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Capítulo 581 - Capítulo 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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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1화

서준이 강유영에게 내어준 거처는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강유영은 돌다리 위에 서서 태호석으로 쌓아 올린 돌산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아래 맑게 흐르는 연못에는 형형색색의 비단잉어들이 여유롭게 헤엄치고 있었다.손가락을 꼽아보니, 서왕부에 발을 들인 지도 어언 닷새가 지났다.겉으로 보기에 서준은 그녀의 자유를 구속하지 않았다. 허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서왕부 안에서만 허락된 자유였다. 행여 밖으로 나설 때면 그는 어김없이 그녀의 곁을 지켰다.지난 며칠 동안, 그는 그녀를 이끌고 번화한 저잣거리를 누비는가 하면, 교외의 사찰로 데려가 불공을 드리기도 했다. 억지로 끌려가다시피 한 외출이었다.강유영은 그의 속내를 훤히 꿰뚫고 있었다. 온 황성 사람들에게 그녀가 서왕의 측비가 되기로 승낙했다는 사실을 떠벌리려는 수작이 분명했다.이 소문은 필시 진작에 황성 전역에 쫙 깔렸을 테고, 그녀의 명절 역시 바닥으로 추락했을 것이다.대옥에 갇힌 조원철이 이 소식을 들었을까.그는 그녀가 다른 사내, 특히 서준과 가까이 지내는 것을 몹시도 꺼렸다. 서준이 이토록 요란하게 구는 것은 그녀의 퇴로를 완전히 끊어놓으려는 얕은수이자, 조원철의 속을 뒤집어놓으려는 악의적인 심산이었다.조원철이 대옥에서 풀려난 뒤 이 꼴을 본다면 또 어찌 반응할지 모를 일이었다.강유영은 먼 곳으로 시선을 던지며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청류 쪽은 아직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서준이 거짓을 늘어놓고, 실은 청류 일행을 구해낼 생각조차 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불안이 엄습했다."물고기 구경이라도 하는 게냐?"대문 쪽에서 서준이 걸어 들어왔다.강유영이 시선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손에는 새장 하나가 들려 있었다."그건 뭡니까."그녀는 그를 따라 처소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나직하게 물었다. 심란한 속내와 달리 맑고 고요한 눈동자에는 아무런 감정도 비치지 않았다. 여느 때처럼 얌전한 기색이었다."화미조다. 울음소리가 제법 듣기 좋으니 심심할 때 보거라."서준은 그녀를 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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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2화

"청류 일행을 구해냈고 사람을 딸려 인주로 보냈다." 서준은 새장 속의 새를 희롱하며 말을 이었다. "방금 대옥에 들러 네 오라비를 만나고 오는 길이다. 네가 내 측비가 되기로 승낙했다고 전해주었지."강유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다분히 고의였다. 행여 조원철이 모를까 봐, 굳이 대옥까지 찾아가 자랑을 늘어놓은 것이다.'오라버니께서 날 어찌 생각하실까.'"어찌 되었든 이번엔 내가 그를 도왔으니, 그도 내게 빚을 진 셈이지." 서준이 그녀를 돌아보며 실실 웃었다. "널 내게 양보해 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도 겸해서 말이다."강유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한 걸음 물러설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자신을 물건 취급하는 것 같아서 심히 기분이 나빴다.그녀는 둘 중 누구의 곁에도 머물고 싶지 않았다.서왕부에 머문 보름 남짓한 시간 동안, 강유영에게는 하루가 일 년 같았다.이곳에 있는 매일 밤, 그녀는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낮에는 서준과 마주치기조차 싫었다.