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Capítulo 611 - Capítulo 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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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1화

경화 공주는 기필코 강유영을 손봐줄 작정이었다.그러지 않고서야 명색이 황실 공주인 자신의 체면이 설 것 같지 않았다."공주 전하, 염려 마십시오. 큰오라버니 일은 제게 맡겨두시지요."조연화는 결연한 얼굴로 단호하게 말했다."일이 틀어진 후 네 오라비가 널 탓할까 두렵지 않으냐? 아무리 그래도 피를 나눈 남매인데."경화 공주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그녀가 보기에 조연화가 작정하고 돕는다면 조원철을 손에 넣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아무리 철통같이 방어한들 집안사람이 배신하면 막을 도리가 없는 법이다."그 사람이 언제 저를 핏줄로 여긴 적이나 있습니까?"조연화가 이를 꽉 깨물자, 두 눈에 시퍼런 원망이 서렸다.서왕부에서 강왕과 그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때, 조원철에게 이를 수습할 능력이 없었을 리 만무했다.마음만 먹었다면 서준의 입을 막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강왕이 알아서 떨어져 나가게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그런데도 오라비라는 자는 수수방관하며, 자신이 그 구역질 나는 강왕과 정혼하는 꼴을 멀뚱히 지켜보기만 했다.그런 사람과 무슨 남매의 정 따위가 남았겠는가?"언제 움직일 셈이냐?"경화 공주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조연화는 공주가 이리 조급하게 나올 줄 몰라 잠시 멈칫하다 답했다."겨울 사냥터는 보는 눈이 너무 많아 발각되기 십상입니다. 게다가 막사 안은 모실 곳으로 마땅치 않고요. 사냥이 끝나고 얼마 뒤면 저희 할머니의 생신입니다. 그때 국공부에서 연회를 열 터이니, 전하의 뜻을 이룰 수 있게 판을 깔겠습니다."그녀는 공주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모두 수없이 머리를 굴려 세워둔 치밀한 계획이었다. 이럴 때 시선을 피하면 허세로 보일 터, 공주가 미끼를 물지 않을 수도 있었다."네가 이리 호언장담하니, 믿어보는 수밖에." 경화 공주는 시선을 내리깔고 탁자 위의 과일을 응시했다. "강유영 그 계집은 어찌 처리할 요량이냐?""강유영은 저희 집안의 양녀일 뿐입니다. 어릴 적부터 구석진 별채에 처박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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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이번 판에서 그녀가 편히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오직 강왕이 죽는 것뿐이었다.어떻게든 강왕을 죽여야만 했다!"한번 시도는 해보마. 장담은 못 하겠지만."잠시 뜸을 들이던 경화 공주가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전하께서 허락해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조연화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주먹을 꽉 쥐었다.이로써 첫 번째 관문은 통과한 셈이었다."됐다, 그만 가보거라. 곧 뒤따라 갈 터이니."경화 공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시녀에게 명했다."옷을 내오너라."조연화는 짧게 대답하고 막사를 나섰다.입구에 선 그녀는 진국공부의 막사가 있는 쪽을 힐미 돌아보고는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강유영은 화로 곁에 앉아 조월아와 소곤소곤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조사예는 두 사람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앉은 채 통통한 얼굴에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고 있었다.거친 사냥터는 노인이 오기에 적합하지 않아 조씨 노부인은 애초에 동행하지 않았고, 한씨 역시 병석에 누워버린 터였다. 그리하여 조원철이 강유영을 비롯한 자매들을 이끌고 오게 된 것이다.조원철은 사냥터에 도착하자마자 황제의 부름을 받고 가서는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었다. 조연화마저 혼자 밖으로 나가버렸으니 막사 안에는 셋만 남아있었다.그때, 훌쩍 휘장이 걷히며 찬 바람이 훅 밀려들었다.강유영과 조월백이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고개를 들어 입구를 쳐다보았다."셋째 언니."조사예가 냉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조연화 곁으로 다가가며 강유영 일행을 힐끗 흘겨보았다.강유영과 조월아가 자신을 은근히 따돌리는 것 같아 내심 부아가 치밀던 참이었다. 둘 다 꼴도 보기 싫었는데, 마침 조연화가 돌아오자 조사예의 턱이 다시 거만하게 올라갔다."다들 나가자꾸나. 공주 전하께서도 행차하셨는데, 너희는 어찌 막사 안에만 틀어박혀 체통을 깎아먹고 있는 게냐."