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Bab 851 - Bab 860

1209 Bab

제851화

"이쪽은 내 사촌 동생인 하세욱이네."태자비가 미소를 지으며 소개했다."아우야, 이쪽이 바로 진국공부의 양녀란다."하세욱은 강유영을 살피더니, 제법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강 소저, 말씀은 많이 들었소."그는 먼저 강유영에게 다가와 알은체를 했다.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며 가볍게 목례를 했다.향냄새가 너무 진했다.몸에서 풍기는 향이 어찌나 독한지, 한 걸음만 더 다가오면 냄새에 취해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이목구비는 꽤나 반듯하여 모난 데는 없었으나, 수려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예전에 서유가 한가할 때 태자비의 사촌동생에 대해 일러준 적이 있었다.그는 외출할 때면 늘 진한 향을 피우고 요란하게 치장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태자를 뒷배 삼아 태복시에 은자를 주고 작은 벼슬자리를 꿰찼다고 한다. 동료 관리들은 뒤에서 그를 공작새라 부르며 조롱했다.사촌 누이가 태자비라고 그 위세를 믿고 대단한 인물이라도 되는 양 거들먹거리는 자였다. 나이가 제법 찼음에도, 눈높이에 맞는 규수를 찾지 못해 스물다섯이 되도록 혼인도 하지 못했다.강유영은 입술을 꾹 깨문 채 고개를 숙이고 침묵을 지켰다.태자비가 불쑥 하세욱을 부른 것은 선을 보게 할 작정인 듯했다. 강유영이 하세욱에게 시집가겠다고 고개만 끄덕이면, 서왕의 측비 자리에 들어갈 일은 영영 사라진다. 태자비의 목적이 바로 그런 것일까?하지만 혼사를 논하려면 으레 매파를 먼저 보내 집안 어른들끼리 상의를 거치는 게 순서였다.명문가 출신인 태자비가 이런 예법을 모를 리 없었다. 그런데도 다짜고짜 하세욱을 불러들여 안면부터 트게 만들었다.이는 태자비가 속으로 그녀를 무시하고 있으며, 제멋대로 주물러도 되는 존재로 여긴다는 뜻이었다."자, 앉아서 얘기 나누자고."태자비가 웃으며 두 사람에게 자리를 권했다.세 사람은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시작했다.강유영에게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앞에 놓인 음식을 젓가락으로 뒤적이며, 이 자리에서 빠져나갈 구실만 생각했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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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2화

하세욱에게 시집갈 바엔, 차라리 서왕의 측비로 들어가는 편이 나았다.물론 그저 속으로 저울질을 해본 것일 뿐, 그녀는 당장 누구와도 혼인할 생각이 없었다."뭐가 그리 급한가."태자비가 강유영의 팔을 붙잡고는 미소 지으며 해명했다."언짢게 생각하지 말게. 오늘 마침 외출했다가 동생과 마주쳐 우연히 자리를 마련한 것뿐이니. 만약 그대와 내 동생의 마음이 맞는다면, 당연히 정식으로 매파를 보내 예법대로 격식을 갖출 것이네. 결코 자네의 체면을 깎아내릴 의도는 없었어.""마마의 호의는 깊이 새기겠사옵니다. 허나 소녀는 일개 양녀에 불과하여 하 공자와는 신분이 맞지 않습니다……."강유영은 완곡하게 거절의 뜻을 비쳤다.하지만 하세욱은 말귀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모양인지 대뜸 그녀의 말을 잘랐다."소저의 출신이 미천한 것은 사실이나, 난 옹졸하게 그런 걸 따지는 사람이 아니오. 우리 가문으로 시집오기만 한다면 소저의 신분도 자연스레 귀해질 텐데 무슨 걱정이오."강유영은 기가 차서 대꾸할 말조차 잃고 태자비만 바라보았다.하세욱이란 자는 참으로 무능하면서도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보아하니 강 소저가 내 동생을 영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눈치로군."태자비는 가볍게 웃으며 굳이 강요하지 않았다."아우야, 넌 그만 돌아가 보거라.""참 나, 이게 무슨 상황이람. 진짜 출신도 모르는 것이 분수도 모르고 감히 나를 걷어차? 내가 눈길 한 번 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할 년이, 재수 없게……."하세욱은 단박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더니 욕설을 내뱉고는 옷소매를 떨치며 방을 나갔다.강유영은 그의 천박한 폭언은 못 들은 척 무시했다. 저급한 사내와는 실랑이를 벌일 가치조차 없었다.그녀는 태자비의 손에 이끌려 다시 자리에 앉았지만, 속은 타들어 가고 있었다.태자비는 그녀를 순순히 보내줄 기색이 아니었다. 대체 뭘 하려는 걸까?"이 요리들은 경성에서도 손꼽히는 일품요리라네."태자비가 웃으며 강유영을 살폈다."어찌 젓가락을 들지 않는가.""소녀는 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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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3화

