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Capítulo 651 - Capítulo 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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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1화

강유영은 심장이 멎는 것만 같았다.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 그녀는 그가 혼인 증서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틈을 타 다급히 밖으로 내달렸다.도망쳐야 했다. 이대로 있다간 저 사내가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었다.분명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해 있었건만, 조원철은 마치 옆통수에 눈이라도 달린 사람 같았다. 그가 긴다리로 발을 슬쩍 내밀자, 강유영은 그대로 가로막히고 말았다.그의 커다란 손이 그녀를 향해 뻗어왔다."앗!"유영은 짧은 비명을 터뜨렸다. 어떻게든 그를 피하려다 제대로 된 반항도 하지 못하고, 다급한 마음에 그만 몸을 틀어 내실 쪽으로 도망치고 말았다.문지방에 발이 걸려 휘청하는 순간에야 그녀는 아차 싶었다.내실에는 퇴로가 없었다. 제 발로 막다른 골목에 뛰어든 셈이었다. 하지만 머리끝까지 화가 난 그가 너무도 두려워, 순간이라도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픈 마음뿐이었다. 단번에 잡히는 것보단 나았다.조원철은 곧장 내실로 따라 들어오더니 쾅 하고 등 뒤로 문을 닫아버렸다."오, 오지 마세요…."새하얗게 질린 유영은 고개를 들어 그를 보며 애원했다.도망칠 곳이 없다는 절망감 속에서, 불현듯 침상 뒤편에 있는 창문이 떠올랐다. 거기로라면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생각이 떠오르자마자 그녀는 더 지체하지 않고 뒷쪽 창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하지만 조원철은 단 몇 걸음 만에 거리를 좁혀오더니,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가녀린 어깨를 낚아챘다.강유영은 몸을 비틀어 그의 손을 뿌리치고는 반대편으로 뛰었다. 앞쪽에도 창문이 있었다.그녀는 도망치기 위해 필사적으로 버둥거렸지만, 끝내 그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했다.결국 그녀는 화장대와 그의 단단한 몸 사이에 갇히고 말았다.새까만 눈망울에 물기가 차오르더니, 이내 눈가가 붉게 달아올랐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를 경계하던 강유영은, 어떻게든 그와 닿지 않으려 화장대 쪽으로 몸을 바짝 밀착시켰다.눈물이 그렁그렁한 그녀를 내려다보는 조원철의 눈빛이 한층 더 짙게 가라앉았다. 방금 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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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2화

손을 놓는다면, 조원철은 기필코 곱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강유영은 그가 멀리 떠나주기를 바랐다. 다시는 자신을 찾지도, 자신의 일에 간섭하지도 않기를 원했다."더 찔러 보거라."조원철은 그녀의 말을 듣고도 물러서기는커녕, 오히려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와 자신의 어깨를 그녀 앞으로 들이밀었다.강유영은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쥐고 있던 비녀를 놓아버렸다.조금 전 그를 찌른 것은 그저 위기의 순간에 나온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어떻게 감히 그에게 다시 손을 댈 수 있단 말인가?조원철은 그녀의 손을 잡아끌어, 기어이 비녀를 자신의 어깨에 닿게 만들었다.그가 한 뼘 더 바짝 다가섰다.두 사람의 거리는 더 이상 좁힐 수 없을 만큼 가까워졌다."찌르라니까."그가 싸늘한 음성으로 재촉했다. 쉰 목소리에는 단 한 줌의 온기도 배어 있지 않았다.강유영은 겁에 질려 마른침을 삼켰다.