니다."강유영은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신발만 내려다보았다.그가 이런 식으로 말을 건네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먼 길을 떠나는 지아비가 부인에게 당부의 말을 남기는 꼴이었다.그런 기분이 그녀를 몹시 불편하게 만들었다."내게 할 말은 없느냐."조원철이 불쑥 물었다."예?"강유영의 백옥 같은 얼굴에 옅은 홍조가 번졌다.그의 말투는 평소처럼 담담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안에서 묘하게 자신을 놀리는 기색을 읽어냈다."몸조심하시고 일찍 돌아오십시오, 그리 말해야지."조원철이 돌연 상체를 숙여 다가오더니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강유영은 뒷걸음질을 쳤다. 얼굴이 한층 더 붉게 달아올랐다.그녀는 마른침을 삼켰다. 기다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심장이 요동쳤다.이런 요구를 하다니. 영락없이 먼 길을 떠나는 낭군을 배웅하는 부인이 할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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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5화

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러는지 모를 일이었다.조원철은 그녀를 보며 낮게 소리 내어 웃었다.그녀는 이마를 감싸 쥔 채 까만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놀란 새끼 사슴처럼 생기발랄하고 앳된 모습이었다. 길고 가지런한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고, 코끝마저 옅은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웃음이 나오십니까!"강유영은 부끄럽고 화가 나 그를 왈칵 밀치고는 도망치듯 몸을 돌려 달아났다.조원철은 제자리에 선 채 꽃덤불 뒤로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눈에 담았다. 그녀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시선을 거둔 그가 몸을 돌려 떠나려던 찰나였다.강유영이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원철 오라버니."그는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꽃덤불 뒤에 선 그녀의 새빨갛게 달아오른 뺨이 꽃보다 더 고왔다."오씨 어멈은 어디 계십니까."강유영은 턱을 치켜들었다. 따져 묻는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하지만 목소리가 워낙 앳되고 부드러워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오히려 사랑스럽게 들릴 뿐이었다.조원철의 눈가에 다시금 웃음기가 맺혔다."네 처소로 돌아가 보거라."강유영은 그 말을 듣자마자 휙 돌아서서 잰걸음으로 되돌아갔다.그가 저리 말하는 것을 보니 오씨 어멈이 돌아온 것이 틀림없었다.처소에 들어서자, 회랑 아래서 단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오씨 어멈의 모습이 보였다."어멈!"강유영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종종걸음으로 달려갔다."아씨, 오셨습니까."오씨 어멈과 단비의 얼굴에도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이틀 동안 강유영은 제법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오씨 어멈이 곁에 돌아오니 마음이 든든했다. 게다가 본래도 밖으로 나도는 것을 즐기지 않는 성정이었다. 처소에 틀어박혀 책을 읽고 화초를 가꾸는 일상만으로도 충분히 평온했다.끼니마다 조원철의 사람들이 신선한 음식들을 들여왔다. 덕분에 그녀는 식사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필요도 없었다.물론 조씨 노부인은 여전히 그녀를 핍박했다. 주방에서도 식사를 보내오긴 했으나 대부분 형편없는 찬들이었다.어차피 굶는 것도 아니니 굳이 따질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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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6화

오후, 낮잠에서 깬 강유영은 방 안에서 세수를 하고 있었다. 단비가 곁에서 시중을 들었다."아씨, 이대로 채비를 마치고 해 질 무렵에 출발하시면 되겠습니까."단비가 물었다.강유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화장대 앞에 앉았다."아씨, 청운님이 오셨습니다."서유가 방으로 들어오며 고했다."이 시간에 어쩐 일로?"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서유를 바라보았다.가장 먼저 조원철이 돌아왔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세자께서 돌아오셨습니다."서유가 웃으며 말했다."청운님을 시켜 의복과 장신구를 보내셨습니다. 오늘 밤 연회에 가실 때 입으시라 하셨습니다.""들여오거라."강유영은 대수롭지 않게 일렀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구리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얼굴을 꼼꼼히 닦아냈다.서유는 밝게 대답하고는 웃으며 밖으로 뛰어 나갔다.서유의 눈에 강유영은 이제 세자를 예전만큼 거부하지 않는 듯했다. 평소 같으면 세자가 옷이나 장신구를 보내왔을 때 내심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받아들였다. 모든 일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사실 강유영 본인은 거기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조원철이 물건을 보내온 횟수가 하도 많다 보니 이미 익숙해진 탓이었다. 그녀는 이 상황이 전혀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했다.서유가 곧바로 옷과 장신구를 받쳐 들고 들어왔다."아씨, 이것 좀 보세요. 색깔이 참으로 곱습니다."그녀가 쟁반을 내려놓으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강유영은 쟁반에 담긴 옷을 힐끗 보았다."들어보거라."그녀가 짧게 지시했다."예."서유가 옷을 집어 들고 넓게 펼쳤다."색이 정말 예쁩니다. 아씨, 한번 입어 보십시오."단비가 다가가 옷을 넘겨받아 강유영의 시중을 들었다.강유영은 금박을 흩뿌린 가벼운 붉은색 치마로 갈아입었다.그녀의 가녀린 몸 선이 단아하게 살아났다. 평소 입던 수수한 옷차림처럼 이슬만 먹고 사는 듯한 맑은 분위기와는 달랐다. 화사한 색감이 그녀의 얼굴을 더욱 생기 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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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7화

