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Capítulo 661 - Capítulo 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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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1화

쇳소리 섞인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난각 안의 귀녀들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이때 누군가 경화 공주에게 본때를 보여주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훗날 화를 입는 것은 자신들이 될 터였다."숙부님, 그리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정 그러시면 이 조카가 나중에 미인 몇 명을 곁에 보내드리면 될 일 아닙니까…."경화 공주는 이 일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다."입 닥쳐!"강왕은 버럭 성을 냈다."내 아무리 무능해도 네 숙부다! 항렬이 엄연한데 속으로 나를 업신여길지언정, 감히 이리 사람을 함부로 짓밟다니! 또다시 이런 짓을 벌였다간 가만두지 않겠다!"경화 공주는 꾹 주먹을 말아 쥐었지만, 결국 고개를 숙였다."숙부님 말씀이 옳습니다. 고정하십시오. 다음부터는 이러지 않겠습니다."그녀는 누구든 짓밟을 수 있었지만, 황제만은 예외였다. 강왕은 황제의 형님이었으니 과도한 선을 넘는 것은 금기였다. 자칫 황제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었다.지난 겨울 사냥 때 다친 얼굴로 발광했던 탓에 황제는 이미 그녀에게 불쾌한 감정을 갖고 있었다. 근래 그녀의 횡포를 눈감아주시는 것도 오직 그 상처 때문이었다.선을 넘을 수는 없었다. 행여 황제의 반감이라도 샀다간 득보다 실이 컸다.강왕은 차갑게 코웃음을 치고는 더 이상 공주를 상대하지 않았다."무얼 꾸물거리는 게냐! 당장 사람을 끌어올리지 않고!"그는 주위 시녀들에게 호통을 쳤다.시녀들이 일제히 몰려들어 진흙 구덩이에서 조연화를 끄집어냈다.강왕은 자신의 겉옷을 벗어 그녀에게 덮어주었다.조연화는 고개를 숙인 채 몸에 걸쳐진 옷을 내려다보았다. 화려하고 값비쌌지만, 그에게서 나는 역겨운 냄새가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그녀는 강왕을 혐오했다. 뼛속 깊이 혐오했다.혼사가 정해진 후 매일 밤 그를 떨쳐낼 궁리만 했고, 나중에는 어떻게 죽일지까지 생각했다.능글맞은 호색한에, 늙고 추악했다. 끈적이는 눈빛만 받아도 구역질이 치밀었다.허나 지금 이 순간, 진흙탕에 빠져 온갖 굴욕을 당할 때 달려와 구원해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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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2화

더 이상 그를 보고 싶지 않았다. "저녁은 안 먹은 게냐."조원철은 찬합을 내려놓고 작은 탁자를 침상 위로 올리며 물었다.강유영은 고개를 돌린 채 그를 외면했다.자신을 그토록 무참히 짓밟아 놓고서 지금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가와 저녁은 먹었느냐고 묻고 있다. 대체 어찌 저럴 수 있단 말인가."오늘 경화 공주부에 다녀왔다고."조원철은 탁자 위에 찬을 하나씩 꺼내놓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강유영은 굳은 얼굴로 묵묵부답이었다.음식 냄새가 훅 풍겨왔지만 조금도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이따위 알량한 호의를 베푼다고 해서 그가 자신에게 한 짓들을 잊을 거라 여긴다면 오산이었다. 평생 잊지 않을 것이다. 죽는 그날까지 새겨둘 것이다."강유영."조원철이 미간을 찌푸렸다.강유영은 여전히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내 손으로 입을 열게 만들지 말아."조원철이 서늘하게 경고했다."상관하지 마십시오."강유영은 차갑게 내뱉었다. 그가 두렵지만 않았다면 이런 대꾸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일단 뭐라도 좀 먹거라."조원철이 그녀의 손에 억지로 젓가락을 쥐여 주었다. "연말이라 일이 많아서 며칠 오지 못했다."강유영은 어째서인지 그 말을 듣자 도리어 서러움이 북받쳤다. 그녀는 속으로 매몰차게 쏘아붙였다.'