그녀는 마치 벼랑 끝에 몰린 어린 양 같았다. 도망칠 곳도, 물러설 곳도 없었다.강유영은 짧은 비명을 지르며 어깨에 박힌 뾰족한 금비녀를 홱 뽑아 들고는, 두 손으로 꽉 쥔 채 그를 향해 겨누었다."오, 오지 마세요!"그녀의 눈동자에는 결연함이 서려 있었다.만약 그가 더 다가온다면, 정말로 그를 한 번 더 찌를지도 모른다.조원철의 짙은 눈망울은 두려울 만큼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눈가에는 옅은 붉은 기운이 맴돌았고, 귓바퀴와 목덜미마저 붉게 달아오른 상태였다.그는 허리춤으로 손을 내리더니, 천천히 자신의 허리띠를 풀기 시작했다."무, 무슨 짓을...."새하얗게 질려 있던 그녀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붉게 물들더니 손에 쥔 금비녀로 그를 꼿꼿이 겨누었다."움직이지 마세요!"비녀 끝이 정확히 그의 심장을 향하고 있건만, 조원철은 물러서지 않고 되레 허리띠를 풀어 내렸다.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그는 돌연 손을 뻗어, 단숨에 그녀의 두 손을 낚아챘다.그의 손에 쥐여 있던 허리띠가 강유영의 손목을 칭칭 감아올렸다. 단 한 치의 틈조차 허락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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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3화

만물이 빛을 잃고 천지가 하얗게 뒤덮였다.이튿날 희뿌옇게 동이 터 올 무렵이 되어서야 비로소 눈이 멎었다.강유영은 비단 이불 속에 파묻힌 채 까무라치듯 잠들어 있었다. 온몸이 부서질 듯 쑤셔와 울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조원철의 단단하고 뜨거운 가슴팍이 등 뒤로 밀착해 왔지만, 그녀는 피할 힘조차 없었다.그저 그가 품에 안고서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도록 내버려 둘 뿐이었다.원망스럽고 미웠다.까무득히 의식을 잃기 전, 강유영은 그리 생각했다.정원.서유는 무릎의 감각이 사라질 때까지 꿇어앉아 있었다.청운은 주위를 살피더니, 그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청류도 그 모습을 보고는 뒤따라갔다."일어나서 좀 쉬거라."청운은 몸을 숙여 자신의 겉옷을 서유의 어깨에 덮어주었다.서유는 고개를 들어 그를 한 번 쳐다보고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주군을 배신했으니 벌을 받는 것이 마땅했다.하지만 후회는 없었다.그녀의 목숨은 아씨의 것이었다. 주군과 아씨 사이에서,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이는 오직 아씨뿐이었다."내일도 아씨를 호위해야 할 텐데, 그리 무릎을 꿇고 있다간 걷는 것조차 힘들 것이다." 청운이 다시 입을 열었다.서유는 잠시 생각하더니 일어나는 대신, 무릎을 꿇은 채로 다리 위에 털썩 주저앉아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대체 무슨 생각이었어?" 청류가 그녀 곁에 주저앉으며 물었다. "세자께서 아씨를 호위하라 명하셨어도, 넌 여전히 세자의 사람이다. 어찌 아씨께서 다른 사내와 혼서를 주고받는 것을 보면서도 세자께 고하지 않을 수가 있어?""제 목숨은 아씨께서 구해주신 겁니다."서유는 고개를 푹 숙였다.세자를 뵐 면목이 없다는 것은 알지만, 달리 도리가 없었다.세자와 아씨 사이에 골이 생겼을 때, 그녀는 한 사람을 택해야만 했다.그리고 그것은 늘 아씨일 수밖에 없었다."그렇다고 아씨께서 억지를 부리시는 것을 지켜만 보면 어떡하냐고." 청류가 툴툴거렸다. "그 도경진인지 뭔지 하는 자가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해? 그가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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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4화