그래서 점심을 물리고 나면 낮잠을 자겠다며 일찍 침상에 누웠지만,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온통 조원철의 일로 가득했다.서준의 말로는 청류가 이미 증거를 확보해 돌아왔으며, 그 말단 관리 역시 조원철을 위해 기꺼이 증언을 하겠다고 나섰다 했다.그 말을 들은 지도 벌써 사흘이 지났다.조원철 쪽 상황은 어찌 되었을지, 옥에서 나왔을지 궁금했다.'나오셨다면 이리 아무런 소식도 없을 리가 없는데.'"아씨, 이제 그만 일어나셔야 합니다."시녀가 조심스레 들어와 나직하게 말했다.서왕부로 온 이후로, 서준은 서유와 단비를 곁에서 내보내고 온통 왕부의 시녀들로 거처를 채웠다."일어나서 뭐 할 게 있겠느냐."강유영이 고개를 돌려 시녀를 쳐다보았다. 내심 의아했다.평소 같으면 날이 저물 때까지 누워 있어도 시녀들이 함부로 그녀를 방해하는 일은 없었다."전하께서 오늘 밤 황궁의 연회에 아씨를 모시고 가겠다 명하셨습니다. 새 의복과 장신구도 마련해 두셨습니다."시녀는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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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3화

"그 옷들은 제가 직접 마련한 것들입니다."강유영은 힘없이 항변했다."속일 걸 속여야지."서준은 애당초 믿지 않는다는 듯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가자."강유영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앞장서서 걸었다.서준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가볍게 실실 웃더니 걸음을 옮겨 뒤따랐다. 오늘만 지나면, 그녀도 더는 자신을 거부하지 못할 터였다.해 질 녘, 노을이 핏빛처럼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서준은 강유영을 이끌고 좁은 길을 돌아 인적이 드문 후미진 회랑으로 들어섰다.강유영은 걸음을 멈추고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오늘 연회는 어디서 열립니까?""대경전이다. 오늘이 황후 마마의 탄신일이거든."서준이 고개를 돌려 실실 웃으며 대답했다."이곳은 대경전으로 가는 길이 아닙니다."강유영은 그 말을 듣고 더는 앞으로 가려 하지 않았다.그녀가 궁궐 지리에 밝은 것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몇 번 와본 적이 있어 대경전으로 가려면 거쳐야 할 전각들쯤은 알고 있었다. 헌데 이 길에서는 그중 단 한 곳도 보이지 않았다.'대체 날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지?'서준이 소리 내어 웃었다."뭘 그리 잔뜩 날을 세우느냐? 내가 널 해치기라도 할까 봐?"그가 가볍게 웃어넘길수록 강유영은 찜찜하여 더욱 발걸음을 떼지 않았다. 저자가 또 무슨 간사한 수작을 부릴지 모를 일이었다."널 옛 지인에게 데려가려는 것이다."서준이 은밀하게 속삭이며 눈썹을 치켜세웠다.강유영은 미심쩍은 눈초리로 그를 훑어보았다. 이 궁궐 안에 그녀의 지인이랄 게 누가 있단 말인가."어서 오라니까."서준이 손짓하며 재촉했다. "네 소매 속에 비수를 품고 있지 않느냐. 정 내가 널 해치려 든다면 그걸로 날 찌르거라."강유영은 정곡을 찔려 도리어 머쓱해지더니 묵묵히 뒤를 따랐다. 그녀가 비수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그는 진작에 꿰뚫어 보고 있었던 것이다."너는 참으로 매정하구나."서준은 앞서 걸으며 힐끗 그녀를 돌아보았다. "넌 늘 조원철의 편에 서서 나를 원수로만 여기지. 가만히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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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4화