누가 와달라고 했다고.'"내가 떠먹여 줄까?"조원철은 밥그릇을 그녀의 눈앞으로 밀어주었다.그 말에 강유영은 그릇을 낚아채듯 받아 들고는 오기를 부리듯 밥을 한 술 떴다."경화 공주부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느냐."조원철이 누그러진 음성으로 물었다."서유에게 물어보면 될 일 아닙니까."강유영은 그와 말을 섞기 싫었다."서유는 이제 네 사람이다. 네가 허락하지 않으면 내게 입을 열지 않을 테지."조원철이 담담하게 대꾸했다.강유영은 그를 한 번 흘겨보고는, 오늘 공주부에서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서유를 봐서라도 말해두는 편이 나았다. 어찌 됐든 서유는 앞으로 자신이 의지해야 할 든든한 심복이었다."다음번에 경화 공주가 또 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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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3화

강유영은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그의 말에 온몸의 솜털이 곤두섰다.그가 피임환을 복용한다고 했기에, 그녀는 따로 피임탕을 챙길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본래 달거리가 불규칙한 편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약효가 떨어졌을지도 모른다니!이래서야 참말로 회임인지 아닌지 어찌 안단 말인가.조원철은 그녀와 시선을 맞췄다.그의 검은 눈동자는 너무도 고요해 아무런 감정도 읽어낼 수 없었고, 감히 마주 보기조차 두려웠다. 허나 지금의 강유영은 속이 타들어가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그가 묵묵부답이자 몸이 주체할 수 없이 떨려왔다. 예고 없이 눈물이 차올라 순식간에 눈시울이 새빨개졌다.그를 밀쳐내려 했으나 팔을 들어 올릴 기력조차 없었다. 물기 어린 목소리가 초조하게 갈라졌다."말씀해 보십시오!"만에 하나 정말 회임이라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머릿속이 얼어붙은 듯 새하얗게 비어버렸다.조원철이 수저를 내려놓고는 손을 뻗어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훔쳐냈다."농을 한 거다."강유영은 멍하니 눈물 젖은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어찌…."그녀는 방금 전까지 공포에 질려 숨이 멎을 뻔했다. 헌데 일부러 그런 말을 지껄이며 자신을 희롱했다는 생각에 어이가 없었다.수치심과 분노, 안도감과 두려움이 한데 뒤엉켜 뺨이 홧홧하게 달아올랐다.세상에 어느 누가 이런 끔찍한 농을 친단 말인가.그녀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수저를 내려놓은 채 홱 등을 돌렸다. 야속하게도 다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어떻게 이런 일로 농을 할 수 있지?'"조금 더 먹거라."조원철이 그녀의 소매를 끌어당겼다."안 먹습니다."강유영은 그의 손을 차갑게 뿌리쳤다.본래도 입맛이 없었다. 분통이 터져 배가 부를 지경인데 들어갈 리가 없었다."곧 식겠다."조원철은 아예 그녀의 앞으로 돌아와 밥그릇을 집어 들었다."떠먹여 주마.""어찌하여 저를 겁주신 겁니까?"강유영은 그릇을 밀어내고 미간을 좁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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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4화

촛불이 꺼지고 휘장이 내려졌다.방 안은 고요했다.강유영은 자신의 심장 박동 소리와 등 뒤에서 들려오는 그의 숨소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품 안의 이불을 꽉 끌어안은 채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졸음이라고는 조금도 오지 않았다.어둠 속에서 눈이 점차 익숙해지자 눈앞의 휘장 윤곽이 어렴풋이 보였다. 마음이 심란하여 그곳만 한참을 뚫어지게 바라보았지만 잠기는 찾아올 기미가 없었다.한참 뒤, 그녀는 몸을 뒤척였다.정신을 차려보니 조원철과 정면으로 마주 보는 자세였다.그녀는 황급히 다시 몸을 돌려 이불을 끌어당겨 얼굴을 푹 묻었다. 