서유는 지금 상황에서 더 이상 숨길 것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하여 최근 강유영을 따라다니며 보았던 일들을 조원철에게 낱낱이 고했다."아씨께서도 하루빨리 전당포를 되찾고 싶은 마음에 그런 하책을 쓰신 것입니다. 부디 아씨를 탓하지 말아 주십시오."서유가 애원했다.청류는 안쓰러우면서도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이 어느 때라고, 제 앞가림도 못 하는 처지에 아씨를 위해 선처를 구하다니. 세자가 아무리 화가 났다 한들, 아씨에게 험한 짓을 하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을 정녕 모르는 걸까?조원철은 서유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더니, 이내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일어나거라."서유는 제 귀를 의심했다.그의 어투만 들으면 그녀를 탓하지 않겠다는 말 같았다.그녀는 머뭇거리며 몸을 일으켰으나, 밤새 무릎을 꿇고 있었던 탓에 다리에 힘이 풀려 제대로 서 있기가 힘들었다."이번 일에 네 잘못은 없다. 앞으로 너는 그 아이의 사람이다."조원철은 그 말만 남긴 채, 곧장 발길을 돌려 밖으로 향했다.서유는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방금 한 말은 무슨 뜻일까?앞으로 자신은 세자의 사람이 아니라, 오직 아씨의 사람이라는 뜻일까? 세자가 그녀에게 잘못이 없다고 한 것은, 앞으로도 이렇게 아씨를 위하라는 뜻임은 명확했다.뒤늦게 뜻을 깨달은 서유의 마음속에 벅찬 기쁨이 차올랐다.오직 아씨만을 위하기로 한 선택이 옳았다. 이번엔 어떠한 질책조차 받지 않았으니, 조원철도 알고 보면 이치가 통하는 분이었다.강유영은 조원철에게 시달린 탓에 꼬박 사흘을 내리 잤다.마치 큰 병이라도 치른 사람처럼, 기력을 잃고 축 늘어져 있었다.눈이 그치고 난 뒤, 하늘은 맑게 개어 있었다."아씨, 요 며칠 사이 바깥의 눈이 거의 다 녹았습니다. 오늘은 날도 차지 않으니, 밖으로 나가 볕이라도 쬐시는 게 어떻겠습니까?"단비는 온종일 기운 없이 늘어져 있는 강유영이 안쓰러워, 내실로 들어와 조심스레 권했다."조금만 더 있다가 나갈게."강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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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5화

조원철이 어찌 생각하든 강유영은 관심없었다.서유가 억울한 벌을 받지 않은 것, 그것만으로도 그녀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소인이 깜빡할 뻔했네요."서유는 손에 든 첩자를 강유영의 앞으로 내밀었다."경화 공주께서 아씨께 특별히 초대장을 보내셨습니다. 공주부의 매화가 만개하였으니, 오셔서 매화를 감상하시라 청하셨습니다."강유영은 손을 뻗어 그것을 받아 들었다.붉은색 첩자 위로 금박을 입힌 큼지막한 글씨가 무척이나 화려했다. 과연 경화 공주부에서 보낸 물건다웠다."아씨, 아무래도 가시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단비가 곁에서 만류했다."경화 공주는 용모가 망가진 후로 성정이 크게 변했다고 들었습니다. 본래도 성미가 고약하신 분인데, 아씨께서 가셨다가는 필시 험한 꼴을 당하실 것입니다."단비는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강유영을 바라보며 간곡히 말렸다.강유영은 초대장을 쥔 채 깊은 생각에 잠겨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인도 경화 공주가 지금 몹시 위험한 상태라 생각합니다. 이런 시기에 굳이 아씨께 초대장을 보낸 것은 분명 꿍꿍이가 있을 겁니다." 서유가 덧붙였다. "허나 공주부의 초대를 함부로 거절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차라리 소인이 세자께 말씀드려, 세자께서 거절의 뜻을 대신 전해주시도록 하는 편이 안전하겠습니다."세자가 나선다면 강유영이 가지 않더라도 경화 공주 역시 감히 딴지를 걸지 못할 터였다."오직 나에게만 초대장을 보낸 것이더냐?"강유영은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아닙니다." 서유가 고개를 저었다. "연화 아씨께서도 초대장을 받으신 것을 보았습니다.""조사예와 조월아는?"강유영이 다시 물었다."그분들의 것은 보지 못하여 잘 모르겠습니다."서유는 고개를 저으며 사실대로 고했다."옷을 갈아입어야겠다." 강유영은 제 몸에 걸친 치마를 내려다보며 명했다. "연회에 갈 것이다."이번에 가지 않는다면 경화 공주는 기어이 다시 사람을 보낼 것이 분명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자리였다.그렇다고 조원철에게 매달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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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6화