"아씨, 이쪽입니다."시녀가 앞장서며 길을 안내했다."연회장이 정원에 마련되어 있느냐."강유영은 까만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주변을 살폈다.이미 전청을 지나온 참이었다. 시녀가 안내하는 길은 명백히 정원을 향하고 있었다.날이 제법 쌀쌀해졌다. 서준이 이 날씨에 정원에 연회를 베풀었을 리 만무했다.그녀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앞서가는 시녀를 훑어보았다. 서준을 믿지 않으니 자연스레 경계심이 곤두섰다.서유와 단비도 그녀의 뒤에 바짝 붙어 주변을 샅샅이 경계하고 있었다."본 연회는 전청에 마련되어 있습니다."시녀가 대답했다."허나 서왕 전하께서 아직 시간이 이르니 빈객들을 먼저 정원으로 모시라 명하셨습니다. 그곳에서 담소를 나누며 대기하실 수 있도록 말입니다."앞쪽에서 어렴풋이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야 강유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속 의심을 거두었다.회랑을 에둘러 가자, 과연 정자 안팎으로 빈객들이 가득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사람들은 꽃과 나무 사이에 삼삼오오 모여 한가롭게 이야기꽃을 피웠다. 제법 소란스럽고 활기찬 풍경이었다."이쯤이 좋겠구나."강유영은 걸음을 멈추고 눈에 띄지 않는 구석 자리를 골라 섰다."예."시녀는 얌전히 예를 올리고 머리를 조아리며 물러났다.강유영은 주위를 쓱 둘러보았다. 조원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대신 정자 안에 나란히 앉아 있는 서준과 조연화가 눈에 띄었다. 주위 사람들이 너도나도 두 사람을 에워싸고 비위를 맞추는 중이었다.한 사람은 화사하고 생기발랄했고, 한 사람은 삐딱하고 자유분방했다. 지금 저 구도만 놓고 보면 조연화와 서준은 제법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강유영은 굳이 다가갈 마음이 없었다.소란스러운 틈에 끼는 것은 딱 질색이었다. 그저 얌전히 연회를 마치고 무사히 저택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었다."강 소저, 전하께서 모셔 오라 하십니다."길을 안내했던 시녀가 다시 돌아와 공손히 입을 열었다.강유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정자 쪽을 바라보았다.비스듬히 기대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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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8화

"숙부님, 제가 마음에 둔 소저입니다."서준의 말투는 한가로웠으나, 강왕을 힐끗 보는 눈빛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강왕은 실실 웃으며 강유영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조연화를 쳐다보았다."미인이 둘이나 되는데 네가 다 차지했구나."조연화는 질색하며 서준의 곁으로 몸을 숨겼다.시선이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불쾌감이 치밀었다. 서준이 대체 무슨 속셈으로 이런 자를 연회에 불렀는지 모를 일이다."숙부님의 부저에 있는 미인들로는 부족하십니까."서준이 그를 흘겨보며 코웃음을 쳤다.그의 황숙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집투성이인 인간이었다. 그중에서도 여색을 밝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저택에 그토록 많은 여인을 거느리고도, 밖에 나와 곱상한 여인만 보면 시선을 떼지 못했다."미인이야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니더냐."강왕은 강유영을 다시 힐끗 쳐다보고는 아쉬운 듯 시선을 돌렸다.이내 그 추잡한 눈길이 강유영의 뒤에 선 서유에게 닿았다.저 시녀의 얼굴도 제법 곱상했다. 뻣뻣하게 굳어 있는 목석같은 미인들보다 오히려 흥미로워 보였다."전하, 저쪽으로 가서 좀 걸으시지요."조연화가 서준의 팔을 끌어안으며 콧소리를 냈다.오늘 연회는 그녀를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서준이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그녀를 각별히 여긴다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이곳에서 강왕에게 불쾌한 시선을 받느니, 서왕이 자신에게 얼마나 다정한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강유영은 그 틈을 타 공손히 예를 올렸다."그럼 두 분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겠습니다."그녀는 서준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서둘러 정자를 빠져나왔다.강왕의 끈적한 시선을 더는 견디고 싶지 않았다."가자꾸나."서준은 조연화의 청을 순순히 들어주었다.정자에는 강왕 혼자 남게 되었다. 그는 텅 빈 정자와 강유영이 사라진 방향을 번갈아 보며 입맛을 다셨다.조연화는 서준의 팔을 낀 채 정원을 가볍게 거닐었다. 주위에서 쏟아지는 부러운 시선들을 만끽했다.두 사람이 긴 회랑에 다다랐을 때였다. 조연화가 고개를 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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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9화