눈을 감자, 초저녁에 그가 내뱉었던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내가 피임환을 복용한 지도 반년이 훌쩍 넘었으니, 약효가 온전치 못할 수도 있다."그는 농을 한 것이라 했다.하지만 곱씹을수록 의구심만 커져갔다. 까닭 없이 그런 말을 내뱉을 사내가 아니었다.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어쩐지 자꾸만 불안한 예감이 들어, 그녀는 조심스레 자신의 아랫배를 더듬어 보았다.평소처럼 납작했다.듣자 하니 회임을 하면 구역질이 나고 음식을 넘기지 못한다고 했다. 지금 자신은 아무런 증상도 없으니, 필시 회임이 아닐 터였다.그러나 조원철이 남긴 그 한마디가 끊임없이 귓가에 맴돌았다. 마음에 가시가 하나 박힌 듯, 생각하면 할수록 가시는 더 깊이 파고들었고 불안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만에 하나 농을 한 것이 아니라면. 그저 자신이 겁에 질려 우는 모습에 질려 임기응변으로 둘러댄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심장이 쿵쿵 요동쳤다. 그녀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왜 그러느냐."줄곧 그녀를 향해 누워 있던 조원철이 고개를 들며 물었다."의원을 뵈러 가야겠습니다."그녀는 이불을 걷어차며 당장이라도 침상에서 내려갈 기세였다."정말 농을 한 거다. 그만 자거라."조원철의 어투에는 어이가 없다는 듯한 기색과 옅은 체념이 섞여 있었다.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거짓이 아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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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5화

회임 여부를 진맥으로 확인하러 가는 길이었다.평소 다니던 장 의원은 그녀와 안면이 깊은 데다 조원철까지 알고 있었다. 혼인도 하지 않은 처녀의 몸으로 그를 찾아가 회임 사실을 털어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강유영은 불현듯 깨달았다. 조원철과 함께 있기만 하면 머리가 굳어버려, 늘 실언을 내뱉고 바보 같은 짓만 골라 한다는 것을."서거리 쪽에 은퇴한 늙은 태의가 한분 계신다. 지금은 그의 아들이 의관을 물려받았지. 그자라면 우리 두 사람을 알아보지 못할 거다."조원철이 마차에 오르는 그녀를 부축하며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그럼 그곳으로 가시지요."강유영은 잠시 기억을 더듬었으나 서거리에 어떤 의관이 있었는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쪽 사람들도 십중팔구 자신을 모를 터였다."서거리로 가자."조원철이 밖을 향해 명을 내렸다."잠깐만요."강유영은 황급히 그를 막아섰다."왜 그러느냐."조원철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저, 면사포를 쓰겠습니다."강유영이 뜻을 내비쳤다.아무리 상대가 자신을 모른다 해도 맨얼굴을 드러내고 싶지는 않았다. 아직 출가도 하지 않은 규수로서 외간 사람에게 당당히 낯을 보일 만한 떳떳한 일이 아니었다."가져오마."조원철은 군말 없이 마차에서 내렸다.잠시 후, 그가 너울을 챙겨 들고 돌아왔다.그제야 마차가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해, 서둘러 진국공부의 대문을 빠져나갔다.깊게 내려앉은 밤, 거리는 텅 비어 적막했다."세자, 서거리에 당도했습니다."밖에서 청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내리자."조원철은 마차에서 내려 강유영을 향해 손을 뻗었다."여긴 어디입니까?"강유영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물었다.달빛 아래로 간판 몇 개가 어렴풋이 보였으나, 의관이라 할 만한 곳은 눈에 띄지 않았다."골목 안에 있다. 따라오거라."조원철은 한 손으로는 그녀의 손을 이끌고, 다른 한 손으로는 등불을 든 채 앞장섰다.면사포로 얼굴을 가리고 망토를 단단히 여민 강유영은 묵묵히 그의 뒤를 따랐다.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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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6화