그러니 경화 공주는 강유영과 조연화, 두 사람 다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조연화는 불안한 마음에 주먹을 꾹 쥐었다.경화 공주는 용모가 망가진 뒤로 성정이 갈수록 괴팍해졌다.지금 그녀를 노려보는 눈빛은 당장이라도 사람을 갈기갈기 찢어발길 듯한 기세였다.조연화는 생각할수록 두려움이 밀려왔다.비록 그녀가 진국공부의 적녀라 한들, 공주의 고귀한 신분에는 비할 바가 못 되었다.게다가 이곳은 철저히 경화 공주의 구역 안이었다.다른 귀녀들 역시 바짝 긴장한 상태였다.본래 경화 공주는 그들과 꽤 원만한 사이를 유지했었다.하지만 얼굴에 상처를 입은 후로는 완전히 딴사람이 되어버렸다.아주 사소한 일 하나에도 불같이 화를 내기 일쑤였다. 그러면서도 툭하면 연회를 열어 사흘이 멀다 하고 그들을 불러들였다. 귀녀들은 감히 초대를 거절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엊그제는 어느 귀녀가 공주 앞에서 어떤 분가루가 피부를 더 뽀얗게 보이게 하는지 떠들었다는 이유로 뺨 스무 대를 맞기도 했다.그 귀녀의 얼굴은 지금까지도 퉁퉁 부어올라 차마 밖을 나올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다들 경화 공주의 심기를 건드릴까 두려워,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고 눈치만 살피는 중이었다.강유영은 경화 공주의 지시에 따라 고개를 숙인 채 걸음을 옮겨 말석에 자리를 잡았다.그녀는 좌우를 둘러보지도, 남과 말을 섞지도 않으며 주변의 모든 일이 자신과 무관하다는 듯 굴었다. 사실 애초에 그녀와는 상관없는 일들이기도 했다.시선을 아래로 내리깐 강유영의 모습은 퍽 온순해 보였다. 간혹 찻잔을 들어 올리기도 했지만, 입술만 축이는 시늉을 할 뿐이었다.경화 공주가 내어준 음식을 함부로 입에 댈 수는 없었다.차가 세 순배쯤 돌았을 무렵, 경화 공주가 찻잔을 내려놓고는 창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정원에 핀 꽃들이 어떠하냐."경화 공주가 턱을 치켜들며 좌중을 향해 물었다."아주 흐드러지게 잘 피었습니다.""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멀리서 보면 마치 붉은 구름이 내려앉은 듯합니다.""아무리 보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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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7화

모든 이의 시선이 강유영에게 쏠렸다."예."강유영은 찻잔을 내려놓고 까만 속눈썹을 내리깐 채 대답했다.말을 마친 그녀는 무척이나 순종적인 기색으로 몸을 일으켰다.사람들의 눈빛에 놀라움이 번졌다.진국공부의 양녀가 언제 저리 담대해졌을까. 경화 공주의 노골적인 억지 앞에서도 그녀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그녀의 뒤에 서 있던 서유는 별달리 걱정이 들지 않았다.아씨는 예전처럼 호락호락하게 당할 사람이 아니었다. 설령 경화 공주의 뜻에 따른다 해도 문제없었다. 자신이 곁에 있으니, 아씨가 억울한 일을 당하게 두지는 않을 것이다.강유영은 자리에서 일어나는 찰나, 몸을 살짝 앞으로 숙였다.그녀의 바로 앞에는 반쯤 남은 뜨거운 찻잔이 놓여 있었다. 그녀의 팔은 절묘하게 찻잔을 건드렸다. 펄펄 끓는 찻물은 그대로 옷깃에 쏟아졌다.물이 뜨겁긴 했으나 두툼한 겨울옷 덕에 맨살에는 닿지 않았다.다만 갈색 찻물이 앞섶부터 허리춤까지 번지며 행색이 엉망이 되었다."앗!"강유영은 짧은 비명을 터뜨렸다.그녀는 반걸음 비틀거리며 물러나더니 다급히 손수건을 꺼내 얼룩을 닦아냈다.하지만 손수건으로 문지른다고 지워질 얼룩이 아니었다. 닦을수록 물자국만 짙어져 오히려 보기 흉해졌다.귀녀들은 모두 내원의 암투 속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었다. 그 속내를 모를 리 없었다.강유영은 다분히 고의였다. 