냉궁 마당은 칠흑 같이 어두웠고, 방 안에서만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초겨울의 매서운 바람 소리가 두 사람의 발소리를 감춰주었다."보거라."서준은 그녀를 한쪽으로 끌어당기며 방 안을 가리켰다.강유영은 그의 손끝을 따라 시선을 던진 순간, 숨이 턱 막히며 손발이 차갑게 식었다.창호지가 다 찢어져 있어 방 안의 정경이 고스란히 들여다보였다. 어두운 곳에 서서 뚫린 창살 너머로 밝은 곳을 들여다보니 안의 상황이 한층 더 또렷하게 보였다.방 안에는 두 사람의 인영이 있었다. 한 사람은 사내이고 한 사람은 여인으로 보였다. 한 명은 앉아 있고 다른 한 명은 서 있었다.꼿꼿하게 서 있는 뒷모습만 봐도 조원철임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황궁 연회에 참석하기 위함인지 짙은 푸른색 장포를 입고 있었다. 허리띠로 단단하게 졸라맨 허리, 맑고 고결하면서도 태산처럼 묵직한 기도가 뿜어져 나왔다.예전보다 조금 야윈 것을 제외하면 여전히 단정하고 위엄 있는 자태였다. 대옥에 갇혔던 일 따위는 애초에 없었던 것만 같았다.그리고 앉아 있는 여인은, 소은경이었다.서준이 옛 지인이라 했던 것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소은경은 더 이상 예전처럼 눈부신 붉은 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소박한 옷차림에 머리에는 단출한 구슬 비녀 하나만 꽂고 있었다.치장은 단출했으나 차림새가 깔끔하고 말쑥한 것이 누군가 살뜰히 보살펴주고 있음이 분명했다. 냉궁에 있는 다른 이들의 처지와는 확연히 달랐다.소은경은 예전보다 눈에 띄게 야위었고, 과거의 오만하던 기세도 사그라들어 있었다. 궁궐에서 적잖이 고생을 한 듯했다.강유영은 꼿꼿했던 등을 살짝 수그렸다. 가슴 한구석이 욱신거려 당장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서왕부에서 피가 마르도록 날을 헤아리는 동안, 그녀는 줄곧 조원철이 옥에서 무사히 풀려났을지 걱정했다. 서준이 거짓말을 한 것이고, 조원철은 아직 옥에서 나오지 못한 게 분명하다고 여겼다. 조원철이 풀려났다면 어떻게든 자신을 만나러 왔을 것이다. 정 안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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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5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소은경만은 그에게 닿을 수 있었다.강유영은 소은경이 다시 고개를 들어 그에게 무언가 속삭이는 것을 지켜보았다.조원철은 그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그녀는 소은경을 향한 그의 옆얼굴이 눈에 띄게 부드럽고 다정해진 것을 보았다.그는 필시 소은경을 몹시도 애틋하게 여기고 있을 것이다.그녀는 가슴 밑바닥에서 치밀어 오르는 씁쓸함에 몸을 떨었다. 그 감정은 날카로운 통증과 뒤엉켜 도무지 숨을 쉴 수 없게 만들었다.그때 소은경이 불쑥 손을 들어 그의 어깨를 가볍게 털어주었다. 떨어지는 낙엽이나 먼지가 묻어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녀의 손길은 마치 부군을 챙기는 부인처럼 지극히 자연스러웠다.강유영은 소은경의 손끝이 그의 어깨에 한참을 머물다 천천히 거두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그 긴 시간 동안 조원철은 몸을 피하거나 거부할 기색을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강유영은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그녀는 초겨울의 매서운 바람에 그만 참지 못하고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그녀는 점차 흐릿해지는 두 사람의 인영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저토록 애틋하고 기구한 연인이라니. 누구라도 그 모습을 본다면 깊이 감동할 터였다."이제 똑똑히 보았느냐?"서준은 그녀의 귓가에 바짝 다가와 낮게 속삭였다.갑작스러운 목소리에 강유영은 화들짝 상념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한 걸음 물러서며 몸을 돌리고는 왈칵 치미는 울음을 억누르며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그만 가시지요."그는 무사히 옥에서 풀려났다. 이제 두 눈으로 그의 안위를 확인했으니 그것으로 족했다.지금 이 순간, 그는 그 누구의 방해도 받고 싶지 않을 것이다."이것 보거라. 돌고 돌아 결국 네게 가장 진심인 사람은 나 하나뿐이지 않으냐."멀찍이 걸음을 옮긴 뒤, 서준은 빙그레 웃으며 말을 건넸다.강유영은 묵묵부답이었다.서준은 가볍게 혀를 찼다."내 말 듣거라. 넌 앞으로 내 곁에서 측비로 잘 살면 그만이다. 난 정실을 들이지 않고 오직 너 하나만 아끼고 위해줄 터인데, 정녕 싫은 게냐?"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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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6화

