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Kapitel 561 – Kapitel 570

852 Kapitel

제561화

"아씨, 걱정 마십시오."단비는 짧게 대답하고는 등불을 챙겨 밖으로 나섰다.그무렵, 술을 몇 잔 마신 조연화는 두 뺨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들어 상석의 서준을 바라보았다.서준이 그녀를 향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어머니, 어지럼증이 나는 듯합니다."조연화는 이마를 짚은 채 몽롱한 눈빛으로 곁에 앉은 한씨에게 말했다."어찌 술을 그리 많이 마신 게냐."한씨가 미간을 찌푸렸다. 대놓고 꾸짖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저리 취하다니 체통이 말이 아니었다. 연회가 끝나기 전에 자리를 뜨는 것도 예의가 아니었다. 사리 분별을 이리 못 하다니 아쉬울 따름이었다. 이런 중요한 자리에서 술을 과하게 마시다니 철이 없어도 어쩜 저렇게 때를 분간하지 못하는 걸까."술이 과하여 몸이 불편한 것이냐."서준이 때마침 다가왔다. 그는 조연화를 한 번 살피고는 곁에 섰던 시녀에게 지시했다."조 소저를 객원으로 모셔 잠시 쉬게 하라."조연화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재빨리 서준과 눈을 맞췄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심하고 시녀들을 따라나섰다."예."두 시녀가 다가가 양쪽에서 조연화를 부축했다."여식에게 신경을 써주시어 감사할 따름입니다."한씨는 그 모습에 황급히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 내심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연화가 어지럽다 한마디 했을 뿐인데 서왕이 단번에 알아챘다. 쉴 곳까지 세심하게 챙겨주는 것을 보니, 겉보기와 달리 무척 믿음직스러운 사내임이 틀림없다."당연한 일입니다."서준이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자리에 앉은 한씨는 주변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이 쏟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입가에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단비는 등불을 든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밖은 달빛이 밝았다. 서왕부 정원에 은빛이 내려앉아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냈다.그러나 단비는 풍경을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치맛자락을 쥐고 청석이 깔린 좁은 길을 빠르게 내달렸다. 어서 강유영이 지나온 길을 되짚어 비녀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상비죽 무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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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2화

그는 여전히 성에 차지 않는다는 듯, 손을 뻗어 단비의 옷자락을 잡아챘다."놓으십시오!"기겁한 단비가 반사적으로 그의 무릎을 세게 걷어찼다.아씨의 비녀가 저자의 수작으로 떨어진 것이 틀림없다. 강왕은 참으로 추잡하고 비열한 인간이었다.강왕은 한낱 시녀가 반항하며 발길질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정통으로 무릎을 얻어맞았다."아!"그가 비명을 지르며 엉겁결에 단비의 손목을 놓았다. 상체를 숙이고 제 무릎을 감싸 쥐었다.단비는 그 틈을 타 그의 곁을 빠져나가 쏜살같이 도망쳤다."천한 것, 당장 쫓아가 잡아 오거라!"강왕이 노발대발하며 수하들에게 명했다.두 호위가 즉각 뒤를 쫓았다.단비는 필사적으로 달렸다. 어두운 꽃과 나무덤불 사이를 정신없이 헤집고 다녔다.뒤쫓는 두 사람은 무공을 익힌 자들이었다.단번에 잡히지 않은 것은 그저 밤이 너무 어둡고 정원에 장애물이 많아 지체된 덕분이었다.허나 단비가 그들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쫓고 쫓기는 추격 끝에, 단비는 긴 회랑 가에 주저앉고 말았다.두 사람이 다가와 그녀를 짓눌렀다."전하, 잡았습니다!"그들이 강왕이 있는 쪽을 향해 소리쳤다.강왕은 뚱뚱한 체구 탓에 걸음이 느려, 한참 뒤에야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가왔다.단비는 두 사람에게 양쪽에서 짓눌려 무릎을 꿇은 상태였다.짝!강왕이 다가오자마자 다짜고짜 단비의 뺨을 올려붙였다."감히 본왕에게 손을 대다니, 죽고 싶은 게로구나! 저것을 당장 대나무 덤불 뒤로 끌고 가거라!"먼저 욕정을 채운 뒤에 사람을 시켜 쳐죽일 심산이었다. 감히 자신에게 손을 댄 대가가 무엇인지, 친왕의 위엄을 똑똑히 보여줄 참이었다."놓으십시오! 사람 살려!"단비가 발버둥을 치며 다급히 소리쳤다."입을 틀어막아라!"호위가 황급히 단비의 입을 틀어막으려 했다."그 손 놓지 못할까!"강유영의 차가운 호통이 울렸다. 그녀가 잰걸음으로 다가왔다.단비가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불안한 마음에 직접 찾아 나선 길이었거늘, 이런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게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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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3화

