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은 내 사촌 동생인 하세욱이네."태자비가 미소를 지으며 소개했다."아우야, 이쪽이 바로 진국공부의 양녀란다."하세욱은 강유영을 살피더니, 제법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강 소저, 말씀은 많이 들었소."그는 먼저 강유영에게 다가와 알은체를 했다.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며 가볍게 목례를 했다.향냄새가 너무 진했다.몸에서 풍기는 향이 어찌나 독한지, 한 걸음만 더 다가오면 냄새에 취해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이목구비는 꽤나 반듯하여 모난 데는 없었으나, 수려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예전에 서유가 한가할 때 태자비의 사촌동생에 대해 일러준 적이 있었다.그는 외출할 때면 늘 진한 향을 피우고 요란하게 치장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태자를 뒷배 삼아 태복시에 은자를 주고 작은 벼슬자리를 꿰찼다고 한다. 동료 관리들은 뒤에서 그를 공작새라 부르며 조롱했다.사촌 누이가 태자비라고 그 위세를 믿고 대단한 인물이라도 되는 양 거들먹거리는 자였다. 나이가 제법 찼음에도, 눈높이에 맞는 규수를 찾지 못해 스물다섯이 되도록 혼인도 하지 못했다.강유영은 입술을 꾹 깨문 채 고개를 숙이고 침묵을 지켰다.태자비가 불쑥 하세욱을 부른 것은 선을 보게 할 작정인 듯했다. 강유영이 하세욱에게 시집가겠다고 고개만 끄덕이면, 서왕의 측비 자리에 들어갈 일은 영영 사라진다. 태자비의 목적이 바로 그런 것일까?하지만 혼사를 논하려면 으레 매파를 먼저 보내 집안 어른들끼리 상의를 거치는 게 순서였다.명문가 출신인 태자비가 이런 예법을 모를 리 없었다. 그런데도 다짜고짜 하세욱을 불러들여 안면부터 트게 만들었다.이는 태자비가 속으로 그녀를 무시하고 있으며, 제멋대로 주물러도 되는 존재로 여긴다는 뜻이었다."자, 앉아서 얘기 나누자고."태자비가 웃으며 두 사람에게 자리를 권했다.세 사람은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시작했다.강유영에게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앞에 놓인 음식을 젓가락으로 뒤적이며, 이 자리에서 빠져나갈 구실만 생각했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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