오늘도 그는 의원에게 그녀를 집사람이라 칭했다.필시 부부 사이에나 오갈 법한 호칭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평생토록 떳떳하게 그런 호칭을 나눌 기회가 없을 터였다."부인, 손을 내밀어 주시지요."의원이 강유영에게 손짓했다.강유영은 상 위에 옥같이 희고 가느다란 손목을 올려두었다.의원은 그 위에 손가락을 얹고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진맥에 집중했다.얇은 면사포 너머로 그 모습을 지켜보는 강유영은 바짝 긴장했다.의원의 미간은 좀처럼 펴질 줄 몰랐다. 몸에 병증이라도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회임을 한 것인지 불안감이 엄습했다. 입을 꾹 다문 의원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속이 타들어 갔다."상태가 어떠합니까."그녀는 참지 못하고 먼저 입을 뗐다."부인은 몸에 큰 이상은 없습니다." 의원은 손을 거두며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다만 월경이 고르지 못합니다. 맥이 허하고 기혈이 어긋나 자궁이 약해진 탓입니다. 당삼과 황기를 달인 약을 처방해 드릴 테니 우선 복용해 보시지요. 시일이 제법 걸리는 병증이니,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조리하셔야 합니다.""회임이 아니란 말씀이십니까."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헛바람을 들이켰다. 내뱉고 나니 스스로도 쥐구멍에 숨고 싶을 지경이었다.천만다행으로 의원은 두 사람의 사정을 알 리 없었다.의원의 진단은 정확했다. 달거리가 제때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스스로도 잘 아는 사실이었다. 회임에 관한 언급이 없는 것을 보면 필시 아이가 들어서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그래도 확실한 진단이 필요했다."아직 회임의 징후는 보이지 않습니다." 의원은 고개를 저으며 덧붙였다. "허나 심려치 마십시오. 회임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닙니다. 부인처럼 혼전에 이리 고생하다가도, 아이를 낳고 나면 씻은 듯 낫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다만 약으로 몸을 다스리는 첫 석 달 동안은 합방을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 뒤에 합방을 하시면 반년 안에 틀림없이 기쁜 소식이 찾아올 것입니다."의원은 허허 웃으며 수염을 쓰다듬었다.이곳을 찾는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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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7화

조원철처럼 똑똑한 사람이 그녀의 의도를 모를 리 만무했다. 알면서도 뻔뻔하게 되묻는 것은 다분히 고의적이었다.조원철의 어조에 옅은 웃음기가 배어났다."태의도 방금 그 의원과 같은 말을 하더구나. 석 달 동안은 합방을 금한다고."강유영은 묵묵부답이었으나 속으로는 이미 계산을 마친 상태였다. 돌아가면 곧장 단비에게 탕약을 달여오라 일러 단숨에 마셔버릴 작정이었다. 그러면 조원철도 석 달은 감히 그녀를 건드리지 못할 터였다."요 며칠, 조연화가 뻔질나게 밖으로 나도는 것을 알고 있느냐."조원철이 불쑥 물었다."서유에게 전해 들었습니다."강유영이 대답했다."강왕 전하와 함께라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마음을 고쳐먹은 모양입니다."그녀가 문밖 출입을 삼가더라도, 서유가 저택 내의 온갖 소문을 주워 담아 전해주곤 했다. 조연화의 소식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연화는 죽네 사네 난리를 쳤다. 강왕에게 시집가지 않겠다며 진국공부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허나 저택 내의 그 누구도 그녀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녀를 가장 끔찍이 아끼던 한씨마저 이번만큼은 운명을 받아들이라 만류할 정도였다.그 후로 조연화는 어딘가 달라졌다. 눈빛이 음침해져서는 늘 어두운 곳에서 사람들을 관찰했다. 마치 무언가 음모를 꾸미는 듯한 기색이었다.그런데 최근 들어 또 태도가 돌변했다. 무려 강왕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두 사람은 수시로 왕래하며 밀접하게 지내는 것이, 영락없는 약혼한 남녀의 모습이었다."