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씨가 입을 열지 않으니, 오씨 어멈도 굳이 이 일을 꺼내기 어려웠다. 설령 아씨가 털어놓는다 한들 어찌 위로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어찌 됐든 지금 두 사람은 명의상 남매지간이 아닌가.아가씨의 처지가 너무도 가엾고 딱해 한숨만 나왔다."어멈, 여기 앉으세요."강유영은 오씨 어멈을 끌어당겨 곁에 앉히고는, 그 어깨에 가만히 얼굴을 기대었다.이러고 있으면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안해졌다. 오씨 어멈은 어린 시절 달래주던 때처럼 그녀의 등을 다정하게 토닥여주었다."어멈, 눈이 오네요. 예전에 어멈이 화로에 구워주던 만두 조각이랑 고구마가 먹고 싶어요."그녀가 나직이 중얼거렸다.예전 소은원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살던 시절, 겨울이 오면 먹을 것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럴 때면 오씨 어멈은 숯불 화로 곁에서 만두 조각과 고구마를 구워주곤 했다. 바삭한 만두 조각은 씹을수록 고소했고, 두 손에 쥔 달콤한 고구마는 따스했다.그녀는 그 시절이 몹시도 그리웠다. 가난했지만, 적어도 이렇게 마음 졸이며 괴로워할 일은 없었던 시절이었다."내일 당장 구워 드리지요."오씨 어멈은 그녀를 끔찍이 아꼈기에, 부탁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었다."세자."밖에서 단비가 예를 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오씨 어멈은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자께서 오셨습니다."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조원철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강유영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듯했다. 그녀는 순식간에 표정을 굳히고는 고개를 홱 돌려 그를 외면했다.오든지 말든지, 그를 아는 체하고 싶지 않았다.얼굴을 보지 않아도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서늘한 기운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녀는 입술을 꾹 깨문 채, 소매 속에 감춘 손가락을 조용히 움츠렸다."세자를 뵙습니다."오씨 어멈이 황급히 예를 갖췄다."어멈은 격식 차릴 것 없네."조원철이 손을 들어 올리며 온화하게 말했다. 오씨 어멈은 안도하며 미소를 지은 채 몸을 일으켰다.조원철은 방 안을 쓱 둘러보았다. 침상 곁에 숯불 화로가 하나 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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