"이, 이게 지금 무슨 짓이냐! 당장 그 단검 치우지 못할까! 그러지 않으면 네년도 곱게 죽지 못할 것이다…."강왕의 얼굴이 단숨에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 그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짐짓 허세를 부리며 강유영을 위협했다.그는 머리에 든 것 없이 배만 튀어나온 무능한 친왕일 뿐이었다. 누구보다 제 목숨을 아끼고 죽음을 두려워했다.평소 자신보다 지위가 낮은 자들에게는 제멋대로 호통을 치고, 여인은 사람 취급조차 하지 않았다.허나 권력자 앞에서는 온갖 아첨을 떨어댔다. 거기에 황제의 형님이라는 신분까지 더해졌으니, 황성에서 남부럽지 않게 떵떵거리며 살 수 있었다.반평생을 살면서 이렇게 목에 칼이 들어오는 일은 난생처음이었다."뒤로 물러나십시오, 어서!"강유영은 손에 쥔 단검을 앞으로 쑥 내밀며 잔뜩 굳은 얼굴로 매섭게 쏘아붙였다.그녀는 강왕을 긴 회랑 모퉁이 쪽으로 몰아붙였다. 양면이 벽으로 막힌 곳이라, 뒤에서 기습을 당할 염려가 없었다.허나 그녀 역시 극도의 긴장으로 몸이 굳어 있었다.지난번 서유의 단검으로 조연화를 위협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조연화는 그저 안방의 규수에 불과했고, 오랫동안 쌓인 원한이 터져 나온 터라 주저함이 없었다.허나 눈앞의 사내는 나라에 악명을 떨친 강왕이었다. 아무리 인간쓰레기라 한들 명색이 황제의 친형이었다.이런 황실의 종친은 평소라면 감히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할 상대였다.단비가 아니었다면 죽었다 깨어나도 이런 짓은 벌이지 않았을 것이다.그녀는 단검 자루를 꽉 쥔 채 당황한 나머지 힘 조절을 하지 못하고, 검 끝을 앞으로 왈칵 밀어 넣고 말았다.그 바람에 예리한 칼날이 강왕의 목줄기를 스치며 붉은 핏자국을 내었다."물, 물러나마! 제, 제발 죽이지는 말거라!"강왕은 목에 찌릿한 통증이 느껴지자 그야말로 혼비백산했다.그는 연신 목숨을 구걸하며, 강유영이 지시한 벽 쪽으로 뒷걸음질을 쳤다."저들을 멈추게 하십시오!"강유영은 벽 쪽에 바싹 붙어 서서 배후의 기습이 불가능함을 확인했다.그제야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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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4화