그 아이가 왜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생각하느냐."조원철이 물었다.강유영은 입술을 비죽였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배짱은 없었다.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그날 경화 공주에게 수모를 당했을 때 강왕 전하가 나타나 구해주었기 때문 아닐런지요. 강왕비라는 자리가 제법 쓸모 있다고 판단했겠지 싶습니다. 적어도 경화 공주를 억누를 수 있으니, 장차...."그녀는 말을 멈췄다. 조연화가 강왕비가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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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8화

"세자."청운이 다가와 예를 올렸다."무슨 일이냐."조원철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청운은 허리를 굽히고 나직하게 고했다."연말 제전 준비가 아직 미비하여, 폐하께서 급히 세자를 입궁하라 이르셨습니다.""입궁해야겠다." 조원철은 쥐고 있던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강유영을 향해 말했다. "마차는 네게 내어줄 테니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먹거라. 다 먹거든 청류가 무사히 호위할 것이다.""예."강유영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그가 문을 나서자 그녀는 면사포를 벗었다. 뜨끈한 죽을 먹었더니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거북한 사내가 떠나고 나니 주위 시선은 신경 쓰이지 않고, 행여 아는 얼굴과 마주칠까 두려운 마음도 싹 가셨다."청류야."그녀는 문간을 지키고 선 청류를 보며 손짓했다."왜 부르십니까, 아씨."청류가 싱글벙글 웃으며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늘 사람 좋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너도 요기 좀 하거라." 강유영이 점주가 있는 쪽을 턱으로 가리키며 눈웃음을 지었다. "내가 한 턱 내마."가만 보면 조원철 수하의 사내들은 하나같이 쓸 만했다. 적어도 오만한 그들의 상전보다는 이놈들이 백번 낫다고 생각했다."감사합니다, 아씨."청류는 입이 귀에 걸렸다.마침 점주가 다가왔다."무엇을 내어 드릴까요?""전병으로 아무거나 몇 장 주시오."청류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아씨가 먹으라 권했다고 해서 덥석 자리를 꿰차고 앉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호위라는 본분을 망각할 수 없으니, 전병을 뜯어 먹으며 보초를 서는 편이 나았다.그는 전병을 받아 들고 문가에 선 채 거리를 주시하며 우물거렸다.어느새 동이 훤히 트고 거리에는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지고 있었다."아씨, 아씨! 얼른 와보십시오!"눈썰미 좋은 청류가 마차 한 대를 발견하고는 다급히 강유영을 불렀다."왜 그러느냐."강유영은 식사를 마친 참이었다. 그녀는 얼른 수저를 내려놓고 수건으로 입가를 훔치며 그에게 다가갔다."저기 보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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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9화

강유영은 연지 점포 맞은편 골목에 숨어 고개를 빼꼼 내밀고 살폈다.한씨의 마차는 점포 앞에 정차해 있었다.아직 이른 시각이라 점포는 문을 열지 않았고, 문판 하나만 겨우 한 사람이 들고 날 수 있을 만큼 비스듬히 열어둔 상태였다.풍씨 어멈이 문앞을 지키고 있었다.한씨는 필시 저 안에서 누군가와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을 터였다."청류야, 저쪽으로 빙 돌아가 볼 수 있겠느냐. 가게 뒤편에 창이 있는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보고 오거라."강유영은 까만 눈동자를 굴리며 고개를 움츠리고는 청류를 돌아보며 물었다."아씨께선 여기서 꼼짝 말고 계십시오. 당장 다녀오겠습니다."청류는 흔쾌히 대답했다.