일이 순조롭게 풀린다면 태자는 동궁의 자리가 위태로워질 것이다.이토록 중대한 순간에 태자비가 불쑥 강유영을 따로 불러내어 억류했다.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조원철이 잠시 고민하다가 청운에게 물었다."이 사건을 서왕 역시 은밀히 조사하고 있었느냐."태자가 그와 강유영의 내밀한 관계를 알 리 만무했다. 강유영을 미끼로 그를 협박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그의 머릿속에 서준이 떠올랐다."소인도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청운이 대답했다."태자와 사활을 걸고 대립하는 서왕 전하께서 태자의 목줄을 쥘 기회를 놓칠 리 없습니다. 게다가 결정적인 물증을 우리가 아직 확보하지 못했으니, 서왕 전하의 손에 들어갔을 확률이 높습니다."조원철이 묵직하게 입을 뗐다."경성으로 돌아간다."그는 몸을 돌려 막사 안의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청운은 명을 받들고 말을 대령하러 움직였다."조원철."그때, 멀지 않은 어둠 속에서 누군가 조원철을 불렀다. 조원철은 걸음을 멈추고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았다.서준이 여유로운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군영 한가운데임에도 일말의 긴장감이나 각 잡힌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제집 정원을 산책하듯 여유로웠다."서왕 전하께서 이곳엔 어쩐 일이십니까."조원철은 무미건조한 어투로 물었다."그런 허레허식은 생략하자고. 별일도 없는데 이 늦은 밤에 그 먼 길을 달려 자네를 찾아올 리 없지 않은가."서준은 그의 앞까지 다가와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말씀하시지요."조원철은 제자리에 선 채 여전히 서늘한 얼굴을 유지했다."살인 사건 조사는 진척이 좀 있는가?"서준이 팔짱을 낀 채 조원철을 쳐다보며 물었다."황명을 받들어 조사 중입니다. 결과가 나오면 폐하께 직접 고할 것이고 전하께서 신경 쓰실 일이 아닙니다."조원철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선을 그었다."유영이가 태자의 손에 붙잡혀 있네."서준은 말을 마치고 뒤돌아선 그의 등 뒤에 대고 말했다.조원철의 걸음이 우뚝 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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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4화

