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Capítulo 621 - Capítulo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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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1화

강유영은 그의 말대로 물을 입안에 머금어 따뜻하게 데운 뒤 삼켰다.그렇게 마른 식량 한 입, 물 한 모금을 번갈아 먹다 보니 어느새 그가 준 식량 한 덩이를 다 비워버렸다.조원철 역시 한 덩이를 먹고는 그녀에게 물었다."더 먹겠느냐?""배부릅니다."강유영은 고개를 저었다.조원철은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 방향을 가늠하더니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해가 서쪽으로 기울 무렵, 이 길을 따라 곧장 나아가라. 누군가 널 발견하게 될 것이다. 변명거리는 다 생각해 두었느냐?""예, 생각해 두었습니다."강유영도 몸을 일으켜 그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았다."더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겠느냐?"조원철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무엇을 말씀이십니까?"강유영은 어리둥절하여 자신의 행색을 내려다보았다.조원철은 말없이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의 옷자락 한쪽을 쥐더니, 옆에 있던 거친 산벽에 대고 힘껏 긁어내렸다.멀쩡하던 옷가지에 순식간에 구멍이 몇 개 뚫렸다.강유영은 즉각 그 뜻을 알아차렸다. 높은 절벽에서 떨어진 사람의 옷차림과 머리칼이 이토록 흐트러짐 없이 멀쩡할 수는 없었다.그녀도 그를 따라 즉시 손을 올려 자신의 머리채를 헝클어뜨렸다. 까만 머리카락 몇 가닥이 스르르 흘러내렸다."감히 경화 공주에게 복수할 마음을 품은 것, 아주 기특하구나."조원철이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한층 더 엉망으로 흩트려놓았다.강유영은 흑요석 같은 눈동자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쿵쾅거렸다.그가 자신을 칭찬했다.그것도 이토록 노골적으로.그에게 그렇게 오랜 시간 가르침을 받으면서도, 이토록 아낌없는 칭찬을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그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용기를 얻었다.그 기쁨에 들떠 주위를 둘러보던 그녀는, 갑자기 손을 들어 자신의 손등을 거친 바윗돌에 대고 힘껏 긁어버렸다."아읏..."찌르는 듯한 고통이 밀려와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무슨 짓이냐!"조원철이 그녀의 손목을 덥석 움켜쥐었다. 손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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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2화

조원철이 그녀에게 물었다. "여기를 누르면 되는 거 아닙니까?"강유영이 그곳을 가리키며 답했다."단검은 내게 다오."조원철은 그녀가 숨겨둔 단검을 회수하고 그녀의 손에 쇠뇌를 단단히 채워준 뒤에야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강유영은 산숲 속으로 멀어지는 그의 듬직한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순간 마음 한구석이 텅 빈 듯 헛헛해졌다.*막사 안에서는 이따금 경화 공주의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조연화는 막사 밖에 숨어 안을 살폈다.그녀는 경화 공주에게 대체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지 못했다.그저 일행이 막사로 돌아왔을 때, 다들 공주를 에워싼 채 다급히 태의를 불렀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길바닥에 점점이 핏자국이 떨어져 있었고, 경화 공주가 내내 처절하게 우는 것으로 보아 필시 크게 다친 모양이었다.건정제마저 돌아와 있었다.하지만 강유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경화 공주가 이미 강유영을 처리해 버린 것일까?그녀는 속으로 몹시 불안했지만 감히 들어가 확인할 엄두는 내지 못한 채 입구에서 동향만 엿보고 있었다."