강유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청류는 담벼락에 바짝 붙어 미끄러지듯 나아가더니 단숨에 몸을 날려 자취를 감추었다.강유영은 그의 날렵한 몸놀림이 몹시도 부러웠다. 자신에게도 저런 무공이 있었다면 아무런 걱정이 없을 것 같았다.상념에 잠겨 있던 찰나, 풍씨 어멈이 불쑥 점포 밖으로 걸어 나왔다.뒤이어 한씨도 모습을 드러냈다.풍씨 어멈은 앞으로 다가가 무언가를 물었다.한씨는 짧게 대답을 내뱉었고, 풍씨 어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강유영은 좋은 청력을 타고나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 그들의 대화만 엿들을 수 있었다면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게다가 청류가 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한씨가 나와버렸으니, 필시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허탕을 쳤을 확률이 컸다.그 사이, 풍씨 어멈은 한씨를 부축하여 마차에 올랐다.이내 마차는 천천히 멀어져 갔다.강유영은 벽에 기대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청류마저 아무 수확이 없다면 이번 일은 이쯤에서 덮어두어야 했다.잠시 후, 청류가 잰걸음으로 돌아왔다."아씨."그는 재빨리 다가와 골목 안으로 몸을 숨겼다."어찌 되었느냐."강유영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두 눈엔 기대감이 가득했다."점포 뒤편으로 돌아가긴 했으나, 별달리 쓸모 있는 얘기는 건지지 못했습니다." 청류는 고개를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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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0화

청류는 밤을 꼬박 새운 아씨가 이대로 무리하다 병이라도 날까 걱정이었다. 만에 하나 그리되면 세자가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터였다."내가 그리 약해 보이느냐?"강유영은 진 낭자가 향한 곳을 응시하며 두어 걸음 나아가다 이내 멈춰 섰다.진 낭자는 경계심이 대단했다. 그녀는 보따리를 멘 채 틈만 나면 뒤를 돌아보았다. 둥글둥글한 인상에 웃음이 헤퍼서 영락없는 장사꾼 관상이었다. 강유영은 그녀가 뒤에서 한씨의 수족 노릇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진 낭자는 한참을 걷더니 어느 골목으로 접어들었다.그녀가 하도 뒤를 돌아보며 경계하는 통에, 강유영은 감히 바짝 거리를 좁힐 엄두를 내지 못했다. 다행히 청류는 미행에 능했다. 그는 지붕과 담벼락을 가볍게 타넘으며 진 낭자 모르게 뒤를 밟았다. 강유영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청류의 수신호에 의지한 덕분에 상대를 놓치지 않았다.반 시진쯤 걸었을까, 진 낭자는 외지고 허름한 골목으로 스며들었다.강유영은 그 안으로 따라 들어가 주변을 살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판잣집들이 즐비했고, 그 위태로운 곳에 몸을 뉘인 사람들도 보였다. 이런 곳에는 으레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빈민들이 모여 사는 법이었다.한씨는 어찌 이런 자들과 얽혀 있단 말인가?진 낭자는 또다시 고개를 돌렸다.강유영은 황급히 무너진 담장 뒤로 몸을 숨기고는 숨을 죽였다."아씨, 이제 괜찮습니다."청류의 속삭임이 들리고 나서야, 그녀는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진 낭자는 어느새 골목 구석의 납작한 초가집 안으로 자취를 감춘 뒤였다."아씨, 저희는 이쪽으로 빙 돌아서 뒤편으로 가시지요."청류가 귀띔했다.강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나란히 허물어진 마당을 가로질러 그 초가집 뒤편으로 접근했다.집 뒤편에는 조그만 창이 하나 나 있었다. 그곳에는 거칠고 두꺼운 싸구려 창호지가 발려 있어 사람 그림자조차 비치지 않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창틀이 어긋나 중간에 틈이 벌어져 있었다. 강유영은 그곳으로 바짝 다가가 눈을 들이밀었다. 방 안의 광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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