강유영이 대전 문턱을 넘어서자, 왁자지껄하던 전각 안이 일순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사람들의 시선은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강유영에게로 향했다.강유영은 고개를 숙인 채 입술을 꾹 다물고 서준의 곁을 따랐다.굳이 묻지 않아도 사람들의 속내를 훤히 꿰뚫어 볼 수 있었다.진국공부가 화를 입자마자 서왕부로 거처를 옮겼으니, 밖에서는 필시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계집이라 손가락질하고 있을 터였다. 제 살길을 찾아 서준이라는 동아줄을 움켜쥐고, 진국공부와 조원철의 안위 따위는 내팽개쳤다고 말이다.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었다.해명할 마음도, 기력도 없었다. 어떤 일은 해명하면 할수록 오히려 수렁에 빠지는 법이었다. 게다가 예전 진국공부에 머물 때도 이 정도의 억울함은 비일비재하게 겪지 않았던가. 단지 그녀를 혐오스럽게 바라보는 시선의 수가 조금 더 늘어났을 뿐이다.이제 와서 대수랄 것도 없었다. 강유영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축하주라도 들어야겠구나, 서왕."상석에 앉아 있던 강왕이 곁에 앉은 조연화를 힐끗 보며 실실 웃었다."조카는 양녀를 들이고, 나는 적녀를 들이니, 우리 사이에 항렬을 앞으로 어찌 따져야 할지 모르겠군 그래."이번 진국공부가 위기에 처했을 때, 강왕은 몰래 재물을 보내 조씨 가문에 적잖은 힘을 보태주었다. 그 덕에 진국공과 부인 한씨는 이 혼사를 덜컥 받아들였다. 조연화로서는 반항할 도리 없이 순순히 강왕에게 시집을 갈 수밖에 없었다.이 혼사는 황성에도 꽤 큰 파란을 일으켰다.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은 진국공부의 그 귀하고 번듯한 적녀가 어쩌다 늙다리 강왕에게 넘어가게 된 것인지 도무지 영문을 몰라 했다.조연화는 강유영을 뚫어지게 노려보며 바득바득 이를 갈았다.자신은 역겨운 강왕에게 팔려 왔건만, 강유영은 팔자 좋게 서준의 측비로 들어가다니. 대체 무슨 수로 해낸 걸까? 천하디천한 양녀 주제에 어찌 이런 호강을 누린단 말인가."숙부님께서 미인을 품에 안으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항렬이야 각자 편한 대로 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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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7화

건정제와 황후는 뒤늦게 당도했다. 사람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갖추었다."폐하를 뵙습니다.""경들은 예를 거두게."건정제는 상석에 앉으며 가볍게 손을 들어 올렸다. 얼굴에 푸근한 미소를 띤 채 주위를 둘러보는 모습이 퍽 기분이 좋아 보였다."모두 자리에 앉지."황제의 시선은 서준에게 닿았다가, 이내 그 곁에 고개를 숙인 채 서 있는 강유영을 한 번 훑고 지나갔다. 허나 굳이 입을 열어 하문하지는 않았다."성은이 망극하옵니다."사람들은 인사를 올린 뒤 저마다 자리에 앉았다."조 지휘사가 요 며칠 고초를 겪느라 꽤 야위었군. 연회가 시작되면 많이 들게나."건정제는 웃음 띤 얼굴로 조원철을 주시했다."신을 향한 폐하의 성심에 감사드립니다."조원철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히 예를 올렸다.강유영은 여전히 시선을 내리깐 채였다. 곁눈질로 꼿꼿한 그의 자태가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왔다. 맑고 서늘한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도 묻어나지 않았다.강유영은 긴 속눈썹을 내리깔고 속으로 묵묵히 생각에 잠겼다. 제왕을 모시는 것은 호랑이를 곁에 두는 것과 같다더니, 과연 건정제는 호랑이보다 더 두려운 자였다. 병 주고 약 주는 격을 보면 예전 조원철이 자신에게 하던 행동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방금 전 냉궁에서 목도한 그 장면이 불현듯 떠오르자, 가슴 한구석에서 다시금 씁쓸함이 밀려왔다."