비켜라!"등 뒤에서 벼락같은 호통이 떨어졌다.조연화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시퍼런 검을 빼 든 서왕 서준이 다가오고 있었다.그녀는 경악하여 순식간에 안색이 하얗게 질렸고 황급히 뒷걸음질을 쳤다.이전까지 그녀가 보아온 서준은 매사에 진지함이라곤 없이 껄렁대는 사내였다.이토록 살기가 뚝뚝 묻어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무거운 압박감이 느껴졌다.서준은 단숨에 막사의 휘장을 걷고 안으로 들어갔다.침상 곁에는 태의 몇 명이 달라붙어, 막 경화 공주의 얼굴에 박힌 화살을 제거하려던 참이었다.사색이 된 궁녀들이 뜨거운 물이 담긴 대야와 붕대 따위를 들고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상석에 앉은 건정제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그의 뒤에 선 대내관 고의 역시 걱정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서준을 본 고익이 황급히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서왕 전하...."폐하께서 계신 곳에 흉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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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3화

서준은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바람이 비탈을 훑고 지나가며 눈발을 흩날렸다.서준은 강유영이 굴러떨어진 곳에 선 채, 남풍이 수하들을 데리고 수색을 마치길 기다렸다."전하."남풍이 금세 돌아와 보고했다."눈밭에 물이 뿌려져 단단한 얼음층이 생겨 있었습니다. 말발굽이 미끄러질 수밖에요. 유영 아씨는 필시 이것 때문에 절벽 아래로 추락했을 것입니다.""사람들을 데리고 내려가 찾아라."서준은 절벽 아래를 굽어보았다. 평소의 나태하고 껄렁대던 기색은 온데간데없이 서늘한 살기만이 감돌았다. 그는 피에 굶주린 안광을 번뜩이며 차갑게 명했다.남풍이 명을 받들고 사람들을 이끌어 내려가려던 찰나였다."잠깐."서준은 돌연 그를 불러 세웠다.남풍이 의아해하며 그를 보았다."전하, 하명하실 일이 더 있으십니까?""인원의 반은 내게 남겨라."그는 주위를 살피며 말했다."나는 저쪽을 훑어보겠다."강유영은 이제 제법 눈치가 빠르다. 예전처럼 마냥 만만하게 당하고만 있을 바보가 아니었다. 어쩌면 이미 절벽 아래에서 기어 올라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주변 역시 샅샅이 뒤져야 했다."예."남풍이 손을 들어 지시를 내린 뒤, 무리를 이끌고 황급히 절벽 아래로 우회해 내려갔다.서준은 말에 올라타 산 위로 향했다."유영 아씨!"일행이 산숲 곳곳으로 흩어져 수색을 이어갔다.해가 서쪽으로 기우는 것을 확인한 강유영은 은신처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조원철이 가리켰던 방향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꽤 오랜 시간 휴식을 취해 체력을 회복한 터라, 험한 산길임에도 발걸음이 제법 빨랐다.조원철의 말대로라면 이 앞에 작은 오솔길이 하나 나올 터였다.그녀는 앞으로 나아가며 주의 깊게 주변을 살폈다.과연, 조원철이 말한 오솔길이 눈앞에 나타났다.이 길을 따라 곧장 내려가면 산중턱에 자리한 막사가 보일 것이다. 길을 제대로 든 것이 분명했다.그녀는 안도하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는 걸음을 재촉했다.앞쪽에서 어렴풋이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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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4화