강왕은 지금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무슨 말이든 내뱉을 기세였다."움직이지 마십시오!"강유영은 경계하며 그의 움직임을 막았다. 손에 쥔 단검이 앞으로 조금 더 다가갔다."아, 안 움직이마! 제발 죽이지는 말거라!"강왕은 겁에 질려 등을 벽에 바싹 붙였다. 퉁퉁 부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얼굴과 머리에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목에 닿은 단검이 워낙 예리하여 살갗이 베일 듯 쓰라렸다.그 역시 강유영이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행여나 눈앞의 처자가 실수로 제 목숨을 앗아갈까 두려웠다."아씨, 제게 맡기십시오."서유가 스릉 하는 소리와 함께 짧은 검을 뽑아 강왕의 목줄기에 가져다 대었다.주종 두 사람이 양옆에 서서 두 자루의 날카로운 칼날을 강왕의 목에 겨누었다.강왕은 탁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머리에서 흐른 식은땀이 뺨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내심 저 시녀를 점찍어 두었건만, 무공을 익힌 자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무공을 모르는 아이가 온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만약 저 험악한 시녀를 먼저 건드렸다면 지금쯤 어찌 되었을지 모를 일이었다."아씨!"청운이 호위들을 거느리고 다급히 달려왔다.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회랑 밖을 바라보았다.훤칠하고 곧은 체구의 사내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그제야 팽팽하게 긴장하던 마음이 가라앉았다.허리에 장검을 찬 그가 이쪽으로 다가왔다.등불의 따스한 빛이 수려한 그의 이목구비를 비추었다. 짙은 푸른색 관복에는 흙먼지가 묻어 있었으나, 그가 지닌 특유의 고아하고 위엄 있는 기도는 조금도 바래지 않았다.강유영은 그가 흙먼지를 뒤집어쓴 것을 보고, 밖에서 일을 마치자마자 달려온 것이 틀림없다고 짐작했다."세자."서유가 단검을 거두고 예를 올렸다."진국공 세자, 마침 잘 왔네! 이 처자가 자네 누이인가? 이 아이가 본왕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똑똑히 보게나!"강왕은 조원철을 보자마자 구세주라도 만난 듯 즉각 목소리를 높였다. 방금 전까지 굽신거리던 비굴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일개 친왕인 자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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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5화

조원철은 강왕의 본성을 잘 알고 있었다.서유의 말 한마디에 사건의 전후 사정을 단번에 파악했다. 저리 말한 것은 그저 강왕의 신분을 고려하여 체면을 세워준 것에 불과했다."사죄로 끝낼 셈인가!"강왕은 목소리를 높였다."본왕은 폐하의 형님이자, 폐하께서 친히 봉하신 친왕이야. 나를 해치려 한 것은 율법에 따라 참수에 처해야 마땅한 대죄지! 어찌 사죄 한마디로 이 일을 대충 덮으려 드는가!"그는 본래 조원철을 꽤 두려워했다. 허나 조원철이 고개를 숙이고 나오자 다시금 기고만장해져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방금 전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조원철이 아무리 대단한 자라 한들, 매사 이치를 따지고 규율을 중시하는 자라는 사실을 말이다.오늘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억울함에 대한 대가를 기어이 받아낼 참이었다.강유영은 그가 득의양양한 모습을 보며 속으로 분통을 터뜨렸다.저런 쓰레기 같은 인간도 핏줄 하나 잘 타고난 덕에 사람 위에 군림하며 떵떵거리다니, 참으로 불공평한 세상이었다."전하께서는 제가 어찌하길 원하십니까."조원철은 고개를 돌려 강왕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저 계집을 본왕에게 넘기게. 그럼 이 일은 덮어주겠네. 그게 싫다면, 세자는 누이를 데리고 폐하 앞으로 가세. 율법에 따라 자네의 누이가 어떤 벌을 받을지 시시비비를 가려보지."강왕은 손을 들어 단비를 가리켰다. 스스로 명분을 쥐었다고 굳게 믿는 눈치였다.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 오만했다.단비는 그 말에 기겁하여 서유의 등 뒤로 몸을 숨겼다.서유는 단비의 팔을 토닥이며 안심시켰다. 아씨와 세자 저하가 그녀를 강왕에게 넘길 리 만무하다."전하께서는 진정 율법대로 처리할 생각이십니까."조원철은 시선을 내리깔고 그를 보았다. 어조는 지극히 평온했다.강왕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의 단정한 얼굴을 훑어보며 속으로 가슴을 졸였다.저게 대체 무슨 뜻이지? 설마 호통에도 전혀 겁을 먹지 않은 것일까."전하께서 관선 밑바닥에 사염을 숨겨 빼돌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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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6화