조원철은 별실 문을 열었다.상석에 앉은 태자비는 시선을 내리깐 채 찻잔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탁자 위에는 요리가 가득했지만 젓가락을 댄 흔적은 거의 없었다.왼쪽 아래 자리에는 식기가 놓여 있었고, 접시에는 먹다 남은 음식이 조금 남아 있었다.별실 안쪽에는 병풍으로 분리해 둔 공간이 있었다. 술을 마시다가 쉴 수 있도록 마련된 곳이었다.조원철은 주변을 힐끗 살폈다. 안쪽 평상 위는 비어 있었다.이 별실 안에는 태자비 한 사람뿐인 듯했다.병풍 뒤, 강유영은 건장한 어멈 서넛에게 잡혀 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차가운 바닥에 등이 닿은 채, 거친 손이 그녀의 입을 꽉 틀어막고 있었다. 손목과 발목 어멈들에게 결박당해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그녀는 병풍 바로 너머에서 들려오는 조원철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바로 사력을 다해 발버둥 치며 작은 기척이라도 내어 조원철에게 신호를 보내려 했다.하지만 작은 신음조차 새어 나가지 못했다. 억센 어멈들을 당해낼 재간은 없었다. 눈시울이 붉게 달아오르고, 결박당한 사지가 욱신거렸다.조원철이 들이닥치기 직전, 시녀 하나가 다급하게 달려와 태자비에게 고했다."마마, 진국공부 세자가 주루 아래에 당도했습니다!"태자비는 순간 당황했으나, 바로 평정을 되찾았다.그녀는 즉시 밖에 대기하던 어멈들을 불러들여 강유영을 제압하고 병풍 뒤에 숨기게 했다.강유영은 도망칠 틈도 없이 순식간에 제압당해 바닥에 짓눌렸다."세자가 어쩐 일로 불쑥 찾아오셨는가."태자비는 조원철을 보자 놀란 듯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이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의 방문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듯 태연한 얼굴이었다."날이 늦어 아버지의 명을 받고 누이를 데리러 왔습니다."조원철은 태자비를 보며 무심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누이를 데리러 왔다?"태자비가 가볍게 웃었다."세자는 평소 차가운 사람이라 들었는데, 여동생은 참으로 살뜰히 챙기는군."단아하고 기품 있는 자태로 미소 짓는 모습이 무척이나 온화해 보였다."마마께 여쭙겠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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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5화

"사실 나도 강 소저를 그리 매몰차게 대하고 싶지는 않네. 그저 내 자리가 자리인지라 그리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지. 명색이 태자비인데 태자 전하의 뜻을 거역할 수는 없지 않은가."태자비는 시선을 내리깔더니 잠시 뜸을 들이고 말을 이었다."서왕을 이미 만나고 오는 길이겠지? 세자도 내 뜻을 짐작할 것이네. 지금 세자가 데리고 있는 그 증인은 강 소저의 목숨을 좌우할 것이네. 세자처럼 영특한 사내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는 나보다 잘 알겠지."그녀는 조원철이 자신의 경고를 이해했으리라 믿었다."마마, 빙빙 돌리지 마시고 뜻을 명확히 말씀해 주십시오."조원철은 여전히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태자비를 주시했다."세자처럼 똑똑한 이가 내 뜻을 정말 몰라 묻는 건가? 좋네, 솔직히 말하지. 자네와 서왕이 손에 쥔 증거를 모조리 동궁으로 넘기게. 그리하면 강 소저의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무사히 돌려보내겠네. 그뿐만 아니라 경성 천지에 그 아이를 건드릴 자가 없도록 직접 뒤를 봐주겠네. 정 원한다면, 번듯하고 훌륭한 혼처까지 주선해 주지."태자비는 조원철을 응시하며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듣기 좋은 말 속에는 섬뜩한 협박이 담겨 있었다.강유영의 목숨을 담보로 조원철이 쥔 태자의 결정적 약점을 내놓으라는 협박이었다. 훌륭한 혼처 운운하는 것은 그저 발린 소리에 불과했다.조원철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그는 태자비를 뚫어지라 응시했다.돌연, 그는 가볍게 소리 내어 웃었다. 하지만 눈에는 일말의 온기도 담겨 있지 않았다."세자, 뭐가 그리 우스운가?"태자비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마마께서는 강유영을 뭐라 생각하십니까."조원철의 음성에는 어떠한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그야 당연히 세자의 누이이자, 진국공부의 소중한 식구 아니겠는가."태자비는 이미 승기를 잡았다는 듯 온화하게 웃으며 대답했다."그 아이는 그저 진국공부에 얹혀사는 양녀일 뿐입니다. 가문의 대의 앞에서는 깃털보다 가벼운 존재지요. 마마께서는 어찌하여 제가 고작 양녀 하나 살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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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6화