어떨 때는 한없이 다정하다가도, 또 어떨 때는 그토록 모질게 굴었다.도경진은 참 좋은 사람이었다. 성정도 다정하고, 외모도 반듯했다.다만 그런 어미를 두었으니 평생을 의탁할 사내는 못 되었다.강유영은 눈앞의 서준을 보았다.조원철을 빼면 그녀의 상처를 눈치채고 약을 발라주는 이는 서준뿐이었다.하지만 그는 예전에도 밥 먹듯 그녀를 속였고, 그의 입에서 나오는 거짓말은 늘 진짜 같았다. 게다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기도 했다.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녀를 걱정하는 모습에 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졌다. 그동안 너무 애정에 목말랐던 탓이리라."내가 준수해서 눈을 뗄 수가 없겠더냐?"서준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특유의 껄렁한 웃음을 띠고 농을 던졌다.그녀가 무사한 것을 확인하자 기분이 좋아진 듯, 금세 평소의 나태한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강유영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넋을 놓고 그를 쳐다보았다는 사실을 깨닫자 얼굴이 달아올라 고개를 돌렸다.'얼굴만 번듯하지 속은 시커먼 능구렁이 같은 자야. 속아선 안 돼.'"하산하자."서준이 손을 뻗어 그녀에게 둘러준 겉옷의 푹신한 모자를 씌워주었다.두툼한 털망토 속에 파묻혀 창백한 뺨과 까만 눈동자만 빼꼼 내민 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또 실실 웃음이 나왔다. 가련하면서도 사랑스러웠다."자, 타거라."그가 손을 내밀어 그녀를 끌어당겼다."전하와 동승하진 않겠습니다."강유영이 몸을 비틀며 완강히 거부했다."너 혼자 타거라. 내가 말을 끌 테니."서준은 그녀를 번쩍 안아 말안장에 올려주었다.발버둥 칠 틈도 없이 말 위에 앉은 강유영은 꼼짝없이 고삐를 쥐어야 했다."꽉 잡거라."서준은 앞에서 고삐를 끈 채 뒤를 돌아보며 씩 웃었다."뭘 그리 웃으십니까?"강유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쏘아붙였다.시도 때도 없이 저리 실실거리니 불편했다."기분이 좋아서 그런다. 서북 지역에서는 신부를 맞이할 때 신랑이 고삐를 쥐고 신부가 말 위에 탄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느냐?"서준이 능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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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5화

"흉터가 남느냐? 내 얼굴에 흉터가 남는 것이냐?"경화 공주가 눈을 뜨자마자 첫마디로 물은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다른 곳도 아닌 얼굴에 입은 상처였다."그것이...."태의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감히 나서는 이가 없었다.이토록 상처가 깊고 살점마저 뜯겨 나갔는데 어찌 흉터가 남지 않을 수 있겠는가?일반적인 흉터라면 훗날 연고를 발라 옅어지게 할 수라도 있겠으나, 떨어져 나간 살점은 다시 채울 수 없었다.태의들은 모두 속으로 알고 있었다. 경화 공주는 앞으로 평생 흉측한 자국을 얼굴에 달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당장 말하라니까!"경화 공주는 이성을 잃고 날카롭게 소리쳤다.발악하는 통에 얼굴 근육이 크게 움직이면서, 겨우 지혈해 둔 상처가 다시 터져 붕대가 붉게 젖어 들었다.그녀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태의들의 안색만 보아도 얼굴에 흉터가 남으리란 것쯤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얼굴에 흉측한 자국이 남을 것을 생각하니, 온몸의 피가 머리끝까지 거꾸로 솟구치며 이성을 유지할 수 없었다."전하, 진정하십시오...."그 모습을 본 태의들은 더더욱 입을 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아아악!"공주는 무너져 내리며 처절하게 비명을 질렀다.돌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그녀는 탁자 위의 과일 쟁반들을 하나씩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막사 안은 사방으로 튀는 도자기 파편과 요란한 파열음으로 가득 찼다.겁에 질린 태의와 궁녀들은 일제히 바닥에 엎드린 채,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벌벌 떨었다.경화 공주는 탁자 위의 물건을 모조리 부수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급기야 탁자까지 통째로 뒤엎어 버렸다."그만하거라, 경화야."마침내 건정제가 입을 열었다.미간을 찌푸린 채 발악하는 딸의 모습을 지켜보는 그의 눈에는 짜증스러운 기색이 묻어났다."제 얼굴이… 제 얼굴이.... 아바마마, 누가 제게 감히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 반드시 찾아내 주셔야 합니다!"경화 공주는 황제 앞에 무릎을 꿇고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었다. 극도의 분노와 공포에 질린 목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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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6화