이렇게 옷을 엉망으로 만들었으니, 경화 공주도 꽃을 감상하러 나가자고 계속 우길 수는 없을 것이다.서유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조악한 수법이긴 했지만 꽤 효과적이었다.강유영은 고개를 들며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했다."공주 전하, 결례를 용서하십시오. 이리 흉한 모습으로 전하의 눈을 더럽힐 수는 없습니다. 잠시 물러가 옷을 갈아입고 오도록 허락해 주십시오."남들도 다 아는 사실을 경화 공주라고 모를 리 없었다.공주는 비스듬히 고개를 돌려 강유영을 바라보았다. 음침한 눈빛에 서늘한 미소가 맺혔다.강유영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서서 온순한 기색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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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8화

조연화는 감히 반항하지 못한 채, 그녀에게 이끌려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너희 진국공부의 여식들은 워낙 교활해서 말이지. 행여나 네 옷에도 찻물이 쏟아질까 겁이 나는구나."경화 공주는 잡고 있던 손을 놓으며 조롱하듯 말했다."저 매화가 저리도 보기 좋게 피었는데, 나와 함께 감상할 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네가 나와 함께 가자꾸나."그것은 물음이 아니라 명령이었다.물론 물음이었다 한들, 조연화는 감히 거절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예."조연화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그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정원에 늘어선 매화나무 아래에는, 시종들이 일부러 긁어모아 둔 탓에 얇은 눈이 아직 녹지 않고 덮여 있었다.그 수양매화 나무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두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난각을 나섰다.난각 안의 귀녀들은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우린 창가 쪽으로 가서 볼까요?"어느 귀녀가 조심스레 제안했다.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니 남의 불구경을 마다할 이가 어디 있겠는가.사람들은 일제히 난각의 창가로 우르르 몰려가, 경화 공주가 조연화를 어찌 대할지 내다보았다.그 시각, 강유영은 이미 겉옷을 갈아입고 회랑의 바람막이 뒤편에 서 있었다.겉옷만 갈아입는 것이니 오래 걸릴 일은 아니었다. 그녀가 이곳에 몸을 숨긴 것은 오로지 경화 공주의 표적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다.파초 몇 그루를 사이에 두고, 마침 경화 공주가 조연화를 데리고 걸어가는 모습이 똑똑히 보였다."아씨."서유가 곁으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경화 공주가 아씨를 곤경에 빠뜨리지 못하게 되자, 연화 아씨로 표적을 바꾸었나 봅니다.""내가 절벽 아래로 떨어졌던 그날, 조연화가 경화 공주의 막사에 들른 적이 있었지."강유영은 조연화의 뒷모습을 응시하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그녀는 줄곧 겨울 사냥을 하던 날의 일이 의심스러웠다. 경화 공주가 굳이 자신을 불러 산으로 이끈 것은 대놓고 노린 것처럼 지나치게 작위적이었다.이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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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9화