조원철의 눈에 그녀는 진국공부의 대의 앞에 언제든 버려도 무방한 하찮은 양녀에 불과했다.강유영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심장을 무자비하게 쥐어짜는 듯, 끔찍한 고통에 숨이 막혔다."세자! 서왕이 무얼 약조했든, 동궁에서는 그 두 배로 보상하겠네!"태자비가 다급히 방을 나서며 멀어지는 조원철의 등 뒤에 대고 외쳤다.하지만 조원철은 걸음 한 번 멈추지 않았다. 그는 태자비의 외침을 듣지 못한 사람처럼 복도 끝으로 빠르게 사라졌다."당장 저 계집을 끌고 나와 마차에 태워라."태자비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었다. 방금 전까지 자애롭던 음성은 온데간데없이 살벌한 명이 떨어졌다.강유영은 어멈들의 거친 손길에 질질 끌려 병풍 뒤에서 나왔다.눈물범벅이 된 얼굴과 헝클어진 옷매무새가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강 소저, 너무 슬퍼하지 말게. 나도 자네를 이리 험하게 다루고 싶진 않았어. 자네 오라비가 자네 목숨보다 손에 쥔 증거를 더 중히 여겨 거절하니 나로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지 않은가. 잠시 고초를 견뎌야겠군."태자비는 강유영의 곁으로 다가가 흘러내린 옆머리를 쓸어 넘겨주며 다정하게 속삭였다.행동과 어투는 다정하고 친근했으나, 내용은 악랄하기 그지없었다.그녀는 강유영이 두려움에 질려 눈물을 흘린다고 여길 뿐, 그녀가 우는 진짜 이유는 알지 못했다.강유영은 고개를 틀어 태자비의 가증스러운 손길을 피했다.지금 이 상황에서 가식적인 위로나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뭐, 괜찮아. 오라비가 자네를 버렸어도, 서왕 전하께선 필시 자네를 구하려 들 테니. 어디 조금만 더 기다려보지."태자비는 강유영의 반항에 개의치 않고 비릿하게 웃으며 명을 내렸다."끌고 가거라."강유영은 양팔을 등 뒤로 꺾인 채 두 어멈에게 질질 끌려 별실 밖으로 내동댕이쳐졌다. 그녀는 그렇게 인적이 드문 주루 뒷문을 통해 끌려 나갔다.초봄의 저녁 공기는 아직 쌀쌀했다. 매서운 밤바람이 얼굴을 때리자 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어둠에 서서히 눈이 익숙해지자, 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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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7화

강유영이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이들은 태자비가 그녀의 도주를 막기 위해 데려온 수하들이었다.태자비는 겉보기엔 단정하고 온화했으나, 실상은 주도면밀하고 속을 알 수 없는 여인이었다.물론 이 모든 판은 태자가 배후에서 조종했을 것이다.태자 부부는 과연 유유상종이었다.강유영은 태자비와 조원철이 나눈 대화를 미루어 보아, 황제가 또다시 조원철에게 태자의 뒤를 캐라 명한 듯했다.태자가 또 악행을 저지른 모양이었다.그리고 조원철은 그 증거를 찾아낸 것이다.서준 역시 이 사건을 쫓고 있는 듯 보였다.태자와 태자비는 그녀를 인질 삼아 조원철과 서준이 쥔 증거를 교환할 심산이었다.그녀 하나로 둘의 입을 막겠다니, 터무니없는 착각이었다.그들은 그녀가 조원철의 마음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너무 높게 평가했다. 오히려 제멋대로 구는 서준 쪽이 증거를 내놓을 확률이 더 높았다."형수."서준은 조금의 주눅 든 기색 없이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태자비를 불렀다.그가 대동한 수하는 십여 명에 달했고, 태자비의 수하는 고작 대여섯 명뿐이었다. 강유영을 구출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누군가 했더니 서왕이셨군요."태자비도 그를 마주보며 웃었다."이 늦은 시각에 어쩐 일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서로 다 아는 처지에 쓸데없는 소리는 생략합시다."서준은 가볍게 웃으며 받아쳤다."형수께서 유영이를 납치한 것도 결국 날 유인하기 위함 아닙니까. 이제 와서 모르는 척이라니."그는 조원철이 주루에 들어갈 때부터 줄곧 밖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강유영이 주루를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판단한 그는, 조원철이 떠난 뒤에도 사람을 시켜 주루의 앞문과 뒷문을 감시하게 했다.과연 기다린 보람이 있어 강유영이 끌려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매번 조원철이 영웅 행세를 하게 둘 순 없었다. 오늘은 드디어 그가 나설 차례였다.강유영이에게 그의 실력을 보여줄 기회였다."서왕이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다면, 내가 단순히 얼굴이나 보자고 이런 일을 벌인 게 아닌 것도 잘 알겠지요.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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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8화