마음속에서 깊은 증오가 용솟음쳤다.그토록 높은 곳에서 떨어졌는데도 어찌 머리카락 한 올 상하지 않았단 말인가? 게다가 대체 누구 보라고 저렇게 가련한 척을 꾸며내는지 가증스러웠다."서유연, 사람을 시켜 비탈길에 물을 뿌려놓고 기어이 빙판을 만들어 강유영을 벼랑에서 굴러떨어지게 한 이유나 해명해 보실까?"서준은 고개를 돌려 경화 공주를 바라보았다. 한 손을 허리에 얹은 나른한 자태였으나, 날이 선 말투는 곧장 경화 공주를 겨냥하고 있었다.오는 길에 그는 이미 강유영에게 캐물어 자초지종을 알고 있었다."난 그런 적 없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야?"경화 공주는 딱 잡아떼며 말을 이었다."물을 뿌리고 빙판을 만들다니? 도무지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가 없네. 난 아무것도 모른다고!"서준이 코웃음을 쳤다."아무것도 모른다는 사람이 하필이면 강유영을 억지로 산에 끌고 가셨을까? 또 하필이면 그 애를 맨 앞장서게 만들고 말이야. 참으로 기막힌 우연이군!""서준,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사람을 모함하지 말거라. 날 추궁하기 전에 증거를 대란 말이야!"경화 공주는 차츰 이성을 되찾으며 사안의 핵심을 짚었다.자기가 한 짓인들 서준이 증거를 대지 못한다면 그저 헛소리에 불과했다."폐하, 조 지휘사가 당도했사옵니다."밖에서 들려온 내관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두 사람의 언쟁을 종식시켰다."들라 하라."건정제가 고개를 들며 명했다.조원철은 휘장을 걷고 안으로 들어섰다.그는 단번에 서준의 곁에 선 강유영을 발견했다.두 사람의 거리는 몹시 가까웠다. 서준이 그녀보다 반 보 앞에 서서 철저히 감싸고 도는 태세였고, 강유영 또한 전혀 거부감 없이 순순히 그의 등 뒤에 선 채 보호받고 있었다.조원철의 눈빛이 순간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 예를 갖추었다."폐하를 뵙습니다.""조 지휘사는 고개를 들라. 경화에게 벌어진 일은 들었겠지?"건정제가 손을 들어 경화 공주 쪽을 가리켰다.조원철은 경화 공주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담담한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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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7화

강유영은 경화 공주의 참담한 몰골을 확인하자마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저도 모르게 손을 꽉 움켜쥐었다.눈앞에서 조원철이 담담한 시선을 던져왔다.강유영은 순간 그 눈빛에 담긴 의미를 알아차렸다.그는 일찍이 그녀에게 경고했었다. 누구를 대하든, 무슨 일이 일어나든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지 말라고. 하물며 이 일은 실제로 그녀가 저지른 짓이었다.겉으로 티끌만 한 동요라도 내비쳤다간 경화 공주와 건정제에게 꼬투리를 잡혀 영영 빠져나갈 수 없게 될 터였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그녀는 즉시 움켜쥔 손에 힘을 풀었다. 표정 역시 이전처럼 순하고 얌전한 얼굴을 유지하며, 짐짓 겁먹은 기색마저 꾸며냈다.동시에 머릿속은 빠르게 돌아갔다.경화 공주는 왜 갑자기 저런 말을 하는 걸까?설마 아까 산에서 무슨 허점이라도 보여 경화 공주에게 간파당한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있는 걸까?그녀는 짙고 긴 속눈썹을 내리깐 채 당시의 상황을 주의 깊게 떠올려 보았다.딱히 실수한 부분은 없는 것 같았다.그런데 경화 공주는 뭘 알고 저러는 것일까?조원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유연, 단단히 미쳤네." 서준이 코웃음을 쳤다. "말을 탈 줄도 활을 쏠 줄도 모르는 데다, 닭 한 마리 잡을 힘도 없는 아이다. 너 때문에 죽을 뻔한 아이가 어떻게 널 다치게 한단 말이냐?"경화 공주의 말은 그야말로 지나가던 개가 웃을 헛소리였다."저년이 맞습니다, 아바마마! 당시 제 주위에 저년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고요." 