조연화는 그대로 무릎이 푹 꺼지며 진흙 구덩이로 처박혔다. 그 위로 연보랏빛 치마폭이 덮였다. 뼈를 에는 듯한 차가운 진흙물이 순식간에 겹겹의 옷자락을 적셨다.조연화는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알고 보니 누군가 바닥의 돌판을 빼고 깊은 함정을 파둔 것이었다. 표면에만 얇게 눈을 덮어두었을 뿐, 그 아래는 온통 시커먼 진흙탕이었다.경화 공주가 그녀를 이리로 부른 것은 다름 아닌 구덩이에 빠뜨리기 위해서였다. 뭇사람들 앞에서 톡톡히 망신을 주려는 수작이었다!"어머나, 이게 무슨 일이람. 어찌 이리 조심성이 없을까."경화 공주는 붉은 선홍빛 매화 가지를 쥔 채 여유롭게 다가왔다.공주는 몸을 굽혀 조연화를 내려다보았다. 눈에는 조롱기가 가득했다."내 깜빡 잊고 있었구나. 며칠 전 나무를 옮겨 심느라 이곳에 구덩이를 파두고 덮지를 않았지 뭐냐. 공교롭게도 네가 빠져버렸네."경화 공주는 눈웃음을 치며 조연화를 흥미로운 장난감 보듯 바라보았다.난각 안의 귀녀들은 서로 눈치만 살필 뿐, 아무도 웃지 못했다.오늘의 희생양이 조연화일 뿐, 내일은 그들 중 누가 당할지 모를 일이었다.다들 제 발 저려 숨죽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조연화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그녀는 입도 뻥긋하지 못한 채 경화 공주의 말에 감히 반박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그저 두 손으로 땅을 짚고, 아직 구덩이 밖에 있는 발로 바닥을 차며 어떻게든 일어서려 안간힘을 썼다.그러나 발밑이 다시금 푹 꺼졌다.버티고 있던 한쪽 다리마저 빠져버렸고, 땅을 짚고 있던 손끝도 진흙탕에 처박히고 말았다.진흙 구덩이에 치마폭을 널브러뜨리고 엉거주춤 박혀 있는 꼴이 초라하기 그지없었다."하하!"경화 공주는 세상에서 제일 우스운 구경거리라도 찾은 듯 하늘을 우러러보며 폭소를 터뜨렸다.조연화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들었다. 하얗게 질린 무력한 얼굴 위로 찰나의 원망이 스쳤다.한참을 웃어대던 경화 공주가 뚝 하고 웃음을 거두었다. 언제 웃었냐는 듯 차갑게 식은 시선이 난각 쪽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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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0화

"그 더러운 손으로 어찌 닦겠다는 것이냐."경화 공주는 한 걸음 물러서며 혐오스럽다는 듯 쏘아붙였다."제가… 제가 공주 전하께 새것으로 지어 올리겠습니다…."조연화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필요 없다."경화 공주는 돌연 입꼬리를 올리더니 허리를 굽혀 그녀를 훑어보았다."가만 보니 네 얼굴은 제법 깨끗하구나. 특히 그 입술이 말이야. 차라리 네가 내 옷에 튄 진흙을 핥아 먹는다면, 위로 끌어올려 주마. 어떠하냐?"공주는 눈썹을 치켜뜨며 조연화를 내려다보았다. 조연화가 거절할 것이라는 염려는 추호도 없었다.조연화는 극심한 모멸감에 말문이 막혔다.경화 공주는 그녀를 개 취급하고 있었다. 이토록 굴욕적인 명을 어찌 순순히 따르겠는가.경화 공주가 옆으로 손을 뻗었다.시녀가 지체 없이 손난로를 대령했다. 공주는 손난로를 품에 안고 여유롭게 조연화를 내려다보았다.어차피 자신은 위에 서 있고, 조연화는 진흙탕에 빠져 있었다. 누가 더 오래 버티는지 볼 셈이었다."정말 통쾌합니다."서유는 조연화가 고통받는 꼴을 보며 강유영의 곁에서 작게 속삭였다.그녀는 지난 세월 강유영이 조연화에게 어떻게 당해왔는지 똑똑히 지켜본 사람이었다. 연못에 밀어 넣거나 눈보라 속에 무릎을 꿇린 것은 약과였다. 조연화가 오늘 경화 공주에게 이리 당하는 것도 다 자업자득이었다."그만 돌아가자."강유영은 걸음을 물리며 자리를 뜨려 했다."아씨, 잠시만요."서유가 돌연 그녀를 붙잡았다.강유영은 의아한 얼굴로 서유를 돌아보았다. 서유는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대더니, 그녀를 이끌고 파초 뒤로 몸을 숨겼다.잠시 후,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강유영은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화려한 의복을 입은 강왕이 불룩한 배를 내민 채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누가 소식을 전한 거지?"강유영은 작은 소리로 서유에게 물었다."연화 아씨 곁의 채하일 겁니다." 서유가 귓속말을 했다. "아까 황급히 나가는 걸 보았습니다.""채하는 제법 영특하구나."강유영은 짧게 평했다.지금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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