강유영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시선을 내리깔고 강왕에게 예를 올렸다.오늘 조원철이 있어 천만다행이었다. 조정 인사들이 뒤에서 무슨 짓을 벌이는지 그는 전부 꿰고 있는 듯했다.이렇게 또 한 고비를 넘겼다.강왕은 제자리에 굳은 채,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크나큰 수모를 당해 수치심이 사무쳤지만, 조원철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그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숙부님, 예 계셨습니까. 한참 찾았습니다."서준은 회랑으로 걸음을 옮기며 느긋하게 미소 지었다. 그의 시선이 조원철과 강유영을 가볍게 훑고 지나갔다."전하."강유영은 무릎을 굽혀 그에게 예를 올렸다.서준의 저 미소를 보니 상황을 전부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어둠 속에서 얼마나 오래 엿듣고 있었던 것일까.조원철은 서준과 시선을 마주했다. 두 사람의 눈빛 깊은 곳에는 적의가 도사리고 있었다.허나 지금은 대놓고 따질 때가 아니었다."조카."강왕은 서준을 보자 안색이 조금 누그러졌다. 분노가 채 가시지 않았으나 감히 화를 내지는 못하고, 켕기는 눈빛으로 조원철을 재빨리 힐끗거렸다."이 조카가 숙부님을 위해 각고의 노력 끝에 절세가인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지금 기다리고 있는데, 바람을 이리 오래 쐬실 줄은 몰랐습니다. 늦게 가시면 미인의 성의를 저버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서 가시지요."서준은 다가가 그를 부축했다. 나른한 어조와 얼굴에는 특유의 장난기가 가득했다."절세가인? 누구 댁 여식인가?"강왕의 눈에 아직 두려움이 남아있었으나 이내 번쩍 빛이 났다. 탁한 눈동자에 음흉한 빛이 떠올랐다.강유영은 그 모습에 속이 뒤틀렸다. 미간을 찌푸리며 욱여올라오는 구역질을 억눌렀다.강왕은 목에 난 피가 멎지도 않았건만 또다시 흑심을 품고 있었다. 참으로 개버릇 남 못 주는 꼴이었다."누구 댁인지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 이 조카의 안목을 못 믿으십니까. 필시 만족하실 겁니다."서준이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믿지, 믿고말고.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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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7화

조원철은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서며 손을 맞잡았다.그녀의 손끝은 여전히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식은땀이 밴 손바닥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단단히 놀란 모양이었다."많이 무서웠느."그는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제 손안에 감싸 쥐며 나직하게 물었다.강유영은 그 말에 흠칫 몸을 떨었다. 간신히 억눌러두었던 공포와 두려움이 왈칵 밀려들었다. 코끝이 시큰해지며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본래 겁이 많은 성정이었다. 오늘 벌인 짓은 겉보기엔 대담했으나 실상은 벼랑 끝에 몰려 튀어나온 객기였다. 단비가 강왕에게 능욕당하는 꼴을 두 눈 뜨고 지켜볼 수는 없었다.이상한 일이었다. 그의 다정한 질문 한마디에 참을 수 없는 서러움이 북받쳤다. 기어이 굵은 눈물방울이 걷잡을 수 없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조원철은 팔을 뻗어 그녀를 품에 안았다.강유영은 더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두 손으로 그의 옷깃을 꽉 움켜쥐었다. 손끝이 하얗게 질리도록 힘을 주었다. 그녀는 조원철의 품에 얼굴을 묻고 짐승처럼 작은 소리로 흐느꼈다. 가녀린 몸뚱이가 파르르 떨렸다.정말 무서웠다. "이제 괜찮다."조원철의 단단한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녀를 제 품 안에 온전히 가두었다.그의 턱끝이 그녀의 정수리에 가볍게 닿았다. 너른 손으로 가녀린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거듭 그녀를 다독였다.강유영은 그의 품에 바싹 안긴 채 한참 동안이나 눈물을 쏟았다."내가 있지 않느냐. 강왕은 감히 네게 앙갚음하지 못할 것이다. 네 곁의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할 테지. 그러니 뚝 그치거라."조원철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다정하게 속삭였다. 평소보다 한결 부드러운 음성이었다.강유영의 가슴속을 휘젓던 불안과 두려움은 그의 위로에 조금씩 녹아내렸다. 그녀는 여전히 그의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그녀는 진심을 담아 속삭였다.조원철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는 두 손으로 그녀의 뺨을 감싸 쥐었다. 굳은살 박인 엄지손가락으로 젖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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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8화