경화 공주가 건정제를 향해 소리쳤다. "아바마마, 전부 강유영 저년 탓입니다. 저년을 산에 데려가지만 않았어도 제가 오늘 이런 변을 당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부디 아바마마께서 저년을 벌해주십시오!"그녀는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울먹였다. 뺨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이 핏빛으로 물든 붕대 위로 뚝뚝 떨어졌다.지금까지 자라면서 그녀가 운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얼굴이 망가졌다는 사실을 그녀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가슴에 가득 찬 분노와 억울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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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8화

강유영은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추며 순순히 대답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내심 분노가 일었다.경화 공주가 자신의 목숨을 해치려 했건만, 건정제는 이토록 솜털처럼 가볍게 덮고 넘어갔다.만약 반대로 경화 공주를 다치게 한 범인이 그녀로 밝혀졌다면 어땠을까. 건정제는 필시 사람을 시켜 그녀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 죽였을 것이다.건정제는 일국의 군주였으나, 동시에 한없이 불공평한 자였다.그 순간, 그녀는 문득 깨달았다. 황제 역시 사람이라는 것을.사람인 이상 감정과 사리사욕이 있기 마련이고, 그는 황제인 동시에 한 아비였다. 아비로서 결국 자신의 딸을 감싸고 도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이 또한 인지상정이었다. 만약 그녀의 부모님이 살아계셨더라면, 그들 역시 이토록 그녀를 감싸주었을 것이다."전하, 제가 약을 갈아드리겠습니다."태의 한 명이 그제야 감히 앞으로 나서며 전전긍긍하는 태도로 경화 공주에게 입을 열었다.경화 공주는 얼굴을 감싸 쥔 채 좀처럼 분을 삭이지 못했다. 강유영을 바라보는 두 눈에는 더욱 거센 분노의 불길이 타올랐다.그녀 평생 이토록 참담한 수모를 겪은 적이 있었던가?막사 안의 그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지만, 오직 강유영 하나만은 만만했다. 하물며 그녀는 원래부터 강유영을 끔찍이도 혐오했다."꼴좋군."서준이 걸음을 옮겨 강유영의 앞을 막아서며, 실실 웃는 낯으로 경화 공주를 조롱했다."서준, 이 무례한 놈!"경화 공주가 발끈하여 화를 냈다."서왕, 썩 물러가지 못할까!"건정제가 언성을 높이며 경화 공주의 말을 끊었다.조원철은 어느새 문가로 걸어가, 휘장을 걷어 올린 채 몸을 돌려 강유영을 바라보고 있었다."가자."서준이 강유영을 불렀다.강유영은 먼저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서준은 문가에 이르러 다시 고개를 돌려 경화 공주를 도발했다."악행에는 업보가 따르는 법이지.""저 죽일 놈이!"경화 공주는 가까스로 억눌렀던 화가 다시 끓어올랐다. 그녀는 길길이 날뛰며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서준과 결판을 낼 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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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9화

그가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강유영은 가슴을 졸였다.주위의 공기마저 꽁꽁 얼어붙어 멎어버린 것 같았다.강유영은 움찔하며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내리깐 그녀의 눈에, 자신의 앞으로 와 멈춰선 사슴가죽 신발이 보였다.조원철의 담담한 시선은 강유영의 창백한 얼굴을 훑고 지나가더니, 이내 서준을 향했다. 그러더니 얼음장처럼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오늘 일은 감사했습니다, 전하. 누이가 많이 놀라 오래 머무는 것은 좋지 않으니, 제가 먼저 저택으로 데려가겠습니다."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강유영을 데리고 떠나려 했다.