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어둠이 창살을 덮고, 별빛조차 드문 밤이었다.침소 안에는 촛불이 희미하게 흔들렸다.강유영은 서책을 든 채 창 아래 작은 탁자 곁에 앉아, 반쯤 감긴 눈으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아씨?"단비가 작은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응?"강유영은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 미간에는 졸음이 가득했고,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고 있었다.처방받은 탕약에 심신을 안정시키는 작용이 있어서인지, 요 근래 부쩍 잠이 늘었다."밤이 깊었습니다. 아씨, 그만 보시고 이만 잠자리에 드시지요."단비가 조용히 권했다.단비가 보기에 아씨는 마음에 둔 일이 있어 세자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눈치였다.연말이 다가오며 궁 안에 일이 많아 조원철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언제 돌아올지 기약조차 없었다."그래."강유영은 책을 내려놓고 일어서며, 손으로 입을 가린 채 하품을 했다.단비는 재빨리 다가가 이부자리를 폈다."아씨, 손난로라도 하나 넣어드릴까요."단비가 몸을 돌려 물었다."음."강유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신을 벗은 뒤 침상에 올랐다.단비는 날랜 솜씨로 탕파에 뜨거운 물을 채워 발치에 넣어주고, 이불깃을 꼼꼼히 여며주었다."아씨, 안녕히 주무십시오. 저는 바깥에 있겠습니다."단비는 그렇게 말하며 휘장을 내렸다."단비야."강유영은 눈을 감은 채 휘장 밖을 향해 말했다."그분이 오시면 잊지 말고 나를 깨워주렴."자신이 먼저 말을 꺼내지 않으면, 그가 어떻게 해야 화를 풀지 알 수 없었다. 이 일만큼은 확실히 주도권을 잡아야 했다."예."단비가 대답했다.그녀는 아씨가 세자에게 할 말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굳이 캐묻지 않았다.속이 깊은 아씨는 하기 싫은 말을 억지로 캔다고 순순히 입을 열 사람이 아니었다.축시가 다 되어서야 조원철이 요월원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세자."문가를 지키던 단비가 그를 보고 다가가 예를 갖췄다.조원철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들어 방문을 열려 했다."세자…."단비는 무슨 말을 하려다 입을
Ler mais