그제야 그녀는 조연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강유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맑은 두 눈에 옅은 의혹이 스쳤다.조연화는 서준에게 마음을 품고 있었다.이치대로라면 이런 자리에서 그녀가 먼저 자리를 뜰 리가 없었다.설마 어디 불편한 것일까? 아니면 술이 과했던 걸까.조연화는 적녀였다. 적녀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교양은 있는 사람이었다. 하물며 마음에 둔 사내의 저택에 손님으로 온 참이었다. 이리 앞뒤를 분간하지 못할 리 없었다.그녀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저으며 상념을 떨쳐냈다.'관두자. 조연화가 어찌 되든 나와 무슨 상관이라고.'"어머니, 연화는 어디로 갔습니까."조원철은 몸을 숙여 한씨에게 술을 따르며 낮게 물었다."연화가 술을 몇 잔 마시더니 어지럽다 하더구나. 객원으로 쉬러 갔다."한씨는 웃음을 머금고 대답했다. 기분이 퍽 좋은 듯했다. 얼굴에 떠오른 미소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누가 그러라고 시켰습니까."조원철의 미간이 찌푸려졌다."서왕 전하께서 사람을 시켜 부축해 주셨다."한씨는 주위를 쓱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췄다."이번에는 네가 사람을 잘못 본 것 같구나. 서왕 전하께서 연화에게 어찌나 마음을 쓰시는지…."그녀는 이 기회에 혼사를 승낙하라고 조원철을 설득할 참이었다. 서준이 조연화에게 잘해주는 것을 직접 보고 나니 마음이 놓인 것이다."어머니, 당장 연화를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가십시오."조원철은 그녀의 말을 싹둑 잘르고는 싸늘한 곁눈질로 서준을 힐끗 바라보았다."원철아, 넌 서왕 전하께 무슨 선입견이라도 있는 게냐."한씨는 못마땅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연회가 파하지도 않았는데 사람을 이리 서둘러 데려가면, 서왕 전하께서 어찌 생각하시겠느냐."그녀는 이 혼사를 밀어붙이기로 단단히 마음먹은 상태였다.황성에는 귀족 가문의 여식이 차고 넘쳤지만 황제의 아들은 몇 되지 않았다. 아무나 왕비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두번 다시 없을 절호의 기회였다. 반드시 딸아이에게 이 기회를 꽉 잡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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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9화