왜 그러느냐."서준은 기색이 이상한 것을 눈치채고 바짝 다가와 물었다."아닙니다."강유영은 고개를 저으며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웃기 싫으면 억지로 웃지 말거라. 영 어색하구나."서준은 손을 뻗어 강유영의 이마를 가볍게 톡 짚었다.강유영은 무의식중에 고개를 피하며 본능적으로 조원철 쪽으로 시선을 돌리려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거두었다.설령 그가 자신과 서준이 이러는 모습을 신경 쓴다 한들, 그저 소유욕이 빚어낸 얄팍한 심술일 뿐이다. 다른 애틋한 마음 따위는 없었다. 구태여 그의 기분을 살필 이유가 뭐가 있을까.건정제가 연회의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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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8화

조원철은 가늘고 곧게 뻗은 손가락으로 젓가락을 꽉 쥐고 있었다. 뼈마디가 하얗게 질려 있을 정도로 힘이 들어가 있었다."어서 먹거라."서준은 고개를 돌려 다정하게 재촉했다.강유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앵두 화채를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다."달콤하냐?"서준이 웃으며 물었다.밝은 등불 아래, 그의 미소에는 나른한 다정함이 묻어나고 있었다."예."강유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웃음이 나오지 않았지만, 방금 도움을 받은 처지라 대놓고 차갑게 굴 수는 없었다."입에 맞으면 더 먹거라."서준은 손을 뻗어 그녀 입가에 묻은 당분을 닦아주려 했다.강유영은 황급히 몸을 피하며 손수건으로 입가를 눌렀다."제가 하겠습니다."서준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가볍게 웃으며 술잔을 들어 조원철 쪽을 향해 한 모금 머금었다.드디어 연회가 끝이 났다.강유영은 자리에서 일어나다 비틀거렸다. 너무 오래 앉아 있어 몸이 굳은 탓이었다.서준은 재빨리 그녀를 부축하며 나른한 미소를 지었다."천천히 가거라. 뭘 그리 서두르느냐?"강유영은 황급히 손을 뿌리쳤다. 채 반응도 하기 전에 시선은 본능적으로 조원철을 향했다.그녀의 시선은 짙고 깊은 그의 눈동자와 정면으로 얽혀 들었다.그는 그녀를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겉보기엔 아무런 감정이 없어 보였으나, 그녀는 묘하게 그 눈빛에서 조소와 서늘한 혐오를 읽어내고 말았다.강유영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불에 데기라도 한 듯 재빨리 시선을 거두고 밖을 향해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두려움과 자괴감이 동시에 밀려왔다.그의 낯빛은 그녀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내내 그를 보지 않으려 그토록 애썼는데, 연회가 끝나는 마지막 순간 결국 참아내지 못한 자신이 한심했다."천천히 가거라, 어디를 그리 급히 가는 게냐?"서준이 뒤를 쫓아왔다."몸이 피곤해서 일찍 쉬고 싶습니다."강유영은 적당히 핑계를 대며 발걸음을 재촉했다.두 사람은 말을 주고받으며 한적한 회랑으로 들어섰다."추운 게냐?"서준은 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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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9화

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강유영을 이끌고 자리를 뜨려 했다."돌아가자."조원철은 성큼 한 걸음 다가와 강유영의 팔을 단단히 붙잡더니,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어깨에 덮인 대창을 벗겨내려 했다."세자, 지금 무슨 짓인가?"서준은 잽싸게 그의 손길을 막아섰다.조원철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으나, 강유영을 쥔 손 역시 놓지 않았다. 그는 오직 그녀만을 묵묵히 응시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청류가 화를 당한 것은, 적의 배후를 끌어내기 위해 내가 의도적으로 안배한 일이었다. 네가 걱정할까 염려되어 미리 말하지 못했다."