주둔군을 사사로이 움직인 것은 역모와 다름없는 중죄였다.증인과 물증이 모두 황제의 손에 들어간다면, 태자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태자와 태자비가 다급하게 움직이는 이유였다."서왕도 참 농담이 지나치군요."태자비는 미소를 머금은 채 느릿하게 대꾸했다."내가 조원철에게서 순순히 증인을 넘겨받을 수 있었다면, 굳이 수고스럽게 강 소저를 반나절이나 곁에 데리고 있었겠습니까. 이 일은 번거롭더라도 서왕이 직접 사람을 데려와 주어야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그동안 강 소저는 내가 다치지 않게 잘 보살펴 드리죠. 서왕이 증인과 물증을 넘기는 날, 강 소저도 무사히 돌려보낼 겁니다. 두 사람의 혼인 잔치에서 축배를 들 날만 고대하고 있지요."그녀는 턱을 치켜들며 오만하게 말했다. 서준이 자신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으리라 여긴 것이다."내가 거절한다면요?"서준이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며 미소를 지었다."이리 나오니, 강 소저를 향한 서왕의 마음도 진심은 아니었던 모양이군요."태자비는 슬그머니 강유영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농담입니다. 일단 이것부터 받으세요."말을 마친 서준은 손에 든 보따리를 허공으로 던졌다.태자비를 향해 던진 것이 아니라 엉뚱하게 텅 빈 어둠 속으로 내던졌다.태자비와 호위 무사들의 시선은 반사적으로 날아가는 보따리를 좇았다."쳐라!"서준은 그 틈을 타서 앞으로 뛰어 나갔다.남풍과 수하들도 약속이라도 한 듯 태자비의 무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서준은 허공을 가르며 강유영 쪽으로 다가갔다.왼팔로 어멈 한 명을 가격해 쓰러뜨리고, 주먹으로 다른 어멈마저 넘어뜨렸다.결박이 느슨해지자 강유영은 틈을 놓치지 않고 몸을 돌려 내달렸다.하지만 태자비의 수하들도 만만치 않았다. 바닥에 쓰러졌던 어멈이 손을 뻗어 강유영의 발목을 잡았다.나머지 어멈들 역시 도망치기는커녕 달려들어 강유영의 퇴로를 막아섰다.서준은 삐딱하게 고개를 틀고 태자비를 향해 웃었다."형수님은 모르시겠지만, 내가 릉우에서 험한 꼴을 겪으며 주먹질 하나는 제법 쓸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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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9화