"안 됩니다, 전하…."조연화는 다급한 마음에 서둘러 그의 손을 붙잡았다.서준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애가 탄 조연화는 엉겁결에 속마음을 내뱉고 말았다."전하께서는 정녕 강유영도 원하지 않는 겁니까?"조연화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서준이 자신과의 혼사를 승낙한 가장 큰 이유는 강유영을 첩으로 데려오겠다는 약조 때문이었다.강유영이 뼈에 사무치도록 미웠지만, 이 혼사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그녀를 미끼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유영이는 널 따라 왕부에 들어올 마음이 없어 보이더구나."서준이 흥미롭다는 듯 조연화를 쳐다보았다."그게 뭐가 어렵겠습니까."조연화가 주위를 쓱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췄다."유영이가 제법 고집이 세다는 것은 저도 압니다. 허나 여인에게는 으레 약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마침 오늘 그 애가 왕부에 와 있으니, 전하께서 먼저 그 애를 취하시어…."아무리 그래도 명색이 미혼의 규수였다. 조연화는 차마 말을 맺지 못하고 귓바퀴까지 붉게 달아올랐다."나더러 그 아이를 억지로 안으라는 뜻이냐."서준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녀를 응시했다.여우 같은 눈매에 묘한 이채가 맴돌았다. 미소를 짓는 것 같기도 했다. 그는 그저 뚫어지게 쳐다볼 뿐, 기쁜 건지 노여워하는지 도무지 속내를 읽을 수 없었다.조연화는 그의 시선에 짓눌려 마른침만 삼켰다. 말문이 막혔다.마음이 급해 생각나는 대로 지껄인 것이 화근이었다. 진국공부의 적녀가 입에 담을 만한 얄팍한 수가 아니었다.서준이 자신을 헤프다 여길지도 모른다. 이토록 천박한 수작을 부리다니, 속이 썩어 문드러진 여인이라 경멸할 것이 틀림없다.조급함에 눈이 멀어 헛소리를 내뱉은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이 말 한마디 때문에 다 된 혼사가 엎어질지도 모른다."그것도 꽤 괜찮은 방법이겠구나."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주시했다. 느릿한 목소리와 함께 입가에 속을 알 수 없는 미소가 번졌다.조연화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그녀가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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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0화

조연화는 심장이 요동쳤다.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그건… 허나 그리되면 제 명성에 흠집이 날 것입니다…."서준의 제안이 솔깃하긴 했다. 허나 명성에 흠집이 생기는 것은 감당하기 버거운 일이었다.그녀는 황성에서 나고 자란 귀족 가문의 여식이었다. 규수에게 명성이 얼마나 중한지 뼛속 깊이 알고 있었다. 마음이 흔들리면서도 섣불리 그의 제안을 승낙하지 못하는 이유였다."훗날 네가 화려한 혼수를 대동하고 왕부에 들어와 성대하게 왕비 자리에 오르면, 그깟 사소한 흠집을 누가 신경 쓰겠느냐. 나도 누군가에게 억지로 강요하는 성미는 아니다. 내 말은 여기까지니, 정 싫다면 그만두자꾸나."서준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옷자락을 털어냈다.제 명성 귀한 줄은 아는 모양이었다. 강유영의 명성은 안중에도 없으면서 말이다.그가 보는 앞에서도 이토록 대놓고 강유영을 괴롭히려 들고 있으니, 어려서부터 지금껏 강유영이 진국공부에서 얼마나 많은 억울함을 당했을지 안 봐도 뻔한 일이었다.오늘 강유영을 대신해 그 죗값을 치르게 할 생각이었다. 겸사겸사 조원철의 속을 뒤집어 놓기에도 제격이다. 일거양득이었다.조연화는 입술을 깨물며 망설였다. "관두자꾸나. 나 먼저 가마."서준이 한숨을 내쉬며 걸음을 옮겼다.그는 속으로 계산을 마친 상태였다. 이리 물러서는 척하면 조연화를 쉽게 구워삶을 수 있다."전하, 저는…."조연화는 그의 예상대로 다급히 그를 불러 세웠다.서준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전하의 뜻대로 하겠습니다."그녀가 한 걸음 다가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부끄러운 듯 입을 열었다."그래야지."서준이 옅게 웃었다. 무척 만족스러운 눈치였다."전하, 부디 저를 저버리지 마십시오…."조연화는 수줍게 고개를 숙였다. 훗날 왕비가 되어 부귀영화를 누릴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당연한 소리를. 가자꾸나."서준이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두 사람은 나란히 전청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하늘에 완전히 어둠이 깔렸다.서왕부 전청에는 화려한 등이 높이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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