강유영은 그 말을 듣고 흠칫 놀라며 짙은 눈동자를 들어 서준을 쳐다보았다. 눈밑에는 그를 향한 의구심이 서려 있었다.'청류가 태자의 손에 넘어간 것이 고의였다고?'허나 서준은 청류 일행이 전멸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자신이 손을 쓰지 않으면 조원철은 영영 대옥에서 나오지 못할 거라고도 했다.과거에도 그에게 속은 적이 있었기에, 그녀는 본능적으로 의심부터 고개를 들었다."난 청류가 일부러 잡힌 줄은 꿈에도 몰랐다."서준은 재빨리 손을 내저으며 여우 같은 눈매에 짐짓 진실함을 가득 담아 보였다."내 수하들이 청류 일행이 붙잡히는 것을 똑똑히 보았단 말이다. 네가 네 오라비를 몹시 걱정하는 것을 알기에, 서둘러 소식을 전해준 것뿐이다."서준은 속으로 가볍게 혀를 찼다. 자신의 눈앞에서 저리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놓는 것을 보면, 조원철 저놈이 강유영에게 단단히 마음을 뺏기긴 한 모양이었다.하지만 이제 와서 다 소용없는 짓이었다. 강유영은 이미 그와 소은경이 밀회하는 상황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조원철이 지금 당장 입에서 꽃을 피워낸다 한들, 그녀는 결코 그를 거들떠보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네 오라비에게 직접 물어보거라. 이번 일에 내가 사람을 보내 힘을 보탰는지, 아닌지 말이다."서준은 강유영이 믿지 않을까 염려되어 황급히 한마디를 덧붙였다. 말을 마친 그는 조원철을 쳐다보았다. 조원철의 성정에 이런 일로 거짓을 고하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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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0화

서준은 조원철을 마주 보고 턱을 치켜들며 그의 시선을 온전히 받아냈다.두 사람은 팽팽하게 맞선 채 누구 하나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설령 혼사를 논하는 사이라 해도, 마땅히 진국공부에서 가마를 타고 나가야 합니다. 아직 혼례도 올리지 않았는데 왕부에 머무는 법은 없습니다. 전하께서 진정 유영이를 아끼신다면, 그 체면과 명성을 헤아려 주셔야 합니다."조원철은 싸늘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우리는 서로 연모하는 사이이고, 어차피 장차 혼례를 올릴 터인데 내 왕부에 머물면 또 어떤가. 세자는 쓸데없는 걱정 거두게나. 가자."서준은 손을 뻗어 강유영의 손을 거머쥐었다.서준은 가볍게 눈을 가늘게 떴다. 손은 한없이 부드러웠으나 지나치게 차가웠고, 꽉 쥔 손바닥에는 식은땀마저 배어 있었다.필시 조원철의 흉흉한 기세에 놀란 탓이리라. 서준은 고개를 돌려 조원철을 힐끗 노려보았다.강유영은 불쑥 손을 붙잡히자 무의식중에 뒤로 빼려 했다. 누군가 제 몸에 닿는 것을 꺼리는 터라 영 불쾌하고 어색했다.하지만 조원철이 뒤에서 빤히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내면의 거부감을 애써 억눌렀다. 그녀는 얌전히 서준이 이끄는 대로 발걸음을 옮겼다.조원철과는 철저하게 선을 그어야 했다.이제부터 그가 자신의 삶에 조금이라도 간섭하게 두지 않으리라.등 뒤로 꽂히는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졌다.온몸이 얼어붙을 듯 서늘하여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불안이 밀려왔다.강유영은 꾹 참고 서준의 뒤를 따랐다.이미 첫발을 내디뎠으니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었다. 돌아가고 싶지도 않았다.소은경은 이미 건정제의 승은을 입고 지금은 냉궁에 머물고 있다. 조원철이 그 여인과 결실을 맺으려면 아마도 몹시 길고 험난한 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허나, 이제 그 모든 것은 자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남은 평생 조원철과 엮일 일은 없을 터였다.그럼에도 부디 그가 무탈하게 뜻하는 바를 이루기를 바랐다.모퉁이를 돌고 나서야, 강유영은 애써 힘을 주어 손을 빼냈다.서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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