동궁 친위대의 병력은 수적으로 우세하나 정예라 보기는 어려웠다. 반면 서준이 거느린 십여 명의 수하는 충분히 일당 백을 할 수 있는 자들이었다.게다가 오늘 일의 원인은 태자에게 있었다. 그는 증거를 없애려 강유영을 납치하고 협박까지 일삼은 것이다.이 모든 사실이 황제에게 전해진다면, 태자가 서준을 죽여 입막음을 하지 않는 한, 빠져나갈 길이 없었다. 그러지 않고 서준이 황제를 찾아가 사연을 까발린다면 태자는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 될 것이다."끝내 나와 사생결단을 내겠다는 뜻이냐."태자의 시선은 태자비를 지나쳐 서준에게 향했다.서준은 태자의 표정이 달라진 것을 보고 본능적으로 시선을 돌렸다.그 순간, 그의 눈빛이 요동쳤다.태자비가 손에 단도를 잡고 강유영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차가운 칼날이 살갗에 닿자 강유영은 온몸이 굳었다.그녀는 입술을 깨문 채 서준과 태자가 서 있는 쪽만 주시하며 숨을 죽였다. 문득 자신이 조연화의 목에 칼을 들이밀었던 일이 머리를 스쳤다.칼끝이 숨통을 겨누는 두려움은 생생했다. 무섭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하지만 겁에 질려 떤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었다.그녀는 짧게 심호흡을 하며 허리를 곧게 세웠다."강 소저, 험한 꼴을 보여 미안하네."칼을 들이민 상황에서도 태자비의 목소리는 다정했다.강유영은 실소를 터뜨렸다."이 상황에서 가식적인 예의는 필요 없습니다."태자비는 참 위선적인 여인이었다. 어찌 매 순간 겉과 속이 다를 수 있는 걸까?태자비도 피식 웃으며 서준을 향해 소리쳤다."서왕, 강 소저의 목에서 피를 보고 싶지 않다면 태자 전하의 명대로 무기를 내려놓으시게.""그 아이를 상하게 하면, 태자부 전체를 쓸어버리겠다."서준은 실실 웃고 있었지만 눈에는 살기가 일렁였다. 그는 조용히 강유영을 바라보았다.칼이 목에 들어왔는데도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는 모습이 제법 독한 구석이 있었다. 물론 창백하게 질린 얼굴이 두려움을 말해주고 있긴 했다.태자도 꽤나 영리해졌다. 강유영의 목숨을 인질 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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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0화

강유영은 그 인영을 발견하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사방이 어두웠지만 단번에 그 그림자의 주인을 알아볼 수 있었다.조원철이었다.분명 자리를 떠났던 그가 돌연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조원철은 몸을 날려 가볍게 착지했다.그가 모습을 드러내고 태자비 곁에 당도하기까지는 찰나의 순간에 불과했다.갑작스러운 조원철의 등장에 태자비는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화들짝 놀랐다.미처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눈앞의 사내가 조원철이라는 사실을 알아보기도 전에 손목을 덥석 붙들리고 말았다.태자비는 억센 힘에 손목이 끊어질 듯한 고통을 느꼈다.그녀가 쥐고 있던 단도를 버티지 못하고 놓치자, 챙그랑 하며 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다음 순간, 태자비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녀는 그대로 곡선을 그리며 길가에 세워진 마차를 향해 날아갔다.다행히 곁에 있던 두 상궁이 재빨리 손을 뻗어 마차에 처박힐 뻔한 그녀를 부축했다.조원철의 움직임은 번개처럼 날랬다.한 손으로 태자비를 내팽개침과 동시에 다른 한 손으로는 강유영을 품에 안고 재빠르게 뒤로 물러섰다.강유영의 등 뒤로 단단한 가슴팍이 닿더니 익숙한 체향이 그녀의 온몸을 감쌌다. 옷깃 너머로 전해지는 따스한 온기 덕분에 그간의 모든 두려움을 단숨에 사라졌다.그녀는 조원철의 품에 온전히 기댄 채 묵직하고 규칙적인 심장 박동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 요동치던 불안감이 눈 녹듯 사라졌다.조원철은 원래 못하는 게 없는 사람이었다.강유영은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단 한 번도 의심해 본 적 없는 굳건한 믿음이었다."다친 곳은 없느냐."조원철이 고개를 숙이며 다정하게 물었다.강유영은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맞은편에서 태자가 음침한 얼굴로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은 강유영은 서둘러 자신의 허리를 감싼 조원철의 손을 슬며시 떼어 냈다.여기가 어디라고 이렇게 스스럼없이 행동한단 말인가.태자 부부에게 꼬투리라도 잡히면 큰일이었다.강유영은 슬쩍 옆으로 비켜섰다. 하지만 태자 부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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