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기다리마."조원철이 불쑥 입을 열었다.강유영은 무의식중에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언제 챙겨 입었는지 단정하게 옷을 차려입은 모습은 수척하지만 꼿꼿한 그의 체구에 유려하게 들어맞아 있었다. 단단한 허리춤에는 옥패와 금인이 매달려 있었고, 겉옷 자락 아래로는 상아색 속적삼이 살짝 내비쳤다.수려하고도 서늘한 이목구비에 소박한 색상의 장포까지 걸치고 나니, 감히 범접할 수 없이 고결한 분위기가 한층 짙어져 있었다.조원철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나 그녀를 흘끗 내려다보더니, 성큼성큼 뒤쪽 창가로 다가가 가볍게 창밖으로 뛰어넘어갔다.'짐승 같은 사람.'강유영은 속으로 씹어 삼키듯 욕을 내뱉으며 주먹을 쥐어 침상을 내리쳤다.이불을 걷어내자 온몸 곳곳에 얼룩덜룩 남은 푸르스름한 흔적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꼴을 보니 더욱 화가 치밀어 올라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언젠가 반드시 수를 내어 오씨 어멈을 모시고, 저 사내에게서 영영 벗어나고야 말리라.침상에서 내려서려 다리를 내딛던 찰나, 다리가 꺾이며 하마터면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거친 숨을 들이켰다. 온몸의 기운이 쏙 빠져나가 옴짝달싹할 힘조차 없었다. 속으로 다시 한번 조원철을 사무치게 저주했다.밖에서 대기하는 시녀들을 불러 시중을 들게 할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그녀는 온몸이 뻐근함을 꾹 참으며 여기저기 흩어진 옷가지들을 주섬주섬 주워 입었다.그러고는 남은 힘을 쥐어짜 내어 침상 위의 이불깃을 몽땅 뜯어냈다.다행히 이 방 뒤쪽으로는 작은 욕실이 딸려 있었다.그녀는 뜯어낸 이불깃을 모조리 욕탕의 물속에 처박고 나서야, 벽에 기대어 간신히 한숨을 돌렸다.조원철은 제멋대로 훌쩍 떠나버렸고, 남겨진 지저분한 흔적들을 수습하는 것은 고스란히 그녀의 몫이었다."아씨, 대체 이건..."욕실에서 방으로 나오자, 때마침 찬합을 들고 들어오던 시녀가 갈기갈기 뜯겨 나간 침상을 보고 멍하니 멈춰 섰다."아, 그게... 목이 말라 물을 마시려다 그만 실수로 이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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