서준은 그 말을 듣고도 길을 비켜주기는커녕 오히려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조원철의 앞을 가로막았다.얼굴에는 세상을 조롱하는 듯한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말투에는 뼈가 있었다."유영이는 내가 구출해서 데려왔네. 기왕 좋은 일 한 김에 끝까지 책임져야지. 내 마차에 태워 직접 저택까지 바래다주겠네.""필요 없습니다."조원철은 단호하게 거절하며 그의 손을 피해 강유영의 손을 잡으려 했다.그러나 서준은 양보할 기색 없이 손목을 홱 틀어 그의 손을 직접 쳐내버렸다."세자, 뭘 그리 서두르나? 날도 추운데, 말을 타고 왔겠지? 유영이가 얼어 죽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서준이 강유영을 쓱 훑어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게다가, 유영인 나를 더 의지하는 것 같은데.""무슨 헛소리를 하시는 거예요?"강유영은 깜짝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엉겁결에 반박했다.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여기서 더 함부로 입을 놀렸다간, 서준 때문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우리 진국공부의 사람이니 외부인이 신경 쓸 일 없습니다."조원철 주위의 기세가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었다. 칼날처럼 예리한 시선이 서준의 얼굴에 꽂혔다."서왕 전하께서는 자중하십시오.""외부인?" 서준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픽 웃었다. "세자, 농담이 지나치군. 유영이는 이미 내 측비가 되기로 약조한 것을 설마 잊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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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0화

강유영은 마음속으로 극심한 두려움에 사로잡혔다.다른 사람들은 그의 감정을 읽어내지 못할지언정, 오랫동안 그와 함께 지내온 그녀는 자연히 그의 분노를 알아챌 수 있었다.그가 진정 서준의 말을 믿은 걸까 봐 두려웠다.서준은 제자리에 선 채 두 사람이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얼굴에서 미소가 완전히 사라졌다.그는 손을 들어 올려, 강유영의 머리카락을 스쳤던 손가락을 가만히 만지작거리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눈빛이 짙게 가라앉아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속을 알 수 없었다.*"큰오라버니, 무슨 일인가요?"진국공부의 막사 곁을 지키고 있던 조연화가 다가와 물었다.그녀는 조원철이 강유영을 이끌고 지나가는 것을 보고는 다급히 달려온 참이었다.그녀는 그저 경화 공주가 다쳤다는 것만 알 뿐,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전혀 몰랐다. 행여 이 일이 자신과 연관된 것은 아닐까 싶어 속으로 몹시 불안해하고 있었다.경화 공주가 제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생기면 애먼 사람에게 화풀이하는 성미라는 것을 잘 알기에, 혹여 불똥이 튈까 두려웠던 것이다.조원철은 곁눈질로 그녀를 힐끗 보더니, 이내 강유영의 손을 놓으며 명했다."마차에 가서 기다리거라."강유영은 고개를 숙인 채 마차가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그에게 대체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생각했다.그녀는 결코 선을 넘는 짓을 하지 않았고, 서준의 호의에 응한 적도 없었다.설마 서준이 내뱉은 그 몇 마디 말 때문에 조원철은 그녀와 서준 사이가 불순하다고 단정 지어버린 것일까?잠시 후, 마차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강유영은 의아한 마음에 손을 뻗어 휘장을 살짝 걷어 밖을 내다보았다.앞에서 마차를 몰고 있는 것은 청류였다. 조원철의 지시를 받은 것이 분명했다.조원철이 마차에 타지 않아서, 내심 안도가 되었다."아씨, 시장하지 않으십니까? 제게 먹을 것이 조금 있습니다만."마차가 산 아래를 향해 한참을 달려갔을 즈음, 밖에서 청류가 물었다."난 괜찮다."지금 무슨 정신으로 음식을 먹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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