조연화 역시 턱을 쳐들며 적녀로서의 위세를 부렸다.어른들은 아무도 없고 조원철마저 자리를 비운 지금, 이 막사 안의 권력자는 단연 조연화였다.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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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아무리 그래도 경화 공주가 자신을 지목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경화 공주는 무리를 빙 둘러보더니, 정확히 강유영을 가리켰다."너, 나랑 같이 가서 짐 좀 들어라."강유영은 고개를 숙인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공주를 무시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자신을 부를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유영 언니, 공주 전하께서 부르십니다."조월아가 손가락으로 그녀를 살짝 찌르며 작게 속삭였다.그제야 꿈에서 깬 듯 고개를 든 강유영은, 당혹스러운 눈으로 경화 공주를 바라보았다."전하, 저더러 산에 함께 가자고 하신 겁니까?"맑은 눈망울을 크게 뜬 채, 짐짓 아무것도 모르는 당황한 기색을 꾸며냈다.하지만 속으로는 이미 미친 듯이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자신이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굳이 지목했다. 고의가 아니라고 하면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었다.경화 공주는 뼛속 깊이 강유영을 혐오했다. 그토록 오랜 시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기회만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옭아매려 들지 않았던가.짐을 들라는 건 핑계요, 산속에서 자신을 해치려는 게 진짜 목적일 터였다."왜? 싫으냐?"경화 공주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아닙니다." 강유영이 고개를 숙이며 조심스럽게 거절의 뜻을 비쳤다. "공주 전하의 명을 어찌 거역하겠습니까. 하오나 저는 말도 탈 줄 모르고, 활을 쏠 줄도 모릅니다. 전하를 따라갔다간 그저 짐만 될까 두렵습니다."물론 공주가 자신을 순순히 놔줄 리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그래도 한 번 찔러본 것이다. 혹시나 마음을 바꿀까 싶어서."모르면 배우면 되지. 그 옷차림, 제법 사냥꾼 같지 않으냐?" 경화 공주가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오늘 내가 한껏 기분이 좋으니, 특별히 사냥하는 법을 가르쳐주마."강유영이 핑계를 대고 있다는 걸 공주가 모를 리 없었다. 이런 얄팍한 핑계에 넘어갈 경화 공주가 아니었다."하지만... 제겐 활과 화살이 없는걸요."강유영은 옷자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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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4화

어쩌면, 이 역시 수련일지도 모른다.하지만 무예를 배운 지 고작 얼마나 되었다고, 무슨 수로 독기 품은 경화 공주와 그 수하들을 홀로 감당한단 말인가?결국, 저 사내는 그녀의 목숨 따윈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조연화는 꽉 쥐고 있던 주먹을 서서히 풀며 입을 열었다."유영아, 쓸데없는 걱정을 왜 하느냐? 공주 전하께서 친히 사냥을 가르쳐주신다 하지 않으셨느냐. 나는 전하께 직접 배우고 싶어도 그런 복이 없는데 말이다."그녀는 조원철이 또 강유영을 감싸고돌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참으로 다행이었다."강 소저, 여기 활과 화살입니다."한 시녀가 낡은 활을 강유영의 손에 쥐여주고는 화살통을 그녀의 어깨에 덜렁 걸어주었다.강유영은 그 무게마저 감당하지 못하는 듯 허리를 살짝 구부린 채, 낡은 활을 들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을 꾸며냈다."가자꾸나."경화 공주가 앞장서 걸음을 뗐다."다들 활과 화살을 점검하고 산에 오를 채비를 하라."그때, 조원철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말을 들은 강유영은 재빨리 손에 든 활을 훑어보았다.자세히 살펴보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활시위가 이상했다. 심하게 낡은 데다, 중간에 누군가 일부러 손을 댄 흔적이 역력했다.이대로 힘껏 시위를 당겼다간 그대로 툭 끊어져 얼굴이나 눈을 가격할 것이 뻔했다. 결코 장난으로 넘길 일이 아니었다. 활시위가 낡으면 제때 갈아주어야 한다고, 조원철이 가르쳐준 적이 있었다.군에서도 매년 끊어진 활시위에 눈이 멀어버리는 자가 나온다는 말도 했었다."안 오고 뭣 하느냐?"강유영이 움직이지 않자, 경화 공주는 고개를 돌려 턱짓을 하며 쏘아붙였다."공주 전하, 잠시 신발 좀 갈아 신고 와도 되겠습니까?"강유영은 입술을 꼭 깨문 채, 새까만 눈동자에 두려움을 가득 담고는 잔뜩 주눅 든 표정으로 공주를 올려다보았다.가죽신이 너무 답답해 막사 안에서는 수놓은 비단신으로 갈아 신고 있었던 참이었다.시간을 벌기엔 더없이 완벽한 핑계였다.