서왕부 서측에 자리한 객원.인적이 드물고 후미진 곳이었으나, 방 안은 규수들의 안방처럼 아름답고 단정하게 꾸며져 있었다. 푹신한 탑상과 화장대, 안락의자 등 없는 것이 없었다.방 안에는 촛불 하나만 덩그러니 켜져 있어, 그 주변만 어스름하게 밝히고 있었다.조연화는 술기운이 올라 두 뺨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 몽롱한 기색이 오히려 그녀의 미색을 한층 돋보이게 했다.비단이 깔린 탑상에 앉은 그녀는 시선을 내리깐 채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띠고 있었다. 손가락으로는 허리춤에 늘어진 노리개 술을 무의식적으로 만지작거렸고, 귓바퀴부터 뺨까지 온통 화끈거렸다.이 객실은 서준이 그들을 위해 손수 마련한 연극 무대였다.그는 조연화에게 먼저 이곳에서 기다리라고 일렀다. 때가 되면 적당한 핑계를 대고 찾아와 잠시 함께 머물겠다고 했다.그러고는 밖의 상황을 완벽하게 안배한 뒤, 그녀를 데리고 방문을 나서며 때마침 밖을 지나던 신분 높은 빈객들과 마주치게 할 작정이었다.가장 좋은 것은 오라비인 조원철과 마주치는 것이었다.매사 예법을 중시하고 누이의 평판을 무엇보다 중히 여기는 오라비였다. 그녀가 서준과 단둘이 한 방에서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본다면, 속으로는 아무리 반대하더라도 결국 이 혼사를 고개 끄덕여 승낙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그녀는 서준이 다가와 함께 연극을 꾸미자며 속삭이던 때를 떠올렸다. 가슴이 마구 뛰고, 수줍으면서도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한참을 앉아 있었으나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기다림이 아득하게만 느껴졌다.문득 이 일을 벌인 뒤의 후폭풍이 떠올랐다. 그토록 엄한 오라버니가 가법을 앞세워 징벌을 내리지는 않을까. 밖의 귀부인들과 귀녀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훗날 그녀를 볼 때마다 수군거리며 손가락질을 해댈 것은 뻔했다.생각이 꼬리를 물자 얼굴이 더욱 뜨거워지고 마음 한구석에 불안감이 피어올랐다.허나 곧이어 서준에게 시집가 서왕비가 된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찬란한 부귀영화를 누군들 거절할 수 있겠는가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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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0화

"누구냐!"그녀는 맹렬한 불안감에 휩싸여 황급히 몸을 일으켜 뒷걸음질 쳤다.눈앞의 사내는 결코 서준이 아니었다.허나 상대는 그녀가 도망칠 틈을 주지 않았다. 뜨겁고 두툼한 솥뚜껑 같은 손이 가녀린 손목을 왈칵 낚아채더니, 거칠게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 그 악력이 어찌나 센지 저도 모르게 비명이 터져 나왔다."이거 놔! 사람 살려!"몽롱했던 술기운이 단숨에 달아난 조연화는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아니야, 이건 뭔가 단단히 잘못됐어!'"내숭은. 방금 전에는 나더러 '전하'라 부르지 않았더냐. 많이 기다렸지, 예쁜아...."사내는 단숨에 그녀를 침상 위로 짓눌렀다. 두꺼운 손으로 입을 억세게 틀어막고는 귓가에 입술을 바싹 들이밀었다.술 냄새와 역겨운 향내가 뒤섞인 숨결이 귓가를 덮쳤고, 끈적하고 징그러운 목소리가 고막을 파고들었다.강왕!강왕이었다!그의 목소리를 알아챈 조연화는 극심한 공포에 질렸다. 속으로 비명이 터졌지만 입밖으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상대가 강왕이라는 사실을 깨닫자 구역질조차 사치였다. 그녀는 미친 듯이 발버둥 치며 필사적으로 저항했다.차라리 무공이라도 조금 익혀둘 것을. 이리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뼈에 사무치도록 원망스러웠다."어디서 정숙한 척을…."강왕은 자비가 없었다. 그는 더러운 입술로 그녀의 뺨과 목덜미를 미친 듯이 탐하며, 닿는 곳마다 마구잡이로 입을 맞추고 거친 손길로 옷자락을 북북 찢어댔다.거칠고 억센 수염 자국이 연약한 살갗을 긁고 지나갔다. 그 소름 끼치는 끔찍한 감촉이 그녀의 공포를 극한으로 몰아넣었다.한편, 강유영은 등불을 든 채 조원철 일행의 뒤를 따라 객원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조원철의 걸음이 워낙 빨라 종종걸음으로 뛰다시피 해야 간신히 따라갈 수 있었다."자, 이곳이 셋째 아씨가 쉬고 있는 객원이네."서준이 안뜰의 문을 밀어 열었다.조원철은 묵묵히 그를 따라 들어갔다.한씨 역시 오는 내내 아무런 말이 없었다.가장 뒤에서 묵묵히 걷던 강유영은, 방문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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