이토록 보는 눈이 많은데, 경화 공주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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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산속, 강유영은 말을 몰아 경화 공주의 뒤를 따랐다.말굽이 단단하게 다져진 새하얀 눈을 밟을 때마다 뽀드득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그녀는 산속 깊은 곳을 올려다보며, 눈앞에 우뚝 솟은 푸른 소나무를 보곤 잠시 아득해졌다. 마치 조원철을 따라 호주 산속을 헤매던 그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그녀는 손에 쥔 고삐를 꽉 쥐고서, 일부러 몸을 뻣뻣하게 굳히며 갓 말을 배운 초보인 척 연기했다.이래야 경화 공주의 경계심을 늦추고 마음대로 주무르기 쉬운 만만한 상대라 여기게 만들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긴다면 도망치기도 수월할 터였다."가서 앞을 확인해 보거라."경화 공주가 고삐를 당겨 말을 세우고는, 좌우를 둘러보며 명을 내렸다.미리 점찍어둔 장소에 다다른 것이 틀림없었다.수하 중 한 명이 즉시 앞장서서 정찰을 나갔다.잠시 후, 수하가 돌아와 아뢰었다."전하, 산모퉁이를 돌면 바람을 피하기 좋은 완만한 비탈이 나옵니다. 그 위에 들토끼와 노루의 발자국이 선명합니다.""물러가거라." 경화 공주가 고개를 돌려 강유영을 향해 씩 웃었다. "토끼와 노루는 온순해서 사냥하기 아주 쉬운 짐승이지. 너 같은 초보자에게 딱이다. 가서 운을 시험해 보거라. 필시 수확이 있을 것이다."강유영은 고삐를 쥔 손에 잔뜩 힘을 주었다."저... 저는 활을 쏠 줄 모릅니다. 행여나 짐승들을 놀라 도망치게 하여 전하의 흥을 깰까 두렵습니다."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경화 공주가 좋은 뜻으로 저럴 리 없었다.저 앞에는 필시 함정이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내가 사냥을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사냥감을 잡고 못 잡고는 아무 상관 없다. 오히려 네가 배워야 할 것을 배우는 게 중요하지."경화 공주는 말을 뒤로 물리며 재촉했다."자, 네가 앞장서거라. 사냥감이 보이면 일단 시위를 당겨. 맞든 안 맞든 우선 쏘고 보는 거다.""예."더는 핑계를 댈 수 없게 된 강유영은 어쩔 수 없이 말을 몰아 맨 앞으로 나섰다.그녀는 잔뜩 긴장한 채 경계하며 주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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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그녀의 온 신경은 오직 말발굽에 쏠려 있었다.'바로 지금이다!'말굽이 미끄러운 빙판을 밟았다.예상대로, 말이 앞으로 고꾸라지며 크게 미끄러졌다.말 위에 앉아 있던 강유영의 몸이 순식간에 균형을 잃었다.그녀는 짧은 비명을 내지르며, 통제력을 잃은 말과 함께 낭떠러지 쪽으로 곤두박질쳤다.경화 공주는 그 광경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았다. 심지어 입가에는 미소까지 머금고 있었다.이곳엔 보는 눈도 없으니, 굳이 놀란 척 연기를 할 필요도 없었다.'감히 내게서 조원철을 빼앗으려 들어? '이번에 사지가 멀쩡히 살아남는다면, 그건 그저 저 계집의 명이 질긴 덕일 것이다.그녀는 강유영의 인영이 벼랑 끝 눈보라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그때, 곁에서 말굽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왔다.경화 공주는 이쪽으로 누군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아이고, 큰일 났구나! 강유영이 산비탈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어서 진국공 세자에게 알려 사람들을 풀어 수색하게 하라!"그녀는 즉시 목소리를 높여 다급하게 명을 내리곤, 말에서 내려 벼랑 끝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늉을 했다."공주 전하, 무슨 일입니까?"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황급히 달려왔다."강유영이 사냥을 배우겠다며 고집을 피우지 않느냐. 말도 처음 타보는 주제에 승부욕만 강해서 기어코 맨 앞장서겠다고 우기더니, 어쩌다 저리되었는지 말과 함께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내 어찌나 놀랐는지 심장이 다 떨어질 뻔했구나...."경화 공주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큰 소리로 변명했다.그 목소리엔 일말의 걱정도 묻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의기양양함만이 가득했다. 마치 주변 사람들에게 이 모든 것이 강유영의 부주의 탓이며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떠벌리는 듯했다.벼랑 아래, 강유영은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그녀의 위치에서는 경화 공주의 그 오만한 낯짝이 훤히 보였고, 그녀가 지껄이는 말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똑히 들렸다.절벽에서 굴러떨어지기 전, 강유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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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강유영은 경화 공주의 눈을 노려보며 시위를 당긴 채 망설였다.귓가를 맴돌던 바람조차 멎은 듯했다. 이성이 서서히 돌아오자 차마 화살을 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긴장과 분노로 손이 가늘게 떨렸다.상대는 다름 아닌 공주였다.만에 하나 꼬리가 밟히기라도 한다면…."쏴라!"뒤에서 조원철의 나직한 호통이 들려왔다.무방비 상태였던 강유영은 화들짝 놀라 저도 모르게 시위를 놓아버렸다.슉!화살이 허공을 가르며 경화 공주를 향해 날아갔다.애초에 손이 떨리던 차에 조원철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 쏜 화살이니, 제대로 조준했을 리 만무했다.그녀의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화살을 좇았다.쏜살같이 날아간 화살은 찰나의 순간, 경화 공주의 왼쪽 광대뼈에 깊숙이 박혔다.화살촉이 살을 파고드는 소리와 함께 핏물이 튀는 환청이 들리는 듯했다.사실 이토록 먼 거리에서 그런 소리가 들릴 리 없었건만.비명을 지르는 경화 공주를 보자 머릿속이 새하얘졌다.툭!손에 쥐었던 활이 바닥으로 떨어졌다.조원철의 오랜 가르침을 받아왔고 단검으로 강왕을 위협해 본 적도 있으나, 직접 남의 몸에 무기를 박아 넣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게다가 상대는 황제의 총애를 받는 경화 공주였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강유영은 비틀비틀 뒷걸음질 쳤다."악!"무방비 상태로 뺨에 화살을 맞은 경화 공주는 화살을 맞은 얼굴을 감싸며 비명을 질렀다.공주로서 언제 이런 고통을 겪어보았을까.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던 그녀는 밀려오는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눈밭을 뒹굴며 두 발을 마구 버둥거렸다."공주 전하!""자객이다, 어서 전하를 호위하라!"주변에 있던 일행은 잠시 멍하니 얼어붙어 있다가, 그제야 경악 속에서 정신을 차렸다.수하들이 다급히 무기를 빼 들고 사방을 두리번거렸으나, 자객의 그림자가 보일 리 만무했다."당장 폐하께 아뢰고 전하를 산 아래로 모셔라! 어서 태의를 불러라!"마침내 경화 공주의 측근 궁녀가 상황을 파악하고 서둘러 명을 내렸다.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졌으니 사냥을 계속할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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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화

"너는 어떻게 떨어진 것이냐?"조원철이 다시 물었다."경화 공주가 저 비탈길 위에 미리 물을 뿌려 얼음막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말이 그 위를 밟고 미끄러졌을 때, 전 미리 봐둔 이곳으로 뛰어내렸습니다. 하지만 말은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지요."강유영은 고개를 내밀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아래는 눈안개가 자욱해 도무지 상황을 분별할 수 없었고, 자연히 그 말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오직 말이 굴러떨어지며 눈 위에 남긴 참혹한 흔적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만약 그녀가 미리 떨어질 자리를 봐두지 않았다면, 필시 저 말과 함께 추락해 생사를 알 수 없게 되었을 것이다.다행히 그 말은 경화 공주가 준비한 짐승이었지, 조원철이 내어준 설영이 아니었다.만약 설영이었다면 그녀는 훨씬 더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어찌할 셈이었느냐?"조원철이 재차 물었다."그저 왜 말이 미끄러졌는지 모르겠다고 할 참이었습니다. 굴러떨어지며 운 좋게 목숨은 건졌으나 길을 잃었다고 말이지요." 강유영은 입술을 꾹 다물더니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저쪽으로 빙 둘러서 돌아갈 생각이었습니다."경화 공주를 향해 활을 들어 올렸을 때만 해도, 그녀는 극도의 분노에 휩싸여 퇴로 따위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냉정을 되찾고 신속하게 머릿속을 정리한 상태였다. 어떻게 해야 혐의를 완벽히 벗을 수 있을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말을 마친 뒤에도 조원철에게선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생각이 짧았던 걸까? 아니면 말실수라도 한 것일까?그러나 조원철의 시선은 그녀의 손에 머물러 있었다.본래 굳은 기름처럼 희고 부드러웠던 손은 어느새 벌겋게 얼어붙은 채 길고 가는 손가락들이 잔뜩 곱아 있었다.그가 한 걸음 다가와 그녀의 두 손을 끌어당기더니, 제 두 손으로 감싸 쥐고 문지르기 시작했다.강유영의 손가락은 이미 얼어붙어 뻣뻣해졌고 관절마저 감각이 둔해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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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강유영은 화살통을 메는 그를 보다가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얼굴빛이 하얗게 질렸다.조원철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볼 뿐, 입술을 다문 채 말이 없었다.초조해진 강유영이 그의 소매라도 끌어당길 요량으로 손을 뻗었다가 흠칫 거두어들였다."제가 바꿔치기한 낡은 활시위와 경화 공주가 준 화살통을 막사 안에 그대로 두고 왔습니다!"다급해진 나머지 커다란 눈망울이 붉게 달아올랐다. 추위에 꽁꽁 언 뺨 위로 공포와 초조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이것이야말로 가장 치명적인 허점이었다.물건은 막사 안에 덩그러니 놓여 있으니, 누구든 들어가면 단번에 발견할 것이다.게다가 경화 공주가 준 화살에는 공주부의 표식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누군가 그 화살통을 발견한다면, 조금만 머리를 굴려도 그녀가 남겨둔 것임을 눈치챌 터였다. 그런데 정작 그녀는 다른 화살통을 메고 산에 올랐다. 이 사실이 발각되면 도저히 빠져나갈 방도가 없었다."어찌 그리 뻔한 허점을 남긴 것이냐?"조원철이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그녀를 주시했다."그때, 경화 공주가 하도 다급하게 닦달하는 바람에 미처 그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습니다."강유영은 심장에 불이라도 붙은 듯 속이 타들어 갔다. 머릿속이 엉망으로 헝클어지고 코끝에는 땀방울이 맺혔다.그녀는 어떻게든 이성을 되찾고 해결책을 강구하려 애를 썼다.그러나 조원철은 느릿하고 여유로운 손길로 제 옷깃의 매듭 단추를 하나 풀더니, 그녀의 두 손을 끌어당겨 자신의 품속에 밀어 넣고는 언 손을 덥혀주기 시작했다."안 춥습니다."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던 강유영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빼내려 했다.동시에, 마음 한구석에선 그를 향한 원망이 치솟았다.애당초 그가 억지로 이 사냥터에 끌고 오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게다가 아까 활을 쏠지 말지 망설이던 찰나에 그가 뒤에서 갑자기 소리쳐 놀라게 하는 바람에 시위를 놓쳐버린 것 아닌가.물론, 이런 원망은 그저 속으로 삼킬 뿐이었다.이런 수련이 다 자신을 위해서라는 것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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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시간이 늦었다. 조금 더 지체하면 경화 공주가 막사에 당도할 것이다."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그녀에게 으름장을 놓았다.강유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경화 공주가 막사에 당도한다는 것은 곧 건정제를 만난다는 뜻이었다. 건정제가 즉각 이 일을 철저히 조사하라 명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조원철은 말을 마치고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강유영의 까만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입술을 깨물며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결국 두 눈을 질끈 감고 붉어진 얼굴로 발돋움을 하여 그에게 다가갔다.'그래, 일단 이 난관부터 넘기고 봐야지.'그보다 더 내밀한 일들도 이미 다 겪지 않았던가. 그저 입맞춤 한 번 하는 것뿐인데, 새삼스레 뻗댈 이유가 없었다.조원철은 점점 다가오는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길고 말려 올라간 속눈썹이 가늘게 떨렸고, 수줍게 달아오른 붉은 기운이 귓바퀴까지 번져 있었다.그의 목울대가 미세하게 일렁였다.그녀의 입술이 닿기도 전에, 그가 먼저 고개를 숙여 입을 맞췄다.입술 위로 뜨거운 온기가 닿았다가 순식간에 떨어졌다. 그 찰나의 접촉이 그녀의 차가운 입술을 덥혀주었다.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물기 어린 눈망울을 뜨고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분명히 그녀에게 입을 맞추라 해놓고 왜 자기가 먼저 입술을 가져다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화는 이제 풀어야지 않겠느냐?"조원철이 그녀의 얼굴을 감싸 쥐고는, 엄지손가락으로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그는 알고 있었다. 그녀가 서왕부에서 있었던 일로 줄곧 자신에게 앙심을 품고 엇나가고 있다는 것을."예."강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까만 속눈썹이 내리깔리며 눈동자 깊은 곳에 서린 감정을 덮어 감추었다. 마음 한구석에서 씁쓸하고 시큰한 감정이 피어올랐다.그 수많은 일들이, 어찌 말 한마디에 덮일 수 있단 말인가?아무리 화를 내지 않으려 해도, 그때의 그 장면들, 그가 안겨준 그 수치스러움과 모멸감을 떠올릴 때면 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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